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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혼돈을 흩뿌리는 자 - 33앱에서 작성

일본어잘하고싶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30 14:06:30
조회 443 추천 24 댓글 13
														




※끝 무렵에 유혈묘사가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주의 요망!※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클레만티느는 바닥에 엎드린 채 한참 전부터 똑같은 의문만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법국의 최정예로 키워져, 인간의 미래를 위해 활동하던 칠흑성전에도 소속된 적이 있던 자신은.. 어째서인지 무시무시한 기척의 언데드와, 악마와 함께 있다. 거대한 그레이트 소드 두 자루에, 전신 갑주를 입고 있던 모험자의 정체는.. 새하얀 백골의 형상을 가진 언데드였던 것이다.


‘아무리 봐도 스켈레튼으로는 안 보이고.. 엘더 리치인가..?’


게다가 악마가 매직캐스터와 전사 운운하던 것은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녀석은 전사가 아니라 매직캐스터였다. 그러니 악마의 말마따나 매직캐스터인 카디트의 상대가 된 것이겠지. 아까 보았던 엘더 리치의 차가운 반응을 봤을 때 카디트는 분명 죽음을 면치 못했으리라.
그렇다면 앞으로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에란텔 사건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악마에게 뒷덜미를 붙잡혀 이 여관으로 질질 끌려온 차였기에 도망칠 기회조차 보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엘더 리치가 헬름을 벗자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기척에 클레만티느는 의문은 커녕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상황이 무색하게도, 두 이형은 아까부터 태평하게 잡담을 나누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제는 덕분에 괜찮아졌다고,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고마워요, 모몬가 씨. 이번에는 여러모로 민폐 끼쳤네요.”

“감사 인사라면 좀 더 평범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햄스케와 공중낙하라니. 엄청나게 놀랐다구요.”

“…그래서, 안 받아줄 거에요, 제 감사?”

“…묘하게 협박이 느껴집니다만.. 애초에 감사 인사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게다가 민폐라니.. 절대 아니에요. 동료끼리 당연한 일인 걸요. 그것보단 이자벨 씨가 괜찮아져서 다행이에요. 흠.. 그러고 보면 데미우르고스에겐 나중에라도 제대로 상을 줘야 겠네요.”

“-길드장을 닮아서 엄청나게 사양할 것이 분명해 보이긴 한데… 뭐, 신상필벌은 중요한 거니까요. 우르베르트는 안 그랬는데 걔는 왜 그러나 몰라요.”


신상필벌이라.. 무슨 상을 주면 좋을까.. 고민하던 아인즈의 눈에 아까부터 외면하고 있던 것이 포착되었다. 그는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이자벨의 인간 발판이 되어 엎드린 채 그녀의 다리를 받치고 있는 클레만티느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자벨 씨, 나자릭 이야기도 나왔으니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이 인간… 정말 키우실 건가요?”

“-아, 이거요?”


이자벨이 아까부터 발 받침대로 사용하고 있던 클레만티느를 발로 툭 건들자, 그녀가 움찔 떨었다. 어쩐지 자신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 나올 것 같은 느낌에 클레만티느는 바짝 긴장했다.


“네. 모몬가 씨도 펫을 들였으니까 저도 가지고 싶어서요. 동료는 공평해야죠. 그쵸?”

“…확실히 펫을 들이긴 했습니다만 공평하다고 봐야할까요 이거…”

“지금 모몬가 씨, 설마 거대 햄스터랑 인간이라고 다르게 생각하시는 거에요? 그거 종족 차별이에요! 이 차별주의자 해골!”

“…종족 차별이 아니라 종족 차이 아닐까요. 거대 햄스터와 인간은 아무리 봐도 비교하기도 힘듭니다만. 그리고 종족 차별이라니- 가장 차별 심한 누구누구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에요?”

“아- 그건 오해해요, 오해. 저는 종족 차별이 아니라 평범하게 나자릭의 아이들이 아닌 모든 외부인을 짐승으로 보고 있을 뿐인걸요?”

“-그러니까 그게 제일 나빠!!!”


아인즈가 소리치자 이자벨이 상큼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또 페이스에 말려버린 건가. 어쩐지 덩달아 웃어버리게 된 아인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안심시키는 듯한 상냥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걱정하지 마요. 잘 간수할게요. 모몬가 씨가 걱정할 일 없게끔.”


