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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혼돈을 흩뿌리는 자 - 32앱에서 작성

일본어잘하고싶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0 15:47:01
조회 500 추천 35 댓글 19
														



“-이 몸, 등장.”


당당하고 오만하게 내뱉어진 한 마디에 순간 좌중에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갑자기 낙하한 거대 마수와 악마의 모습에 당황하여 그 존재를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뭐, 뭐냐 저건..! ㅇ-악마…?”

“누,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움직이면 공격하겠다!!!”


놀란 카디트의 부하들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는 그 모습은 이자벨 입장에서는 상당히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개미들이 살아보겠다고 발악하는 모습과 비슷하달까.
그러나 이미 이 주변에 그들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자벨은 태연자약한 미소로 대답할 뿐이었다.


“아아, 그래그래~ 물으니 대답해 주어야겠지. 이 몸의 이름은 ‘이자벨 헬라 바하무트’. 너희 말마따나 종족은 악마이긴 하다만.. 이 몸의 동료가 누추한 네놈들과 함께 있다기에 찾아와 봤다.”


움직이면 공격하겠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양 팔을 활짝 펼치며 이야기하는 그녀를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아마 처음 보는 존재에 대한 미지의 공포 때문이겠지. 그러나 카디트만큼은 그런 이자벨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고요하게 아인즈를 노려보았다.


“..잘도 거짓말을 해 주었군. 거기다 악마가 동료라니.. 슬슬 그 헬름 안의 정체가 궁금해지는데.”

“-정말로 그럴 생각은 없었고 고의도 아니었다만.. 하아… 뭐, 말해도 믿어주지 않겠지.”

“이 몸을 빼고 무슨 이야기들이 그렇게 많나. 어제는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아는 체도 해주질 않고 말이야. 응? 아인즈.”

“…하아……”


본 모습을 훤히 드러낸 걸로도 모자라 이제는 본명까지 불러대는 이자벨의 행태에 아인즈는 진심이 담긴 한숨을 내뱉었다. 이자벨의 상태가 괜찮아진 것은 다행이었지만 설마하니 회복하자마자 사고를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정말이지, 넌 매번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군. 그러나 이번에도 잔소리를 해야겠다, 이자벨. 어딜 가서든 그렇게 정체를 다 드러내고 다니면 언제 큰 코 다칠지 모른다고 누누히 말했을 텐데.”

“응? 어차피 다 죽일 거 아니었나? 나베랄에게 듣기로는 어차피 쟤네 범죄자들이라고 들었는데. 그, 뭐라고?”


별안간 질문의 대상이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에 나베랄이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 이 나라를 기준으로 납치 및 살인… 그 밖에도 언데드 군세를 일으킨 행위 등이 있나이다.“

“아, 맞다 그래- 그거. 그래서 어차피 싹 죽일거라고 생각해서 막 나온 거였는데. 아닌가?”

“……그건 그렇다만 혹시 모르는 주변의 매복이..”

“걱정 마라. 이 근방엔 언데드 말고는 없다. 이 몸이 다- 미리 확인했지. 우리는 동료잖아. 동료면 재밌는 건 같이 해야지. 치사하게 이 몸 빼고 즐기지 말란 말이다.”

“……”


이 정도 뻔뻔함이면 되려 할 말이 없어진다. 갑자기 노도처럼 밀려오는 급격한 피로감에 무심코 멍해지고 만 아인즈를 대신하여 이자벨이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분명하게 영묘 안쪽에 숨어있는 누군가를 직시하고 있었다.


“그래, 이 몸께서 다 확인했단 말이지. 그러니 그 안쪽에 숨은 인간도 어서 기어나오는 게 좋아. 노는 건 다 같이 놀아야 재밌지 않나.”


