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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페사장과 Ntr-<91>앱에서 작성

카페사장강나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1.19 02:43:47
조회 527 추천 21 댓글 19
														

[시리즈] 카페사장과 Ntr-[나연 루트]
· 카페사장과 Ntr-<89>
· 카페사장과 Ntr-<90>





그렇게 서로에게 매미처럼 딱 붙어 의지한 채, 한동안 말없이 어두운 숲 속의 비포장도로를 걷던 나와 사장누나.


...역시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기분좋았다.


누나랑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게, 내가 좋아하는 여자랑 이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그저 기분좋았다.

날 덮쳐오던 공포심은 어느새 사라지고, 설명할 수 없는, 묘하지만 동시에 달달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우리 이러니까 꼭 커플 같다. 그치?"

"그, 그러네요..."


약간은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꺼내오는 사장누나.

커플..커플이고 싶다. 이런 누나랑 정식으로 커플이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그 땐, 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겠지.


하지만 남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매력없고 보잘것없는 모솔찐따인 내가 이런 알파피메일 누나랑 커플이 될 일은 아마 평생 없겠지만.


"누나는..남친 안 사귀세요?"


어색해진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어보기 위해 난 입을 열어


"남친?"

"네..누나 정도 되는 사람이 왜 아직까지 솔로로 살고 있나, 좀 궁금..해서요."

"사귈 거야. 30살 되기 전에 어떻게든 잡아서 내 걸로 만들려구. 이미 구체적인 계획까지 잡았어."


구체적인 계획까지 잡혀있다는 건..이미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있다는 건가?


"구체적인 계획이면..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요..?"

"우리 현수 눈치 빠르네? 응, 맞아. 있어."

"..아..."


사장누나의 대답을 들은 난 순간적으로 힘이 쫙 빠졌다.

그래, 역시. 이미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한낱 사회에서 버림받은 베타메일 도태남인 나 따위가 이 누나 옆에 있을 자리는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저번의 누나 말대로는 나 말고는 사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남자가 없다고 했었지만..그 때는 없었어도 지금은 있는 거겠지.


아니면, 그 말이 애초부터 거짓말이었거나.


"....."

"왜 그래? 혹시 피곤하니?"

"아...네. 조금..요."

"그럼 그냥 지금 돌아갈래?"

"..네..죄송해요.."

"아니야, 빨리 가자. 너 이대로 있다간 쓰러지겠다."


누나는 내 팔을 자기 쪽으로 잡아끌어, 날 부축한 채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보통 같으면 이런 신체접촉에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뛰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 * *


그렇게 난 펜션으로 돌아온 후, 바로 침대로 향해 공허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동이 트고 이튿날. 우리는 간단하게 토스트를 만들어 아침을 해결하고는 근처의 계곡으로 향했다.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계곡에서 서로 물장구를 치며 뛰어노는 여자 4명의 모습을, 난 그저 바위 위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너도 같이 놀자며 손을 내미는 여자들의 제안을 거부하고는 돗자리 위에 앉아 석상처럼 멍하니 자리를 지켰다. 원래부터 물놀이 같은 걸 별로 안 좋아했기도 하고, 무엇보다 들어가서 놀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게 텅 빈 마음으로 있다 보니 하루가 금새 지나갔다. 어느덧 또다시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왔고, 정신을 차려 보니 난 베란다에서 여자들 4명과 함께 바베큐를 굽고 있었다.


"아니, 그래서 걔가 나보고 뭐랬는지 아니? 갑자기 와서는 츄파 던지면서 내 번호를 묻는 거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있지."

"진짜? 와, 언니는 독일에서도 인기만점이었네."

"뭐, 내가 좀 예쁘긴 해. 후훗."


술이 들어가자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독일 유학시절 경험담을 늘어놓는 사장누나와 그걸 듣고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는 라떼, 옆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그런 누나의 이야기를 눈치만 보며 가만히 듣고만 있는 주희누나와 승아.


"...."


솔직히, 그런 누나의 말이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아직도 마음이 허한 느낌이다.

애초에 이 누나랑 사귈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조차 거의 하고 있지 않았지만, '난 이미 좋아하는 사람 있어' 라고 공개적으로 확인사살을 당해버렸으니...아무래도 마음이 썩 편치는 않았다.

아아, 슬프다. 대체 왜 나는 이런 보잘것없는 베타메일로 태어난 걸까.


성격도 소심해서 아직 여자들이랑 제대로 대화도 매끈하게 못 이어가고, 키가 그리 크지도 않으며, 얼굴이 특출나게 잘생긴 것도 아니다.


사람답게 살아보자며 내 나름대로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외모도 가꾸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발버둥쳐 봐도 넘을 수 없는 한계는 존재하는 법이었다.