이자벨이 눈을 휘어 웃으며 바닥에 엎드려 있는 클레만티느를 내려다보았다. 동료를 볼 때는 한 없이 무해했던 붉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악마의 눈으로 변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도 만일을 위해서 조치해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뉴로니스트까진 아니더라도.. 공포공의 흑관 정도는 보내놓는 편이…”

“와, 최소가 흑관인건가요. 역시 무섭네요, 마왕님은.”

“-이자벨 씨.”

“아, 알겠어요. 그럼, 속박이나 금제 효과가 있는 아이템이라도 준비해 볼게요. 흑관은… 보내면 펫으로 두는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구요.”

“하여간 이 악마… 알았어요. 그런데… 그 아이템은 어디서 얻게요? 이자벨 씨.. 그런 아이템도 있었어요? 위그드라실에서는 그다지 쓸모도 없었을 텐데 정말 말도 안되는 컨셉충..”


잠시 인간종 플레이어를 상대로 치료해주고 때리기를 반복하는 악질적인 플레이를 일삼던 이자벨의 과거를 상기한 아인즈의 반응이 묘해졌다. 그러자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는 이자벨의 모습은 덤이었다.


“아, 아니에요- 아무리 저라도 모르는 플레이어한테 구속구까지 채우려고 하진 않았다구요. 물론, 불가능하기도 하고.”

“그럼-…”

“아이템 제작이 가능한 멋진 NPC가 있잖아요. 그 아이에게 맡기려구요.”

“아, 분명 나자릭에는 아이템이라던지, 포션이라던지 제작자들이 꽤 있죠. 그럼 제가-..”

“아뇨, 그 애들 말구요. 더! 멋진! NPC가 있잖아요! 이번에 데미우르고스와 함께 절 도와준…”

“예? ..어.. 알베도는 아이템 제작 클래스는 없을 텐데요?”

“아뇨! 있잖아요, 아이템 제작이 가능한 커스텀 NPC! 아, 모몬가 씨는 몰랐구나, 그 애가 도와줬던 거.”

“……?”


영문을 모르겠다는 아인즈의 반응에 이자벨이 씩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곧 그녀의 입에서 토해지는 한 NPC의 이름에 아인즈는 아연해질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모몬가 씨가 직!접! 만든 NPC- 판도라즈 액터 말이에요!”



***


“하아아- 데려오고 싶었는데 절대 안 넘어와주네. 중 2병이라고 잔소리할 때마다 놀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 앞으로 20년은 우려 먹을 수 있었다고. 아쉽다, 아쉬워. 그치?”


직접 만든 아이인만큼 함께 보러 가자며 아인즈를 설득했지만, 그는 그 말에서 이자벨의 마수를 느껴버린 것인지 사건을 마무리 지으러 조합에 간 나베랄을 도우러 가봐야 한다며 허둥지둥 자리를 떠 버렸다. 그것은 보물전을 지키는 영역 수호자의 성격 설정을 잘 아는 이자벨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일이었다.


“..으응, 그거 정말 ㅇ-아쉽네...”


멋대로 어깨동무당해 반쯤 끌려가고 있던 클레만티느는 애써 대답하곤 움츠러 든 채로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넓은 복도에 점짓 기세가 눌릴 정도의 장엄하고 화려한 인테리어.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클레만티느로서는 살면서 한 번도 보기 힘든 진귀한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었으니- 이곳은 바로 나자릭 지하대분묘 제 10계층. 이자벨이 아인즈가 떠나자마자 전이문을 요청해 클레만티느를 이 곳으로 끌고와버린 것이다.
대체 이 악마는 어디서 튀어나와 버린 것인가. 엄청난 무력에, 이런 호화찬란한 건물과 재력까지.. 법국 내에 있을 때에도 이처럼 진귀한 것들은 보지 못했다. 그러고보면, 이 악마 아까 분명 목숨을 바쳐 줄 부하도 엄청 많다고…


“보자보자-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아, 저기 오는군.”

“-힉..! ㅈ, 저게 뭐야..?”


마침 이자벨이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자 마침 멀리서부터 한 무리가 이쪽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정체는 이자벨의 귀환 소식을 듣고 달려온 마몬과 근위대로, 다양한 행색을 지닌 그들은 아무리 봐도 인간과 비슷한 구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이형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선두는 역시 근위대장으로 세워진 마몬이었으니, 그를 필두로 열을 맞춘 근위병들이 무릎을 꿇었다.


“나자릭에 귀환하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이자벨 님. 탐욕의 마장- 마몬, 인사드립니다.”

“-됐다. 나간 지 겨우 하루도 안됐는데 경하는 무슨.”

