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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62>앱에서 작성

Lysozy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9.29 22:56:41
조회 397 추천 18 댓글 7
														









"하아~야, 그래도 너 덕분에 오늘 잘 먹었다."


오늘 분식집에서 했던 저녁식사가 만족스러운 듯, 자신의 배를 만지더니 웃으며 그렇게 말을 꺼내는 라떼언니.


"네. 이번에 새로 생긴 분식집이라 해서..언니랑 꼭 같이 와보고 싶었거든요."

"가끔씩 분식집 와서 먹는 것도 나쁘진 않긴 하지."

"맞아요. 언니랑 먹으니까..더 맛있는 거 같아요.

"참, 야~무슨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하냐?"


장난기섞인 톤으로 웃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치는 라떼언니.

라떼언니는 내 말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하지만, 나는 꽤 진지하게 꺼낸 말이었다.


"언니. 이제 밥도 먹었는데, 언니는 이제부터 뭐 하실 거에요?"

"이제 밤인데 뭐 할 게 있겠냐? 집 가서 쉬어야지."

"혹시 2차 가실 생각은 없어요?"

"됐어, 뭔 2차야. 오늘은 피곤하니까 일찍 가서 잘래."

"아...네."


아쉬움에 나는 아까보다 낮아진 목소리톤으로 입을 열었다.


"하암..잠온다. 너도 이제 들어가서 자 봐. 밤늦게 술 퍼마시지 말고."

"네..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라떼언니."

"걱정은 무슨~당연한 거지. 친구사이인데!"


'친구....'

그렇다. 비록 2살이라는 나이차가 있지만, 라떼언니랑 나는 둘도 없는 사실상 친구사이였다.


내가 카페B에 카페알바생으로서 처음 왔을 때, 대인기피증이 있던 나에게 다가와주고 말을 걸어준
라떼언니.

사교적으로 나에게 다가와 준 라떼언니 덕분에, 나는 중증 정도의 대인기피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그 질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이 치료되어 이제는 남들과도 정상적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점장이었던 주희언니도 날 챙겨주기는 했지만, 카페를 운영하던 점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카페일 때문에 바쁠 때가 많았고, 그 때문에 카페에서 나는 거의 대부분 라떼언니랑만 시간을 보냈다.


커뮤니티에 빠져 세상을 등지고 홀로 살아오던 나에게 말을 걸어주던 라떼언니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라떼언니. 저는..."


이미 저 멀리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라떼언니의 흐릿한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난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동안 중얼거렸다.

나는 지금의 이 친구 사이에서, 조금 더 한발짝 나아가고 싶었다.


'♬♬'


그 때, 후드티 호주머니 안쪽의 휴대폰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김민준 선배였다.


"여보세요, 민준선배?"

"어 승아야. 뭐 어때, 그 누나랑은 얘기 좀 해봤어?"

"..네. 일단 얘기는 해 봤는데.."

"여전히 나 만나기 싫대?"

"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아무래도 사장언니가 아직 선배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어서 많이 의심스러워하시는 것 같거든요."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만은 해. 내가 그럼 언제 카페로 직접 찾아갈까? 손님인 척 찾아가면 될 것 같은데."

"카페는 아조씨..아니 현수선배가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곤란해요. 제가 다른 곳에서 어떻게든 두 분 만나게 해드릴게요. 그러니까 선배는 저만 믿고 기다리시면 돼요."

"그래그래, 고생하네. 그럼 소식 있으면 연락 줘."

"네 선배. 내일 학교에서 봐요."


난 이내 민준선배와의 통화를 종료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라떼언니뿐만 아니라 신경쓸 게 하나 더 있었지.
내 본분에 집중하자.

이미 구체적인 계획은 어느정도 세워둔 상태였다.
더 이상 그 걸레같은 언니가 아조씨를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놀도록 내버려둘 생각이 없다.

무엇보다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는 주희언니랑 사장언니 사이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아조씨의 한심하고 역겨운 모습을더 이상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






* * *


"헤헤..미쿠쨩 다이스키.."


이번에 유튜브에 새로 올라온 보컬로이드의 미쿠커버 신곡 PV를 보며, 난 입을 헤벌레한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뭘 그렇게 즐겁게 보고있어?"


그 때, 뒤에서 들려오는 주희누나의 목소리.


"아..잠시 그냥 뭐..일본 노래 듣고있었어요."

"노래? 저거 애니메이션 아니야?"

"아, 보컬로이드라고..애니랑은 달라요. 설명하기가 좀 많이 어려운데..암튼 그런 게 있어요. 궁금하면 나무위키 검색하시면 다 나와요."

"나무위키..가 뭐야?"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담겨있는 아주 유용한 사이트에요. 21세기의 디지털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라고나 할까..."


난 그렇게 주희누나 앞에서 쌉소리를 늘어놓았다.

근데 어째 설명을 하면 할수록 더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은데...