이자벨의 말에 카디트의 표정이 어쩔 수 없는 낭패감으로 물들었다. 생명은폐 Conceal Lae 마법을 쓸 수 없었기에 일부러 숨어있도록 한 것이거늘. 조력자의 존재까지 꿰뚫렸단 말인가.
들어본 적도 없는 모험자 팀에.. 갑자기 나타나 그 동료라고 주장하는 악마까지. 그가 상정한 적 없는 것들로 인해 오랫동안 준비해 온 계획이 더럽혀지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의 기분이 심히 불쾌해졌다. 또한 이런 싸움판이라면 절대 빼지 않는 망할 조력자 역시 짜증나는 것은 마찬가지리라.


“헤에… 나 설마 들켜버린거야? 악마 주제에 제법이네, 너. 이자벨이라 했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


역시나. 영묘 안쪽에서 여태껏 모습을 감추고 있던 여성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카디트는 짜증스런 기색으로 여자를 흘겨보았다.


“흐응~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지는 말아줘~ 카디짱. 어차피 너 혼자서 저 녀석들을 상대하기는 무리일 것 같고.. 저 악마는 탐지계열 능력도 있는 것 같은걸~. 자, 자, 내 이름은 클레만티느. 잘 부탁해?”


빙글거리며 자신의 이름을 밝힌 여자는 노려보는 카디트의 시선은 가볍게 무시하곤 고심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여길 알아낸 걸까? 일부러 지하 하수도라고 다잉 메시지까지 남겨놨는데.”

“…네 물건으로 찾아왔지. 바로 그 망토 안에 감춘 물건 말이다. 어디 한 번 보여주지 않겠나?”

“우와아~ 지금 나보고 벗어보라는 거야? 변태~ 엉큼해!”

“와, 변태 해골이군. 전자든 후자든 영 최악이야.”

“……”


자연스럽게 거기 끼지 마라 이 악마야. 메이드가 오해한다고.
아인즈는 이 상황을 나베랄이 어떻게든 이해하고 있기를 바라며 잠시 먼 산을 바라보았다.


“…? 해골..? 뭐, 농담이니까 그렇게 침울해 할 필요 없어. 그나저나 내 물건이라면.. 역시 이걸 말하는 거지?”


빙글거리며 웃어대던 클레만티느가 돌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입이 귓가까지 찢어지는 듯한 모습은, 마치 악마의 그것과도 같았다.

그녀가 예술품을 공개하듯 망토를 펼치자 그 사이로 보기 드문 형태의 비키니 아머가 드러났다. 빛이 닿을 때마다 산산히 부서지며 색색의 광채를 뿜어내는 그것은 마치 비늘이 달린 스케일 아머와도 비슷했지만, 아인즈의 뛰어난 시각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순식간에 간파했다.
백금, 금, 은, 철, 구리.. 다양한 재질의 플레이트들 사이에는 미스릴이나 오리하르콘의 빛깔을 띄는 것도 간혹 섞여있는 그것들은 모두 그녀가 이제까지 죽였던 모험자들의 상징. 수렵의 전리품이었으니..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플레이트들이 부딪히며 내는 쩔꺽이는 금속음은 비명에 가버린 모험자들의 절규 소리와도 같으리라.


“그것이.. 네가 있는 장소를 가르쳐 주었다.”

“-재밌네.”


아인즈의 목소리가 무거워진 것과는 반대로, 제국에서의 활동으로 그 플레이트들의 의미를 깨달은 이자벨의 얼굴에는 흥미가 감돌았다. 한 편, 아인즈가 정답을 알려줬음에도 이해하지 못한 클레만티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걸로 날 찾았다고? 휴.. 정말, 아까부터 나만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말이야. 그치, 카디짱~ 나 정말 상처받을라 ㄱ-..”

“-장난은 여기까지 하지.”

“흐응..?”

“어차피 결말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 죽고, 죽이고. 언제까지 이런 유치한 말장난에 어울려 줘야 할 지 모르겠군. 본래는 너희가 납치해 간 그 소년만 넘겨준다면 조용히 넘어가려 했건만.. 일이 이렇게 됐으니 너희는 전부 여기서 죽어주어야 겠다.”


