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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혼돈을 흩뿌리는 자 - 20앱에서 작성

일본어잘하고싶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20 06:25:51
조회 443 추천 15 댓글 14
														





“이제야 만나는군. 슬레인 법국에서 온 제군들. 나의 이름은 아인즈 울 고운- 친근하게 아인즈라 불러도 괜찮다만-?”


거리가 있음에도 오버로드의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 또렷하게 퍼져나갔다.


“-나의 동료가 이름을 걸고 지키기로 맹세한 마을을 잘도 공격해 주었더군.”

“-..지키기로 맹세했다..? 저 마을을…? 대체, 너희들은 정체가 뭔가!! 이름을 걸고 맹세했다느니 말해도, 우리는 너희의 이름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아인즈가 책망하는 듯한 어조로 말해오는 것에 멈칫거리고 있던 니군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은 상당한 용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니군에게 그들의 공격 이유 같은 것은 사실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어차피 악마와 언데드에게 인간을 공격하는 행위는 분명 본능같은 것일테지. 가제프를 구한 것도, 이 마을을 지키기로 맹세했다는 것도 모두 눈속임일 뿐이다. 인간과 이종족은 공존할 수 없다. 그것이 니군 일행이 가진 상식이었다.
니군은 그저 시간이 필요했다. 니군의 품 안에 감춰진- 법국의 위대한 지보를 사용할 때까지의 시간 말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이 불쾌한 대화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니군의 외침에, 방금 전 엄청난 무력을 보여줬던 악마가 비아냥거리듯이 대답했다. 마치 깜박하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자기소개를 이어가는 것이다.


“아하- 이거, 실례했군. 오늘 자기소개를 너무 많이 한 탓에 슬슬 귀찮아졌거든. 우리는 너희같은 인간들은 알지 못하는 이형의 무리- 나자릭 지하대분묘를 다스리고 있는 지배자, 아인즈 울 고운과 이자벨 헬라 바하무트다. 그리고 이쪽은 우리의 지배 아래 있는 측근, 알베도와 데미우르고스라고 한다. 이제 충분한가?”

“…아니, 조금도 충분하지 않다. 이해가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단 말이다…!”

“하아.. 참으로 귀찮은 인간이 아닐수가 없군.”


이자벨이 한숨을 내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 수호자가 분노에 찬 목소리를 토해냈다.


“영광스러운 나자릭과 두 분의 위대하신 이름을 들었음에도 조아리지 않다니- 당장 저 인간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옵니다..!”

“감히 하등생물 따위가…!!!”

“ㄷ, 대장님..!!!”

“ㄱ, 공격해라-! 시간을 끌어라!!! 감시의 권품천사 Principality of Observation여, 공격하라!”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이 살기를 내뿜는 두 악마의 모습에, 위협을 느낀 니군이 즉시 천사를 돌격시켰다. 그러자 이제까지 미동도 하지 않던 천사들이 날개를 크게 움직였다. 그것은 불꽃의 상위천사 Archangel Flame보다 강한 천사로, 특수능력의 발동을 위해 이제껏 대기시키고 있던 천사들이었다.
이자벨이 경계심 없이 잘도 떠들어준 덕에 지보의 발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고위 천사를 담고 있는 위대한 수정에 금이 가고 있었으니, 규정된 사용방법에 따라 크리스탈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권품천사들을 통해 시간을 벌고, 그 다음에는 지보에 담긴 위대한 힘으로 저 이형의 무리를 척결하면 그만인 이야기었다.


“알베도, 데미우르고스- 분명 이 몸이 아까 허가 없이 나서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음, 말하는 도중 미안하지만 나름 힘내고 있는 상대 앞에서 잡담을 나누는 건 좀 불쌍하다고 생각된다만, 이자벨.”

“하-?”


불쌍하다고 말하는 것 치곤 지극히 태연한 어조로 아인즈가 이자벨의 뒤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이자벨이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니군의 지령에 달려든 감시의 권품천사의 메이스가 그대로 쿵, 하는 굉음과 함께 그녀를 덮쳤다. 악마는 갈무리 해두었던 레이피어를 뽑아보지도 못한 채 공격에 당한 것이다.


“하하, 잘난 체 하더니 사실은 별 거 아니었던 건가!”


