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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5>앱에서 작성

Lysozy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6.22 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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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카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승아와 주희누나가 먼저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주희누나. 승아야 안녕."

"응, 어서 와."

"아니, 왜 이렇게 늦게 와요 아조씨!"


누나는 한시간씩이나 늦게 도착한 날 웃으면서 반겨주었고, 승아는 예상대로 짜증을 냈다.
뭐..애초에 늦게 온 내가 잘못이니 승아를 탓할 생각은 없다.


"아 현수야, 왔어?"

"네, 네...늦, 늦어서 죄..송해요."

"괜찮아 괜찮아. 어제 늦게 잤어?"

"아..네. 새벽 4시인가? 그때쯤..잤어요. 애니..아니 공부한다고."


사실 어제 늦게까지 밀린 이번 분기 신작애니를 보다 잠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려다가, 왠지 혼날 것 같아서 그냥 공부했다고 사장누나한테 거짓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 일본어 공부요."

"일본어? 어느 정도로 해?"

"아...음, 일단 청해는 간단한 일상회화는 거의 다 들려요. 쓰고 읽는 건 아직...좀 많이 힘들지만.."

"진짜? 나도 사실 외국어 배우는 거 좋아하거든. 일본어도 한번 배워보고 싶었는데, 다음에 시간 나면 누나한테 좀 가르쳐 줄래?"

"네? 아, 네, 네.."


얼떨결에 사장누나랑 일본어 과외(?)약속을 잡아버리고 말았다. 아, 거짓말치지 말걸...


"사장 언니, 되게 달라지신 것 같네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주희누나가 웃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응? 달라졌다니, 뭐가?"

"원래 남자들한테 엄청 차갑게 대하셨잖아요."

"너도 참, 그 남자들이랑 얘랑 같아?"

"아..네, 현수가 착하긴 해요. 순수하고.."

"응응, 보면 볼수록 귀여워 애가."


사장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나저나..차가운 말투로 대하는 사장누나의 모습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항상 밝고 장난 잘 치는 타입인 것 같은데...

근데 나도 엄연히 남자인데, 왜 나한테는 잘 대해주는 걸까? 일단 저 말대로 내가 귀여워서 그렇거나 한 건 절대 아닐 것이다.


[애초에 남자라는 종족 범위에 없었던 거 아닐까? 절~대 남자로는 안 보였던 거지. 남녀 사이에도 그렇다잖아.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모자라면 평생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다잖아.]


그 때, 쪽지사건 이후에 했던 라떼의 명언이 머리를 스쳐갔다.
역시...이 누나는 날 인간 이하의 오크새끼로 보고 있었던 거구나. 시발...어서 승아 말대로 빨리 연을 끊던가 해야지. 


그러던 중, 승아가 잠시 날 찌릿 하고 쏘아보며 눈치를 주었다. 적당히 빠져나오라는 신호였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승아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아조씨, 어제 약속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금새 사장언니 품에서 헬렐레하죠."

"미, 미안.."

"주희언니 표정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언니한테 미안하지도 않냐구요."

"미, 미안하지. 당연히..나도 노력하고 있어."

"노력이요? 제가 볼 때는 아조씨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이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아, 아니야...! 믿어줘..."

"하아..알았어요. 제 말 잘 들으세요. 일단 너무 대놓고 사장언니한테 싫어하는 티를 내거나 선을 긋는 건 좋지 않아요. 주희언니한테도 안 좋은 인식을 남길 수 있고, 무엇보다 사장언니는 여기 건물주잖아요. 잘못 행동했다간 아조씨도 피해를 볼 수 있어요. 저쪽이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우린 을이고 저쪽이 갑일 수밖에 없어요."

"그,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하면..돼?"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하는 게 중요해요. 일단 아조씨가 그동안 내팽겨쳤던 주희언니부터 만나세요. 만나서,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쌓아요. 저쪽에서 파고들 틈이 없도록 해야죠."

"알..았어. 아, 안 그래도 주희누나랑 만날려 했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승아랑 대화를 마치고 주희누나가 있는 카운터로 돌아와 누나가 하는 이런저런 잡일을 도왔다. 그동안 약간 침울한 표정을 하던 주희누나는 내가 돌아오자 금새 환하게 웃으며 날 반겨주었다.


"근데 현수야, 이 상자들은 다 뭐야?"

"네? 무슨 상자..아."


주희누나는 미리 카페 내부로 옮겨 놓은 박스들을 가리키며 나에게 물었다.

아아..이것 말인가. 너희들은 모르겠지.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이유...
일반인이라면 쉽게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여태껏 모든 애니 신작과 미연시를 섭렵하고 틈틈이 커뮤니티 네임드로 활동하는 <오레> 라면 다르다.