아인즈의 차가운 목소리가 좌중에 울려퍼졌다. 마치 사형선고와도 같은 선언에 자존심이 상한 듯 클레만티느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어이, 잠깐잠깐잠깐- 설마 정말로 너희 셋이서 우릴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종족이라고 자만하는 모양인데, 이 클레만티느 님은 인외의 존재도 많이 죽여봤거든? 너희같은 조무래기들 쯤은 단숨에-..”

“-풉.”

“……? ..지금, 웃었어?”

“아, 미안하군. 최근 이 몸 앞에서 그리 건방을 떤 녀석은 전 종족을 다 합쳐도 네가 처음이라… 신선해서 그만. 크흡.. 아인즈, 이 인간은 이 몸이 받겠다. 매직캐스터는 매직캐스터끼리- 전사는 전사끼리! 재밌을 것 같지 않나?”

“나는 어느 쪽을 맡든 상관 없다. 달리 너처럼 재미를 느끼지도 않고.”

“-그럼 결정됐군! 클레만티느? 그럼 우리는 저쪽에서 판을 벌여보자고.”


이자벨은 신이 난 것처럼 클레만티느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앞서 그녀를 지나쳐 영묘의 뒷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본래 저런 오만한 캐릭터는 자존심을 긁으면 절대 내빼지 않기 마련이다. 그것은 이자벨 스스로가 클레만티느 못지 않은 오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확신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확신이 정답이라는 듯, 그녀의 뒤를 조용한 발소리가 따르기 시작했다.

영묘와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클레만티느가 빈정이 제대로 상한 듯 적개심 가득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매직 캐스터는 매직 캐스터끼리.. 검사는 검사끼리라고? 뭔가 반대로 된 거 아냐?”


클레만티느는 노골적으로 이자벨을 위아래로 흘겨보았다. 전신 갑주에 거대한 대검을 들고 다니는 매직캐스터와, 로브를 뒤집어 쓴 검사라니. 보통은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 의심 어린 시선에 이자벨은 미소지으며 클레만티느가 했던 것처럼 로브를 펼쳐 보였다. 그러자 그녀의 허리춤에 달린 레이피어가 그 찬란한 자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특이한 무기다. 클레만티느가 사용하는 스틸레토처럼 얇으나, 길이는 그것의 몇 배는 될 정도로 길고 길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무기는 클레만티느조차 한순간 시선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다웠고, 강력한 힘을 풍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악마 따위가 들기에는 아까운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 그래. 대단하신 인간 님께서 이 미천한 악마를 이기시면 내 기꺼이 드리지. 그러니 부디 열심을 다해 달라고. 이건 이 몸이 가진 것 중에서도 최고로 귀한 거니.”


이자벨은 애정이 서린 손길로 레이피어의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이 무기를 얻겠다고 무슨 짓을 했던가. 수많은 시간을 들여 손에 넣고 난 후로도 스펙 업을 위해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무기가 이것이었다. 외관도, 품은 힘도.. 모두 신기급 중에서도 상등품의 물건이다. 마침 경장전사로 클래스도 같으니 클레만티느가 가진다면 단숨에 인간 최강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잠시 레이피어를 내려다보던 이자벨이 별안간 손잡이에서 손을 떼며 말하는 것에 클레만티느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어차피 네게 검을 뽑을 필요까진 없겠지.”

“..뭐?”


검사가 검을 뽑을 필요가 없다니. 클레만티느의 얼굴에 전에 더없을 불쾌감이 번져나갔다.
검사가 검사를 상대로 검을 들지 않는다. 이것은 그녀를 어지간히 무시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발상이다. 아까부터 계속 자존심을 건드리는 이 악마의 행태는 참고 있기가 쉽지 않다. 본래 저런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것은 늘 그녀였다. 약자를 조롱하고 자존심을 건들다가 끝내는 완전히 꺾어 짓밟아 버리는 것. 클레만티느가 가장 즐기는 사냥 방식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어쩐지 저 악마가 몇 마디만 내뱉어도 이를 갈게 되는 것은 그녀였으니.. 클레만티느는 이 상황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저 오만한 얼굴에 내 스틸레토가 박힌다면 이 짜증나는 기분도 단숨에 상쾌해지겠지.’