그 모습을 본 니군 일행은 그들의 마음을 좀먹던 공포에서 해방됨과 동시에 마음껏 조소를 터트렸다. 역시, 아마 아까 그 한 번에 상위 천사들을 몇이고 양단하던 실력은 탤런트라던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사용할 수 있는 특수능력 같은 것일 터였다.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될 수 없는 무력이었다. 양광성전이 지금껏 상대해 온 그 어떤 존재도 그런 식의 무위를 선보이지는 못했다. 그래, 이대로 녀석의 일행으로 보이는 자들까지 몰살하고 마을에 있을 가제프까지 죽여 없애는 거다. 니군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권품천사들로 하여금 다음 목표를 추살할 것을 명령했..을 것이었다.


“..뭐지? 왜 천사가 움직이지 않는 거지…?”

“대장님, 저 악마가- 악마가…!!!”


부하의 외침에 니군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며 천사의 거대한 몸체에 가려진 이자벨의 모습을 살펴보았으니- 이자벨은 자신에게 날아든 그 거대한 메이스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게다가 감시의 권품천사는 그녀에게 잡힌 자신의 무기를 수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 것이다.


“-말하고 있는데 이딴 시덥잖은 공격으로 짜증나게 하지 말란 말이다.”


정말 짜증난다는 듯이 뇌까린 악마가 메이스를 붙잡은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천사는 그 거대한 몸뚱이 그대로 내팽겨쳐져 지면에 쳐박혀버리는 것이다.


“마-말도 안돼..!”

“시, 신이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대원들이 다시 한 번 경악에 찬 목소리를 내질렀다. 어쩐지 몇 번이고 반복되는 듯한 상황과 반응에 이자벨은 무료한 한숨을 토해내며 니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다른 대원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그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어올리는 것에 이자벨은 눈을 가늘게 떴다.


“-…? 저건-..”

“모두 동요하지 마라-! 최고위 천사의 소환이다!!!”


니군에 의해 하늘 높이 치켜들어지고 있는 크리스탈은 아인즈와 이자벨이 잘 아는 그것이었다. 마법 봉인 수정. 비록 부숴지고 있는 모양새이긴 했지만 광채를 보아하니 초위마법 이하의 마법을 담을 수 있는 아이템임에 분명했다. 그렇다면 니군이 말하는 최고위 천사란 것의 정체는-… 치품천사급 Seraph인가..? 아무리 그래도 항성천 치품천사 Seraph Eighth Sphere 이상은 나오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혹시 지고천 치품천사 Seraph Empyrean가 나온다면 온 힘을 다해 싸워야 할 것이다.
판단을 마친 아인즈가 소리쳤다.


“-이자벨, 물러서라!! 알베도, 스킬을 사용해 우리를 보호해라. -윽..! 잠깐, 이자벨!!!”

“이자벨 님!!!!”


그러나 판단을 마친 이자벨은 오히려 아인즈와 두 수호자들의 앞을 가로막듯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수없이 전위로서 선두에 섰던 이자벨의 본능같은 것이었다. 그 모습 자체는 늘 아인즈 울 고운 안에서 선두를 맡던 그 모습 그대로였으니 후위가 마음 놓고 딜과 보조를 할 수 있도록 공격을 한 풀 꺾어주던 그녀의 모습은 원래라면 아인즈도 인정해주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위그드라실이, 게임이 아니었다. 이러다 이자벨이, 하나 남은 그의 동료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아인즈는 눈 앞이 위기감으로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안된다, 이자벨!!!! 알베도!!! 빨리 이자벨을 보호해라!!!”

“으하하, 이미 늦었다! 보라- 최고위 천사의 존엄한 모습을!!”


마침내 크리스탈이 완전히 파괴되며 눈을 멀어버릴 것만 같은 새하얀 섬광이 터져나왔다. 이자벨은 자신을 부르는 아인즈의 외침과 그 섬광에도, 눈조차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레이피어를 움켜지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나타난 것은-…


“위광의 주품천사 Dominion Authority다!!”


그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날개의 집합체였다. 날개의 덩어리 속에서 왕권의 상징인 홀을 쥔 손만이 일렁거렸다. 그 외에 발이나 머리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질 않았으나 기이한 외견이기는 해도 성스러운 존재임은 누가 보더라도 느낄 수 있었다. 모습을 보인 순간부터 주위의 공기가 한껏 맑아졌기 때문이었다.
지고천에 속한 존재. 이를 앞에 두고 불안에 떨던 대원들의 감정이 폭발했다. 그들은 그 성스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미친듯이 갈채를 울렸다. 200년 전, 마신이라 불리던 존재들이 온 대륙을 헤집고 다녔을 때, 그런 마신조차도 혼자서 멸했던 최강의 천사. 그들의 눈 앞에 있는 것이 그것이라는 사실에 감격하고 만 것이다.

