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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혼돈을 흩뿌리는 자 - 9앱에서 작성

일본어잘하고싶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4 02:46:04
조회 587 추천 24 댓글 18
														




영묘를 빠져나온 모몬가와 이자벨의 눈 앞에는 언데드와 악마가 되어버린 마음조차 울리는 광경이 펼쳐졌다.
우선, 그들의 길드 거점인 나자릭 지하대분묘. 가로세로 200미터 규모에 6미터나 되는 높고 두꺼운 벽으로 둘러쌓인 대분묘는 짧게 정돈되어 깔끔한 잔디와, 예술품으로 봐도 될 정도의 치밀한 조각상들이 군데군데 위치해 있었다. 또한 그와 대비되는 난잡한 행색의 묘비들이 존재했으니, 그 혼돈스러운 묘지의 양상은 매우 일그러진 모습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도 그들과 그들의 동료들이 의도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모몬가와 이자벨은 실존하는 나자릭의 모습에 순간순간 감격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런 나자릭의 모습조차도 두 이형의 시선을 오래 잡아끌지는 못했다. 그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은 바로 하늘-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별들로 가득 메워진, 그 멋들어진 밤하늘이었다.


-굉장하다… 가상 세계에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대기 오염이 없어 공기가 깨끗하다는 증거인 걸까요? 이런 세계라면 확실히 인공심폐따윈 필요 없겠네요.

-……그러게요.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 맑고 투명한 하늘. 모몬가와 이자벨은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의 한숨을 토해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었다.
모몬가는 마법을 발동하려다가 자신이 걸친 갑옷이 이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수한 매직 캐스터는 갑옷을 입은 채 마법을 쓸 수 있는 스킬이 있었지만 모몬가는 이를 습득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겨우 다섯 가지. 그리고 그 중에 모몬가가 사용하려고 한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조그만 새의 날개를 본 뜬 목걸이였다. 이를 목에 걸고 의식을 집중하자, 목걸이에 부여된 마법, <비행 Fly>가 발현되며 모몬가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가까이서 구경하러 갈까요.


모몬가는 따라오라는 듯 이자벨을 한 번 돌아보고는 먼저 하늘로 치솟았다. 그런 모몬가를 바라보며 못말리겠다는 미소를 지은 이자벨은 로브 등 부분의 트인 곳으로 난 새카맣고 커다란, 마치 박쥐를 닮은 듯한 날개를 펼쳤다. 이 날개로 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미리 확인해 두었던 그녀였기에, 망설임 없이 몸을 굽혔다가 강한 힘으로 지표를 박차며 하늘로 도약했다. 100레벨 전사의 뛰어난 신체 능력은, 그 몸을 단숨에 높은 곳까지 쏘아냈고, 공중에서 강하게 날개짓하는 것으로 자유로이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뒤따르던 데미우르고스가 황급히 그 형태를 변환해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모몬가도, 이자벨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수백 미터 쯤 올라왔을 때, 앞서 가던 모몬가가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뒤따르던 두 악마 역시 천천히 정지했다.


“정말로 훌륭한…. 아니, 훌륭하다는 진부한 말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겠군….. ‘블루 플래닛’ 씨라면 이 광경을 보고 뭐라고 했을까…“


투구까지 벗어버리곤 중얼거리는 모몬가에게 이자벨 역시 얼굴을 가린 로브의 모자를 벗으며 다가갔다. 그의 중얼거림에 이자벨 역시 자연을 사랑했고, 그렇기에 위그드라실을 시작해 6계층 자연의 창조에 공을 들였던 길드원-블루 플래닛을 떠올렸다. 자신이 악의 롤플레이와 설정에 흥분하는 것처럼, 그는 자연과 밤하늘에 줄곧 흥분하곤 했었다.


”..엄청나게 흥분하겠지. 그 차분하고 나직하던 목소리를 드높이면서, 뜨겁게 역설했겠지.“

”..이자벨.“


모몬가는 어느새 자신과 나란히 선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짧게 침묵했다.


”..고맙다, 지금 내게 말을 걸어 줘서. 그럴 수 있게 곁에 있어 줘서.”


만약 이 아름다운 광경을 봤던 순간,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얼마나 비참하고, 또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러나 그 감정을 누군가에게 드러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니… 그 상정은 모몬가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함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여겼다.


“이 몸이 곁에 있어준다는 생각을 하지 마라. 반대로 길드장이 이 몸 곁에 있어주는 것일지도 모르니.”

“하하, 그건 정말 감사한 말이로군.”


두 이형은 다시 밤하늘로 시선을 올려 잠시 감상에 젖었다.


