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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75>앱에서 작성

Lysozy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24 03: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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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원하는 내 손을 차갑게 뿌리치고 카페 밖으로 나간 현수는, 이내 도로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현수야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누나 말 좀 믿어줘 제발]


난 급히 폰을 들어 현수에게 전화도 걸고 카톡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현수의 휴대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보냈던 카톡 메시지 옆의 1은 몇십 분이 지나도 도저히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하, 이 미친 꼬맹이년이...."


빠드득 하며, 난 이를 갈았다.

어쩐지, 저번에 승아가 찾아와 단둘이 만나자고 했을 때부터 영 느낌이 좋지 않았었다.

만나봤자 그냥 도발 몇 번 정도 하고 말 것이라는 내 예상이 무색하게, 승아는 엄청난 도발을 저지르고 갔다.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야?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난 폰을 들어 승아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바쁜 건지, 아님 의도적으로 내 연락을 피하는 건지 승아는 받지 않았다.

몇 번이고 승아에게 전화를 걸던 난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 * *


"오빠? 살아있어요?"


내 눈 앞으로 손을 뻗어 휙휙 흔들어 보는 유리.
일단 살아는 있긴 한데.


"...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영혼 없는 대답을 내뱉은 난, 새로운 캔맥주를 따서 한 모금 들이켰다.


"오늘 왜 그래요?"

"왜. 뭐가."

"왜 그러긴요! 지금 마치 세상 다 잃은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오빠, 혹시 누구한테 고백하다 차였어요?"

"...그런 거 아니다."


난 다시 캔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러는 와중에도 휴대폰의 전화벨은 계속 시끄럽게 울려, 한적했던 공원을 금새 시끄럽게 만들었다.


"왜 안 받아요?"

"...넌 몰라도 돼."

"아니, 좀 말해 주면 어디 덧나요?"


꽤 불만이 서린 표정으로 그렇게 말해오는 유리.

고민하던 나는, 유리의 재촉에 못 이겨 그냥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기로 했다.

혼자서 끙끙 앓는 것보다는 이 녀석한테라도 털어놔야 속이 어느 정도는 시원해질 것 같았다.


"..가지고 놀아졌어."

"네? 무슨 말이에요 그게?"

"어장당했다고. 친했던 누나한테."


어느새 반밖에 남아있지 않은 캔맥주를 벤치 위언 내려놓으며, 또다시 점점 격해지는 감정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한테 맨날 은근히 스킨쉽하고, 나 챙겨주고 밥도 사주던 누나가..사실 어장녀였댄다. 친하게 지내는 남자가 나밖에 없다고 했으면서, 알고보니까 왠 잘생기고 키도 큰 남자랑 썸타고 있더라고..씨발.."

"..죄송해요, 그런 줄은 몰랐네요."


어느새 장난기는 사라지고 미안함을 담은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그렇게 말해오는 유리.


"근데 어쩌다가 알게 된 거에요? 그 언니 어장녀란 거."

"..카페에 같이 알바하는 아는 여자애가 보여줬어."

"보여줬다구요?"

"어. 둘이 같이 있는 걸..걔가 사진을 찍었나봐. 나한테 보여주더라. 여기 근처 카페에서..그 누나랑 그 남자랑 같이 앉아있더라."


내 말을 들은 유리는 잠시 살짝 놀란 듯 멈칫했다.
왜 저래.


"왜 그래."

"아니요. 오빠 말 들으니까 그제께 본 게 생각나서요."

"뭐가 생각나는데?"

"오빠가 말한 그 카페요. 말했잖아요. 어제 그 카페에 잠깐 들렀었다고. 거기서 오빠가 말한 비슷한 상황을 봤어요."


그러고 보니, 어제 유리가 그 카페에 잠시 들렀다가 편의점에 왔다고 했었지.


"왠 갈색머리에 정장입은 언니랑 하늘색 티셔츠 입은 잘생긴 오빠가 앉아있었는데.."

"..뭐? 자세히 말해봐."


정신이 번쩍 든 난 유리의 두 어깨를 붙잡았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유리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이 오빠가 갑자기 왜 이런대?"

"니가 본 거, 그 누나다."

"네? 진짜요?"

"어. 그러니까 니가 본 거 다 얘기해봐. 하나도 빠짐없이."


당시의 더 자세한 정황을 듣기 위해, 난 유리를 재촉했다.

승아의 말만 일방적으로 듣고 모든 것을 판단하기보다는, 같은 목격자인 유리의 말도 일단 한번쯤은 들어보는 게 나을 것이다.


"..일단, 오빠가 말하는 게 그 언니가 맞다면, 조금 오해가 있어요."

"오해가 있다고?"

"네. 대화하는 내내 그 언니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 남자는 신나서 계속 떠들고 있는데, 그 언니는 엄근진한 표정으로 앉아 있더라구요."

"..계속 말해봐."

"한 10분 정도? 대화하고 있다가 그 언니가 먼저 일어나서 나갔어요. 살짝 멀리 있어서 제대로 듣진 못했는데, 남자가 번호 달라는 거 거절하고 그냥 나가더라구요."


