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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72>앱에서 작성

Lysozy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18 01:14:09
조회 399 추천 20 댓글 16
														







"나연씨는 취미가 뭐에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있어봤자 외국어공부 정도요."


눈앞의 김민준이라는 남자는 친절해 보이지만 음흉해 보이는 하이에나같은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이것저것을 질문해 오기 시작했다.

불편하다. 오늘 처음 만난 주제에 날 내려다보는 듯한 저 두 눈빛.

자신의 반반한 외모만 믿고 마치 금방이라도 날 꼬실 수 있다고 자신하는 듯한 저 거만한 말투와 태도.


내가 제일 혐오하는 타입의 남자가, 바로 내 눈 앞에 있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쁘시네요. 승아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

"들어보니까 저보다 3살 더 많으신거 같던데.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아뇨, 방금 만난 사이인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네요."

"네? 아, 네. 죄송해요 나연씨. 잠시 제가 급발진을 했나 보네요."


내 차가운 반응에 잠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웃어보이며 사과를 건네는 남자.


겉으로만 친절해 보이는 가식적인 웃음과 태도.

남녀관계를 마치 물로 보는 듯한 저 눈빛.


이미 살면서 소위 '인싸', '알파메일' 남자들한테 백 번은 족히 넘게 겪어본 대쉬였다.
한국에서, 해외에서. 이제 남자라면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눈 앞의 이 남자랑 더 이상 같이 있기조차 싫었다.
썩어 일그러지려하는 얼굴근육을 겨우 제어해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난 숄더백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아 때문에 당황스러워 기분이 안 좋기도 했고, 어차피 눈앞의 이 남자랑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시간이 늦었네요. 이만 가볼게요."

"네? 아니 나연씨 벌써 가세요?"

"네. 계산은 제가 할 테니까 앉아 계세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렇게 말한 난 의자를 집어넣은 후 카페의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또각또각거리는 내 구두소리만이 잠시 동안 정적이 되어버린 자그만한 카페 안을 울렸다.


"잠시만요! 번호라도 좀.."

"아니요. 거절할게요."


난 일부러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남자를 향해 말했다.

이렇게 딱 잘라 거절하지 않으면 분명 몇 번이고 나에게 찝적댈 게 분명했다. 내 경험상 그랬으니까.


"네? 아니..하 씨, 아직 얘기도 얼마 못했는데..."


아쉬움과 당황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말투로 뭐라 중얼거리는 남자를 뒤로한 채, 나는 카페를 나왔다.

주차되어 있던 스포츠카의 시동을 걸고, 페달을 밟았다.

오늘 처음 만난 주제에 여전히 나한테 미련이 남은 듯, 카페 문 앞에서 멀어져가는 날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뭘 쳐다보고 있니 등신아. 나 너 안 만날 거야.



"아니 승아 얘는 진짜..꼭 싫다는데도 끝까지 이러네."


운전대를 잡은 채 페달을 밟으며, 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 애, 내가 이미 현수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오늘 이렇게 날 속이면서까지 저 남자랑 만나게 했지.

지금 나와 적대하고 있는 주희라면 몰라도, 저 절벽 꼬마애는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저번부터 나 몰래 현수에게 내 흉을 볼 때부터 맘에 들지 않았었지만, 별 신경쓰지 않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상당히 내 신경을 긁어오고 있었다.






* * *


솔직히, 어느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저런 누나가 남자라고는 나만 친하게 알고 지낸다는 사실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억지같았고, 또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정확히는 어느 정도 예상하기보다는, 일말의 의심을 품고 있었다.
사장누나랑 같이 어울리면서도, 마음 한켠에선 여전히 그 의심이 방울뱀처럼 똬리를 뜬 채 계속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확신으로 변해, 배신감에 신음하던 내 마음을 집어삼켜 버렸다.
결국 내가 여태껏 반신반의하며 들어오던 승아의 말이 전부 맞았던 것이다.


나는 어장 속에 단단히 갇힌 채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 몸부림치는 순진한 물고기라고.

이 어장 너머에는 나보다 뛰어난,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바글거리고 있다고.

내가 아무리 이 좁은 어장에서 발버둥쳐봤자 흔해빠진 베타메일일 뿐이며, 저 누나가 실제로 자기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알파메일이라고.

