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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97>앱에서 작성

카페사장강나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1.27 00:13:23
조회 455 추천 17 댓글 10
														





오늘은 도저히 카페에서 일할 기분이 아니었기에, 사장언니에게 말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 한가운데에 마치 거대한 구멍이 뻥 뜷린 것처럼, 그저 공허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슬펐다.


현수가 결국 사장언니에게 가버렸다는 사실이,

이제 현수가 저 여우같은 언니의 속셈도 모른 채 한없이 이용당하다가 유기견처럼 버려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그 모든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하루 동안을 우울하게 집에서 쉬고 있다 보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요즘 현수가 나보다 사장언니랑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보니, 어느새 현수를 향한 내 사랑도 예전보다는 식어버린 듯 했다.

너무나도 분하고 슬펐지만, 사장언니한테서 현수를 다시 뺏어오고 싶다거나, 사장언니한테 이용당할 현수를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게다가 어차피 이제 모든 면에서 갑이 되어버린저 언니를 상대로 절단을인 내가 할 수 있는 것 따위는 없었다.

이미 완전히 사장언니에게 돌아서버린 현수의 마음을, 다시 내 쪽으로 돌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렇지만, 나중에 언젠가 현수가 사장언니에게 버려져서 다시 혼자가 될 때, 바로 그 때, 난 현수를 데려갈 것이다.






* * *



카페일이 모두 끝난 후, 난 오늘도 사장누나의 집에 놀러왔다.

조금 떨어진 강남에 있는 고급아파트기도 했고..무엇보다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금수저들의 부잣집 그 자체였기에, 솔직히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숨이 턱 막히고 적응도 안 됐었다.

하지만 누나랑 사귄 후 밤일을 위해 자주 방문하다 보니, 이젠 이 금티나는 집의 풍경도 어느덧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애기 조금만 기다려. 누나가 먹을거 갖다줄게."


방 침대에 앉아있는 내 입에 잠시 쪽 하고 달콤한 뽀뽀를 해 주고는, 그렇게 말하며 이내 멀리 주방으로 걸어가는 사장누나.


폰을 하고 있던 나는 잠시 하품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말이지, 볼 때마다 흙수저 냄새만 물씬 나는 원룸인 내 거처와는 비교도 안 된다.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냐고는 하지만, 나와 누나를 보면 그건 확실히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잘 나가는 예쁜 여자 귀족과 천민 노예가 사귀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


방 안을 둘러보던 나는, 이윽고 눈에 익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자그만한 노트.


누나가 카페에서도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무언가를 적고 다니던 그 노트였다.

무얼 그렇게 열심히 적는 거냐고 내가 물어볼 때마다, 약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냥 그림공부 겸 낙서하는 것 뿐이라고 둘러대던 사장누나.


분명 그냥 낙서 같은 건, 아닐 것이다.
순간적으로 그런 직감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난, 조심스럽게 그 노트를 집어들어 펼쳐보았다.


"...일기?"


그건, 일기장이었다.

아름답고 잘 정돈된 검정색의 글씨체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사장누나의 하루 일상이 그대로 담겨 있는 역사서였다.

호오, 일기라니. 오모시로이.
이 누나, 다 큰 어른이면서 이런 애같은 귀여운 취미가 있었던 건가? 생각보다 좀 귀여운 누나다.

난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며, 천천히 일기를 읽어보았다.




[202X년 4월 16일]

오늘은 카페에 신입이 들어왔다. 현수라는 아이였는데, 애가 꽤 귀여워 보였다. 매일 나한테 작업이나 걸던 늑대같은 남자들만 보다가 저런 순수한 애를 보니, 어쩐지 마음이 다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202X년 5월 1일]

결국 주희가 나에게 선전포고를 해 왔다. 전화를 걸어서 잘 풀어보려 했는데, 계속 날 남자를 갖고 노는 걸레년으로 일방적으로 몰아가기만 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네. 감히 나한테 기어오른다면, 철저하게 밟아 주는 수밖에 없지.


"....이게 대체 뭔 일이야.."


아마..여기에 적혀있는 이 내용이, 주희누나와 사장누나가 서로 대립하게 된 이유인 듯 보였다.

하지만 이걸 읽으면서도 솔직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해가 잘 되질 않았다. 주희누나가 사장누나를 걸레년으로 몰았다고?


대체 왜? 무슨 이유로?


"..도레다케 오못테모 와카라나이나."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군.
다음에 날잡아서 사장누나한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난 계속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이후에 딱히 별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그냥 나랑 데이트를 해서 기분이 좋았다, 주희누나가 자기한테 또 시비를 걸어오길래 짜증나서 더 괴롭혀 줘야겠다는 내용 등등.

