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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70>앱에서 작성

Lysozy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15 03:17:06
조회 533 추천 18 댓글 11
														







할 짓 없이 멍만 때리며 앉아있는 월요일의 나른한 오후.


나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


오늘도 배달주문은 안 들어오고, 손님도 없고...

원래부터 손님이 잘 없는 카페였지만, 오늘은 어쩐지 평소보다 손님이 더 안 보이는 듯 했다.

사장누나가 여태껏 문 앞에서 그렇게 새빠지게 홍보하고 별 지랄을 다했는데도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가 없는 걸 보면, 이 카페 밑에 수맥이라도 리터째로 흐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님 저주받았거나.


"아조씨..."

"왜.."

"저희 카페는 왜 이렇게 손님이 없어요..?"

"사장누나한테 물어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유동인구도 X도 없는 이딴 데에다가 카페를 차린 사장누나한테 물어봐라.

내가 보니 아무래도 그 누나도 부동산 사기당한 게 분명했다.



퀭한 가게에는 나랑 같이 멍을 때리며 앉아있는 승아와 일을 마치고 놀러 온 라떼, 셋밖에 없었다.


"사장언니랑 주희언니는 어디 갔어요..?"

"아까 잠깐 둘이서 얘기할게 있다고 나갔어."

"다, 단둘이서요...?"

"어."


내 말을 듣더니 갑자기 볼을 붉히는 승아.
..이 새끼 무슨 생각하는 거냐 지금?


"아조씨...안타깝게 된거 같아요."

"뭐가?"

"주희언니랑 사장언니..분명히 지금쯤 아조씨 빼놓고 둘이서 알콩달콩 데이트.."

"...지랄하지 마."


난 딱 잘라서 승아한테 말했다.

뭐만 하면 멀쩡한 사람들을 한순간에 LGBT 동성애자로 망상하는 승아의 드립에 이젠 나도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아마도 이런 증상들은 트위터에서 옮아온 게 분명했다. 승아가 자기가 트위터를 즐겨 한다고 했으니까.

이래서 짹짹충들이 안 된다는 거다. 진짜 21세기 인터넷 사회의 '해로운 새'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아니...야, 애초에 같은 여자끼리 뭔..데이트냐. 말이 안 되잖아 말이."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아무도 없는 길거리의 공원에서 서로의 혀를 격렬하게 섞는 사장누나와 주희누나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았다.

..도저히 어울리지도 않고, 상상도 제대로 안 된다.
비슷한 장르들을 히토미에서 우연히 본 것 같긴 한데, 썸네일만 보고 바로 나가서 잘 기억은 안 난다.


"왜 안 되는데요?"

"..뭐?"


당당하고 능청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말한 승아는, 이내 라떼 쪽을 잠시 휙 하고 돌아보더니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원상복구시켰다.

라떼를 쳐다보고 난 후, 또다시 볼이 홍당무처럼 붉어져 있는 승아.


"그러고보니 아조씨."

"어?"

"어제 왜 제 연락 안받았어요?"

"어..? 너, 너 연락했었어?"

"어제 5시에 했잖아요! 전화기록 확인해보세요!"


짜증이 돋은 승아의 말에, 난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전화기록을 확인해보았다.

..진짜로 5시에 했었네. 라떼랑 얘기하느라 전화벨 소리를 잠시 죽여놨었는데, 하필 그 때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었다.


"아..미안. 어제 라떼랑 만나서 잠깐 얘기 좀 한다고.."

"..라떼언니랑요?"

"어."

"..단둘이서요?"

"어..어."


라떼와 만났다는 내 말에 금새 눈빛이 변하더니, 꽤 진지한 어조로 나에게 질문공세를 던지는 승아.


"뭐 때문에 만났는데요?

"아니..라떼가 연기 연습 도와달라길래..라떼 연습장 가서 좀 도와준 것 뿐인데..왜?"

"..구체적으로 무슨 연기연습이었는데요?"


승아는 여전히 매섭게 돌변해 있는 눈빛을 한 채 나에게 이런저런 답변들을 추궁해 왔다.

...아니 이새끼 갑자기 무섭게 왜 이래.