주갤의 설거지론과 융합되어 점차 아다리를 맞춰가던 승아의 날카로운 말이 다시금, 이미 걸레짝이 되어버린 내 마음을 헤집어놓기 시작했다.



"....씨발."


짧은 탄식과 함께 나도 모르게 욕설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카페 안이었지만 꽤 구석이었기에 내 말을 들은 사람은 다행히 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어쩌면 이게 당연한 거겠지. 현실은 소설이나 애니가 아니니까.

사실 저 누나랑 나랑 서로 사귀는 관계도 아닌데, 저 누나가 남자 좀 만났다고 해서 남친도 뭣도 아닌 내가 거기에 대고 분노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근데..왜 이렇게 배신감이 드는 거지?
마치 뒷통수를 방망이로 세게 후려맞은 듯한 기분이다.


[그럼..저번에 과외할 때 사장누나가 갑자기 나간 이유도..]

[뻔해요. 그 때도 저 남자 보러 간 거겠죠.]


어제 나누었던 승아와의 대화 중 일부분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잠시 아버지가 오셔서 급히 나간 것이라던 사장누나의 말.

이야, 그럼 저 얼굴로 나한테 당당하게 구라를 치고 다녔다는 거네?
그냥 차라리 '나 이제 너같은 존못새끼 말고 알파메일 썸남 만나러 갈거니까 잘 있어' 라고 대놓고 얘기하고 가지. 뭐 겁나나 내가?

이쯤 되니 실망감을 넘어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어장관리라는 걸 실제로 당해 보니, 생각보다 더 기분이 나빴다.
차라리 고백하다 차인 게 덜 억울할 지경이다.


"어때요 아조씨. 이제 좀 정신이 들어요?"

"....."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거는 승아.

그래. 네 말이 맞았네.
뭣도 모르고 어장에 걸려든 내가 병신새끼지. 누굴 탓하겠어.


"저한테 진짜 고마워하셔야해요 아조씨. 저 없었으면 저 걸레언니한테 개같이 갖고 놀아지다가 비참하게 버림당했을 거라구요."

"...응, 진짜..고마워."


진작 승아의 말을 귀담아 들었어야 했는데.
저 누나한테 허비한 시간들을, 주희누나한테 쏟았어야 했었는데.

사장누나의 외모와 여우짓에 넘어가버려서 주희누나와의 관계도 전진시키지 못한 채, 무려 반년 동안을 헬렐레거리던 내가 증오스럽게만 느껴졌다.


"이래서 이성을 되도록 많이 만나 보고 연애도 많이 해 보라는 거에요. 이성을 많이 만나 봐야 자연스럽게 저런 사람들을 거를 수 있거든요."

"...너 씨발 내가 연애 안하고 싶어서 안하냐?"

"..아, 죄송해요.."


기분이 안 좋으니 평소보다 말이 좀 거칠게 나와버렸다. 하지만 딱히 상관쓰지는 않았다. 지금의 나는 이런 사소한 걸 신경쓸 정도로 제정신인 상태가 아니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고, 카페에는 손님 몇 명과 나랑 사장누나만 남게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와서 웃는 얼굴로 나에게 묻는 사장누나.


"누나가 맛있는 데 하나 알아놨어. 같이 가자?"

"...."


누나의 부드러운 두 손길이 내 손등을 감싸왔다. 예전 같았으면 볼이 붉어진 채 심장이 뛰었겠지만, 더 이상은 아니었다.

사장누나를 향한 배덕감을 동반한 설렘은 실망으로, 그리고 그 실망은 어느새 분노로 바뀌어 버린 지 오래였다.


"..아니요. 죄송하지만..오늘은 그냥 혼자 먹을게요."


내 딴에는 최대한 좋게 말한 거였다. 솔직히 '배고프면 그 남자랑 같이 먹으러 가지 왜 저랑 쳐먹어요?' 라고 말하려던 걸, 최대한 필터를 거치고 거쳐서 입밖으로 내놓은 것이었다.

난 사장누나의 두 손을 다소 거칠게 뿌리치고는 테이블에서 휴대폰을 챙겨 일어났다.


"어? 아..응. 알았어. 대신 그럼 다음에는 꼭 같이 먹자. 알았지?"


내 행동에 약간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사장누나.

'다음에는 꼭 같이 먹자' 라는 사장누나의 말에,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카페를 나와 버렸다.


아마도, 이제 저 누나랑 같이 밥먹을 일은 없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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