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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혼돈을 흩뿌리는 자 - 39앱에서 작성

일본어잘하고싶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05 03:36:10
조회 382 추천 14 댓글 16
														





이자벨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아인즈는 서둘러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그녀를 찾아 9계층으로 향했다. 분명 연락을 받자마자 최대한 빠르게 온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도착한 이자벨의 방에는 이미 선객이 있는 듯 했다. 벌써 용무가 끝난 듯 방에서 나오는 익숙한 악마는 아인즈를 보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아인즈 님.”

“아, 그래. 너로구나, 데미우르고스.”


아인즈가 어찌된 일인지를 몰라 데미우르고스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송구합니다. 이자벨 님의 안위가 걱정되어 서번트들을 통해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이자벨의 근위대는 대부분이 네 부하들이었었지.”

“예,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는 이자벨 님의 근위대가 된 이들입니다. 사적인 이유로 사용하여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이자벨이 걱정되어 그런 것이 아니더냐. 그래서, 이자벨의 상태는..?”


아인즈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자벨을 속이고 조롱하기까지 하며 승리를 거머쥔 그였다. 자신과 수호자들을 공격한 일로 그녀가 받았을 충격 역시 걱정되었지만 이대로 그에게 실망하여 그녀가 나자릭을 떠나기라도 한다면.. 아인즈는 그것이 가장 공포스러웠다.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러워 하셨습니다만, 지금은 많이 진정하셨습니다.”

“..이자벨이 날 원망하지는 않았느냐. 하나 뿐인 동료를 지켜주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나였다. 내게 실망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

“-그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인즈 님. 이자벨 님께서는 오히려 아인즈 님과 아우라 일행을 공격한 일로 크게 자책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자벨 님께서 아인즈 님을 만나고자 하시던 차였습니다.”

“…자책이라니 말도 안되는.. 하아, 아니다. 내가 직접 이자벨과 이야기 해야겠다.”


고개를 숙이는 데미우르고스를 뒤로 하고 아인즈는 이자벨의 방문에 대고 노크했다.


“이자벨 씨-”


아인즈가 조심스럽게 이자벨을 부르자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곧장 문이 열렸다.


“-모몬가 씨!”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이자벨은 밝게 웃으며 아인즈를 맞이했다. 누워있다 막 일어난 차였기에 그녀는 잠옷에 급한대로 가디건을 걸친 채였다. 아인즈는 꽤나 당황하여 지금이라도 나가서 기다리겠다고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자벨은 웃으며 그를 안으로 안내했을 뿐이었다.


“어서 오세요, 모몬가 씨. 안그래도 찾아가려고 했어요.”

“그냥 전언을 하시면 제가 곧장 왔을 것을요. 이제 막 깨어나 몸도 좋지 않으실 텐데..”

“아니에요, 이제 멀쩡해요. 막 깨어났을 때는 조금 혼란스러웠는데, 이제 정리되었어요.”


아인즈가 곧 이자벨을 따라서 방으로 들어가자 거울은 물론이고 산산히 조각난 화병과 집기의 파편들이 그를 맞이했다. 음, 확실히 혼란스럽긴 했나 보구나. 아인즈가 그걸 가만히 내려다보자 이자벨이 민망한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건 그러니까.. 하하- 그러고 보니 밖으로 나가자고 했어야 했는데. 제가 아직도 정신이 없나봐요.”

“..아-하하, ㄱ-괜찮아요. 어차피 저런 걸로 데미지를 입을 몸도 아닌걸요. 테이블과 의자만 멀쩡하면 돼요.”


두 이형은 마치 처음 만난 남녀처럼 어색한 기류에 뚝딱거리며 테이블에 앉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분위기에,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느낀 이자벨이 주섬주섬 멀쩡한 다기 세트를 찾아와 차를 내렸다. 아인즈는 물론 차를 마실 수 없었지만 향 정도는 즐길 수 있었기에, 따스한 홍차의 향은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것이다. 곧 차까지 앞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이형 사이에는 진중한 정적이 자리했다.
정적을 먼저 깬 것은 아인즈였다. 아인즈는 고개를 숙이며 무겁게 사죄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자벨 씨.”

“네? 에-, 네? 아뇨, 아뇨아뇨- 왜요? 갑자기 모몬가 씨가 왜 미안해요!? 미안해야 할 건 전데요!!”

