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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혼돈을 흩뿌리는 자 - 5앱에서 작성

일본어잘하고싶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09 00:32:25
조회 829 추천 24 댓글 22
														





모몬가와 이자벨이 수호자와의 회담에서 헤어지고 난 후, 수호자들은 머리를 땅에 짓눌러대던 중압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자신들의 주인들이 이미 이 자리를 떠났음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숨만 골랐다. 이윽고 누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그 긴장감이 해소되는 듯 했다.


“ㅇ, 엄청 무서웠지, 누나..”

“누가 아니래, 난 찌부되는 줄 알았어.”

“역시 모몬가 님이시와요. 우리 수호자들에게마저 효과를 발휘하는 힘이라니..”

“이자.벨 님의. 힘. 역시. 두.려워 마땅.한 것. 이었다.”

“모몬가 님보다야 약했지만, 분명히 느껴졌었지..”


수호자들은 자신을 내리눌렀던 모몬가의 중압감 넘치는 힘과.. 그에 반하여 천천히 스며들던 위험한 혼돈의 힘을 상기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절망의 오라>. 공포 효과를 지닌 동시에 능력에 페널티를 주는 스킬로 본래 같은 100레벨인 수호자들에게는 효과가 미치치 않아야 했지만 모몬가가 아인즈 울 고운의 위대한 길드무기를 장착한 것으로 인해 강화된 결과, 수호자들에게는 강한 중압감이 작용한 것이다. 또한 이자벨의 <혼돈의 영역>은 본래부터 수호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지만 그 효과가 미미했다. 그러나 전개된 영역 안에 계속 머물 시 효과가 중첩되는 스킬이었으므로 수호자들은 서서히 혼돈에 잠식되는 듯한 위험한 감각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게 바로 두 절대자께서 지배자의 그릇을 드러내보이신 모습이시겠지.”

“그렇겠지요. 우리가 지위를 입에 담기 전까지는 두 분도 힘을 행사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수호자의 모습을 보인 순간부터 그 위대한 힘의 일부를 해방하시더군요.”

“그. 것은. 신하.된. 우리.에게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 수호자들은 두 분께서 충의에 보답하는 면모를 보여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지고의 존재들을 불쾌하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데미우르고스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모든 수호자들이 서번트의 경비에 대한 건으로 불쾌감을 비치던 이자벨의 모습과 수호자들의 건방진 행태에도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신 자비로운 모몬가의 모습을 상기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부끄럽고.. 건방졌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어.”


알베도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의 건방짐을 떠올리자 말로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움과 자책감이 몰려와 차라리 자해하고 싶을 정도였다.


“홀로 자책하지 마십시오, 알베도. 우리 수호자들도 당신의 의견에 찬동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일은 우리 모두의 잘못인 것입니다.”


수호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알베도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마레의 의견에 불쾌해하는 대신 더 좋은 방법을 강구해 내어야했어.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고의 존재들을 불쾌하게 하고, 결국 이자벨 님이 손수 나서시게 하고야 만 거야.“

”…우리들의 능력은 그 분들에 비하면 어찌나 미력하고 무력한 것인지..“


또다시 침묵이 흐른다. 모두가 자신의 무능력함에 무력함과 불안감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자신들에게 실망하신 두 분이 다른 분들처럼 떠나 영영 돌아오지 않으시는 것이 아닌지.. 만일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은 무슨 염치로 그 분들을 붙잡아야 하는 것인지.. 이 사실을 말하는 순간 무너질 것만 같았기에 아무도 그 불안을 입 밖으로 꺼내는 존재는 없었다.


”마레, 아까는 미안했어. 하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당신의 능력이 중요해지게 되었어.”

“알베도의 말대로입니다. 이자벨 님과 함께 나자릭을 은폐하는 작전에서 당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셔야 합니다.”

“..!! 저, 저 열심히, 할게요!! 절대, 절대, 이자벨 님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게요!!”