니군은 부하들의 모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는 저들이 두려움을 느낄 차례였다. 신의 힘 앞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하는 것은 저들이 될 참이었다!! 역시나, 대단한 기세로 앞을 막아선 악마가 멍하니 레이피어를 내렸다. 그리고는 떠듬떠듬 중얼거리는 것이다.


“저, 저게 최고위 천사라고…?”

“이……이런, 이런 것을 불러냈단 말이냐? 이 천사가…… 우리를 상대한 최고의 비밀병기?!”


건방지게도 자신들을 지배자라 칭한 두 존재가 경악하는 것에 니군은 내면에 존재했던 불안감이 씻은 듯이 사라지며 상쾌함마저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두려워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만, 이것이야말로 최고위 천사의 모습이다. 원래는 이러한 국면에 사용되는 것도 아까우나 너희에게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니군은 무겁게 고개를 가로졌더니 곧 광기에 찬 모습으로 소리쳤다.


“언데드와 악마따위가!!!! 감히 선택받은 종족, 우리 인간에게 당해낼 성 싶더냐아아!!!??? 모든 이종족을 멸절하고 살아남는 것은 우리, 우리 인간이 될 것이다!!! 너희, 너희 따-”

“아하하하하!!!!”

“-뭣!? 웃, 어?”


설마 두려움에 미쳐버린 것인가. 악마란 존재도 결국 두려움이란 감정 앞에 지배되어버리는 건가. 니군은 무례하게 제 말까지 잘라먹고 폭소를 터트리는 이자벨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들었나, 아인즈!? 저 천사가 우릴 없애버릴 거라는군. 저 치 말대로라면 인간들의 손에 우리 나자릭은 절멸해버리고 말겠어! 최고지배자로서 경각심을 가지라고-!! 하하하!!!!”


그것도 잠시, 니군은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는 것에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저들이 양광성전을 조롱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 않은가. 감히, 마신마저 멸한 최고위 천사를 앞에 두고 저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아니, 그럴리가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된다! 하지만 그런 니군의 생각을 짓밟듯, 침묵하고 있던 아인즈가 중얼거렸다.


“정말…… 같잖군.”

“ㅁ, 뭐..!?”

“이런 유치한 장난질 때문에 경계를 했다니… 소리쳐서 미안하다, 이자벨. 그래도 네 경각심 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나중에 제대로 이야기해야겠다.”

“이런, 너무 심하게 하진 말아달라고. 경계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상한 게 튀어나온 것은 사실이지 않나.”

“그 부분에서는 나도 동의한다. 솔직히 말해, 어이가 없군.”


이제는 상대하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한 두 이형의 반응에, 니군의 머리가 과열되었다. 그는 몸 속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고함으로 내질렀다. 아니, 사실은 그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까까지 니군의 마음을 지배했던.. 불안과 공포였으니, 완전히 사라졌다고 여겼던 그것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느끼게 하는 그들의 태도에 니군이 소리쳤다.


“아니야!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 최고의 천사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있을 리 없어! 마신에게조차 승리했던 존재인데!! 허세도 작작 부리란 말이다!! 가라, 위광의 주품천사여! <선의 극격 Holy Smite>을 날려라!!”


최대의 전력을 다하라는 니군의 바람에 힘입어, 주품천사가 들고 있던 홀이 산산히 부서지며 마법의 위력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곧 발동되는 것은 <선의 극격 Holy Smite>. 그것은 인간은 결코 도달할 수 없으리라 여겨지는 마법의 영역, 바로 7위계 이상에 속하는 그것이었다. 물론 니군이 속한 위대한 법국은 대대적인 의식을 통해 이를 시전할 때도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천사는 그것을 홀로 시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 그래서 최고위 천사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러한 성스러운 존재가 날린 궁극의 마법을, 겨우 언데드와 악마따위가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니군은 그들이 성스러운 마법 속에서 산산히 소멸하는 것을 보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아아, 알았다- 알았어. 이 몸이 아무 짓도 안 해 줄테니 얼른 맞춰보기나 해. 그러면 되나?”


