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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74>앱에서 작성

Lysozy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22 01:23:05
조회 394 추천 16 댓글 7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지금까지는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야 여태껏 '배신' 이라는 감정을 느낄 정도로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카페B에 정직원으로 입사하게 된 후, 내 세계관은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상을 적시던 장대비가 쏟아지던 한여름의 밤, 불의의 사고로 의도치 않게 맺어지게 된 카페B 멤버들과의 인연.

지금껏 그저 모노톤한 회색빛이었던 내 세상은 점차 알록달록하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평소 날 잘 챙겨주는 카페의 점장님이자 내가 좋아하고 있는 사람인 주희누나.

학창시절의 악연이었지만 이제 최근 들어서는 친구 수준으로 부쩍 친해지게 된 라떼.

조금 띠껍게 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덧 미운정이 들어버린 승아.

그리고..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주희누나 이상으로 나를 잘 챙겨주던, 그로 인해 일편단심인 내 마음을 잠시나마 흔들어놓았던 카페 사장님, 나연누나까지.


삶의 의욕이라고는 매일 습관처럼 들여다보는 익명의 커뮤니티와 일본 서브컬쳐 문화밖에 없던 보잘것없는 내 세계에, 그녀들이 들어왔다.

주희누나와 라떼, 승아와도 꽤 즐거운 추억을 보냈지만, 인간관계에 있어 석상처럼 굳어있던 내 마음을 조금씩 움직인 데에는 사장누나도 큰 역할을 했었다.


승아의 말을 마음 한켠에 담아두고 있으면서도 난 계속 은근히 사장누나와 어울려 다녔다.

물론 잘 빠진 몸매와 예쁜 외모도 있었지만, 여우같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항상 날 잘 챙겨주는 그 금수저 누나가 나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니, 그걸 넘어서 오히려 호감을 갖고 좋아했던 거겠지.


지금 내가 이렇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난 내 생각보다 그 누나를 신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애초에 기대를 안 했다면, 실망도 없는 법이니까.


내 딴에는 마음 한켠에 의심을 품고 있었다지만, 사실 이제 보니 난 그 누나한테 의심은커녕 오히려 은연중에 연정이라도 품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 씨발...씨발..!"


그냥, 기분이 존나 더러웠다.

따지고 보면 그냥 사소한 일인데도, 왜인지 모르게 자꾸만 감정이 격해지며 험한 말들이 입 밖으로 절제 없이 튀어나왔다.

그동안 호감인지 연정인조차 헷갈리는 설렘을 품고
어울렸던 사람이, 사실 날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사장누나는 사실 날 갖고 노는 어장녀라고 귀에 딱지가 붙을 만큼 수없이 외쳐대던, 내가 지금껏 설마설마 하며 한 귀로 흘려듣던 승아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한다.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어장 속 물고기의 몸부림.

잔혹한 현실을 마주한 사람의 절망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태껏 썰로만 주구장창 들어오던 걸, 내가 직접 겪게 되니 그 상실감과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게 대체 뭐라고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걸까.

사실 별것도 아닌데,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주희누나니까, 저 누나 따위는 내 인생에서 없어도 그다지 상관없을 텐데.

분명..그럴 텐데.


"....."


공허해진 마음으로 길거리를 걸었다.

호주머니 속에서 미친 듯이 울려대는 휴대폰의 문자메시지와 전화벨 소리를 무시하고서, 그저 편의점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잔혹한 현실을 술로 달래고자 했다.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몇 캔 사 온 나는 주변 공원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술만 들이켰다.


어느새 꽤 선선해진 늦여름의 저녁바람이 불어온다.

오렌지색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 아래에서, 퇴근 후 아무도 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 들이키는 캔맥주 한 잔.

원래라면 상당히 낭만적이어야 할 텐데, 아쉽게도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하...."


어느새 비어서 맥주방울만 새어나오고 있는 맥주캔을 집어든 채, 난 한숨만 내뱉었다.
난 폰을 집어들어 카톡을 들어갔다.


병신같이 이제 와서, 고민이 되네.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음에도, 평소 호감을 품고 가깝게 지내던 사람과 완전히 한 번에 모든 관계를 끊어버린다는 게...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누나 말을 다시 한 번 들어봐야 하나?


폰의 연락처만 바라본 채 난 몇 분을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사실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승아가 이미 나한테 저 누나가 날 갖고 노는 어장녀라는, 빼도박도 못하는 증거를 보여줬으니까.

그렇게 사장누나의 연락처의 차단 버튼을 누르려던 그 때.


"오빠, 여기서 혼자 뭐 해요?"


어느새 내 옆까지 다가와 있는 익숙한 은색 단발머리의 학생. 유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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