“에? 아뇨, 여러 모로 너무한 짓을 해버려서.. 이자벨 씨가 실망 하셨을까봐..”

“예? 너무한 짓이라니 뭘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 기억에는 제가 모몬가 씨한테 마구 너무한 짓 했던 기억 밖에는 없는데요!”


아인즈가 사과하자 어떻게 그에게 사과해야 할 지 몰라 말을 고르고 있던 이자벨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막 자기가 사과하려던 차였는데, 오히려 아인즈가 사과하다니. 그가 사과할 일이 뭐가 있다고 고개까지 숙인단 말인가. 이자벨이 놀라서 소리치자, 그런 그녀의 모습에 더욱이 당황하여 일본인 특유의 더듬거리는 소리를 내는 아인즈는 덤이었다.


“그러니까, 에, 어.. 저- 이자벨 씨를 속이기도 했고, 이것 저것 조롱하기도 했고… 이자벨 씨도 캐릭터 설정이 현실이 되어 버려서 마음 고생했을텐데 그걸 이용해서 PVP 했으니까요. 동료한테 할만한 행동으로는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치면 동료를 상대로 죽이겠다고 날뛴 저는 그냥 죽어야 하는데요..?”

“에- 안돼요! 이자벨 씨가 죽는다니 절대로 안된다구요! 애초에 그건 월드 아이템 때문이었잖아요!!”

“-그럼 자책을 멈춰요!!”

“아, 그럼 이자벨 씨도 죽는다니, 그런 말 다신 하지 말아요!”


드물게 두 이형 사이에 큰 소리가 오갔다. 아인즈와 이자벨은 내가 잘못했니 너가 잘못했니 하는 문제로 서로 평행을 달리는 의미없는 말다툼을 이어가다가 어느 순간 어이가 없어져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 정말 바보같네요. 저 원래 이렇게까지 바보는 아닌데 이게 다 모몬가 씨랑 있으니까 바보가 전염되는 거에요.”

“제 기억에는 타케미카즈치 씨랑 무지성 돌격이 최고라며 웃어대던 이자벨 씨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만.”


아인즈의 대답에 이자벨이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괜히 홍차를 마시며 눈을 굴리던 그녀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제게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모몬가 씨. 오히려 제가 모몬가 씨와 수호자들에게 너무한 짓을 해버려서.. 동료끼리 서로 공격하게 하는 나쁜 기억을 심어줘버려서 정말 미안해요.”

“이자벨 씨,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경성경국 때문이었잖아요. 샤르티아를 구하려고 그런 것 알아요.”

“-맞아요. 그리고 모몬가 씨도 절 구하려고 그런 거잖아요, 저도 그걸 알아요.”


이자벨이 대답하며 손을 뻗어 뼈로 이루어진 아인즈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아인즈가 당황하기도 잠시, 붉은 역안이 그를 진중하게 주시해왔다.


“모몬가 씨가 죽이려고 달려드는 제 모습보다 샤르티아를 구하려고 한 제 마음을 먼저 발견해 준 것처럼, 저도 모몬가 씨의 모습에서 언제나 부정적인 것 보다는 긍정적인 것을 먼저 찾아요. 방법은 아무래도 좋아요. 제가 기억하는 건 그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제가 죽을까 봐 제대로 된 공격 마법조차 꺼리던 모몬가 씨의 모습인걸요.”

“……이자벨 씨.”

“절 위해 목숨을 걸어 주셨어요. 제가 실망했을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 불안해 하지 말아요.”


붉은 눈동자들이 곧게 서로를 응시했다. 자신을 흔들림 없이 바라보는 이자벨의 눈동자에 곧 안광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인 아인즈가 인벤토리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을 본 이자벨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이건.. ‘스물’의…”

“제가 이자벨 씨를 구하는데 실패하면 쓰려고 했던 아이템입니다. 뭔지 알고 계시죠?”


아인즈가 건넨 아이템은 겉보기엔 아무런 특징이 없어보이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목함이었다.


“[판도라의 상자]..”

“맞아요. 다행이 경성경국을 되찾을 수 있어서 이 아이템은 쓸 일이 없었습니다만.. 일종의 대비책이었죠. 그러니 이자벨 씨도 자책하지 말아요. 저도 절대 이자벨 씨한테 죽어드릴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자벨 씨가 염려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거에요.”

