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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혼돈을 흩뿌리는 자 - 34앱에서 작성

일본어잘하고싶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13 09:51:16
조회 382 추천 18 댓글 12
														





그 날 아침, 이자벨은 평소와 같이 유리와 클레만티느와 함께 마법성으로 출근한 상태였다. 처음에 클레만티느를 데리고 마법성에 왔을 땐 못 보던 얼굴에 다들 놀란 기색이었지만, 이자벨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라는 제국 황제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인지 딱히 문제 삼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클레만티느는 생각 외로 쓸모있었다. 그녀는 제국어를 할 줄 알았기에 그동안 이자벨을 힘들게 했던 마법서의 해석이 쉬워진 것이다. 물론, 플루더가 집적거릴 때마다 ‘저 악마가 저걸 참는다고?’ 하며 경악하는 듯한 표정은 거슬리긴 했지만 그 정도야 참아줄 수 있었다.


“으음, 심심하네~ 지나치게 평화로워.”


얼마 전까지 지치게 하던 욕구의 문제도 해결됐겠다, 마법서 일도 쉬워졌겠다.. 뭐든지 들어주는 부하들은 한 트럭. 이자벨은 요즘 걱정이 별로 없었다. 플루더의 기행을 무시하는 스킬도 점점 늘어 이제 눈 앞에서 침튀기는 노인이 있어도 무표정으로 귀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유리는 줄곧 클레만티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이자벨이 가만히 있으니 참고 있는 모양이다.


“-이자벨 님, 간식이라도 드시겠습니까?”

“아아, 됐다- 유리. 뭘 하던 의욕이 안 드는군.”


이자벨은 무료한 기색으로 대답하곤 유리의 옆 자리에서 끙끙대며 마법서를 붙잡고 있는 클레만티느를 바라보았다.


“클레만티느, 그건 얼마나 더 걸리지?”

“어? 아, 으응.. 그게, 뭔가 전문 용어가 많아서 일주일은 더 걸릴 것 같은데..”


클레만티느가 잔뜩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저 악마는 쓰잘데기 없는 걸로 트집을 잘 잡는다. 사실 트집이고 자시고 그냥 그녀를 괴롭히는 걸 즐기는 것 같다. 망할 악마. 그러나 이자벨은 그런 클레만티느의 대답에도 의욕 없이 집무 책상에 늘어져있을 뿐이었다.


“유리, 전에 말한 건?”

“..예, 정보상은 물론이고 쓸만한 워커도 고용했습니다. 정보가 모이는 대로 나자릭에 보낼까 합니다.”

“-황제 쪽은, 혹시 뒷사람을 붙이거나 하진 않았겠지?”

“정보상과 워커에게는 그림자 악마를 붙였습니다만, 그런 낌새는 없었습니다.”

“..순탄하구나.”


그래, 순탄하다. 그것도 지나치게. 지난 며칠 간 느낀 거지만 이자벨이 느끼기에도 자신은 너무나 인내심이 없었다. 아니, 인내심이 없다기보단 유달리 지루한 것을 못 견뎌 했다. 이자벨은 무엇보다 자극적인 것이 좋았으며, 그래서 위그드라실에서도 외줄을 타는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전투를 좋아하곤 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런 평화는.. 그것도 놀려줄 NPC도 많지 않은 제국에서의 평화는 너무나 무료한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 정도면 플루더의 마법에 대한 일장 연설이 그리워질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송구하옵니다, 지고하신 분이시여. 무례를 용서하소서.

-…….?


이자벨은 머릿속으로부터 울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누구지..? 그녀를 ‘지고하신 분’이라 표현한 것을 보아 나자릭의 존재임은 분명한데..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인 것을 보아 계층수호자는 아니었다.


-누구냐, 용서를 구하기 전에 소속부터 밝혀라.

-..송구하옵니다. 저는 계층수호자 샤르티아 블러드폴른 휘하의.. 뱀파이어 브라이드이옵니다.


조심스럽게 토해진 목소리에 이자벨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서번트? 서번트가 지금 이 몸에게 직통으로 전언을 걸었다고? ……제정신인가?

-…부디 용서하시옵소서. 처벌은 나중에라도 달게 받겠나이다.