“지고의 존재께서 나자릭에 귀환하시는 것은 저를 비롯한 서번트들에게 있어 단연컨대 가장 큰 기쁨일 것입니다. 헌데.. 존체의 곁에 있는 것은… 인간입니까?”

“-..!”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몬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이자벨에게 붙잡혀 있는 클레만티느에게 꽂혔다. 단순히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느껴지는 엄청난 압박감에 클레만티느는 반사적으로 숨을 삼켰다.


“그래. 이 몸의 애완 인간이니 신경 쓸 것 없다.”

“..애완 인간…… 그러나 이자벨 님, 그 인간은 그러한 높은 직책을 수행하기엔 다소 불경해 보입니다. 명령만 내리신다면 이 마몬, 최선을 다해 그것에게 서번트로서의 분수를 깨우쳐 줄 것입니다.”

“……뭐-! 무, 무슨…!”


마몬이 클레만티느를 직시하며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그 박력에 당황하며 무심코 이자벨의 뒤에 숨어버렸다. 서번트로서의 분수? 깨우쳐 줘..? 그 의미가 어찌 되었는 분수를 깨우쳐 준다는 말은 원래부터 상당히 폭력적인 말이다. 게다가 마몬은.. 이자벨과 달리 강하다는 것이 겉으로도 풀풀 티가 났다. 뭣하면 당장에라도 밟아 죽일 수 있다는 듯한 강자의 기세가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마몬의 뒤에 무릎을 꿇고 있는 악마들의 시선까지 잡아먹을 듯 클레만티느를 향하고 있는데도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을 이런 상황에 처하게 한 이자벨 뿐이었다.
자신의 뒤에 숨은 것도 모자라 구원의 시선까지 보내는 그녀의 모습에 이자벨의 눈이 휘어졌다. 이 악마는 정말 최악이다. 클레만티느는 생각하면서도 다른 악마들이 그녀를 공격할까 이자벨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자벨은 평소와 같은 오만한 모습으로 꿇어앉은 마몬을 내려다보았다.


“-건방지군. 마몬, 이 몸이 네게 이름을 줬다고 기고만장해진 모양인데. 너는 어디까지나 이 몸의 근위대를 맡는 서번트일 뿐이다. NPC가 아니라는 말이지. 판단하는 것은 네 역할이 아니다. 어딜 감히 함부로 나서. 네가 데미우르고스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

“..ㄱ, 그런- 결코,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송구합니다, 부디 벌을 내려 주십시오..!”

“시끄럽다. 이번 한 번은 용서할테니 소란 떨지 말고 가서 플레이아데스의 시즈 델타가 나자릭에 있는지 확인하고 이 몸에게 데려와라.”

“송구하고, 또 황공합니다..!”


이자벨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몬의 그림자에서 무엇인가가 빠져나가 복도 너머로 사라졌다. 이자벨의 질책에 주변에서 압박하는 기세가 사라지자 클레만티느가 조용히 이자벨에게 물었다.


“…아까 그, 엘더 리치랑 하는 이야기 들었어. 나한테 뭘 할 속셈이야.”

“엘더 리치가 아니라 오버로드. 그보다 속셈이라니. 그런 거창한 건 없다. 보통 애완동물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표식을 남겨두는 편이잖아? 이를테면, 개목걸이.. 뭐, 그런거지.”

“……나한테 개목걸이라도 채우겠다는 거야, 지금?”

“-안될 이유 있나? 응? 불만 있으면 지금 이야기 해.”

“..ㅇ, 어? 아, 아니… 불만이라니.. 그런 거 아니야.”

“그치? 그래, 우리 클레만티느 님이 불만이 있으실 리가 없지. 그래도, 생기면 이 몸한테 언제라도 이야기 해야 해? 알았지? 이 몸은 착한 주인이니까.”

“-……으응.”


순간 이자벨의 눈에서 알 수 없는 광기가 번들거리는 것을 본 클레만티느가 급속도로 움츠려들었다. 살려면 숙이고 살자. 살려면. 매 순간 다시금 깨닫고 있는 그녀였다.


“이자벨 님, 명령하신 대로 시즈 델타를 대령했습니다.”


이윽고 한 소녀가 이자벨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이름은 CZ2I28 델타. 그 소녀는 매우 단아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지만, 어쩐지 그 얼굴은 만들어진 것만 같은 무표정을 띄고만 있었다. 보석과 같은 싸늘한 광채의 에메랄드 눈동자는 한 쪽만 드러났으며, 나머지 한 쪽에는 아이패치로 덮여있을 뿐이다. 길게 흘러내린 적금발이 천장의 빛을 받아 빛났다.
플레이아데스의 일원인 시즈는, 당연하게도 전투메이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메이드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다른 자매들과 다른 점이라면.. 메이드복과 함께 현대형 군복에 있는 무늬와도 같은 도시형 위장 무늬 액세서리를 착용했으며, 스커트 자락 한가운데 ‘1엔’이라 적힌 귀여운 딱지를 붙여놓았다는 점이리라.