열의가 넘치는 마레의 대답에 알베도와 데미우르고스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들로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 보아야 그 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럼에도 해 내야만 했다. 그것이.. 그것만이 그들의 존재 이유였다.
심각한 이야기가 정리되는 듯한 분위기가 되자 세바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두 분께서 어디로 가신지는 모르겠으나 곁에서 시중을 들어야 하니까요.”


그 말에 심각해져 있던 알베도의 표정이 순간 변화했다.


“알았어, 세바스. 실례가 되지 않도록 분담하여 두 분을 보필하도록.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내게 보고해. 특히 모몬가 님께서 부르실 때는 즉시 달려갈 테니까!! 다른 모든 일들을 제쳐놓고서라도!!!!!”


점점 흥분해 언성이 높아지고 있는 알베도를 본 데미우르고스가 살짝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알베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아, 하지만 침실로 부르실 때는 살짝 시간이 걸린다는 뜻을 전해 드려야 해. 목욕도 해야 하고 여러모로 준비가 필요할 테니까. 물론 그대로 와도 된다고 하시면 나도 상관없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 부르시더라도 호응할 수 있도록 몸은 최대한 정갈하게 해 두었고, 의복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거든. 물론 당연한 일이지만 두 분의 의지야말로 최우선사항—”

“—알겠습니다, 알베도. 너무 시간을 허비하면 지고의 존재들의 시중을 들 시간이 줄어들테고, 그것은 두 분께 매우 큰 결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죄송한 말이지만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면 계층수호자 여러분도, 이만.”


알베도의 주접아닌 주접이 길어지자 세바스가 적당히 말을 끊어냈다. 그리고 어이가 없어 넋이 나간 듯한 수호자들을 뒤로하고 그는 집사다운 걸음으로 좌중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아직도 할 말이 남았다는 듯한 알베도의 시선을 끊어버리려는 듯 신속한 걸음이었다.


“헌데, 샤르티아. 아까부터 말이 없군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데미우르고스의 말에 전원의 시선이 샤르티아에게 향했다. 보니 샤르티아만이 아직도 무릎을 꿇고있는 것이 아닌가.


“왜. 그러나. 샤르.티아.”

“그, 그것이..”


코퀴토스가 다시 묻고 나서야 샤르티아가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그, 무시무시한 기척을 받는 바람에.., 몸이 오싹오싹해져서… 속옷이 좀 상태가 안 좋아져버린 것이와요…”


흥분해 살짝 붉어진 얼굴로 몽롱하게 대답하는 샤르티아의 모습에,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수호자들은 침묵하고 말았다. 오직 마레만이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알베도는 달랐다. 그녀는 그저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건지 곧바로 샤르티아의 멸칭을 입에 담는 것이었다.


“…이 음탕한 칠성장어가!!”

“뭐라고?? 지고의 존재들이시자 극도의 미 마저 겸비하신 두 분이 그만한 힘의 파동을— 상을 주셨는데 속옷을 적시지 않는 쪽이 비정상인 거 아니야!? 이 입 큰 고릴라가 어디서-!!!!“


두 여성이 서로를 노려본다. 그 눈빛에 질투와 적대감이 번질거리는 모습에 데미우르고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둘 다 기운을 차린 것은 좋았지만, 그 모몬가가 지금을 직접 위기 내지 위급한 상황으로 명명했다는 것을 보았을 때, 이런 식으로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본래였다면 나자릭에 후사가 생길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로, 데미우르고스 역시 흥미롭게 상황을 관전했을 테지만.. 역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알베도-! 샤르티아-! 슬슬 그만 하십시오. 아까의 실수에서 배운 것이 없는 겁니까!”


데미우르고스의 일갈에, 알베도와 샤르티아가 막 기세를 내뿜으려다가 멈칫하고 데미우르고스를 돌아보았다.


“그런 시간만 소비하는 싸움보다는, 어서 모몬가 님과 이사벨 님이 명령하신 바를 신속하게 수행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나. 역시. 데미우.르고스.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맞아! 나자릭은 지금 위기 상황인데 우리끼리 싸우면 어쩌자는 거야!”