전언으로 전해져오는 목소리에서는 공포를 억지로 참는 듯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이런데도 그녀에게 직접 연락을 할 생각을 한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긴 한 모양이다.


-…잠깐, 너.. 원래 전언을 사용할 수 있던가?

-송구하오나 제게는 그런 능력이 없사옵니다. 이 전언은 전에 받았던 비상용 스크롤을 사용한 것이옵니다.

-비상용이라.. 샤르티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그러고보니 샤르티아는 분명 아인즈와 그녀의 명령으로 외부에 나가있는 상태일 터였다. ..하지만 이 세계의 무력 수준을 고려했을 때 샤르티아가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임무 수행 도중에 도망친 인간들이 발생하여 그 분.. 아니, 그녀가 그들을 쫓았사온데.. 연락이 닿질 않사옵니다.

-피의 광란이 발동한 것은 아닌가?

-저희도 그런 줄로 알고 여러 차례 시도하였사옵니다만…


<피의 광란 Blood Frenzy>. 타인의 피로 범벅이 되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것으로, 살육충동에 휩싸여 폭주하게 되는 대신 공격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샤르티아의 스킬 중 하나였다. 뱀파이어 브라이드에게 상황만 들었을 때는 일단 당장 심각한 상황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만약 피의 광란이 발동한 샤르티아가 인간의 구역을 침범하기라도 한다면 일이 커진다. 자칫하다간 나라 하나가 통째로 지워질 수도 있는 문제였으니.


-…흠, 길드장은 이 사실을 아나?

-그 분께선 공사다망하시어 당분간 연락의 빈도수를 줄이라는 명령을 하셨사옵니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존체께 연락하게 되었사옵니다.


이자벨은 가만히 유리와 클레만티느 쪽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플루더도 황제의 부름을 받아 황성에 간 차다. 녀석이 아니면 달리 이자벨을 찾을 사람도 없으니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 쯤은 괜찮을 듯 싶었다.


-..알았다, 이 몸이 가 볼테니 지금 그곳으로 전이문을.. 아니다, 그건 이 몸이 해야 되겠군.


뱀파이어 브라이드와의 전언을 끊어내며, 이자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 이 몸은 잠시 일이 생겨 자리를 비워야 할 듯 싶다. 혹시 누군가 이 몸을 찾거든 적당히 둘러대도록 해라.”

“송구하오나 어디로 가시는지 여쭈어도 되겠나이까?”

“…잔소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대답해주지.”

“……이자벨 님..”


이자벨이 스트레스로 힘들어했던 그 사건 이후, 알베도에게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지 유리의 과보호가 더 심해졌다. 분명 호위도 없이 샤르티아에게 간다고 하면 펄쩍 뛰며 안된다고 말려대겠지. 그렇다고 해서 나자릭의 근위대를 부를 수는 없다. 그들은 밖에 나다니기에는 너무나도 눈에 띄는 외형이었으니.
그 때 마침 요청했던 전이문이 열리며 허공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이자벨은 슬쩍 몸을 그 구멍으로 밀어넣으며 유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서번트들로 경계는 세울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자벨 님, 잠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유리에게 잡힐세라, 이자벨은 얼른 전이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래,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일이 커질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야 이 세계 주민들은 턱 없이 약했으며, 최근에는 모든 일이 순탄한 차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렇게 너무도 안일한 판단을 해 버리고야 만 것이다.


““지고하신 주인을 뵙나이다.””


이자벨이 장소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무언가 하얀색 천으로 몸을 감싼 무리가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아름다운 외형에 붉은색 역안, 창백한 피부에 대비되는 흑단같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들로, 샤르티아 휘하의 언데드인- 흡혈귀의 신부 Vampire Bride라는 서번트였다. 이자벨은 그 중 가장 선두에 나선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네가 이 몸에게 전언한 녀석이겠군.”

“…면목이 없사옵니다..”


그녀는 마치 대역죄라도 저지른 것 마냥 고개를 조아렸다. 행동 하나하나에서부터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비천하게 여기고 있는지, 감히 자신 따위가 지고의 존재에게 직접 전언한 것이 얼마나 망발된 행동이었는지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이자벨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지켜만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잘했다.”