“플레이아데스의 CZ2I28 델타, 주군의 앞에.”

“-갑작스러운 부름에도 잘 와주었다, 시즈.”


만족스러워 보이는 이자벨의 치하에 시즈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지고의 41인께 창조된 존재로써, 주군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

“그래그래, 너희는 항상 그렇지. 뭐, 너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고 이 몸이 이 인간을 데리고 보물전에 들어갈까 하는데.. 너도 알다싶이 보물전에는 치명적인 기믹이 많아서 말이다.”

“..블러드 오브 요르문간드(Blood of Jorrnungandr)?”

“정답. 이 녀석이 들어갔다간 3초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거다.”


이자벨의 말에 시즈의 무감정한 눈이 잠시 클레만티느를 응시했다.
블러드 오브 요르문간드. 보물전 내부에 설치된, 맹독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 중에서는 최대의 효과를 내는 아이템으로, 독 무효와 아이템이나 능력이 없다면 3초도 버티지 못하는 맹독을 공기 중에 살포한다. 클레만티느라면 그 즉시 세상과 안녕을 고하겠지.


“오늘 너를 부른 이유도 그래서이다. 시즈, 너는 이 나자릭의 모든 기믹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NPC이니. 보물전에는 길드반지를 통한 전이로 밖에 이동할 수 없다. 길드장에게 받아온 반지를 빌려줄테니 네가 먼저 들어가 해가 될만한 기믹을 해제해 줬으면 한다.”


나자릭의 전이 전에는 유용성이라기보다는 캐릭터 개성과 아름다운 외형을 보고 싶어서 만들어진 플레이아데스였으나, 나자릭의 모든 것이 현실이 된 이후, 시즈는 플레이아데스 중에서도 그 가치가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그것은 그들의 캐릭터 설정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으로, 시즈는 길드장인 아인즈와 설정광인 이자벨조차도 전부 기억하지 못하는 나자릭의 수많은 기믹을 전부 기억하고, 해제할 수 있다는 설정의.. 오토마톤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과연 다행인 일이다. 나자릭의 평균 무력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이세계의 수준을 감안했을 때, 기억도 안나는 나자릭의 기믹이 항시 발동 중이라면 외부인은 죽을까 봐서라도 아무도 나자릭에 들일 수 없으리라.
이자벨은 잠시 속으로 시즈를 만든 길드원, 가넷에게 감사를 표한 후 이곳에 오기 전 도망치는 아인즈를 붙잡아 강탈해 온 여분의 링 오브 아인즈 울 고운을 꺼내 시즈에게 내밀었다. 시즈는 잠시 그것을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깊숙히 들어가지는 마라. 안쪽에는 금화가 산더미라 복잡스러우니. 위험한 기믹들만 해제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존명.”


감정과 표정 변화가 없는 기계 인형이라도 뭔가 느끼는 바는 있는 걸까. 시즈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링 오브 아인즈 울 고운을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아까부터 불안한 듯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클레만티느가 얼른 이자벨에게 물었다.


“…3초도 못 버틴다니.. 그거 진심인 거지? 아까 그 녀석, 믿어도 되는 거지?”

“그 녀석이라니. 시즈를 그렇게 부르지 마라. 그래 보여도 유능한 부하이니.”

“-그렇게 말해도.. 아직 꼬맹이였다구?”

“보이는 것에 휘둘리는 건 인간의 멍청한 특징 중 하나이지. 설마 이 몸의 부하 중에 인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럼, 아까 그 꼬맹..이 님도..”

“보이는 것보다는 나이가 많지. 물론 능력도. 너 같은 건 몇 명이 덤벼도 못 이긴다는 거다.”


그 말에 어쩐지 클레만티느의 표정이 아연해졌다. 그녀를 그렇게 놀리고 있자니 금세 시즈가 돌아왔다. 기믹의 해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지는 모르겠으나, 크게 복잡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명령대로, 위험할 수 있는 모든 기믹.. 해제 완료.”

“수고했다, 시즈. 볼 일이 끝나면 다시 부르도록 할 테니 그 때 다시 기믹을 활성화 시켜줬으면 하는데.”

