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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16>앱에서 작성

Lysozy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04 23:31:09
조회 1154 추천 22 댓글 28
														








'혼또니 다이죠부나노카요 코레...'


난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희누나를 따라 카페 뒤편으로 나왔다.


"그..주희누나.."

"응, 왜?"


내 말에 어느새 표정을 환하게 풀고는 날 바라보는 주희누나.
아레? 난다. 아까까지만 해도 주희누나 표정이 석상마냥 존나게 딱딱하게 굳어있었던데...뭐지?

마치 관측되기 전 이중슬릿을 통과하는 전자의 이중성과도 같은 주희누나의 그 모습에, 난 살짝 소름이 돋았다.
나 진짜 이 누나랑 친해져도 되는 거 맞..지?


"그..어제 진짜 아무 일 없었던 거 맞죠? 사장님이랑.."

"..응, 괜찮아. 아무 일도 없었어."


"나니모 나캇타"
음..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건가..

그럼 주희누나는 왜 아까 사장누나한테 대뜸 마시던 물을 뿌린 거지? 물론 주희누나 말대론 실수라지만, 누가 봐도 실수가 아닌 고의로 보였다.


'혹시 그냥 잠시 서로 장난친 건가?'


주희누나랑 사장누나랑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고, 그래서 서로 꽤 친하다고 하니까...그냥 여자들끼리의 짖궂은 장난이었던 건가?

뭐 하긴..남자들끼리도 저렇게 장난 많이 치니까.
물론 내가 여자들끼리 장난치는 건 거의 못 봤지만, 아마
비슷할 것이다.


"그럼 일단 이것부터 옮길게요."

"응, 조심하구."

"당연하죠. 읏차..."


난 카페 뒤편에 수두룩하게 쌓여있는 박스들 중 하나를 두 손으로 들었다.

카페 뒤편에 와서 보니 우리가 없는 사이에 사장누나가 미리 다 해 놨는지, 잡다한 물건들의 설치는 이미 완료된 상태였다. 우리는 이제 여기에 쌓여있는 이 박스들을 하나씩 카페 안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거..무겁지 않아?"


땀을 흘린 채 낑낑거리며 박스를 들고 가는 내 모습을 봤는지, 주희누나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나에게 물었다.


"윽...네? 아뇨, 이, 이 정도는 들 수 있어요. 하하.."


그래. 주희누나 앞에서 이 정도의 짐도 못 드는 나약한
남자로 보여서는 안 되지.
미세테아게루제...오레와...요와이 오토코쟈 나이!

확실히 생각보다는 좀 많이 무겁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야...흔히 말하는 해1병정신으로 악으로 깡으로 버텨낼 수 있다.
물론 난 아직 해1병대는 물론 공익근무도 안 간 미필이지만.

아, 물론 해1병대는 가라고 해도 갈 마음 없다. 난 그쪽 성향이 아니라서 팔각모 쓴 우락부락한 조교들에게 전우애 당하는 건 싫으니까.


'퍽!'

"크악!"


결국 난 옮기고 있던 상자를 떨어뜨리고 말았고, 그 상자는 그대로 내 발에 직격했다. 순간 밀려오는 엄청난 고통에 난 비명을 내질렀다.
아 X발! 존나 아프네 진짜!


"현수야! 괜찮아?"

"아으...괘, 괜찮아요 이정도는.."

"같이 들고 가자."

"네, 넵.."


결국 우리는 상자를 같이 들고 가게 되었다.

...부끄럽다. 이것 하나 제대로 못 들어서 이렇게 주희누나에게 도움을 받는 신세라니, 요즘 주희누나를 생각하며 헬스를 다니면서 열심히 운동했던 게 전혀 쓸모가 없었던 건가?

아아...하즈카시이...
난 남자로서 실격이야...


"발은..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지, 진짜 괜찮아요.."


...사실은 전혀 안 괜찮지만 말이다.
한 발짝 한 발짝 디딜 때마다 두 발이 상당히 아파온다...


"봐봐, 둘이서 들어도 이렇게 무겁잖아..대체 왜 이걸 굳이 혼자서 들려 한 거야."

"그..누나한테 약한 모습 보이기..싫었어요."

"응..?"