갑자기 날 이렇게 낳아준 부모님이 원망스러워졌다. 난 과학만능론자에 전형적인 무신론자지만, 만약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라는 게 존재한다면 아마 난 전생에 커다란 업을 쌓았을 것이 분명했다. 전생에 무슨 지랄을 하고 다녔길래 지금 이렇게 태어난 걸까.

어젯밤까지만 해도 달달한 분위기에 미칠 듯이 고동치던 심장이, 어느덧 금방이라도 멈춰버릴 듯 차갑게 식어버렸다.

역시, 난 안되는 걸까.


"라떼 많이 취했네? 술 자신있다더니, 이제 한계인가 봐?"

"이쒸..언니이! 나 진짜 하~나도 안 취했거ㄷ..."

'털썩'


이미 잔뜩 꼬여버린 혓바닥으로 술냄새를 풍기며 허세를 부리던 라떼는, 이내 식탁 위로 엎어지고는 코를 골아 대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장누나를 빼고선 이미 전부 전멸당해 있었다.

그에 비해 사장누나는 취기가 좀 돌긴 했지만 상당히 멀쩡해 보였다. 언젠가 누나가 자기가 술이 세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그 말이 맞는 듯 하다.

나도 이제 슬슬 들어가서 잠이나 잘까.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때.


"어머, 벌써 가?"

"네...저도 이제 자려고요."

"아침부터 그러더니 많이 피곤한가 보네?"

"네..감기기도 살짝 있는 거 같고..이만 들어가볼게요."

"잠깐, 피곤한 건 알겠는데, 잠깐 그 전에 누나 말 좀 들어줄래?"


그렇게 말하며 베란다를 빠져나가려는 내 팔을 덥석 잡는 사장누나.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거지?


"..중요한 이야기에요?"

"응. 중요한 이야기야."

"뭔데요?"

"어제 담력체험 가면서 얘기했던 거 있잖아. 혹시 기억해?"


..나의 희망을 허무하게 앗아갔던 그 말을 잊어버릴 리가 없었다.
내가 애초에 뭣 때문에 지금 이러고 있는데.


"..누나가 좋아하는 사람 있다는 거요?"

"응. 알고 싶지 않아? 알려줄 수 있는데."

"....."


솔직히 기분 상해서 별로 알고 싶지는 않은데.

근데 이 상황에서 누나의 제안을 그냥 거절하고 들어가기도 좀 그렇고.

그래 시발, 함 알아보지 뭐. 그 빌어먹을 새끼의 이름은 뭔지, 상판때기는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조금 궁금하기는 하네.

난 이내 다시 자리에 앉아, 사장누나와 눈을 맞추었다.


"..알고 싶긴 하네요. 말해..주세요."

"그래. 근데 그냥 말해주면 재미없으니까, 스무고개로 하자. 어때?"

"..알았어요."


혹시나 여자 3명 중에 누가 깨서 들을 수도 있었으므로, 누나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우리 둘은 베란다를 벗어나 숙소의 침실로 들어왔다.

문단속도 철저하게 한 것을 확인한 우리 둘은 침대 위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병신같은 생각을 하며, 난 반쯤 포기한 채 질문을 던지기 위해 굳어버린 머리를 굴렸다.


"..누나랑 동갑이에요?"


잠시 고민하던 난 이내 나이에 관한 질문부터 던져보기로 했다.


"아니, 나보다 한참 어려. 연하야."

"..그런가요."


이 누나 연하 취향이었나?
하긴 뭐..저 나이쯤 되면 연상남보다는 연하남을 더 좋아할 수도 있겠네.


"..잘생겼어요?"

"음..막 잘생긴 건 아니고 보통 정도? 귀엽게 생겼어."


..막 그렇게 알파메일은 아니라는 건가?

시발, 그럼 그 새끼는 알파메일도 아닌 주제에 이런 누나를 홀려서 뺏어간 거냐? 더 괘씸해지네.
내가 만나면 무조건 죽도록 쥐어팬다.


"음..성격은 어때요? 인싸인가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걔는 인싸랑은 거리가 멀어. 항상 조용히 구석에 앉아있구. 나한테 먼저 연락 걸 때도 거의 잘 없어서 항상 내가 먼저 연락해."

"..아싸에요 그럼?"

"뭐, 소심한 성격이니까. 여자들이랑 있을 때도 당황하면서 얘기 잘 못하더라구."


..어째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나랑 상당히 닮아있다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알파메일 와꾸도 아닌데다, 여자랑 같이 있으면 당황해서 얘기도 잘 못 나누는 아싸새끼라니...
순간적으로 '어 혹시?' 싶어서 헛된 희망을 품을 뻔 했닾

물론, 나일 리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 새끼는 만나면 팰거다. 존나 팰거다.


"그 새..아니, 그 사람의 취미는 뭔가요?"