“주군의 명령이라면 언제든지 수행하는 것이.. 종복의 의무.”

“그럼 나중에 전언으로 연락하도록 하지.”


미소지은 이자벨이 부드럽게 시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표정인데도 어쩐지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시즈를 뒤로하고, 이자벨은 그녀에게서 받은 길드 반지를 클레만티느에게 주어 곧장 보물전으로 전이했다. 물론, 보물전이 어딘지 모르는 그녀에게 전이하는 법을 설명하는 것은 꽤나 고달픈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 이게 뭐야..?”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보물전은, 말 그대로 그야말로 ‘보물전’ 다운 위용을 자랑했다. 보물전 내부의 디자인은 나자릭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이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조차도 눌러버리는… 황금색의 향연. 천장에 닿을 듯 쌓여있는 금화의 산맥과.. 아무렇게나 그 금화들 사이에 묻혀있는 귀중한 아이템들- 황금으로 만든 잔, 다양한 보석을 박은 홀, 진주색으로 만든 뿔피리… 아니, 그 아이템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벽에 무수히 배치 된, 천장까지 솟은 거대한 장식장에는 황금의 산보다도 더욱이 찬란한 광채의 아이템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모두 이 몸과, 이 몸의 동료인 아인즈의 소유물이다. …일단 지금으로썬 말이지.”


클레만티느는 이자벨의 말에도 입을 작게 벌리고 멍하니 그 금화의 산맥과 아이템들의 향연을 보고있었다.


‘완전히 넋을 놨군.. 하긴 나라도 리얼에서 이런 걸 봤다면 놀랐을 거야. …다른 길드원들이 이 모든 재산이 실제가 됐다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들이 낙원에 올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도.’


이 모든 길드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따지자면 여태껏 돈을 벌어 길드를 유지하던 아인즈가 1위. 그나마 달마다라도 접속해 아인즈를 도와주던 이자벨과 드물게 접속하던 길드원들이 2위. …굳이 따지자면 이들이 우선이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모두가 함께 만든 나자릭인 만큼 41인 누구라도 이 보물전에 쌓인 재산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들은 이곳에 없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게임 속 낙원을 실제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들은 낙원에 올 기회를 버린 셈이 되었다.
기적이 일어나 길드원들이 이 세계로 오지 않는 한 아인즈와 이자벨이 이 많은 재산을 독점하게 되리라. 하지만.. 그들은 원하고 있었다. 이런 재산따위, 나눠가져도 괜찮으니 다시 한 번 동료들을 보고 싶다고.


“이봐, 슬슬 정신 차려라. 지금 이동할테니.”

“뭐- 으악, 지금 뭐하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이자벨이 별안간 클레만티느를 붙잡고 날개를 펼쳤다. 그리곤 단숨해 도약해 날아오르는 것이다.


“그럼 그 많은 금화의 산맥을 뚫고 가자는 건가? 옷에 금속냄새가 배는 것은 사양이다. ..허? 몸부림치면 실수로, 그만 떨어트릴지도 몰라?”


그러자 당황해 꿈틀대던 클레만티느의 몸짓이 멈췄다. 확실히 넋을 잃을 정도의 엄청난 재화였지만, 떨어져 그 재화에 처박히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이자벨이 이정도 몸부림으로 그녀를 놓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이 악마는 언제고 그녀를 금화 한가운데 던져버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최악의 악마인 것이다.
이자벨은 얌전해진 클레만티느를 데리고 금화의 산맥과 아이템의 강을 단숨에 넘어 패스워드로 잠겨있는 무기고의 앞까지 도착했다.


“…도착한거야?”

“아직. 저 앞은 무기고다.”

“……무기고가, 또 있어? 저게 끝이 아니야..?”

“아아, 방어구, 무기는 물론이고 그 외의 아이템이나 소모품이 정리된 곳도 따로 있다. 이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가치가 낮은 것들을 마구잡이고 진열해 놨을 뿐이니까.”

“…허어…… 미쳤구나.. 진짜… 당신을 만나고 내 안의 상식이 몇 번이고 깨어지는 느낌이야.. 이걸 당신이랑 그… 엘더 리치?”

“-오버로드.”

“아, 으응, 그 오버로드…님이 얻은 거야?”

“……그렇지는 않다.”


더 이상 알려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이자벨이 단답으로 대답하곤 문으로 다가갔다. 패스워드…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자벨은 구태여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아인즈 울 고운에 영광 있으라.”