“아, 저, 그.. 누나 말이 맞아요..!”


데미우르고스는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해주는 동료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했다.


“..실례했어, 모두. 그럼 명령을 내리도록 할까. 샤르티아, 이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을 들여 다시 하도록 할까. 단숨에 끝날 것 같지는 않은걸.”

“흥, 어차피 소첩의 승리일 게 분명하지만.. 이의는 없사와요, 알베도.”

”좋아, 그럼 지금부터 계획을 입안하겠다.“


수호자 총책임자의 표정으로 돌아온 알베도에게 각 계층 수호자들은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했다. 그것은 방금까지 으르렁거리며 적의를 나누었던 샤르티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지고의 존재가 부여한 ‘수호자 총책임자’라는 자리는 경의를 표해 마땅한 것이었다.


”..데미우르고스, 우선 네가 포문을 열어줬으니 너부터 시작할까. 이자벨 님의 호위와 신역의 방위에 관한 건이야.“

”예, 서번트들 중에서도 최고의 정예들만을 엄선해야겠지요.“

”물론이야. 하지만 아까 모몬가 님께서도 명령하셨듯이 이자벨 님을 지근 거리에서 호위할 종복으로는 서번트는 부적합해. NPC나 수호자들 각자의 종복에서 차출하는 것이 현명하겠지. 그래서 당신에게 말하는 거야. 이자벨 님은 그 분 자신이 악마이신만큼 악마 종족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계신 것 같으니 네 종복 중에서 선출하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판단했어.“

”흠..“


확실히 이자벨은 평소에도 자신이 악마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같은 악마 종족인 우르베르트와 마찬가지로 악마가 대다수인 7계층에 친근감을 느끼는 듯한 언행을 보여왔다. 데미우르고스의 머리에 바로 떠오른 것은 그의 휘하에 있는 마장들과 12궁의 악마들이었다.


”알겠습니다. 제 부하들 중에서 선별하도록 하죠.“

”좋아. 그럼 이 건은 당신에게 맡기겠어. 선별이 끝나는 즉시 보고해주도록 해. 그럼 다음은-“




——





한편 이자벨은 <완전불가지화-Perfect Unknownable>의 마법을 담은 목걸이 형상의 아이템으로 몸을 숨긴 채 수호자들의 회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아이템은 위그드라실에서 ’인간종 사냥 놀이‘라는 이름의 PK(Player Killing)를 할 때 유용하게 사용되었던 이자벨의 애용품이었다.


‘뭐, 살아 움직이게 된 NPC들을 몰래 훔쳐볼 때 사용될 줄은 나도 몰랐지만 말이야.’


확실히 이자벨의 연설로 눈물까지 글썽이던 그들의 모습을 봤을 때 수호자들이 모몬가와 이자벨을 배신할 확률은 적었다. 그러나 이자벨은 그들을 믿고 동료가 남긴 자식으로써 애정해도 좋을 지 확신이 필요했다. 그러나 모몬가와 이자벨에게 폐를 끼치게 될 것을 두려워하며 자책하는 NPC들의 모습은 부모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아이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게다가 다분히 충동적이고 제멋대로였던 이자벨의 서번트 호위의 거부에도 더욱이 그녀의 편의를 챙기는 모습에서는 그들의 진심이 담긴 충정을 이자벨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모몬가와 이자벨의 힘으로 속옷이 곤란해졌다는 샤르티아나.. 침실로 불러주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알베도의 행태는 당황스러운 것이긴 했지만..


’….동료들이 만든 아이들은… 빛나는구나..'


지금, 이 모든 모습들을 본 이자벨은 이 아이들을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몬가에게 알려줄 생각을 하니 더욱이 마음에 기쁨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또한 확신하게 된 한 가지가 더 있었으니 자신이 지금부터 설정의 확인을 위해 데미우르고스에게 어떠한 짓을 해도… 거부 당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었다. 아아, 그것 역시 이자벨의 마음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선사했다.