바로 최근 인방에서 핫한 국산 미연시,

<구제불능 쓰레기도 마음 먹으면 달라진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일단은 일상개선부터~>

이름하여 그 유명한, <구쓰마먹>과의 콜라보!

뭐 제목이 좀 많이 길긴 하지만..상관쓰지 말자. 어찌됐건 여캐만 꼴리면 그만인 거잖아? 미연시인데.


"저번에 제가 말했던 콜라보카페 있죠? 그거 관련 굿즈들이에요."

"정말? 와아..실제로 보니까...저, 정말 추진력이 대단한 것 같아.


주희누나는 감탄하며 박스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근데..이렇게 많아도 괜찮은 걸까...?"

"언니, 이게 요즘 씹덕들 사이에서 엄청 핫해요. 아조씨...도 당연히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아아, 모치론.
당연히 나도 <구쓰마먹>을 플레이했고...여운이 남아 커뮤니티 활동까지 하고 있었는데. 작은 개발사에서 나온 겜이라 그런지 제작자가 종종 커뮤에 등판해 글을 쓰기도 했었지.
근데 왜 요즘은 등판 안하는 건지 모르겠네.

어쨌든 그 때도 제작자가 등판했고, 나는 그 타이밍에 맞춰 콜라보 카페를 제안했던 것이다.
이미 퍼즐은 모두 맞춰졌다. 이제, 콜라보날을 기다려야지.


* * *



"생각보다 꽤 그럴싸한걸?"


그렇게 콜라보 카페 첫번째 날.
주희누나는 어느새 캐릭터 모양 마카롱을 완성해 놓았다.

그 미연시 게임에 나오는 여자 캐릭터들의 얼굴을 본떠 소소하게 만들어본 디저트인데, 완성되니 꽤 귀엽게 나왔다.


"우와, 이게 다 뭐야?"


방금 막 카페에 출근한 사장누나도 캐릭터 마카롱들을 보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뜬 채 살펴보았다.


"아, 저번에 말했던 그 미연시게임...캐릭터들 있잖아요. 걔네들 얼굴 본따서 만든 마카롱이에요."

"진짜? 귀엽다. 하나만 먹어봐도 돼?"

"네, 네? 손님들한테 줄 건데 먹으면 안 되죠.."

"딱 하나만, 응?"

"아, 안 그래도 지금 이거 그..물량도 부족하잖아요. 손님들 많이 올 텐데..."

"칫, 알았어."


내 완강한 태도에 사장누나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이..꽤 귀여웠다.

..아니, 뭐라는 거야 지금. 이 여우한테 홀려서는 안 된다. 정신 차리자 정신!


"올~씹덕. 너 그래도 생각보단 쓸모있는 씹덕이었네?"


..그럼 원래는 쓸모없는 새끼였다는 건가?
난 라떼의 말을 그냥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참, 그리고 이거."


나는 개인 사비로 구입한 폴라로이드를 라떼한테 건네주었다.


"이게 뭔데?"

"아아...<비장의 카드>랄까?"

"..아 이 씹덕새끼 하여튼 말투 진짜...뒤질래?"


라떼의 말에 난 쫄아서 바로 입을 다물었다. 모르고 전주인님 앞에서 실수를 했군..
순간 중학교 시절의 ptsd가 떠올랐다.


"이거 폴라로이드네?"


그러던 중 주희누나가 폴라로이드를 알아보고는 말을 꺼내었다.


"네. 가끔씩 유명 스트리머들 찾아오면 기념사진도 찍고 그러잖아요. 그럴려고 하나 사놨죠."

"이거 너무 비싸지 않아?"

"제가 아무리 흙수저지만 이 정도 능력은 되요. 하하.."

"테스트로 사진 찍어줄까? 같이 찍어보자. 옆에 와 봐."


내 옆으로 바짝 붙는 주희누나.
난 쿵쾅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는, 주희누나 옆에 어색하게 섰다.


"음..근데 이거 셀카로 찍으려니까 좀 불편하네. 라떼야. 이거 좀 도와줄래?"

"알았어 언니~하나. 둘..'

'찰칵'


폴라로이드에서 나오는 인화 용지 한 장.
이대로 몇 분 놔두면 금방 사진처럼 될 것이다.


"나도 한 장 찍어봐도 돼?"

"네? 아, 네, 네.."

"이리 와."


사장누나는 내 팔을 잡고는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는,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며 자세를 잡았다.


'찰칵'



그렇게 난 사장누나랑도 사진을 한 장 찍게 되었다.
테이블에 놓인 폴라로이드 사진들은 점점 그 색을 띄기 시작했다.


"와, 근데 씹덕 너...여드름은 사진으로도 안 가려지는구나?"