"그냥..일진 여학생과 찐따 남학생의 러브스토리? 그런 거였는데..나보고 허그신이랑 키스신을 좀 도와달라고.."

"라떼언니한테 손대지 마요!!!"


내 말을 들은 승아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느새 생기가 없어진, 동시에 상당히 화난 눈동자를 한 채 날 향해 그렇게 소리질렀다.

아니 이 미친년이 갑자기 급발진을 하네.
내가 뭘 했다고?


"....아..죄송해요. 아조씨..저도 모르게 그만.."

"..아, 아니야.."


방금 생각없이 내지른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는지, 금새 얼굴을 붉히며 다시 자리에 앉는 승아.

라떼 쪽을 돌아보니, 테이블로부터 꽤 멀리 있어서인지 라떼는 우리 얘기를 들은 기색은 없어 보였다.


얘는 어째 라떼랑 같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나사가 빠진 듯한 행동을 취하는 걸까?

원래부터 그랬었지만, 최근 들어 그런 승아의 태도가 점점 더 심해지는 듯 보였다.


"..어쨌든, 아조씨는 지금 주희언니한테 집중해야 해요. 아시겠죠?"

"어, 어.."

"그..라떼언니 연기연습은 제가 대신 도와줄 수 있으니까, 아조씨는 라떼언니가 불러도 나가지 마세요. 자칫하면 주희언니가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승아는 겉으로는 주희누나와 나의 관계 때문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듯 했지만, 속으로는 왠지 다른 속내가 있어보이는 듯 했다.

물론 어찌 되었든, 이 이상 라떼와 단둘이서 따로 만날 생각은 없었다.






"야, 야 씹덕!!"


그 때, 겁에 질린 표정을 한 채 날 부르며 이쪽으로 허겁지겁 달려오는 라떼.
마치 못 볼 걸 보기라도 한 듯, 곱상했던 얼굴이 어느새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저, 저저기! 니가 어떻게 좀 해봐! 빨리!!"

"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건데..."


뭐 카페 구석자리에서 귀신이라도 봤나?

귀신이라면 물리적으로 후드려 패서 퇴마하면 그만이다.
'X우자 귀신아' 라는 네이버웹툰이었나? 암튼 거기서 증명된 엄연한 사실이다.

난 구석에 놓여있는 신문지들을 말아 대충 몽둥이를 만든 후, 라떼가 말한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보았다.

귀신이든 벌레든, 이 망해가는 카페 안에서 한참 지루했던 나로선 대환영이었다.

그리고 이 참에 여자주제에 여태껏 나한테 거만하게 굴던 라떼 앞에서  '듬직한 남자' 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 점수도 딸 수...


'스스스스..'


이윽고, 기분나쁜 소음과 함께 내 눈 앞에 들어온 손바닥만한 크기의 갈색 괴생명체.

그건..바선생. 바퀴벌레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씨바아알!!!"


난 자신만만하게 오른손에 꽉 잡고 있던 신문지 몽둥이를 바닥에 내팽겨치고는, 내가 있던 테이블로 줄행량치기 시작했다.

아니! 벌레라 해봤자 어디 곱등이나 지렁이 같은 거일줄 알았는데, 저런 대형바퀴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지!!!


"으아아아악!! 쿠루나!!! 쿠루낫테 잇뗀다로!!!"


그리고 불행하게도, 내가 도망치자 바선생은 마치 먹잇감을 쫒아가는 맹수처럼 그대로 날 향해 쫒아오기 시작했다.

붕붕 하는 기분나쁜 날갯짓으로 저공비행까지 하며 내 바로 앞까지 쫒아오는 바선생의 모습에, 난 완전히 멘붕한 채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카페 안을 미친듯이 날뛰어 댔다.


"꺄아아아아악!! 아니 아조씨!! 오지 마세요!! 거기 그대로 있으라구요!!"


내가 자기 쪽으로 도망치자, 날 따라오는 바선생의 모습을 본 승아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소리질렀다.

하지만 F15기마냥 저공비행을 하며 쫒아오는 바선생의 모습에 이미 단단히 멘붕이 온 나에게 그 소리가 귀에 들릴 리 없었다.