유리의 얘기를 듣고 있던 난 당황하여, 잠시 몇 초간 입을 다물어버렸다.

사장누나랑 이 녀석이랑은 둘이 확실히 모르는 사이였다.
그러므로 유리가 그 누나랑 둘이서 짜고 지금 나한테 이러고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엄근진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고?"

"네. 애초에 그 언니는 그 남자를 만나고 싶어서 만난 표정이 아니었어요. 애초에, 왠 보라머리 여자애가 서로 얘기하라고 해서 그런거니까."

"..어?"


보라머리 여자애?
설마, 승아를 말하는 건가?


"승아가..둘이서 얘기하라고 했다고?"

"뭐야, 오빠 아는 사람이에요?"

"..어. 아까 말한 우리 카페 알바하는 걔야."

"뭐 그럼 답은 대충 나왔네요. 그 승아인지 하는 여자애가 일부러 그 언니를 카페로 데려와서 그 남자랑 대화하게 하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오빠한테 보여주면서 선전선동을 한 거죠. '이 여자는 어장녀다' 라고."


난 잠시 머리가 띵해졌다.

그럼 사장누나의 말이 맞았다는 건가?
승아가 자길 속여서 카페로 데려갔다는?


"..그럼, 승아가 대체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한 건데?"

"그건 모르죠? 일단 그 애가 오빠랑 그 언니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는 건 확실한데..걔 오빠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그건 확실히 아니야."

"하긴요. 오빠 같은 사람을 좋아할 여자가 있을 리가..아야야!"


난 말없이 유리의 귀를 잡아당겼다.
이 년이...


"하 씨, 존나 아프네...어쨌든,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걔는 선전선동을 했고, 오빠는 거기에 완전히 걸려들어서 혼자 슬퍼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 언니한테 어장당한 게 아니라."

"...일단 알았어. 말해줘서 고맙다."

"뭘요."


날 향해 옅게 웃음지어 보이는 유리.

오늘, 상황이 너무 늦기 전에 이 녀석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가슴속으로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오는 당황감과 죄책감을 간직한 채, 유리와의 대화를 곱씹으며 난 집으로 돌아왔다.







* * *


그 일이 있고 난 후, 다음 날 아침.

카페에 출근한 나는 카페의 유리문 앞에서 계속 서성이고만 있었다.


"하..어떡하지 시발"


..사장누나한테 너무 미안해진다. 어제 그렇게 누나한테 윽박질러 놓고 나왔는데, 오늘 이 낮짝으로 누나를 마주볼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죄책감에 몇 분간 시달리던 나는 이내 조심스레 유리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띠링-'

"...."


카페 안으로 들어오자,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사장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주무..시는 건가?
난 조심스럽게 누나를 불러보았다.


"저기..누나..?"

"..어..?"


내 목소리에 이내 고개를 서서히 드는 사장누나.
침울해있던 표정이 날 보자 금새 살짝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차마 눈은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머뭇거리던 나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그..죄, 죄송해요..어제 제가 오해해서..그..아는 애가 그 카페에 있었는데..저한테 모든 상황을 설명해줘서..알게 됐어요..누나 말도 안 들어보고 어장녀라고 오해해서..진짜 죄송해요..한 번만..용서해주세요.."


최대한 진심을 담아, 그렇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부디..누나가 내 사과를 받아 주길 바라면서.


"..괜찮아. 오히려 내가 고마운걸."


내 말을 들으며 놀란 표정을 짓던 누나는, 이내 옅게 미소지어 보이더니 날 살며시 안았다.


"솔직히 무서웠어. 너가 어제 나랑 연락 다 끊고 바로 퇴사할 줄 알았거든. 근데 이렇게 오해 풀고 돌아와줘서..진짜 고마워."


차가운 목소리로 나에게 울분을 잔뜩 쏟아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누나는 너무나도 따뜻한 태도로 내 사과를 받아 주었다.



"화..안 내세요?"

"응? 내가 왜 너한테 화를 내."

"아니 그야..제가 잘못한 거잖아요..승아 말만 듣고..누나를 그런 사람으로..오해하고 화를 냈는데.."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어. 네 잘못 아니야. 승아 잘못이지. 안 그래?"

"그래도 제가..."

"쓰읍, 이제 그만. 더 이상 자책하지 마. 아까 말했듯이 이건 승아 잘못이고, 누난 너가 다시 돌아와준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니까. 알겠니?"


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토니, 야사시이 히토다나.


난 이런 누나한테 어제 나혼자 오해해서 그렇게 빽빽 소리나 쳐지르고..진짜 병신같은 새끼...흑흑...



그렇게, 우리 둘은 다시 서로의 관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었다.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는 도중 갈등을 빛기도 한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자칫하면 영영 관계가 끊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 갈등을 잘 해결한다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다.


나와 나연누나도 그랬다.

비록 잠시 간의 오해로 갈등이 있었지만, 그로 인해 나는 승아의 말과는 달리 누나가 어장녀 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둘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솔직히 갈등이라기보단 내가 일방적으로 지랄한 거긴 한데..어쨌든.

이 누나는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장누나가 가져다 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구마라떼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월요일의 나른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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