솔직히, NPC들이 살아움직이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걱정스럽고 긴장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들이 설정대로 제대로 동작하고 있을 지 수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던 것이다. 그것은 설정광 이자벨에게는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사고였다. 그리고 그 확인의 대상을 데미우르고스로 정한 것은.. 그저 이자벨이 가장 잘 아는 NPC가 데미우르고스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자벨은 회담을 마치고 7계층으로 돌아가는 정장 악마의 뒤를 밟게 된 것이다.


‘-..미안하지만 내 욕구와 의문을 위해 희생해 주어야겠어, 데미우르고스.’


마침내 주변에 데미우르고스와 자신밖에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이자벨은 <완전불가지화-Perfect Unknownable>을 해제했다. 이윽고 복도에는 두 정장 악마의 발소리가 겹치게 된 것이었다.


“이, 이자벨 님…..!”


곧 자신을 발견하고 무릎을 꿇는 데미우르고스의 모습에 이자벨은 미소지었다. 무엇을 생각하는 건지, 데미우르고스의 눈빛이 번뜩인 것 같다고 이자벨은 느꼈다.


“소신에게 하명하실 것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무구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악마의 모습에서, 이자벨은 처음으로 가학심이라는 욕구를 느꼈다. 물론 그 대상이 카르마 극악의, 악마라는 점에서 약간의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자벨은 그저 데미우르고스를 살짝 괴롭히고 싶어졌을 뿐이었다. 마침 앞으로 할 행동은 그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이자벨은 자신의 감정에 의문이 들면서도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응, 별 건 아니고.. 설정의…. 확인이랄까……”


이자벨이 천천히 다가가자, 데미우르고스는 뭔가 위험한 느낌에 침을 삼켰다. 아니, 알 수 있었다. 이자벨의 눈에서 빛나는 것이 가학심이라는 것을 같은 악마로써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일이던지, 설사 그것이 고통을 동반하는 일이라도, 주군의 기쁨이 되는 일이라면, 데미우르고스는 기쁘게 감당해 낼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이것으로 이자벨에게 자신이 쓸모가 된다면, 그것은 분명 기쁜 일이었다.
마침내 이자벨의 그림자가 데미우르고스를 덮고, 데미우르고스의 시야에는 이자벨이 가득 차게 된 순간-… 이자벨은 그의 안경을 벗겼다.


“-..!?”

“호오, 정말 눈을 감고있잖아??”


뭔가 본격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긴장했던 데미우르고스는, 별안간 자신의 안경이 벗겨지는 것에 다른 의미로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에 멈추지 않고 이자벨이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얼굴을 뜯어보는 것에 지혜의 악마, 데미우르고스는 이성이 날아가 버리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았다.
이자벨은 데미우르고스의 턱을 붙잡고 휙휙 돌리며 그의 외모를 관찰했다.


‘..이것은, 완벽하다.’


데미우르고스의 외형은 말 그대로 이자벨과 가장 친했던 길드원, 우르베르트의 이상을 완벽하게 따르고 있었다. 설정광이라는 특징 때문에 주요 NPC 대부분의 설정을 알고있는 이자벨이었지만, 역시 가장 친했던 우르베르트가 만든 데미우르고스만큼 잘 아는 NPC가 없었다. 실제로 데미우르고스와 7계층의 창조가 한창 이루어질 때, 필요한 아이템들의 조달을 도우기도 했던 이자벨이었다.


”네 눈이 보고 싶다.“

”그, 이자벨 님, 그것은-“

”눈을 떠라.“


당황하며 뭔가 말하려던 데미우르고스는, 절대 명령과도 같은 그 한마디에 그 즉시 슬쩍 감고있던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역시!“


눈이 떠지자, 그 눈구멍 안으로 보인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동공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우르베르트가 집착했던 보석안이었다.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세공한 것 같은 그 눈은, 악마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기엔 무색하게도 찬란한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이자벨은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너는- 정말로, 우르베르트의 이상이로군.“

”-..!! 화, 황공합니다..!“


갑자기 극찬을 들어버린 데미우르고스는 당황감 속에서도 피어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편 이자벨은 그런 데미우르고스를 바라보며 또다른 의문에 빠졌다. 아무리 설정을 자세히 적었더라도 그 설정이 완벽히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설정광인 타블라 스마라그디나나, 이자벨로서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NPC의 설정란은 글자 수 제한까지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설정되어있지 않은 부분은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 걸까. 이자벨의 의문은 그것이었다.