“아.. 그렇네요. 제가 감히 고인물 플레이어이자 우리 길드의 길드장인 모몬가 씨의 저력을 물로 봤네요. 모몬가 씨가 쉽게 죽어줄 리가 없는데.”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만-”

“하하, 알아요. 제 죄책감을 덜어주시려고 말해주신 거. 정말 고마워요, 모몬가 씨.”

“-크흠..”


어쩐지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은 이자벨의 행태에 잠시 헛웃음을 흘린 아인즈가 곧 판도라의 상자를 이자벨에게 내밀었다.


“또 언제 어떻게 월드 아이템이 등장할 지 모르니 이건 이자벨 씨가 맡아주세요.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기면 아끼지 말고 반드시 사용하셔야 해요, 아셨죠?”

“…알겠어요. 늘 지니고 다닐게요.”


이자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를 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아이템을 주는 아인즈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하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유성의 반지 Shooting Star. 아인즈가 적은 월급과 보너스를 털어 가챠에서 간신히 얻어낸 캐시 아이템. 본래 세 개의 유성이 빛을 내고 있어야 할 그것은, 이미 두개의 불이 꺼져 하나의 유성만이 반지 표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거… 한 번도 쓴 적 없으시지 않았었나요?”

“아, 이거요. 이자벨 씨를 구하는 데 쓸모가 있을까 싶어 실험에 한 번 사용했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은..”


실험이 성공적이여서 이자벨 씨에게 사용했었죠.
아인즈는 구태여 알고 알고 있는 사실을 읊지 않으며 이자벨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역시나 이자벨은 귀한 아이템을 사용한 데에 미안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스물 대신 사용한 거면 되려 이득인 셈입니다. 거기에 동료의 목숨을 구한 값이면 엄청나게 싼 편이죠! 이자벨 씨도 보셨죠? 아무리 게임의 아이템들이 현실이 되었다지만 정말로 소원을 죄다 들어주는 아이템이 되었을 줄이야. 이자벨 씨가 아니었다면 이것도 알지 못했을 거라구요.”


일부러 장난스레 말하는 아인즈의 모습에 이자벨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정말 그렇네요.  ..아, 그러고 보니 실험하면서 사용한 한 번은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

“…모몬가, 씨……?”


단순히 궁금해서 물었을 뿐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아인즈의 분위기에 이자벨은 고개를 틀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살폈다.


“..무슨 일, 있었나요?”

“-아뇨, 별 것 아닙니다. 실험에 사용한 한 번은… 다른 길드원들의 존재 유무를 물었습니다. 우리 외에, 다른 길드원들 중 이 세계에 전이한 자가 또 있는지.”


아인즈는 결과를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분위기에서 이미 이자벨은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다른 동료들은 없었군요.”

“-…예. 정말 마법 같은 일이었네요. 반지를 사용하자마자 자연히 느끼게 됐어요. 우리 외에 나머지 39 명은 우리와 같은 세계에는 없다고.. 마치 확신처럼 뇌리에 떠오르더군요.”


이자벨은 잠시 어떤 말로 그를 위로해야 할까 망설였다. 이제 나머지 39인은 없지만, 나자릭의 아이들이 있으니 서로 잘 챙기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아인즈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리라. 이자벨은 길드원들이 모두 떠나가버리고 혼자 나자릭에 남은 아인즈의 곁에 가끔씩이나마 함께했기에 알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위그드라실과 아인즈 울 고운의 동료들에게 진심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아닌 게임 속에서만 생기를 띌 수 있었던 이자벨에게도 매우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모몬가 씨, 유성의 반지는 만능이 아니에요. 애초에 월드 아이템도 아니고, 제게는 잘 통했다지만 첫번째 소원은 뭔가 잘못된 걸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 세계를 조사하면서 얻은 정보들에 따르면.. 플레이어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이미 몇 백년 전부터 존재했어요. 그 말은, 언젠가 우리 동료들이 새로이 이 세계에 전이해 올 수도 있다는 거에요.”

“그럴까요..”

“단정지어 생각하지 말아요. 모몬가 씨, 제게 리얼은 지옥이었어요. 어떤 즐거움도 없었고, 그저 생존본능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냈었죠. 만약 다른 길드원들이 그 지옥을 떠나 이곳으로 올 수 있는 단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전 그들에게 낙원을 선물해주고 싶어요. 결코 부정당하지 않는, -‘패배할 리가 없는 세상’. 그런 낙원을요.”