클레만티느의 눈이 날카롭게 이자벨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눈 앞의 이 악마에게선 어떤 위협적인 기색도 찾을 수 없다. 본디 강자라면 은연 중에도 그 기세가 흘러나오는 법. 그래, 저 유명한 가제프 스트로노프 라던가, 브레인 앙글라우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자벨에게선 과하게 여유로워 보이는 것 말고는 그녀를 긴장시키는 어떠한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 그래, 최선을 다해 싸우라고. 그 무기, 강해보이는데.. 써야 하지 않겠어? 아니, 그걸 쓴다고 하더라도 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인간 말고도 여럿 죽여봤어. 경험도, 능력도, 무력도!! 이 클레만티느 님은 인간을 초월한, 영웅의 영역에 발을 들인 몸이라고!”


인간을 선택받은 종족으로 표방하는 나라, 법국의 최강부대 흑색성전 소속이었던 클레만티느는 같은 인간 말고도 다른 종족을 상대해 본 적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엘프, 비스트맨, 언데드.. 등등. 대체 뭔가 그리 잘나신 건지, 클레만티느가 상대했던 이종족들 모두가 인간인 그녀를 깔보고 무시했다. 그러나 그것들의 말로는 하나같이 안면에 스틸레토가 꽂혀 절명하는 것 뿐이었다. 물론 클레만티느는 악마를 상대해 본 적은 없지만 목이 잘리면 죽는 것은 거의 모든 종족의 공통적인 약점이고 목에 구멍을 내주는 것은 그녀의 특기인 것이다.


“허- 이 몸도 제 이름에 ‘님’ 자를 붙이지는 않는데. 그렇게 살면 안 쪽팔리나?”

“…이 악마 따위가……”


클레만티느는 태평하게 지껄이는 악마의 예쁘장한 얼굴에 만연한 미소가 고통과 공포의 감정으로 얼룩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하며 상체를 숙였다. 법국에서 도망쳐 나온 신세였으나, 결국에 인간이 제일이라던 법국의 가르침이 뼛 속까지 새겨져있는 그녀였다.
마치 사냥을 목전에 둔 맹수처럼, 클레만티느는 손을 바닥에 짚으며 자세를 낮게, 낮게 숙였다. 이미 한 몸과 같게 된 스틸레토 두 자루를 양 손에 쥐고, 땅을 박찬 그녀는 순식간에 질주해 나갔다. 마치 한순간 세상이 느려진 것처럼 엄청난 속도. 느려진 세상 속에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는 악마의 모습이 그녀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눈 하나 깜짝, 화들짝 놀라는 기색조차도 없다. 이쪽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별 것도 아닌게, 천천히 가지고 놀다 죽여주겠어!’


마침내 쇄도한 스틸레토가 그 몸에 닿기 직전, 로브 안에 줄곧 머물고 있던 팔이 갑자기 로브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그 손에 들려있던 무언가가 클레만티느의 스틸레토를 가볍게 막아냈다.

카앙!


‘-무슨..! 송곳...?’


날카로운 송곳과도 같이 생긴 기괴한 도구에 의해 클레만티느의 스틸레토가 튕겨져 나왔다. 분명 적중한.. 아니, 적중했어야 하는 공격이었는데- 아니지, 이 공격이 막아졌다는 것은..


‘..이 내가, 반드시 적중한다고 확신할 만큼 근접한 공격을.. 나보다 빠른 속도로 쳐냈다고?’