“…..별빛과 달빛만으로도 사물이 보이다니.. 블루 플래닛의 열정은 이해받아 마땅한 것이었군. 이럴 줄 알았다면 그의 방대한 지식을 좀 더 관심 있게 들어줄 것을.”

“..과연 그렇군. 마치… <보석함-하늘>에 가득 담긴 <보석-별>이지 않나.“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세계가 아름다운 것은 어쩌면 두 분을 치장하기 위한 보석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데미우르고스의 아부와도 같은 말에 모몬가는 살짝 짜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동료와 추억에 잠겨 있는 것을 방해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를, 그것도 동료와 함께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소한 짜증 따위는 어느새 사라져버졌다. 그 뿐만 아니라 이렇게 내려다 보고 있자니 세계가 왜소하게 느껴져, 악의 길드를 대표하는 길드장으로서의 롤을 해도 괜찮겠다는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길드의 유명한 악의 롤플레이어, 이자벨 역시 느끼는 듯 했다. 그녀는 데미우르고스의 말에 곧바로 흥분하며 모몬가에게 그 아름다운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다.


”그래! 데미우르고스의 말에 틀린 것이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들이 산재하는 세상인데, 우리가 손에 넣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길드장!“

”-..그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말씀이십니다! 바라시는 대로 윤허만 내리신다면, 나자릭 전군을 동원하여 이 보석상자를 모조리 손에 넣겠습니다. 그리고 나자릭에 남아주신 자비로우신 두 분께 바칠 수 있다면 이 데미우르고스에게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이럴 땐 죽이 잘 맞는 두 악마의 연극적인 대사에 모몬가는 조용히 웃었다. 악마란 존재도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거구나, 하고 느끼며.
하지만 이자벨은 마냥 분위기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방금 전, 데미우르고스의 말을 들은 그녀에겐 한 가지 야망이 생겨버린 것이었으나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나자릭 지하대분묘의 최고지배자인 모몬가의 입에서 나와야만 했다.


”..재미있군. 이 세계에 어떤 존재가 있는 지 모르는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 않나? 어쩌면 우리는 이 세계에서 매우 시시한 존재일지도 모르는 것이 아니냐.“

”하! 이 몸이 감히 시시한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 그래도 길드장은 신중한 편이니.. 이건 어떤가? 만약, 반대로 우리가 이 세계에서 강대한 존재라면-..“

”-그렇다면 세계정복이라는 것도 재밌을지 모르겠군.”


됐다. 모몬가가 ‘세계정복’을 입에 담는 그 순간, 혼돈의 악마는 곧바로 데미우르고스를 돌아보았다. 상정한 대로, 그의 개구리 같은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에 이자벨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감상에 취해 있는 길드장의 옆모습을 힐끔거렸다.
그래, 이자벨은 나자릭이 마음에 들었다. 몇 번이고 고통스럽게 모든 것을 부정당했던 리얼에서와는 달리, 나자릭에서는 그녀의 제멋대로인 면도, 행동도, 생각도.. 그 모든 것이 긍정받았다. 그리고 이자벨은 더 나아가 세계가 자신을 긍정해주기를 원했다. 만약, 그것이 정말 가능하다고 한다면… 모몬가를 살짝 속여버리는 이 상황에 대한 죄책감도 누를 수 있었다.
이자벨은 데미우르고스의 착각에 쐐기를 박아주듯,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는 악마다운 사악한 미소를 지어주는 것이다. 그러자 이 지혜의 악마의 눈에 이채가 서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나저나 이자벨 씨는 이세계에서도 악의 롤플레이 열정 만땅이네- 데미우르고스도 유치한 연극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지모를 가진 녀석이니 가끔 셋만 있을 땐 이렇게 노는 것도 재밌을지도..’


한 편, 모몬가는 아무것도 모른 채 태평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자신의 시야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악마의 행태를 보았다면 절대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해요, 모몬가 씨. 나중에 제대로 사과할 테니까-.. 모몬가 씨도 부디 절 긍정해주시길.‘


잠시 분위기를 즐기던 그들은 곧 지표에서 생긴 이변에 그 곳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범위 100미터를 넘는 대지가 마치 바다처럼 넘실대는 것이다. 평원 곳곳에서 잇달아 솟아난 조그만 융기들이 천천히 한 방향으로 모여들더니 서로가 서로를 삼키며 한 덩어리로 모여들고, 마지막에는 거의 야트막한 산만큼 성장해 나자릭을 향해 밀려들었다. 그렇게 밀려든 어마어마한 흙은 나자릭의 강건한 벽에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치 물거품을 일으키는 해일같으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은 철저히 더럽히지 않는 것이다.