그에 반해,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 레이피어를 지면에 꽂아놓고 양 손을 흔드는 이자벨. 그 여유가 니군을 공포에 떨게했다. 공포에 질린 시선이 마주치자, 기분이 좋아진 악마는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법이 발동되며 빛의 기둥이 악마에게로 쏟아졌다. 이자벨은 여전히 미소지은 채로, 눈이 부시다는 듯 한 손을 들어 제 머리 위를 가렸을 뿐이었다.
됐다-. 사악한 존재는 절대청정의 힘 앞에서 소멸한다. 그러니 저 사악한 악마는 분명히 완전히 소멸해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곳에 존재하는 마법이란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만약 저 이형들이,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존재들이라면-.. 그런 존재를 법국은.. 아니, 인간이란 종족이 적대해버리고 만 것이라면-..? 앞으로 인간종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머릿속에서 연달아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니군은 간절히 흔적도 없이 악마가 소멸해 있기만을 기도했다. 그러나, 인간이란 종족의 어두울 미래를 보여주듯- 그것은, 건재했다.
이자벨 헬라 바하무트라는 악마는, 소멸하지도- 지면에 쓰러지지도- 불타버리지도 않고 그저 한 손을 들고 서서 붉은 눈을 시뻘겋게 불태우고 있었다. 게다가 싸늘한 웃음소리까지 울려퍼졌다.


“아하- 역시, 이 몸의 속성이 악에 치우쳐있기 때문인가? 꽤, 아픈데? 그래, 이것이 데미지를 입는 감각이라는 거로군!”


이자벨은 마치 실험의 결과를 보여주듯 정장의 소매를 걷어올려 아인즈와 수호자들 쪽으로 펴보였다. 하얀 피부에는 마치 넘어진 것처럼 멍이 들어 울긋불긋한 생채기가 남겨져 있었다. 이자벨은 멍든 상처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공격을 완전히 받아냈다- 역시 이 몸은 멋진 전위야. 사실은 탱커가 아니라 딜러지만. 후후.”


빛의 기둥은 그렇게 양광성전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졌다. 시야를 불편하던 빛이 사라지자 이자벨의 팔뚝에 난 상처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침묵이 흐른다. 그것은 어떤 이들에게는 정말로, 어찌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서 굳어버린 침묵이였고, 어떤 이들에게는 극도의 분노에서 오는 경직이었으니, 알베도와 데미우르고스는 감히 지고의 존재에게 상처를 낸,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인간들을 척살해버리기 위해 분노에 찬 시선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들이 막 그 분노를 토해내려는 그 순간, 떨리는 중얼거림이 그들을 멈추게 했다.


“……감히-…”

“…응..?”


아인즈가 내뱉은 한 마디에서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살기가 느껴지는 것에 이자벨은 의문을 느끼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그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어차피 표정같은 것은 없었을 테지만.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이자벨은 곧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인즈는 이자벨이 상처를 입은 것에 말 그대로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던 것이었다.


“…감히, 이자벨에게, 하나 남은 내 유일한 동료에게-……”

“아, 아인즈..?”

“나의 소중한 동료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이 분수도 모르는 쓰레기들이이!!! 곱게 죽지는 못할 줄로 알아라아아아!!!!!


마치 절규와도 같은 목소리와 함께 아인즈에게서 사악한 오라가 분출되었다. 양광성전의 몇 대원들이 그 엄청난 살기와 기척만으로 그만 꺼무룩 정신을 잃고 혼절해버렸다.
형체를 입은 죽음이-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분노를 그들에게 터트리려하고 있었다. 니군은 그 사실을 생생히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여태껏 선택받은, 인간이라는 종족으로 살아오면서 이토록 무력했던 적이 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에게 준동해오는 죽음의 기척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아인즈는 마법을 발동하여 이자벨을 공격했던 주품천사를 일격에 소멸시켰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대충 고위계의, 대충 적당히 데미지가 있는 마법을 사용하면 되는 일이다. 아인즈의 손 끝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불꽃은 순식간에 천사에게 옮겨붙었고, 천사는 마치 고통이라도 느끼는 듯 몸부림치며 소멸했다.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는 천사가, 그와 대비되는 새카만 불꽃에 잡아먹히는 광경은, 니군으로 하여금 공포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렇게나 약해 빠진 것들이, 감히 이자벨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지켜져야 할 동료를 말이다!!! 아인즈는 다시 한 번 격렬한 분노가 이성을 잠식시키는 것을 느끼며 양광성전에게로 그 걸음을 옮겼다. 그가 이동하는 것에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이자벨이 서둘러 자신에게 치유마법을 걸었다.