내가 이미 다 눈앞에서 직접 봤던 광경들을 그대로 텍스트로 옮겨놓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곧 누나가 돌아올 것 같기도 하고,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도 쫄려서 슬슬 그만 덮어놓으려던 그 때.


"...?"


일기를 대충 흝어보던 나는 문득 한 날짜에 눈을 사로잡혔다.


[20XX년 7월 12일]


결국 현수가 날 떠나버렸다. 마지막으로 그 애를 붙잡아 보았지만, 나보고 더이상 말을 걸지 마라고 했다. 그 애는 내가 그렇게도 싫은 걸까?

죽고 싶다. 현수한테 미움받은 이상 이제 난 더 이상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

방금 인터넷에서 번개탄을 주문했다. 이틀쯤 후에 도착한다고 문자가 왔다. 이제 이틀 뒤면 난 이 세상에 없겠지.


"....."


노트를 쥔 손이 덜덜 떨려왔고,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난 힘이 빠진 손을 겨우 움직여 노트를 덮어놓았다.


죽을려고 했다고..? 나 때문에...누나가..


물론 근본적으로는 승아가 시킨 것이었지만, 어쨌든 승아의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누나한테 행동으로 옮긴 건 결국 나였으니까.

그 날, 날 뒤에서 안으며 가지 말라고 애원하던 사장누나에게 그런 말을 한 뒤, 누나 집에 달려갔을 때, 누나는 침울해 있었다.

벌개진 눈가에 눈물자국이 남은 채로, 상당히 화나있었지만 동시에 체념한 것만 같은 표정으로, 날 반겨주었었다.

나 때문에 슬펐었구나, 내가 무심코 꺼냈던 말 때문에 상당히 상처받았었구나.


그저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내 생각보다, 사장누나는 더 궁지에 몰려있었던 듯 했다.

난 그 때 누나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스크래치가 아니라 커다란 구멍을 뜷어버린 것이었다.



"왜 그래? 혹시 어디 아파?"


어느새 롤케잌을 가져온 사장누나는, 몸에 힘이 빠진 채 그저 멍하니 한곳만 응시하고 있는 내 상태를 보더니 놀라며 그렇게 물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 * *



"....."


사장누나의 일기를 훔쳐보고 난 후, 하루가 지났다.

이미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내 마음은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에 복잡하기만 했다.

누나가 나한테 자기 일기를 보여주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이었겠지.


"..그래서요, 제가 볼 때 저 언니의 최종목적은 아조씨의 멘탈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거에요."

"...."

"다른 알파메일들에 비해선 아조씨는 아무래도 좀 더 만만하기도 하고 또 자기 직원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저렇게 계속 아조씨한테 친한 척하면서 접근하는 거라구요."

"...."

"정말, 이쯤되면 사장언니도 참 대단해요. 아조씨 하나 먹어보겠다고 아직까지 이 짓을 하고 있잖아요. 저 언니는 진짜 지치지도 않나.."


그래서일까, 오늘도 나한테 다가와서는 사장누나의 대한 이런저런 험담을 늘어놓고 있는 승아의 말이, 평소보다 더 열이 뻗치기만 했다.

승아는 오늘도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자기주장, 아니, 근거도 없는 일방적인 뇌내망상을 펼쳐놓고 있었다.


"저 언니, 카페 운영하기 전에 아마 오피에서 에이스로 존나 뛰었을걸요?"

"...."

"뭐, 얼굴이랑 몸매는 그래도 봐줄 만하니까 오피에서 아랫도리 굴리면서 나름대로 돈은 좀 벌었을 거에요. 그리고 그 돈으로 이 카페를 차린 거겠죠. 100%에요."


속 끝에서부터 점점 기분이 잡쳐오는 게 느껴졌다.


이 년은 대체 뭔데, 지가 누나에 대해 뭘 안다고,
이런 되도 않는 기분나쁜 뇌내망상을 자꾸 펼쳐놓는 거야?


평소라면 비록 화는 나지만 '아 얘가 또 개쌉소리하나 보다' 하고 어쩔 수 없이 넘어갈 일이, 오늘따라 도저히 그냥 참고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아조씨가 이제 해야 될 건.."

'쾅!'


결국 참다 못한 난,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쾅 하는 둔탁한 소리가 카페를 울렸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


"...작작 해."


이런 내 모습을 처음 보는지, 상당히 놀란 눈으로 말없이 날 쳐다보는 승아를 노려보며, 난 한 마디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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