“….<대지의 격동 Earth Surge>. 그것도 스킬로 범위를 확대한데다가 클래스 스킬까지 썼군.”

“역시 마레로군. 대단해. 그러니까 저기 흙으로 덮이지 않는 부분을 이 몸의 능력으로 막으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자벨 님 덕분에 대지를 움직이고 드러난 흙의 부분을 줄일 수 있어 은폐가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꽤나 소요될 것 같아 유감스럽습니다.”

“-..이렇게나 긴 나자릭의 성벽을 덮는 일이니 시간이 다소 걸려도 어쩔 수 없지. 문제는 작업 중에 발각되는 것이다. 주위 경계는 어떻게 하고 있지?”

“예, 그 부분은 문제 없습니다. 조기 경계망을 구축하여, 약 5킬로미터 범위 내에 지적 생명체가 침입한다면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즉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훌륭하군.”


데미우르고스의 대답에 이자벨이 물었다.


”조기 경계망은 서번트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대책 역시 세워두는 게 좋겠군. 이 몸에게 생각이 있다.”

“혹시 그 생각이란 말씀은…?“

”보면 알 것이다.”

“알겠습니다. …혹시 두 분의 다음 일정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이자벨은 지금도 열심히 작업 중인 마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몸은 나자릭의 은폐를 도와야지.”

“그렇다면 나도 함께 가겠다. 이자벨의 스킬의 효능을 보고싶군. 또한 열심히 일에 매진하고 있는 마레에게 무언가 좋은 선물을 주고 싶다만..“


데미우르고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사악한 악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다정한 미소였다.


“다크 워리어 님께서 말만 걸어주셔도 충분하지 않을까 사료됩니-.. 아, 이건… 죄송합니다, 잠시 볼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마레에게는-….”

“…호칭은 이제 모몬가로 되돌리겠다. 그리고 마레에게 가는 것은 우리 둘로 괜찮다. 허락하니 가 보거라, 데미우르고스.”

“송구하고, 감사드립니다. 모몬가 님, 이자벨 님.”


데미우르고스가 날개를 펄럭인 것과 동시에 모몬가와 이자벨도 마레를 향해 내려가며 도중에 투구와 모자를 다시 썼다.


“아쉽네요, 모몬가 씨. ‘다크 워리어’라는 이름, 어울렸는데.”

“진짜 너무해요. 작명센스 별로라고 그렇게까지 놀릴 필요는 없잖아요.”

“아, 그거- 자각하고 있었군요!?”

“…이 악마.”


잡담을 하며 하강하자, 목적지에 있던 다크엘프가 무언가 낌새를 눈치챘는지 상공에 있는 모몬가와 이자벨을 발견하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둘이 사뿐히 대지에 내려서자 마레가 스커트를 팔랑팔랑 흔들며 귀엽게 달려오는 것이다. 모몬가는 신경이 마레의 스커트 쪽으로 향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여성 길드원과 함께 있는데 변태로 오해받고 싶지는 않았다.


“아, 모몬가 님! 이, 이자벨 님! 자, 자, 잘 오셨, 습니다!! 아-안 그래도, 이자벨 님을 부르려고, 했어, 했어요!!”

“그래, 마레. 잘 해주고 있더군. 그러니 그렇게 겁 먹을 필요 없다. 이 몸도 이 몸의 일을 하러 온 것 뿐이니.”

“ㄱ, 감사해요!! 그런데, 모몬가 님께서는 어인, 일로? 제, 제가 역시 무언가 실수라도…”

“아니다. 난 너를 칭찬하러 온 것이다.“


야단맞는 것은 아닐까 흠칫거리던 표정이 금세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마레, 너와 이자벨이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경계망을 만든다 해도 이 세계의 주민이 우리보다 강력할 가능성도 있지. 그런 상대가 존재하는지 모르는 지금, 나자릭이 발견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또한 그렇기에 내가 네 수고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 지를 알아줬으면 하는군.”


”가, 감사라니..! 지고의 존재께서 제, 제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수호자들은 모몬가와 이자벨에 실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과대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자벨은 설정으로 실제로 그에 좀 부합하게 되었다지만… 모몬가는 그렇지 못했다. 또한 이자벨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지만, 혹여라도 수호자들을 실망시켜 그들의 충성심을 잃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된 상사의 역할을 다 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모몬가는 사회에서 배운 우수한 상사의 자질을 실천했으니.. 우수한 상사는 자고로 부하의 업무를 제대로 칭찬할 줄 아는 법이었다.
모몬가는 기뻐하면서도 그의 감사를 마구 사양하고 있는 마레를 내려다보았다.