내 사진들을 본 라떼가 살짝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 그래도..요즘엔 피부에 좋다는 로션도 쓰고..있는데.."

"야, 쓰면 뭐하냐? 니 얼굴은 이미 데비존스마냥 저주받은 얼굴이잖아. 뭐 예전보단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봐봐, 피부 울퉁불퉁한 게 꼭 어디 먹다 남긴 소보로빵..."

"라떼야."


순간, 사장누나의 말과 함께 급속도로 무거워지는 분위기.
잠시 당황해하던 라떼는 이내 사장누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네? 왜요?"

"방금 한 말, 사과해. 현수한테."


평소와는 다른 사장누나의 표정과 말투.


"아 신경쓰지 마요. 이거 그냥 애정표현이에요 애정표현."

"현수가 불편해하잖아. 넌 애정표현을 그렇게 하니?"


주변 눈치를 보던 라떼는 이내 날 보며 하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하..알았어요. 야, 미안해. 됐지?"


라떼의 사과에 사장누나는 어이없다는 듯 잠시 라떼를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지금 제대로 된 사과야? 다시 해."

"네? 아니, 이쯤 하면 됐지 뭘 또 사과해요? 이거 웃긴 언니네 진짜. 언니가 뭐 씹덕 여친이라도 돼요?"

"꼭 여자친구여야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빨리 제대로 사과해. 내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저..전 괜찮은데.."

"현수 넌 가만히 있어."


사장누나의 말에 난 쫄아서 아가리를 봉인했다.


"아 씨발 진짜 짜증나게..."

"씨발? 말 다 했어 지금?"

"그래, 다 했다. 어쩔 건데? 뭐 때리기라도 하게?"


둘은 금방이라도 머리채를 잡고 싸울 듯 서로를 노려보았다. 난 쫄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해하고만 있었다. 방금 카페로 들어온 승아도 이 상황이 무서운지 몸을 떨고 있었다.


"그만, 이제 그만 해요! 라떼 너도!"


보다 못한 주희누나가 일어서서 둘을 말렸다. 안절부절해하던 승아도 달려와 합세해서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만약 주희누나가 5초라도 더 늦게 말렸더라면 진짜 아침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 펼쳐졌을 것이다.
후..십년감수했네. 주희누나 고마워요.


"아니, 저 씨발년이..."


라떼는 사장누나를 노려보며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카페 문을 거칠게 열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주희누나와 승아는 라떼를 설득하러 같이 밖으로 따라 나갔다.


"괜찮아?"


사장누나는 날 살피며 물었다. 나야 당연히 괜찮다. 어차피 저 정도 말은 늘상 듣는 말이고..이젠 익숙해진 지경이다. 짜증이야 좀 나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 그렇다고 내가 화낼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저, 전 괜찮아요. 어차피 저 정도는 욕도 아닌데요 뭐. 라, 라떼도 장난으로 말한 거지, 나쁜 마음을 먹고 한 것..도 아닐 거고요."

"저 애가 나쁜 마음으로 했든 아니든, 현수 네가 기분 나빴잖아. 아니야? 저런 선을 넘는 행동은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하는 거야."


난 고개를 끄덕이며 사장누나의 말을 경청했다.
난 진짜 괜찮은데...


'띠링-'

"자, 그럼 다시 일해볼까요?"


어느새 주희누나랑 승아가 카페로 돌아왔다. 라떼는 들어오진 않고 계속 유리문 앞에서 이곳을 흘겨보며 서성거리고만 있었다.


"저..."


난 조심스레 카페문을 열고 라떼에게 다가가 보았다.


"야 씹덕, 너 좋겠다? 이제 저렇게 쉴드쳐주는 언니도 있고."

"어? 아, 아니..그것보다 너 안..들어와?"

"그냥 더워서 잠깐 바람 쐬는 거거든? 신경 끄고 들어가서 니 일이나 해."


라떼는 아직도 기분이 안 풀렸는지, 날 째려보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난 어쩔 수 없이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잠깐 여기 볼래?"


다시 내 옆에 바짝 붙어 폴라로이드를 다시 높이 드는 주희누나.


"고개 살짝 돌리구.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잘 나올 거야."

'찰칵'


내가 아까 라떼한테 극딜당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주희누나는 다시 사진을 한 장 찍어주었다.
천사같은 주희누나의 배려에..눈물이 났다.
흑흑, 역시 주희누나밖에 없어.


"잘 나왔을 거야 이정도면. 이제 곧 바빠질 거니까 준비 시작할까?"

"네 누나."


날 감싸주는 사장누나의 행동에 하마터면 또 흔들릴 뻔했다. 이제 다시는 저 구미호에게 현혹되지 말아야지.
난 그렇게 다짐하며 주희누나 옆에서 누나를 열심히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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