나자릭의 왠만한 기믹들에게는 모두 적용되는, 길드 ‘아인즈 울 고운’을 상징하는 한 마디. 그것에 반응에 칠흑색 문 위에 문자가 떠올랐다.


[ Ascendit a terra in coelum, iterumque descendit in terram, et recipit vim superiorum et inferiorum. ]


‘라틴어… 그립네요, 타블라 씨.’


이자벨은 새로운 기믹을 만들었다며 신나게 떠들어댔던 동료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갭 모에라던가.. 그런 거만 아니었으면 최고의 친구였는데 말이지.


“-이리하여 그대는 온 세계의 영광을 손에 넣을진대, 어둠은 모두 그대로부터 물러나리라.”


이자벨이 떠오른 문구를 뇌까리자, 그 말마따나 그녀의 앞길을 막고있던 어둠이 모두 물러나 사라졌다. 어둠이 가시고 드러난 공간은, 조금 전의 금화의 산맥과 그에 뒤섞인 아이템의 강과는 다르게, 확연히 관리된 구역이었다. 마치, 엄청난 규모의 박물관 같달까. 적은 광량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은 길게 안쪽까지 이어져 좌우로 깔끔하게 정돈된 우수한 무기가 멋지게 늘어서 있었다.
이자벨이 말없이 안쪽으로 걸어들어가자, 클레만티느가 주변을 연신 두리번 거리며 그녀를 뒤쫒아 왔다.


“아까 그거… 암호인 거 같은데.. 그렇게 함부로 말해도 돼?”

“왜, 여기 보물전을 털어보려고?”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네가 걱정 해 줄 이유는 없다. 애초에 여기는 특수한 방법으로 밖에는 못 들어오고.. 이 보물전 전체 영역을 지키는 수호자도 있으니.”

“…수호자?”

“통칭, 보물전의 영역 수호자다.”


이자벨이 깔쌈하게 대답하며 안쪽을 가르켰다. 그러자 안쪽 깊은 곳에서 한 인형이 걸어나오는 것이다.


“……! ㅈ, 저건… ㄷ, 당신이잖아..!”


클레만티느의 경악 어린 목소리에 이자벨은 미소지었다. 그녀의 말 그대로, 복도 안쪽에서 나타난 이는 혼돈의 악마, 이자벨 헬라 바하무트의 외형 그대로였다. 클레만티느를 발견한 녀석의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가 옆으로 꺾인다. 어느새 클레만티느는 이자벨의 뒤에 숨어있었다.


“흠, 역시 이 몸은 아름답다니까.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니 더 새로운데. 안 그래, 판도라즈 액터? 오랜만이군.”


판도라즈 액터. 아인즈가 창조한 보물전의 영역 수호자. 그 정체는 도플갱어로, 아인즈 울 고운 41인의 모습을 모두 카피하여 그 능력을 80%까지 재현할 수 있는 NPC이다. 물론 이자벨은 전이 이후 그를 처음 만났으나, 경험에 미루어 봤을 때 NPC들은 이지가 없던 위그드라실 시절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이자벨 역시 그를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예, 정말로- 오랜만입니다. 이자벨! 헬라! 바하-무트! 님!!! 이 판도라즈 액터, 존체를 다시 뵈어 기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풋.. 아하하!!! 아, 정말로 길드장을 데려왔어야 했다. 이걸 길드장도 봤어야 했는데.”


이자벨의 아름다운 외형과 목소리 그대로 엄청난 텐션을 보여주며 군인다운 거수경례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본 이자벨은 그야말로 빵 터지고 말았다. 진짜 그를 데려왔어야 했는데. 쪽팔려서 어쩔 줄 몰라하는 동료의 모습을 상상한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다.


“아직도 이 몸의 모습 그대로인걸 보면 이 몸이 마지막으로 보물전을 방문한 이후 아무도 오지 않았나 보군.”

“정말로 슬프게도-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저는 모몬-가 님의 유일한 창조물! 보물전의 영역 수-호자! 고독감 속에서도 보물전을 수호하는 것이 저의 의무인 것입니다!”


판도라즈 액터는 정말로 슬펐다는 듯 과장된 몸짓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션을 취했다. 그러나 제 모습으로 그러는 것을 지켜보는 이자벨은 정말이지 웃겨서 연신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이자벨의 기분이 좋아보이자 판도라즈 액터의 오버 액션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고독감도 잠시- 지고의 존재이신 다앙신께서 이리 웃는 모습을 보여주시니- 이 파안도라즈 액터-! 정말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아아, 당신의 미소에 건배를-! 마드모아젤!”