”아니다. 나는 네 활약에 상을 내리고 싶다.“

”아, 아닙니다!! 이건 당연한 일인걸요!“

”….일을 잘했을 때 상을 내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 그렇지는 않아요..! 지고의 존재를 섬기기 위해 우리 모두가 있는 거니까요!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해요!“


몇 번을 되풀이했지만 평행선을 그리는 두 존재의 의견에, 이대로면 밤을 새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이자벨이 끼어들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 앞으로도 충실하게 일할 마레에게 주는 상도 겸한다는 걸로.“

”좋군, 그렇게 하면 문제가 없겠지, 마레?“

”무, 문제가 없나요..?“


모몬가는 이자벨의 절충안에 힘입어 반 강제로 마레를 타일렀다. 그리고는 보상으로 마련한 것을 내미는 것이다. 그것은 반지였다.


”모, 모, 모, 모몬가님..! 지금 꺼내신 그거….. 자, 잘못 꺼내셨, 셨어요!“

”잘못 꺼낸 게——“

”——잘못 꺼내셨어요!! 그건 링 오브 아인즈 울 고운!!! 지고의 존재만이 소지할 수 있는 보물인걸요!”


너무 놀라 부들부들 떨기까지 하는 마레에게 모몬가가 더 당황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길드원 전용으로 특별 제작해 나누어주었으니 길드원들을 ’지고의 존재‘라며 받들고 있는 수호자들에게는 그렇게 귀중한 물건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도망치려는 마레를 안심시키듯, 모몬가는 시간을 들여 마레를 달랬다. 그가 여러 번 반지에 담긴 전이능력의 필요성과, 모든 수호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나서야 마레는 떨리는 손길로 그 반지를 받는 것이었다.
마레가 반지를 받고 모몬가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을 보고 난 후 이자벨은 모몬가에게로 다가갔다.


“길드장, 그 반지- 모든 수호자들에게 줄 거라면 이 몸도 한 개를 받고 싶군.”

“아, 데미우르고스를 위한 건가.”

“그래. 자작 NPC가 없는 이 몸에게는 그가 그나마 특별하니까.”

“쉿. 마레가 듣지 않게 해요..! NPC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건 원하지 않는다구요!”

“아, 죄송해요. 그래서, 안주실 건가요?”

“줄게요, 줄테니까- 다른 아이들 앞에서 데미우르고스를 편애하면 안되는 거 알죠?”

“네- 네-”


속삭이며 티격대고 있는 두 지고의 존재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바라보고 있던 마레가 문득 물었다.


“저, 저기, 모몬가 님- 근데 두 분은 왜 그런 차림을 하신 건가요..?”

“…ㅇ, 으음, 그건-..”


이자벨 씨와 몰래 놀고 싶어서—
라는 대답은 역시 할 수 없겠지.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마레를 난감한 마음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던 그는 문득 이자벨이 데미우르고스의 말을 듣고 이해한 듯한 목소리를 냈던 것을 기억하고 구원을 바라는 듯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자벨을 모몬가를 보고 있지 않았으니-.. 상공에서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알베도와 데미우르고스를 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자태로 착지하는 알베도와 데미우르고스는 모몬가와 이자벨에게 예를 갖추었다.


“마레, 방금 전의 의문에 대한 대답은 내가 대신해도 될까?”

“아, 아아, 네! 알베도 씨!”


곧 알베도가 모몬가와 이자벨의 진의를 설명하는 것에, 모몬가는 언제부터 자신에게 그런 진의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었지만 어떻게든 얼버무렸다. 한 편, 그 모든 내용을 이미 알고있던 이자벨은 곧 셋의 대화에 관심을 끊고는 데미우르고스에게 물었다.


“그래서, 알베도와의 볼일은 끝난건가?”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마레가 남겨놓은 이 몸의 일을 하러 갈 참인데, 동행하겠나?”

“불초 데미우르고스, 이자벨 님을 수행할 기회를 주신다면, 언제든 기쁘게 나설 것입니다.”

“좋아, 그럼 함께 가지.”


이자벨은 그렇게 말하곤 분묘의 바깥을 향해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뒤를 데미우르고스가 따르는 것에, 알베도에게 반지를 주고 있던 모몬가가 당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이자벨 씨, 저만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



-------


아, 미리 말해두자면 필자는 예전부터 주인공보다는 빌런을 좋아하는 타입이었어.
트랜스포머같은 시리즈도 옵티머스보단 성격 드러운 메가트론을 좋아했지. 그 말은 곧 내가 쓰는 이 팬픽의 흐름과 결말도 '인간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이런 거 없이 완전 풀악셀 밟을 예정이란 뜻이야.
그러니까 이런 거 싫어하는 애들은..... 그래도 참고 봐줘!!!! 많이 봐 주면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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