믿기 어려운 사실이 클레만티느의 머릿속을 스친 순간, 그녀의 동물적인 감이 경종을 울렸다.
이자벨이 자신보다 빠르다. 그것은 살면서 기동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클레만티느의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를 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위험하다. 자신보다 빠른 존재와 이렇게 거리가 좁아져 버린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그녀가 위협을 느끼곤 서둘러 몸은 내빼려하자, 어태껏 허공을 바라보던 붉은 역안이 그제서야 그녀를 응시했다. 악마의 눈은, 시선이 마주치자 부드럽게 휘어졌다.


“아, 실례했군. 너무 느려서 잠시 다른 생각을 좀 했다.”

“…-이……!”


스스로에 대한 고평가가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듯, 한 순간 놀람과 격정의 감정으로 물들었던 클레만티느의 표정이 순식간에 날카로운 전사의 것으로 화했다. 이자벨은 그것에도 흥미를 느끼며 고개를 틀었다. 그 사이 거리를 벌린 클레만티느가 고개를 꺾으며 뇌까렸다.


“인정할게. 내가 좀 방심했다는 거. 하지만 어찌 되었든 결과는 같아.”

“그 말은 이 몸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마치 충격 받은 자신을 위한 위안같은데.”

“…-<유수가속 流水加速>.”


이자벨의 비아냥은 무시하고 다시 자세를 낮춘 클레만티느의 신형이 순간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났다. 물론,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일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였다. 그러나 그 위대한 인간 초월의 현장을 목격한 이자벨의 소감은 참으로 시시했다.


‘무투기인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굉장한걸?’


확실히. 클레만티느의 레벨 수준에서 평범하게는 절대 낼 수 없는 속도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100레벨 전사의 스펙을 가진 이자벨에게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것에 불과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송곳을 역수로 회전시켜 제 어깻죽지를 노리고 들어오는 스틸레토를 쳐냈다.


“큭..!”


시퍼런 스틸레토가 작은 송곳에 의해서 몇 번이고 튕겨져 나왔다. 그렇게 수 차례 공방이 오가면 오갈 수록 클레만티느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모르는 이가 이 싸움을 본다면 단연 클레만티느가 우세하다 착각할 것이다. 한 쪽은 일방적인 공격을, 한 쪽은 수비만을 하고 있을 뿐이니까.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이자벨의 수비는 마치 노련한 검사가 어린아이의 검술 놀이를 받아주듯 여유로운 배려심과,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도 내게는 닿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잔인함마저 겸비한 모습이었다.

결국 또다시 거리를 벌린 것은 클레만티느였다. 그녀는 일그러진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이자벨을 노려보았다.


“…너, 뭐야.”

“이제 할 만큼 다 했나?”

“……대체 뭐하는 놈이냐고 물었어!”


클레만티느가 발악하듯 외치자, 이자벨의 눈이 사냥감을 포착한 사냥꾼처럼 날카로워졌다. 당황과 부정의 감정으로 얼룩진 표정. 숨길 수 없이 부들부들 떨리는 팔다리. 격정으로 앙다물린 입까지. 그 모든 특징은 이자벨이 잘 아는 그것이었다. 그녀는 빙글 웃으며 고개를 한 쪽으로 틀었다.


“…너, 겁 먹었구나?”

“……!!”


오만하던 눈에 경악이 어렸다. 내가, 내가- 겁을 먹었다고? 클레만티느는 어느새 떨리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법국의 최고 부대, 흑색성전에 속한 바 있는, 인류 최강에 속하는 실력자. 그것이 지금까지 클레만티느가 알고 있는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이, 겁을 집어먹고 덜덜 떨어댄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자벨은 그럴 리가 없다며 중얼대는 클레만티느의 혼돈한 감정을 마음껏 음미하며 그녀에게로 한 발, 한 발, 다가섰다. 그 모습에 무심코 뒷걸음질 할 뻔한 것을 자각한 클레만티느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웃기지 마..! 이, 이 클레만티느 님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영웅- 클레만티느 님이 겁을 먹었다고!? 있을 수 없어.. 있을 수 없다고!!! 당장 찢어 죽여 버리겠어!!!!”