“아, 아인즈- 진정해라..! 그, 이것 봐라- 멀쩡하다, 나는!!”


처음보는 아인즈의 분노한 모습에, 이자벨은 멀쩡해진 팔을 그에게 내보이며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삐질거렸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고수하던 ‘이 몸’이라는 호칭도 잊은 그녀는 일렁이는 사악한 오라 위로, 오색 빛깔의 기류가 몇 번이고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자벨이 여태껏 보아온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것은 아인즈의 감정이 격해질 때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았다.
그저 얕은 생채기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분노하다니. 이자벨은 이 상황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자신을 위해 분노해 준 그의 마음이 순수하게 기뻤다. 안심시키듯이 얼굴 만면에 미소를 피운 채로, 이자벨은 아인즈에게 다가가 살짝 속삭였다.


“모몬가 씨-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전 괜찮아요.”

“이자벨 씨, 하지만-”

“전 정말로 괜찮아요. 그야 전 멋진 악마인 걸요? 스스로의 몸은 스스로가 지켜야죠. -…악마답게요.”

“..이런 상황에도 컨셉질 할 생각인거죠? 이자벨 씨.”


아인즈가 분노를 거두고 허탈한 한숨을 토해내는 것에 이자벨은 씨익 웃으며 그에게서 물러났다. 그리고는 니군과 양광성전을 바라보았다. 아인즈의 살기와 오라로 인해 기절한 자가 여럿- 나머지는 덜덜 떨거나 멍하니 서있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어떻게 할까.’


어찌되었든 자신을 상처입힌 자이기도 했고, 이대로 죽이는 것은 재미가 없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인즈가 저렇게까지 분노하며 자신을 위해주었으니 이자벨 역시 그들을 곱게 죽여줄 수만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자벨이 직접 저들을 어떻게 하기에는 양광성전은 너무나도 약했다. 설정에 사악하다던가 남의 고통을 즐긴다던가 여러가지 써놓기는 했지만 이자벨은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그다지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녀 자체가 물리공격에 특화한 딜러인 것으로, 이자벨이 무언가를 시도하는 즉시, 니군 일행은 목숨을 잃어버릴 것이 자명했다.
고심하던 이자벨은 제 뒤에 서있던 누군가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 다방면에 능하며, 사악하고- 무엇보다 고문에 능하다는 설정이 있는 유능한 악마를 말이다.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리한 이자벨은 롤플레이에 심취한 중 2병 악마의 모습 그대로 목소리를 높였다.


“-저 건방진 인간들이 감히 이 몸에게 상해를 입혔다! 데미우르고스- 이런 상황을 좌시하다니, 수행원으로서- 아니, 수호자로서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은 아닌가?”

“ㅈ, 직무 유기라니-… 불초 데미우르고스, 이자벨 님께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벌하여 주십시오!!!”

“좋다, 네게 벌을 내리겠다.”


롤플레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것에 이자벨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양광성전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감히 이 몸을 공격한 저 인간들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무엇인지 알려주어라. 그리고 그 머릿속에 든 모든 것을 낱낱이 실토하도록 만들도록. 알겠나, 데미우르고스? 이 몸이 네게 죄를 불식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악마가 그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결심한 듯이 안경을 고쳐쓰는 악마를 바라보며 이자벨은 미소지었다.


“-..이 몸을 부디 즐겁게 해 봐라. …악마답게 말이야.”


비로소 데미우르고스가 양광성전 쪽으로 그 발을 내딛는 것에, 결국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대원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며 온갖 마법을 영창하기도 하고, 무작정 먼 곳을 향해 도망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행동은 악마의 한 마디로 멈추게 되었으니-..


[ 모두, 그 자리에 멈추어 대기하라. ]


…양광성전의 밤은, 오래토록 저물지 않게 된 것이었다.




-------


멋대로 튀어나가놓고 왜 지키지 못했냐고 따지는 극한 상사, 이자벨. 닮고 싶다!
종강해서 학교 이것저것 정리하고 귀찮아서 누워있다가 늦었다. 나도 나자릭에서 놀고먹고 싶다!

뒤는 말 안해도 알겠지만 불쌍한 우리 니군하고 양광성전은 데미우르고스가 맛있게 고문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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