이쯤되면 스무고개가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대로 던지는 질문타임인 것 같지만, 딱히 상관쓰지는 않았다.


"취미? 음..정확히는 나도 아직 잘 모르는데, 항상 구석에서 일본애니? 보고 있더라구. 아마 일본 문화 좋아하는 덕후지 않을까?"


순간, '덜컥' 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여자랑 대화도 못하는 아싸에다, 일본애니를 즐겨본다고..?


설마, 진짜로 나인 건가?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심장이,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다.

난 떨리는 목소리로, 다음 질문을 생각해내고는 입을 열었다.


"그..그럼.."

"응응."

"혹시 나이가...22살이에요...?"

"맞아. 잘 아네? 혹시 아는 사람이야?"


웃으며 장난스런 말투로 그렇게 묻는 사장누나.

점점 박동수가 빨라지던 심장은, 곧 흉골을 뜷고  나올 듯, 전례 없는 속도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키가..170cm인가요?"

"맞아. 나랑 약 9cm 차이야."

"XX헬스장에 다니나요?"

"응."

"일본어를 잘하나요?"

"응. 맨날 카페 구석에서 일본어로 뭐라뭐라 혼잣말하던데, 대단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해."


난 금방이라도 몸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요동치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서, 숨을 가다듬었다.

날 집어삼키던 절망은 어느덧 희망으로 바뀌어 있었고, 희망은 이제 확신으로 바뀌었다.

난 최후의 질문을 던져보았다.


"혹시..지금 이 자리에 있어요?"


사실상의 확인사살이었다.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건 이미 술에 취해 완전히 곯아떨어진 여자들 3명과, 남자라곤 나 하나 뿐이니까.

사실상, "혹시 저인가요?" 라는 말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내 질문을 들은 사장누나는 날 향해 잠시간 말없이
웃음짓더니, 이내 두 손을 뻗어 내 양볼을 잡고는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했다.


"응. 지금 바로 내 앞에 있어."


그러고는, 그 한 마디를 던졌다.


"..아하하..누나, 농담하지 마세...으읍?!"


내가 그 사람이란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어색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던 찰나, 사장누나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쳐왔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당황한 나는 두 손을 뗀 채, 그대로 한동안 가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래도 농담으로 보여?"


푸하, 하고 드디어 나에게서 입술을 떼더니, 꽤 진지한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보며 그렇게 묻는 사장누나.


"....누, 누나...?"

"..갑작스럽다는 거 알아. 근데, 이제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니가 주희한테서 아직 미련이 남아있다는 건 알아. 그래도, 그래도..누난 너가 좋아."


주희누나한테 미련이 아예 없다고 하면..아마도 거짓말이겠지. 애초에 돌아선 지 아직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마음속 한켠에 주희누나에 대한 옛 정인지 미련인지 모를 감정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는 그 미련마저 초월할 정도로 나는 이 누나한테 깊숙히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동안 엄청 갈등했어. 애초에 내 이기심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였고, 뭣보다 넌 주희를 좋아하니까. 슬프지만 이만 그냥 포기할까도 많이 생각했어. 이젠 널 놓아줘야 할까. 널 밀어내야 할까.."

"누나..."

"근데, 도저히 그러질 못하겠더라구. 이젠 널 밀어내고 싶어도 도저히 밀어낼 수가 없었거든."

"...."

"현수야, 좋아해. 아니, 사랑해. 그러니까..누나랑 사귀자."


어느새 꽤 붉게 상기된, 하지만 동시에 단호한 얼굴로 나에게 그렇게 고백해오는 사장누나.

난 손을 볼을 꼬집어 보았다.
고통이 그대로 퍼져오는 걸 보니, 분명 꿈은 아니었다.


그렇다면...이미,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저..저도..누나 좋아해요.."

"진짜?"

"네, 네..죄송해요..그동안  우유부단하게..굴어서..저도..이때까지 제 마음을 잘 몰랐나 봐요.."

"괜찮아. 지금이라도..나한테 와줬으니까."


미소지으며 날 꼬옥 껴안아주는 사장누나.
이젠 나도 망설이지 않고 두 손을 뻗어, 그런 누나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사장누나는 이내 다시 내 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한 채, 다시금 사랑의 고백을 속삭여 왔다.


"사랑해 현수야, 나한테서 떠나지 마. 다른 여자한테도 가지 말고."

"..안 떠나요. 다른여자한테도 안 가고요."

"흐응, 아무래도 못 믿겠네. 입술 대."

"으읍..."


한 손으로 내 턱을 살며시 들어올린 누나는, 이내 다시금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 왔다.

마치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딱 달라붙은 채 두 손으로 서로의 허리를 꽉 감싸안은 우리 둘은, 이후로도 격렬하게 혀를 섞으며 입술을 포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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