낙원이라.. 아인즈는 이자벨의 말에 동의했다. 위그드라실은, 나자릭은- 적어도 그에게는 낙원이었다. 모두가 리얼의 어두움 따위는 잊고, 현실의 사회적 지위도 모두 집어던진 채 그저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는 낙원. 가끔 그 낙원이 단순한 허상에 불과한 게임이라는 것을 자각할 때마다 공허해지던 것도 사실이었으나 이제는 다르다.
그들이 꿈꿨던 낙원은 현실이 되었고, 더욱이 나아가 아인즈와 이자벨.. 그리고 나자릭이 지닌 힘이라면 이 세상을 동료들을 위한 낙원으로 만드는 것도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였다.

아인즈가 고개를 들자 이자벨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곧 아름다운 악마의 얼굴에는 늘 그랬듯 동료를 향한 애정이 서린 미소가 피어올랐다. 표정따위 가질 수 없는, 해골의 얼굴을 가진 아인즈였으나.. 그는 자신 역시 그녀를 향해 웃어보였다.


“…정말, 세계 정복이란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르겠네요.”


하나 남은 그의 동료와, 동료들이 남긴 아이들을 위해서. 또한 혹시나 이곳에 당도할 지 모르는, 또다른 동료들을 위해서. 이 세상을 그들을 위한 낙원으로 만들리라. 만일, 아무도 이 낙원에 방문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내겐 아직 당신이 남아있어. 그렇다면, 적어도 당신을 위해..

원래라면 절대 스스로 꿈꿨을 리 없는 꿈이 아인즈의 마음에 피어났다.



***



“이자벨 헬라 바하무트 님께서 입실하십니다. 모두 존체의 앞에 마땅한 경의를.”


수호자 총괄, 알베도의 여느 때와도 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수호자들의 태도는 결코 전과는 같을 수가 없었다. 이자벨이 경성경국에 당한 후, 무려 사흘이나 중태에 빠져 있다가 의식을 회복하고 처음 만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아프신 곳은 없는 걸까. 설마 후유증 같은 게 남지는 않았겠지? 존체를 제대로 수호하지 못해 실망하셨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각자가 갖은 걱정으로 가득했지만 이자벨의 상태를 염려하는 마음만은 모두가 같았다.


“모두 고개를 들라.”


차가운 구두의 소리가 들리더니 곧 경애해 마지않는 주군의 음성이 울려퍼졌다. 마침내 허가 아래 시야에 들어찬 지고의 존재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끝을 질끈 묶어 늘어트린 백발과, 그림 같은 아름다운 외모에 어울리는 자신만만한 미소까지.
옥좌 위에 자리한 이자벨의 무사한 모습을 보자 몇 수호자들이 안심해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패착으로 이자벨이 위험해 처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샤르티아는 물론이고, 이자벨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던 아우라와 마레 역시 울음을 참지 못했다.


“왜들 그러지? 울음을 그쳐라.”

“-흑, 이자벨 님.. ㅈ, 정말 다행이에요…”

“흐윽…”

“모두, 이자벨 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는 건가요. 다들 당장 울음을 그치도록 하세요!”


알베도의 일갈에도 불구하고 도통 분위기가 진정되지 않자 되려 이자벨이 나서서 손을 흔들었다.


“아, 됐다- 그냥 울어라, 많이 울어. 내 이럴 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이 몸이 걱정 끼친 것도 사실이니 어쩔 수 없지.”


결국 이자벨은 수호자들이 눈물을 그칠 때까지 시간을 들여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상황이 조금이나마 진정되자, 그녀는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아마 우리 나자릭이 위그드라실에서 이 곳으로 전이하고 난 후 겪었던 최대의 위기였을 것이다. 이 몸도… 여러가지 험한 꼴을 보이기도 했다만 이번 일로 새로이 느낀 것도 많다. 이미 길드장에게는 이야기 했지만 너희에게도 말해주고 싶군.”


수호자들은 이자벨이 그들에게 실망했다던가, 나자릭을 떠나고 싶어졌다던가 하는 부정적인 걱정으로 가득했었지만, 미미한 미소를 띄고 옥좌에 앉아있는 이자벨에게서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수호자들은 그것에 또한 안도를 느꼈다.


“-우선, 샤르티아.”


부름을 받은 샤르티아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곧장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자세를 고쳐 완전한 사죄의 자세를 취했다.