“아하하!! 아, 그만- 웃겨서 토할 것 같다. 이제 그만 본 모습으로 돌아와라, 판도라. 오늘은 볼일이 있어서 온 것이니. 클레만티느, 너도 이제 그만 이 몸 뒤에서 나오지? 저건 이 몸의 부하인 판도라즈 액터다. 녀석은 타인의 모습을 카피할 수 있어서 말이다. 겁 먹을 것 없다.”

“…카피?”


클레만티느가 의문을 품으며 판도라즈 액터를 바라보자 때마침 그가 꿀렁거리며 변모하더니 제 모습을 되찾아갔다. 하나로 묶어 늘어트린 새하얀 머리칼도, 아름다운 외형도, 몸을 감싼 정장도 모두 사라지고 또다른 이형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동그랗고 밋밋하며 왠지 하찮게 생긴.. 그래, 마치 달걀귀신 같은 얼굴에는 구멍을 뚫어놓은 것처럼 뻥 뚫린 구멍이 세 개. 위치 상으로 보아 눈과 입이라고 봐야겠지만 그마저도 확신할 수는 없다. 호리호리한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오래 전 사용되었다던 군복으로, 아인즈의 로망을 가득 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신체는 달걀과도 같은 얼굴과, 자벌레를 닮은 길쭉한 손 뿐이었다.


“실례했습니다, 이자벨 님. 오랜만에 존체를 뵈니 조금 흥분해버렸습니다.”

“아, 아니다. 재밌었다, 판도라. 이 몸은 그런 거 좋아하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 판도라즈 액터! 이자벨 님을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헌데, 오늘 이 보물전에 왕림하신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아, 사흘 전에 네가 이 몸을 위해서 아이템을 제작해 줬다지?”

“예, 그 물리 공격력 95% 저하의, 초 특수 고문 도구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그렇습니다. 수호자 총괄 공이라는 분이 갑자기 찾아오셔서 꽤나 놀라고 말았죠.”

“흠, 알베도에게 다른 이야기는 듣지 못했나?”

“…예, 긴급한 상황이라고 하셔서, 바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럼, 판도라즈 액터는 전이하고 지금껏 바깥의 정보를 듣지 못한 건가? 꽤나 방치해 버렸군. 여전히 창조주를 모몬가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모몬가 씨와 상담해서 적당히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어..’


“-신경 써주지 못했군. 나중에 알베도를 시켜 그간의 사정을 문서화 해 주겠다. 우선은- 길드장은 지금 ‘아인즈 울 고운’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이 정도는 알아야겠지. 앞으로 그를 부를 땐 아인즈라 부르도록.”

“…! 그런..! 감사합니다, 이자벨 님. 덕분에 중요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에 이 몸이 너를 방문한 것은 네가 만들어 줬으면 하는 아이템이 있어서다.”

“-그 말씀은..?”

“대상을 구속하는 형태의 악세서리를 받았으면 한다. 효과는… 위치 추적, 음성 녹음, 제거 불가 정도면 괜찮을 듯 싶은데. 가능하겠나?”

“흠, 앞서 말씀해 주신 두 개 효과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거 불가는… 대상의 레벨이 중요할 듯 합니다.”

“그래서 데려왔다. 네가 직접 볼 수 있도록.”


이자벨이 여지껏 제 뒤에 물러서 있던 클레만티느의 팔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불길함을 감지한 그녀가 몸에 힘을 줘 봤지만,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오호, 이 숙녀 분은… 인간입니까?”

“그렇다. 이 몸이 키울려고 들였는데, 길드장이 여러 모로 걱정이 많아서 말이다. 최소한의 대비 정도는 해둬야 할 듯 싶다.”

“그렇군요. 그럼 잠시-”


클레만티느를 빤히 바라보던 판도라즈 액터가 잠시 여러 이형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아마 레벨과 저항성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겠지.


“-이자벨 님! 아이템 제작이 가능할 듯 합니다.”

“그것은 다행이군. 너도 알다싶이 네 창조주의 신중이 이만저만 깊은 것이 아니라서 말이야.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지?”

“일주일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좋군. 그럼 일주일 후에 그 간의 사정을 정리한 문서를 보내도록 할 테니 너는 그에게 완성된 아이템을 전달하도록 해라.”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깊게 고개를 숙이는 판도라즈 액터의 모습에 그만 돌아가려던 이자벨이 문득 멈칫하며 그를 되돌아보았다.


“-판도라즈 액터.”

“-예, 이자벨 님.”

“..외롭지는 않나?”