"야 이 병신새끼야!! 빨리 저거 어떻게 좀 해보라고!! 아까 자신만만하게 신문지 말아가지고 들고가더니 지금 그게 뭐하는건데!!"

"아니 저걸 어케 잡아 내가!!"


겁에 질린 얼굴로 카페 한구석에서 온 몸을 벌벌 떨며 상사마냥 고래고래 소리만 질러대는 라떼와, 테이블 위에 올라간 채 그런 라떼를 향해 항변하는 나. 그리고 그 옆에서 같이 덜덜 떨고 있는 승아까지.

아주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다.


'아레와...!'


그렇게 바선생을 피해 테이블 위에서 애새끼마냥 온 몸을 벌벌 떨며 머리만 감싸쥐고 있을 때, 카페 구석의 열린 서랍장 안에 에프킬라 하나가 들어있는 게 눈에 보였다.

마치 코즈믹호러를 연상케 하는 이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드디어 적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발견했다.
게다가 한글로 대문짝만하게 '바퀴살충제' 라고 쓰여있다.


'스스스스"


내가 머뭇거리자, 테이블 밑에서 날 바라보며 긴급 스크램블을 시도하는 바퀴벌레 새끼.

그 새끼를 향해 난 가운데손가락을 내밀어 보인 후, 급히 테이블에서 뛰어내리고는 구석의 서랍을 향해 뛰어갔다.


"쿠타바레!!!"


에프킬라를 집어든 난 무서운 속도로 날갯짓하며 날 뒤쫒아오던 바선생을 향해 에프킬라를 뿌렸다.

모-바이바이다! 치고쿠니 이케!




'틱, 틱'

"어어...?"


에프킬라의 버튼을 몇 번 더 눌러보던 난, 그제서야 뭔가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아, 이거 다 썼구나.


"씨발...."


절망에 빠진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은 난, 이미 텅 비어버린 에프킬라 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땡그랑 하는 금속소리가 적막한 카페 안을 울렸다.


'스스스스'


날 열심히 쫒아오던 바선생은 이내 카페바닥에 착륙하더니, 나와 라떼 앞에 멈추어 섰다.
아무래도 지금 나와 라떼 중 누구를 덮칠지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그렇게 잠시간 고민하던 바선생은 이내 다시 스크램블을 하며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라떼의 머리에 착륙했다.
다행이다. 이새끼도 누가 예쁜지는 아나 보다.


"라, 라떼언니!!!"


라떼는 이미 입에 거품을 한가득 문 채 기절해있었다.

라떼의 희생 덕분에, 나는 일단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


라떼를 덮친 바선생은 라떼의 머리칼을 갖고 놀다 질렸는지, 곧 다시 고개를 틀어 우리 쪽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한 발짝, 그리고 또 한 발짝.

그 모습이,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


아, 이제 끝이구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던 그 때.


'띠링-'


별안간 카페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사장누나였다.


"누나!!!"


난 겁에 질린 목소리로 사장누나를 부르며 달려가, 재빨리 누나 뒤에 몸을 숨겼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저, 저기..어떻게 좀 해주세요 빨리..."


사장누나의 뒤에 바싹 붙은 채, 난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바선생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나 참, 겨우 저거 때문에 이러는 거니?"

"네..?"


그렇게 말한 사장누나는 이내 옆 테이블 위에 놓인 낡은 책 한 권을 집어들더니, 그대로 바선생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퍽!'


사장누나의 손놀림 한번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지는 바선생.
누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날 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 휴지 좀 갖다줄래?"


어버버거리던 난 누나에게 휴지를 갖다주었다.

10여분 동안 카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바선생은 사장누나의 스팽킹 한 번에 허무하게 가 버렸다.


"우리 현수 많이 무서웠어?"

"네에...누나가 최고에요..."


가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완전 애기네 애기. 후훗"

"흐윽..."


사장누나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난 그런 누나의 푹신한 가슴팍에 한동안 얼굴을 파묻었다.

라떼와 승아가 저쪽에서 날 한심하게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헤으응..사장누나가 최고야...누나 사랑해요...






* * *


바퀴때문에 애처럼 벌벌떠는 현붕이와 그런 현붕이를 위해 바퀴를 잡아주는 상여자 사장눈나를 써보고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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