“예, 이자벨 님..! 소첩, 수호자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해 면목이 없사옵니다..!! 감히 드릴 변명조차 없사오니 부디 처벌하여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마침 그 부분에 대해서 말하려던 차였다, 샤르티아. 지금 네 상태를 보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야겠군. 네게 죄는 없다, 샤르티아. 그러니 사죄를 멈추고 일어나라.”


죄가 없다는 이자벨의 말에, 오히려 대경한 샤르티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 그렇지 않사옵니다, 이자벨 님! 소첩은… 그 찢어죽일 인간들에게서 이자벨 님을 지키지 못하였나이다.. 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주군이신 아인즈 님과 이자벨 님을 지키기로 맹세했사온데 맹세를 지키지 못하였사옵니다! ..그 결과, 이자벨 님께서 월드아이템에 당하시는.. 수모를 겪으셔야 했사옵니다. 모두, 소첩의 잘못이옵니다..”


그 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한 건지, 샤르티아는 속사포로 말을 쏟아냈다. 그녀가 말하는 것에 맞추어, 예쁜 적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내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던 이자벨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믿기진 않지만 이 몸이 무려 사흘이나 의식이 없었다지.”


참담하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샤르티아는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새는 것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자벨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죄책감으로 인해 그녀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


“예, 그것 역시-.. 흑, 소첩의 잘못이옵니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라. 의식을 잃은 동안.. 악몽을 꿨다. 여러모로 끔찍한 악몽이었지. 영원히 젊고, 아름다우며 강인했을 악마의 신체는 사라지고 보잘것 없고 하찮은 인간이 되는 꿈이었다.”

“그런, 그럴 리가 없어요- 이자벨 님!!”

“강인.한. 전사이.신. 이자벨.님께서. 힘.없는 인간.이 되신다는. 것은. 얼마.나 한.탄스러운. 일인가.”


수호자들이 웅성거리자 이자벨은 손을 내저어 그들을 침묵시키곤 말을 이었다.


“엄습해오는 악몽으로부터 발버둥치고 소리치며 저항해보려 했지만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론 아무것도 통하지가 않더군. 그것이 꽤나… 공포스러웠다.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고,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빼앗기고.. 홀로 남겨진 감각은 마치 세상에게서 부정당한 것만 같이 고통스러웠다.”


이자벨의 표정이 자조적인 빛을 띄었다. 그녀의 눈이 길고 길었던 악몽을.. 과거를 헤매는 듯이 허공을 응시했다.


“그런 악몽까지 겪고 깨어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샤르티아, 난 네가 경성경국에 당하는 것이.. 공포스러웠던 것 같다. 위그드라실에선 잘도 계층을 지키며 목숨을 바치라고 했던 것 같은데, 법칙이 다른 이 세계에서는 네가 부활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여부도 확실치 않고, 영영 잘못될 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현장에 난입해 버린 후더군.”

“…이, 이자벨 님… 미천한 소녀를.. 걱정해주셨다고……”

“-그래. 그러니 네가 죄가 없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몸이, 네가 도망치기를 원해서 그렇게 한 거니까. 이 몸은… 소중한 존재를 잃을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이 몸이 대신 당하는게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이자벨이 그렇게 말하자 놀란 수호자들이 동요했다.


“이자벨 님! 그것은 가혹한 말씀이십니다! 저희 수호자들을 소중히 생각해주시는 것은 황송하기 그지 없으나, 저희를 대신해 당하신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 한. 말씀.이옵니.다!!”

“그, 그런 것!! 그런 것은.. 안돼요! 어, 안돼요!!”

“-부디 생각을 재고하여 주시옵소서!”


격앙된 반응에, 이자벨이 손을 들어올리자 수호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정을 눌러 삼켰다. 옥좌의 홀에 순식간에 정적이 찾아오며 흥분한 숨소리만이 남았다.


“그래, 너희의 반응을 보니 더 확실해 지는군. 내 딴에는 샤르티아를 지키고자 한 짓이었지만, 그것이야말로 너희의 마음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한 선택이었다. 대단히 이기적이었지.”


이자벨의 자학하는 듯한 말에, 수호자들이 뭐라 입을 열어 반응하려고 했지만 이자벨은 그들이 말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견은 받지 않겠다. 이 몸은, 내가 너희를 귀애하는 것 이상으로, 너희가 이 몸을 생각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샤르티아가 경성경국에 당하고, 그것에 이 몸이 겪을 정신적 충격이 두려워 목숨을 내던지는 것을 택했다. 이 행동은 너희를 사랑하는 자로서도, 지배자로서도 실격인 행동일테지.”