“…예?”

“넌 늘 여기 혼자니까. 이 곳은 볼 일이 없으면 아무도 와 주지 않고.”

“저는 매직 아이템을 반짝반짝 닦아주는 것이 취미이기에, 제 업무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 임무는 물론 보물전을 수호하는 것이지만, 또 하나는 언제고 아이템들을 최상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게끔 관리하며 이 아이템들을 사용하실 지고의 존재들을 기다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야말로 외로움이란 사치! 가, 아니겠습니까.”


기다린다, 라. 확실히, NPC와 그 창조주는 닮았다. 아인즈 역시,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외로움이 많은 성격이다. 그것은 그동안 모두가 떠나가 버린 나자릭에서 가끔이라도 그를 만나며 느낀 바이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고 동료들이 돌아와 다시 즐길 수 있도록 길드를 관리하면서.


“외로움은 사치,인가…판도라.”


이자벨이 무겁게 입을 열자 그걸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지 그가 먼저 말했다.


“-당신께는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떠나지 않아주셔서. 가끔이라도 그 분의 곁에 계셔주셔서. 이 판도라즈 액터, 당신께만큼은 가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것 없다. 이 몸이 하고 싶었을 뿐이다. ..다음에는, 길드장도 데리고 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머리가 복잡해 진 이자벨은 그렇게 말하곤 클레만티느를 데리고 보물전을 빠져나왔다. 아인즈는 판도라즈 액터가 자신과 같이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알면,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창조자고 피조물이고 둘 다 바보 천치로군.”



***



에란텔의 언데드 소동이 마무리되고 얼마 후, 단숨에 미스릴 클래스의 모험자가 된 아인즈는 단숨에 큰 돈을 벌어 온 이자벨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밤낮으로 의뢰를 해결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에 비례해 달라지는 주변의 눈길은 당연한 것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보물전에 가자는 이자벨 씨의 제안을 미룰 수 있으니 다행인 건가..’


그 날 역시 그렇게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일상을 수행하던 평범한 날이었다. 갑작스레 알베도에게 전언이 온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본래 모든 NPC들은 바쁜 아인즈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왠만하면 정해진 시간 외에 전언을 삼가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감’이라는 것인지.. 아인즈는 갑자기 날아온 전언에 기이한 불안감을 느끼며 마법을 연결시켰다.


-무슨 일이냐, 알베도.

-…아인즈 님, 샤르티아가……


이어진 말을 들은 아인즈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곁에 있던 나베랄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았지만, 아인즈는 어느새 인벤토리에 손을 뻗어 길드 반지를 꺼내고 있었다.


“ㅈ- 잠깐 모몬- 아인즈 님-..!”


나베랄의 외침에도 곧바로 나자릭 10계층으로 전이한 아인즈는 서둘러 옥좌의 홀로 향했다. 그 엄청난 기세에 상주하던 서번트들이 놀라 얼른 길을 비켜 조아릴 정도였다. 마침내 도착한 옥좌의 홀에는, 알베도와 몇 계층 수호자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무릎 꿇고 있는 자는-..


“-샤르티아.”

“아, 아아, 아인, 즈 님…!!”

“-샤르티아, 이자벨은 어디 있느냐.”

“ㄱ, ㄱ, 그것이.. 아아, 흐윽… 아인즈 님.. 흑.. 그것이…!”

“당장 대답하지 못하겠느냐!!!”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샤르티아의 몸은 여기저기가 만신창이였다. 무언가 얇고 날카로운 것에 찔리고 베인 흔적으로 가득했으니.. 이를테면… 레이피어같은 것으로 인해 난 상처였다. 알베도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인즈 님, 이자벨 님께옵서…… 세계급 아이템에… 당하신 듯 하옵니다.”


그 말에, 아인즈의 붉은 동공이 급속도로 흐려졌다. 그리고..


“아인즈 님!!!”

“-아인즈 님!!!!”


힘이 풀린 듯 비틀거리는 아인즈의 모습에 놀란 알베도와 수호자들이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아인즈는 간신히 한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자세히…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고하라.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



많이 늦어서 미안하다.. 시험 끝나고 여유가 날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과제 폭탄이네.. 대신 새로운 그림들을 준비해봤어. 늘 읽어줘서 고맙고 어케든 학기만 끝나면... 휴학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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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접때 커미션 맡아 준 친구가 낙서로 그려줌. 인간 버전 이자벨! 표정 묘사가 마음에 들어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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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저번 달에 새로 맡긴 커미션 완성됨! 메스로 푹찍푹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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