쓸 수 있는 무투기를 전부 발동한 클레만티느가 전에 없던 속도로 날아들었다. 평소였다면 그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굉장한 기세였다. 다시 한 번 한계를 넘었다고 자화자찬 할 만큼. 그러나 역시 상대가 잘못된 걸까. 클레만티느가 마주하게 된 것은 한 발 빠르게 자신의 어깨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송곳이었다. 그녀는 어깨를 관통하는 격통에 대비하려 이를 악물었다.

콰득.


“……? 아..?”


분명 엄청난 고통이 느껴져야 하거늘.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 것에 클레만티느는 그만 바보같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녀가 다시 제 어깨를 내려다보자 보인 것은 아머에 막혀 전진하지 못하고 금속음을 내고 있는 송곳의 모습이었다.


‘..뭐, 야..? 이게?’


그 정도로 빠른 속도를 냈음에도 경장 갑옷 하나를 뚫지 못한다고..? 물론, 클레만티느가 입은 비키니 아머는 상당히 물러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수한 방어력은 물론이고 여러가지 능력을 가진 법국의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강한 전사라면 충분히 데미지를 줄 수 있을 수준인데..


‘…설마 속도에 치중한 나머지 데미지는 약해 빠진 건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살아날 구석이… 아니, 어쩌면 이 찢어죽여 마땅한 악마를 정말 죽여버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그렇지. 신인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무지막지한 민첩성과 살상력을 모두 갖춘 전사가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클레만티느가 그렇게 생각할 때 문득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물리 -95%는 역시 심했나. 방어계 스킬에 아이템 끼면 많이 반감되어 버리네.”


무슨 소리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이해할 수 없는 말들에 클레만티느가 무심코 멍해졌을 때, 이자벨은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그럼, 맨손으로 갈까.”


그 순간, 고문도구를 쥐지 않은 이자벨의 왼손이 클레만티느의 목을 향해 쇄도했다. 하얀 장갑에 쌓인 그 손은, 단숨에 클레만티느의 목을 움켜잡았다.


“컥…! 큭..!! 끄윽……!”


하얀 목이 졸리는 채로, 클레만티느의 몸이 허공으로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엄청난 악력이었다. 숨이 안쉬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금방이라도 목 뼈가 부러져버릴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미친듯이 스틸레토를 휘둘러 자신을 움켜쥔 손과 팔을 공격해봤지만 어쩐지 보라색 막 같은 것이 일어 그녀의 모든 공격을 흡수해버렸다.
클레만티느는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할 겨를도 없을 뿐더러, 대체 왜 무기로 싸울 때보다 맨손이 더 강력한 것인지..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버둥거리며 몸부림 치고, 온 힘을 다해 공격해 보았지만 그 어떤 것도 통하질 않았다.


“‘물리공격 무효화’라는 거다. 편리하지? 밤은 아직 한참 남았으니 좀 더 느긋하게 발버둥 쳐 줘.”


이자벨은 자신의 종족이 악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클레만티느가 산소 부족으로 기절하기 직전에 숨통을 틔여 주며 그녀의 몸부림을 즐겁게 감상했다. 클레만티느의 아머에 붙어있던 플레이트들이 거센 몸부림에 튕겨져 나와 바닥을 굴렀다.


“-크, 헉..! 커헉…!!! 허억..”


정신이 까무룩 꺼질 것 같다가도 극한까지 단련된 전사의 정신은 폐부에 산소가 들어찰 때마다 다시 현실로 끌어당겨지고 만다. 어느새 클레만티느의 얼굴은 차마 주체하지 못한 눈물과 침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죽는다. 살해당한다. 이대로 마음껏 가지고 놀아지다가 처참하게.. 자신의 비참할 말로를 떠올리자 눈물이 마구 흘러나왔다.