말을 마친 이자벨은 옥좌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왔다.


“-샤르티아.”

“이자벨 님…”

“내 이기적인 선택으로, 너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아, 아니옵니다.. 소첩은… 소첩이, 잘못하여……”


샤르티아는 어찌 해야할 지를 몰라 그저 울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정말이지, 죄를 청하는 나자릭의 아이들은 도통 설득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100레벨인 샤르티아에게 악마의 속삭임 Devil's Whisper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민하던 이자벨은 문득 방법을 생각해냈다.


“-모두 조아려라. 조아려 이 몸이 다시 명령할 때까지 조금도 고개를 들지 말라.”


이자벨이 무겁게 명령하자, 이자벨과 샤르티아를 바라보고 있던 수호자들이 일제히 자세를 바로하여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다. 샤르티아 역시 얼른 몸을 낮추려 했으나 그녀의 팔을 하얀 장갑에 감싸인 손이 부드럽게 잡아왔다. 이자벨은 미소지으며 샤르티아와 눈맞췄다.


“..보아라, 샤르티아. 누군가 널 잘못했다 질책하는 이가 있는지. 감히 널 비난의 시선으로 보는 자가 있는지.”


샤르티아의 눈이 고개를 숙인 수호자들 사이를 배회하다가 이자벨에게로 돌아왔다.
이자벨이 경성경국에 당하고, 누워있던 지난 시간들 동안 단 한 순간이라도 편한 적이 있었던가. 동등하다 여겼던 수호자들에게조차 비난과 질책을 받았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기 자신 스스로조차 자학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자벨은 구태여 이런 장면까지 보여주며 말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죄는 없다고. 정말 자신에게 죄는 없는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샤르티아가 끝없는 자책으로 얼룩져 갈 때, 이자벨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애정으로 가득한 눈과, 다정한 미소. 그 어떤 때에도, 나자릭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신, 자비로움.

샤르티아에게서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어, 없사옵니다, 이자벨 님.. 아무도 없사옵니다..!”

“네가 본 것이 맞다. 그러니 아무 걱정할 필요 없다.”


그래, 이걸로 된 거야. 서럽게 우는 샤르티아를 따스하게 끌어안아주며 이자벨은 선언했다.


“지금부터, 그 누구도 샤르티아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 각 수호자들은 물론이거니이와, 샤르티아 본인 역시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질책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 이 몸의 명령을 위반하는 자는 엄히 그 죄를 물을 것이니, 모두 마음에 새기도록 하라!”

““-명령을 받드옵니다.””

“…그래, 이제 고개를 들어도 좋다.”


경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순종적인 수호자들의 모습에, 이자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들었다. 정말로 어려운 보스 몬스터를 잡은 느낌이다. 정말이지 설득이 어려운 부하들이었다. 그러나 푸념하는 와중에서도 이자벨은 발견하고 말았다. 자신을 향하는 한결같은 눈동자들을. 맹목적인 충성과 사랑으로 가득한… 그녀가 ‘사토 히나’이던 시절에는 결코 받을 수 없었던 무한한 애정을 말이다. 이자벨은 마음이 한 없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이 몸 역시 이 자리에서 너희에게 약속하겠다. ..다시는, 너희를 위하겠다는 거짓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지지 않겠다. 이 몸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 주는, 너희와 길드장을 위해서라도.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황공하옵니다!!””


이자벨의 선언에, 수호자들은 다시금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감동의 향연도 잠시.. 이자벨이란 망할 악마는 여운이란 것을 즐기지 않는 녀석이었다.


“그나저나, 경성경국은 경성경국이고… 샤르티아의 임무 실패에 대한 건 조금도 말하지 않았군.”

“…!?”

“샤르티아, 너 당분간 근신.”

“……!!!”


샤르티아의 충격받은 듯한 눈물 젖은 예쁜 눈동자에 대고, 이자벨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



갤이 너무 죽어서 글 쓸 흥이 안난다.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기운 빠지네. 그런 의미에서 노벨피아에서도 연재 시작했다.

아 그리고 게임 원화가 될라고 학원 등록했다. 주말 빼고 매일 가는데 빡세네. 나중에 오버로드 캐릭들도 그려봐야지~~

다음 편은 막간-여담으로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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