"이거 하나도 못 드는..약골로 보이기 싫어서요."


난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알량한 자존심을 집어던지고는, 주희누나에게 내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주희누나는 그런 내 모습이 귀여웠는지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참~괜찮아. 이거 하나 못 든다고 아무도 뭐라하는 사람 없어."


뭐라하는 사람..있긴 있었는데. 중학교 때..


"그..중학교 때.."

"..응?"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어두워진 내 표정을 살피던 주희누나는 잠시 침묵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중학교 때...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주희누나의 물음에, 난 무응답으로 일관하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려 했는데..그 때의 강렬했던 기억 때문일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에 시간 되면..말해줘."

"..네, 뭐..별 건 아니에요. 그렇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난 그렇게 어두운 과거사의 대화를 끝마치고는, 주희누나와 함께 카페 뒤편에 쌓여있는 상자를 마저 옮겼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주희누나가 도와주니, 더욱 수월하게 느껴졌다.


"그만하면 됐어. 나머지는 내가 나중에 옮길 테니까 둘다 이제 슬슬 카페로 들어와."


그렇게 열심히 옮기던 중, 어느새 사장누나가 카페 뒤편으로 나와 있었다.
주희누나는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사장누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에요, 언니. 더 할 수 있어요. 먼저 들어가 계세요.'

"어머, 그래?"


사장누나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주희누나를 잠시 동안 바라보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현수야, 그럼 우린 먼저 들어갈래? 주희는 아직 더 할 수 있다니까."

"네? 아..네.."


사장누나의 말에 주희누나는 순간 당황한 듯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네? 사, 사장 언니! 잠깐.."

"응? 아직 더 할 수 있다며? 난 현수랑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마저 하고 와. 알았지?"

"그게..."


주희누나는 우물쭈물하며 더 이상 뭐라고 말을 잇질 못했다. 사장누나는 그런 주희누나를 보고 웃음기 섞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야, 혹시 주희 너..상자 옮기는 거 핑계로 현수랑 둘이서 노닥거릴려고 한 거니?"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전 그게 아니라.."


주희누나는 볼을 붉히며, 화난 표정으로 항변했다.
근데 왜 볼을 저렇게 붉히는 거지..?

설마 주희누나도 날...?
..아니, 아니다. 더 이상 김칫국은 마시지 말자. 나만 추해지니까.


"응? 그게 아니면 뭔데? 말해봐."

"....."


그 물음에, 주희누나는 사장누나를 노려보며 아무런 말 없이 몸을 부들거리기만 했다.


"그럼 수고해~"


사장누나는 그런 주희누나를 향해 웃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내 손을 잡고 카페로 이끌었다.
난 얼떨결에 누나의 그 부드러운 손길에 이끌려 카페로 들어오고 말았다.

주희누나랑 상자를 옮기면서 꽤 시간이 흘렀던 것 같은데, 카페 안에는 나와 사장누나 외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난 오늘도 변함없이 내가 항상 앉는 구석진 테이블에 앉았다.


"이거 좋아하지? 먹어."


그런 나에게 다가와 초코칩프라페 하나를 건네는 사장누나.


"헉..가, 감사합니다."


난 사장누나에게 감사인사를 한 후 그걸 받아들어 한 숟갈 떠먹고는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초코칩프라페..주변 카페에 들르면 항상 시켜서 먹던 메뉴다.

내가 이거 좋아하는 거..어떻게 알고...


"네. 이거..진짜 좋아하는 건데.."

"응, 저번에 맛있게 먹길래. 어때, 나 기억력 좋지?"

"네, 네..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뭘~편하게 앉아서 먹어."


난 그렇게 테이블에 앉아 조심스럽게 초코칩프라페를 몇 숟갈 더 퍼먹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요즘 둘이서 얘기 거의 못했지?"


사장누나는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더니, 이렇게 말하며 날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부담스러워서 난 시선을 피했다.


"그..랬죠?"

"그럼 오랜만에..누나랑 대화 좀 해볼까?"


여전히 내 두 눈을 지긋이 바라본 채, 사장누나는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해왔다.
무슨 대화를 하겠다는 건지..모르겠지만.

난 일단 고개를 끄덕였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사장누나가 준 카페라떼를 한 잔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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