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사장과 Ntr-<60>

Lysozyme · 2022.09.27 22:56:27

[시리즈] 카페사장과 Ntr-[주희 루트]

"하아..."

내 앞 카페 테이블에 마주앉은 채 날 바라보며, 한숨만 내뱉는 승아.

난 마치 형장에 사슬로 끌려온 죄수처럼 고개만 푹 숙인 채, 말없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안."

"뭐가 미안한데요?"

"..그..주희누나 약속 미루고..사장님이랑 놀러간 거.."

주희누나와 나를 어떻게든 이어주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승아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사장누나와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긴 하지만,

최근 정작 내가 좋아하는 여자인 주희누나에게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 아조씨한테 뭐라하는 것도 지쳤어요. 똑같은 말 반복하고, 또 똑같은 말 반복하고, 아조씨는 알겠다고만 하면서 다음에 보면 또 그언니랑 노닥거리고 있고."

"....."

"아니 그 언니랑 좀 안 놀러다니면 뭐 뒤지기라도 해요? 주희언니랑만 놀아라.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거냐고요."

"미..미안.."

"그 미안하다는 말도 벌써 수백번은 넘게 쳐들어서 이젠 지겨워요. 솔직히, 지금 아조씨한테 쌍욕 갈기고 싶은데 겨우겨우 참고있는거 알아요? 아냐구요!"

"....."

할 말이 난 없어진 난 다시 고개를 숙였다.

흙흙..도우카...콘나 오레노 코토오 유루시테 쿠레요...

"..이건 화낸다기보단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아조씨, 혹시 사장언니 좋아하세요?"

"아, 아냐..! 그럴 리가...알잖아, 나 이미 주희누나 좋아하는 거..."

"그래요? 그럼 사장언니랑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어..심장이 뛰고.."

"심장이 뛰고?"

"좀 더 같이..있고 싶다..."

"이 씨발! 좋아하는 거 맞네!!"

승아는 그렇게 쌍욕을 내뱉더니, 이내 상당히 화난 표정으로 두 손을 뻗어 날 의자째로 밀었다.

어어? 승아야 밀지마라..!

'쿠당탕!'

"흐아악!"

곧이어 의자가 바닥으로 넘어졌고, 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옅은 비명을 질렀다.

"스, 승아야 잠시만! 아니! 얘기 좀 들어봐! 난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서 호감을.."

"그러니까 그 호감을 왜 가지냐구요! 저 걸레한테!"

"아니..걸레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한테 일단 잘해주니까.."

"네, 평생 그렇게 헤헤거리면서 사세요. 그 언니랑 야스하고 난뒤에 연락 차단당하고 알바 짤려도 먹버당했다고 징징거리면서 막 뭐라하지 마시구요. 아, 애초에 어장이니까 아조씨랑 야스도 안 해주겠네요."

승아는 여전히 카페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날 향해 그렇게 가시돋은 몇 마디를 내뱉더니, 이내 카페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승아가 저렇게 화난 모습은...처음 본다.

물론 나한테 짜증을 낸 적은 수없이 많지만, 저렇게 욕까지 한 적은 손에 꼽는데...

'좀 억울한데...'

방금 승아에게 말했듯 사장누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갖는 호감이었지 절대 이성적인 호감은 아니었다.

누나랑 같이 있으면 볼이 붉어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도, 모솔아다인 내가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자 공포증의 후유증일 뿐이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니, 그럴 것이다.

'띠링-'

"현수야..? 왜 그러고 있어?"

이내 카페로 돌아와서는,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을 건네는 주희누나.

"아, 아니에요..앉아있다가 잠시 넘어져서..."

"괜찮아? 안 다쳤어..?"

"네. 보다시피..멀쩡해요."

난 그렇게 말하며 엉덩이를 몇 번 탁탁 털고는 카페 바닥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이제 곧 점심시간인데..밥은 먹었어?"

"아니요..아직..요."

"괜찮으면 나랑 먹으러 갈래? 혼자서 먹기엔 좀 그러니까.."

"좋, 좋아요. 안 그래도 누나랑..같이 밥 먹자고 할려고 했거든요."

"진짜? 고맙네.."

내 말에 활짝 미소짓는 주희누나.

주희누나는 역시 이렇게 미소지을 때가 제일 예쁘단 말이지.

"어머..우리 현수, 지금 누나 놔두고 주희랑 바람피는 거야?"

그렇게 주희누나와 슬슬 함께 카페 문을 나가려던 그 때,

한 손에 커피잔을 들고 관계자실 문에 기댄 채, 날 향해 장난스럽게 미소짓고 있는 사장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관계자실에 있었는데, 어느새 일을 마치고 나온 모양이었다.

"..언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순식간에 표정을 확 일그러뜨리며 사장누나를 향해 그렇게 말하는 주희누나.

"주희야, 현수는 내 껀데..자꾸 그렇게 데려가면 언니 좀 곤란해."

"이 언니가 진짜...!"

"푸흡, 농담이야 농담. 뭘 그렇게 정색하니?"

농담이라며 웃어넘기는 사장누나와, 그런 사장누나를 노려보는 주희누나.

"편하게 갔다와. 내가 직원들끼리 밥먹는 것까지 참견할 의무는 없으니까."

"...."

계속해서 사장누나를 째려보던 주희누나는, 이내 내 손을 잡고 카페를 나왔다.

그렇게 나와 주희누나, 우리 둘은 오랜만에 카페를 나와 근처 분식집에서 단둘이서 점심식사를 했다.

주희누나와의 점심 데이트는 예상대로 즐거웠다.

오랜만에 주희누나와 단둘이서만 밥을 먹으니 조금 떨렸지만, 천성이 천사인 주희누나의 배려 덕에 난 무사히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예전만큼 막 설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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