"..뭐 암튼 그런 게 있어요. 뭔가를 모를 때는 인터넷에 치시면 다 나와요. 구글링하세요 구글링. 모든 정보는 구글로 통한다! 래리 페이지가 위대한 인물인 이유죠."

"그렇구나..미안, 난 컴퓨터를 거의 안 해서..잘 몰랐어."

"아니 뭐 미안하실 필요는 없구요.."


대화가 막에 치닿자 우리 둘은 어느정도 말수가 적어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주희누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저기 있잖아.."

"네?"

"저번에 사장님이랑은 식사 잘 했어?"

"네 뭐..잘 했죠."

"그렇구나..다행이네."


다행이라고 말하지만, 시무룩한 표정의 주희누나.
아레, 왜 저러시는 거지? 식사 잘 했다고 하면 기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오늘은..갈 수 있지?"

"네? 어딜요?"

"저번에 원래 우리 둘이 먹기로 했잖아..오늘은 갈 수 있는 거지?"

"아아, 모치론. 물론이죠. 죄송해요, 깜빡 잊고 있었어요.."


큿소...이런 병신같은 새끼...
주희누나와 약속을 깨고 사장누나와 놀러간 것도 모자라서, 주희누나와 약속했다는 것마저 잊어버리다니..

내가 봐도 난 진짜 구제불능 한남이다....





* * *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어느새 퇴근시간.

휴대폰을 보니 주희누나에게 이렇게 카톡 하나가 와 있었고, 그 밑에는 만나기로 약속했던 레스토랑의 주소가 찍혀 있었다.


"요시, 소로소로 이코우카..."



그렇게 중얼거리며 카페문을 열고 나가려던 그 때.


"어디 가? 누나 놔두고."

"사, 사장누나..?"

"응. 우리 현수, 설마 지금 바람피려는 건 아니지?"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으며, 카운터에서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내 쪽을 바라보는 사장누나가 보였다.


"바, 바람이라뇨..애초에 사, 사귀는 관계도 아니잖아요.."

"농담이야. 오늘 시간 되니?"

"주희누나랑 저녁약속이 있는..데."

"염치없는 건 알지만, 누나랑 한번만 더 가주면 안될까? 부탁할게."

"네..?"

"너도 생각해 봐. 주희는 너랑 안 먹더라도 라떼나 승아랑 같이 밥먹으면 되는데, 난 친구없는 아싸라서 현수 너 아니면 같이 밥먹어줄 사람이 없는걸?"

"네? 아니 그, 그래도.."

"현수야아~누나가 이렇게 부탁할게. 응?"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이내 날 자기 가슴팍에 끌어안으며 낯간지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해오는 사장누나.

으윽...푹신한 두 쿠션..이대로라면 또 주희누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


'다메다..! 야쿠소쿠오 마모라나캬...!'


사장누나의 푹신푹신한 쿠션에 파묻혀 방황하던 난, 이내 정신이 번뜩 들었다.

만약 이번에도 약속을 어겨버린다면 주희누나가 슬퍼할 것이 분명했다.
또한, 최근 나와 주희누나를 이어주기 위해 생고생을 하고있는 승아를 볼 낯도 없겠지.


"아, 안 돼요..!"

"어, 어?"

"죄송하지만..오늘은 꼭 주희누나랑..같이 먹어야 해요."


단호한 내 목소리에 사장누나는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자기 품에서 날 놓아주었다.


"..알았어. 뭐 주희 입장도 생각 못하는 건 아니니까. 그럼 대신 다음주엔 꼭 같이 먹는거다?"

"네, 네.."


난 그렇게 사장누나에게 인사를 건넨 후, 카페를 빠져나왔다.


아아..그녀와의 약속, 아직 잊지 않았으니까.

이마 키미니 아이니 유쿠요..!








* * *


'이제 거의 다 넘어온 줄 알았는데...'


난 애꿎은 휴대폰만 봐라보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최근 현수랑 둘이서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잦아지니, 또다시 이런 교만한 생각을 해버린 듯 하다.




'카톡'


그 때, 휴대폰에 뜨는 카톡 알림메시지.
주희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언니, 지금 현수랑 레스토랑 와서 먹고 있는데 여기 맛집이네요. 언니도 다음에 와 보세요. 물론 혼자서요.^^]


이런 내용의 메시지와 함께, 양식이 맛나게 차려진 레스토랑의 식탁에서 현수랑 주희가 둘이서 찍은 사진 하나가 같이 첨부되어 있었다.


"..하, 이 년이 진짜..."


휴대폰을 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동시에, 어이없는 상황에 난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예전에 주희에게 한 번 했었던 짓을, 지금 이렇게 내가 주희한테 당하니 더욱 기분이 나빴다.




'..내일 카페 출근하면 보자.'


겁도 없이 날 도발한 죗값을 치루게 해줘야겠지.
어차피 나도 더 이상은 봐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난 휴대폰을 정장호주머니에 집어넣은 후 카페를 나오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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