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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52>앱에서 작성

Lysozy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9.17 23:46:06
조회 496 추천 19 댓글 9
														







"....."


침대이불 속에 박힌 채 어제 있었던 일을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이내 짜증이 확 올라왔다.


"아 씨, 짜증나 진짜!"


난 이렇게 중얼거리며 애꿎은 이불만 몇 번 걷어찼다.

가슴도 없는 그 보라머리 꼬맹이년에게 한 방 먹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자존심상하고 분했다.

솔직히 내가 다른 여자들보다 외모가 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일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에 차마 더 이상 허세를 부릴 수가 없었다.



"내가 매력이 없나..."


부시시한 머리로 일어난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거울 앞에 섰다.

이내 샤워를 한 후 평소처럼 출근할 때 입는 검정색 정장과 회색빛의 치마를 입고 다시 거울 앞에 서 보았다.

갈색빛의 길다란 생머리, 큰 키, 수박같은 두 개의 가슴과 내가 봐도 잘 빠진 S라인의 몸매.

솔직히 자만일지도 모르지만, 난 다른 여자들에 비해 외모나 몸매가 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수랑 꽤 친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수는 나와의 데이트나 소통에 소극적이었다.

나는 현수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은데, 현수는 그런 내 앞에 마치 커다란 벽을 세워놓고는 이 이상은 다가오지 말라고 말하는 듯 했다.


혹시 내가 현수보다 나이도 많고 키도 더 크니까, 날 부담스러워 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주희도 현수랑은 2살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나와 현수는 무려 5살 이상의 차이가 난다.

게다가 나란히 서면 내가 현수를 살짝 내려다볼 정도로, 난 확실히 여자치고는 키가 꽤 큰 편이었다.

어릴 때 우유를 자주 마신대다 잠깐 농구도 즐긴 적이 있기도 하고..부모님이 두 분 다 키가 크신 편이니, 그런 부모님의 피를 물려받은 나도 따라서 자연스레 키가 커진 듯 했다.


[아조씨가 언니 말엔 하나도 대꾸 안해주고 저랑만 대화하는 거 보셨죠? 평소에 아조씨 눈에 언니가 얼마나 여자로도 안 느껴졌으면 그랬겠어요?]


"....."


어제 승아가 내게 내뱉었던 말을 회상하며, 나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다시 생각에 잠겼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난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승아와 둘이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던 현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했다.

대체 무엇이 평소에 말도 없이 조용하던 현수를 그렇게나 흥분시켰던 걸까.

만약 내가 현수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에 대해 얘기한다면, 현수의 신나하던 표정을 내 앞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는 걸까.



'일단 좀 찾아봐야겠어.'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아직 부시시한 머리로 방 안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어제 현수가 승아와 함께 부르던 일본노래의 가사를 최대한 기억해낸 후, 그걸 인터넷에 그대로 검색했다.


"에어맨이 쓰러지지 않아? 별 특이한 노래가 다 있네...참"


난 한참을 구글링하여 검색해낸 끝에 현수가 부르던 일본노래의 제목을 알아냈다.

현수랑 같이 단둘이서 부를까 싶어서 가사를 외워보려 했지만, 내가 일본어를 몰라서 그런지
외국노래의 가사를 통째로 외우는 건 아무래도 상당히 힘들었다.


'그러고보니 애니 좋아한다고 했었지.'


난 언젠가 현수가 애니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내고는, 다시 노트북을 편 후
구글에 일본애니들을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다.

애니 사이트에 들어가자 최근에 방영중인 애니가 주르륵 떴다. 다양한 머리색을 한 여자 캐릭터들이 속옷만 입고 있는 썸네일들이 보였다.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란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현수는 평소에 이런 애니들을 즐겨보는 걸까?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볼 만한 애니 추천해주세요.]


애니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간 나는 이런 질문글을 올렸다.

솔직히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서브컬쳐 문화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현수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보쿠노피코]

[콥스파티]


꽤 활성화된 커뮤니티인지, 이내 주르륵 달리는 댓글들.

난 일단 제일 추천수가 많이 박혀있는 보쿠노피코라는 애니부터 보기로 했다.