싫어. 죽고 싶지 않아. 괴로워. 살려줘. 살고싶어.


“-허? 벌써 끝난 건가?”


다시 한 번 숨 쉬는 것을 허락 받았을 때, 클레만티느는 모든 저항을 멈추었다. 그녀는 그저 제 목을 잡은 그 팔의 소매깃의 끝자락을 힘없이 잡았을 뿐이었다. 잔뜩 쉰 목소리가 흐느끼듯 흘러나왔다.


“..ㅅ, 살려줘…”

“-아하, 이제 그 타이밍이로군.”

“ㅈ, 제발 살려줘…”


보통 이자벨이 본 인간들은 죄다 자신이 악마 따위에게 당할 리 없다며 부정하다가, 온갖 저항이 다 꺾이면 살려달라며 빌어대기 일쑤였다. 니군도 그렇고, 이 녀석도 이제 그 시기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이자벨은 고개를 꺾으며 클레만티느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몸이 왜? 나약하고 쓸모도 없고 자아도취에 오만하고 건방진 인간을 이 몸이 왜 살려줘야 하지?”

“ㅈ-죽, 고 싶지 않아, 제발.. 용, 서해 줘..”


툭, 이자벨이 손에 힘을 풀자 클레만티느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자벨은 정신없이 기침하며 제 목을 부여잡는 클레만티느의 머리채를 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헛수고야. 이 몸에겐 애원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 연민에 호소할 거라면 상대를 잘못 골랐군. 왜 새삼스럽게 구는 거지? 네놈도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 살고 싶어 애원하는 녀석들을 짓밟고, 하나씩 수집한 거잖아, 이 플레이트들.”


이자벨이 자신의 발 밑에 떨어진 플레이트를 구두로 툭 차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목을 다시 조를 것만 같은 그녀의 모습에, 클레만티느는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ㅇ, 연민에 호소하는 게 아니야..! 정말, 정말 나 쓸모 있어!”


클레만티느는 비굴하게 이자벨의 로브자락을 잡으며 매달렸다. 이자벨은 코웃음을 치며 그런 그녀를 차갑게 깔아보았다.


“..쓸모 있다, 네가? 이 몸한테? 네까짓게 뭘 할 수 있는데.”

“..-시, 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

“…뭐든지~?”


순간 이자벨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본 클레만티느는 일말의 희망을 느끼며 아픈 것도 잊곤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뭐든지 다 할게.. 제발, 살려줘.. 나- 난..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뭐든지, 라. 그것 참 매력적인 말인데.. 안타깝게도 이 몸에겐 피와 살은 물론이고 기꺼이 목숨까지 내던져 줄 종복들이 이미 많아서 말이다.”


클레만티느의 눈이 순식간에 다시 절망으로 물든다. 피식 웃은 이자벨은 정말로 고심하는 것 같은 포즈를 취하더니 말했다.


“아, 생각해보니 이 몸의 부하들에겐 시킬 수 없는 일이 하나 있긴 하다.”

“뭐- 뭔데!? 내가 할 수 있어, ㄴ, 내가 할게..!”

“이 몸의 동료인 아인즈가 이번에 펫을 하나 들였더군? 거대한 햄스터인데, 마침 너랑 레벨도 비슷하고 나쁘지 않을 성 싶다.”

“……?”


이자벨은 짓궂은 표정으로 만신창이가 된 클레만티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 이 몸의 애완 인간.. 할래?”



-------


님들 글 쓰다가 퇴고 과정에서 날아가 본 적 있어? 와 글이 통째로 사라졌는데 이번 편 클레망마냥 아이패드에 대고 부정하다가 화내다가 돌려달라고 애원했다.
새벽에 집에서 ㄹㅇ 사자후 지르고 울고 싶었음.. 결국 복구 안돼서 처음부터 다시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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