“일어나라.”


감격에 젖어있던 악마는 명령을 듣고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미우르고스와 이자벨의 사이에는 15cm가 넘는 신장 차이가 있었으므로 이자벨이 빤히 올려다보는 것에 데미우르고스는 감히 그녀를 내려다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들고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래, 이를테면 플레이트 안의 꼬리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 걸까.”


중얼거리던 이자벨이 갑자기 데미우르고스의 꼬리를 덥썩 붙잡는 것에 데미우르고스는 문자 그대로 엄청나게 놀라며 몸을 움찔 떨었다. 잡힌 꼬리가 미친듯이 움직일 것 같은 느낌에 그는 다시 필사적으로 이성의 끈을 잡았다. 솔직히 이것을 참아낸 데미우르고스는, 참으로 칭찬해 줄 만하다고 할 수 있겠다.
데미우르고스가 신체와 정신의 싸움을 이어가던 와중에도 이자벨은 살짝씩 경련하는 그의 꼬리를 내려다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확실히, 플레이트 안의 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까지는 설정란에 적어두지 않았다. 애초에 플레이트는 그 자체로 어떠한 효과가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 데미우르고스의 외형을 설정할 때 같이 만들어낸 것으로 그의 일부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설정란에는 ‘은색 플레이트에 감싸인 꼬리’라고 적어 놓았다. 그럼 플레이트는 과연 벗겨질 것인가.


“..하지만 확실히 여기서 플레이트를 벗겨내는 것은 무리겠지.”

“..!!!”


‘플레이트를 벗긴다’라는 말에 데미우르고스는 다시금 몸을 움찔거렸다. 게다가 여기서, 여기서라니!! 그 말은 다른 어딘가 개인적이고 은밀한 장소였다면 벗겨냈을 거란 말인가. 그조차도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사고들이 그의 머릿속을 마구 휘젓고 다녔다.
한 편 꼬리에서 관심을 거두고 보석안을 매우 빠르게 깜빡이고 있는 데미우르고스를 본 이자벨은 피식 웃으며 그의 꼬리를 놓아주었다. 꼬리는 해방되자마자 매우 빠르게 휙, 하고 몇 번 휘둘러졌다.


“윽, ㅈ, 죄송합니다.”

“아니다. 그보다, 오늘 있었던 일은 길드장.. 아니 모두에게 비밀로 하는 걸로 하지. 길드장에게 들켜서 ‘NPC에게 너무한 일을 해 버린 것 아니냐‘며 혼이 나고 싶진 않거든.”

”너무한 일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표정은 그런 것 같지 않은데?“

”..송구합니다…”


풀이 죽은 듯한 동료의 아이를 보며 기분이 좋아진 이자벨은 흐트러진 그의 옷매무새와 넥타이를 다듬어 주고 다정한 손길로 안경까지 다시 씌워주었다.


”착해.”


게다가 한 마디를 뇌까리며 다 큰 악마의 머리까지 두어 번 쓰다듬은 후,


“이 몸은 네가 좋아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어깨까지 툭툭 두드려 주곤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갑자기 또 극찬을 들어버린 데미우르고스는 이자벨이 떠나자마자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시간의 허비를 용납하지 못하는, 철두철미한 지혜의 악마는- 한 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혼돈의 악마는 지혜의 악마에게 말 그대로 혼돈과 혼란만을 남겨두고 떠났으니.. 참으로 그 이명에 걸맞다고 할 수 있겠다.




-----


그 어떤 팬픽에서도 데미우르고스를 이런 식으로 다루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바야흐로 데미우르고스 수난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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