친절하게도 누가 링크를 첨부해줘서, 그걸 타고 바로 1화부터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두 눈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X발....."


평소 거의 안 쓰던 쌍욕까지 내뱉을 정도로, 보쿠노피코란 애니는 충격적이었다.

그래..인터넷 익명커뮤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바란 내가 잘못이지.
난 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누나?]

[응. 혹시 바빠?]

[네? 아, 아뇨..바쁘진 않은데. 왜요?]

[괜찮으면 혹시 볼만한 애니 추천 좀 해줄래?]

[보쿠노피코요.]

[...진짜 뒤질래?]

[헉..어떻게 아세요?]

[방금 커뮤니티 들어가봤는데 너같은 애들이 한트럭이더라. 누나는 진지하게 묻는 건데 너 자꾸 그렇게 장난칠래?]

[죄, 죄송해요..음, 일단 제 추천으로는 입문작으론
클라나드나 아노하나 같은 게 좋을 것..같아요. 둘 다 치유물이거든요. 인터넷 검색해보시면 정보가 나올 거에요.]


난 그렇게 몇분여간 현수와 통화를 주고받았다.

현수가 추천해준 애니들을 찾아봤지만, 일본 특유의 애니 엔터테인먼트는 나하고는 맞지 않는 듯 했다.


"..이대로 있을 순 없어."


하지만 그렇게 포기하고 물러날 내가 아니었다.
현수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선, 애니가 아니더라도
다른 무언가를 파야만 했다.







'띠링-'

"아, 안녕하세요.."

"어서 와~"


오늘도 쭈뼛거리며 카페로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현수.

현수는 항상 앉는 구석진 테이블에 앉았고, 난 그런 현수의 옆에 다가가 그의 양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현수, 최근에 바쁘거나 그러진 않지?"

"네, 네? 아..운동을 다니고 있긴 한데 뭐 그렇게 바쁜 건 아니..에요. 근데 갑자기 왜요..?"

"요즘 누나가 일때문에 일본 회사와도 접촉할 일이 생겨서, 이참에 일어를 좀 공부해볼까 하거든. 그래서 현수 너가 나한테 좀 가르쳐주지 않을래?"

"저, 저 일본어 잘 못하는데요..일알못이에요"

"거짓말. 카페에서 너 일본어로 막 뭐라뭐라 혼잣말하는거 다 봤는데?"

"그, 그걸 언제 들었어요..!"

"푸흡..그때 좀 귀여웠는데. 아무도 없는 줄 알았지?"


현수는


"음..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너는 나한테 일어를 가르쳐주고, 난 너한테 영어..는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아..제가 영어는 별로 안 좋아해서요..죄송해요."

"괜찮아. 그럼 영어 대신 독어는 어때? 혹시 그것도 좀 별로야?"

"도, 독어요? 누나..독일에도 있었어요?"

"응. 유학은 영국에서 했긴 한데, 일 때문에 독일에도 자주 갔었어. 이래뵈도 누나 C1 자격증까지 있으니까 무시하지 않는 게 좋아?"


난 옅게 웃으며 현수 앞에서 내 자랑을 좀 했다.
내 곁에서 머뭇거리던 현수는 이내 입을 열었다.


"저..아는 독일노래 하나 있..는데.."

"진짜? 뭔데?"

"호르스트 베셀의 노래요.."

"처음 듣는데..잠깐만."


난 휴대폰을 꺼내어 현수가 말한 노래를 유튜브에 찾아보았다.


"...어..너 이런 거 좋아하니?"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현수.


"..특이한 애네. 어쨌든 그럼 이걸로 약속한거야? 누나랑 알콩달콩 1:1 과외. 너한테도 나쁜 건 아니지?"

"네..좋아요."

"그래그래, 착하지 우리 현수."


난 웃으며 현수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었다.


"근데 누나..뭐가 생각나지 않아요?"

"응? 뭐?"

"독일이랑 일본..이거 완전..음, 아니에요."

"...."


난 이내 현수가 말한 드립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튼...특이한 애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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