“..ㅅ, 송구하옵니다?”

“나자릭 NPC 중 단 한 명이라도 위험에 처하는 것을 이 몸은 용납할 수 없다. 또한 철저한 보고체계는 길드장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 처벌은 없을 것이니 주변 경계에 더 유의해라.”

“..ㅎ, 황송하옵니다..! 미천한 몸이나, 모든 것을 다해 존체의 명령에 따를 것이옵니다!”


뱀파이어 브라이드는 정말로 감격한 듯이 고개를 연신 조아렸다. 이자벨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참으로 맹목적인 충성심이로구나..’


이자벨은 방금 전, ‘나자릭의 NPC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겉보기에야 부하를 생각하는 지배자의 훌륭한 모습이겠지만, 그 말에 내포된 의미는 NPC를 제외한 서번트 따위야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서번트- 뱀파이어 브라이드들은 그녀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지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처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이다.

그 모습은 마치, 그래- 만들어진 대로, “명령에 복종하라”는 유일한 커맨드를 따라 행동하는.. 말 그대로 게임 속의 NPC나 다름이 없었다. 만약, 이자벨이 아인즈 울 고운의 일원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그녀가 생명조차도 마음대로 창조하며, 나자릭에 군림하는.. ‘아인즈 울 고운의 이자벨’이 아니라, 그냥 이자벨이었다면…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해 줄 사람이야..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저 ‘리얼’에서도 그랬듯이.
증오할 수 밖에 없는 그 세상을 떠올리자, 이자벨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갑자기 달라진 그녀의 분위기에, 주변에 포진해 있던 서번트들이 공포에 질리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을 끌었다. 상황 설명은 간단히 하고, 샤르티아가 어느 방향으로 사라졌는지 설명해라.”



***



이자벨은 빠르게 숲을 넘어 날아갔다. 큰 일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던 것과는 다르게, 샤르티아는 상정한 것 그 이상으로 거하게 상황을 말아먹은 상태였다. 샤르티아가 피의 광란에 빠질 것을 생각해 일부러 비상용 전언 스크롤을 서번트에게 맡겨 놓은 것이건만.. 하필 상황이 틀어졌을 때 스크롤을 가진 뱀파이어 브라이드는 엉뚱한 곳을 지키고 서 있던 모양이었다.
일단은 알베도에게 연락해 호위와 상황을 수습할 인력을 요청한 후 이자벨 본인은 직접 샤르티아를 찾아나섰다. 휙휙, 엄청난 속도에 빠르게 발 아래의 나무들이 멀어져 갔다.


“<하위 혼돈수 소환>.”


이자벨이 스킬을 사용하자 그녀에게서 혼돈의 연기가 훅 끼쳐나오더니 순식간에 형태를 갖추었다. 그것들은 두 쌍의 날개를 가져 새와도 비슷하게 생겼으나, 형용하기 어려운 기이한 외형을 가진 마수였다. 자세히 보면 육체 역시 완전한 형체를 띈 것이 아니라, 잿빛 연기로 이루어져 있어 기분 나쁜 형태로 일렁거렸다. 생명체라고 부르기엔 지극히 혼돈한 기척을 흩뿌리며, 그들은 소리 없이 이자벨의 앞에 정렬했다.

혼돈수. 언데드가 산 자를 증오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혼돈수는 혼돈에 속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증오한다. 그 증오가 얼마나 깊은지, 혼돈과 관련한 레벨이 없는 대상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심지어는 나무나 풀과 같은 식물까지 공격해 댈 지경이다. 이런 특징 탓에 혼돈수는 일단 소환되면 주변의 비혼돈종들을 공격하며 날뛰기 시작한다. 다행이도 소환한 소환주는 혼돈 레벨을 보유했기에 공격하지 않지만, 그뿐이다. 제어가 안되기에 절체절명의 순간에 면피용으로 소환할 뿐인, 언제나 골칫거리인 몬스터들.
물론, 이자벨은 그녀의 마지막 클래스인 ‘혼돈의 주인 Lord of Chaos’를 습득하면서 혼돈수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정말이지.. 레벨이 100이나 되어서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스킬이라니. 단점이 너무나도 컸지만 장점도 있었다. 바로, 비혼돈종에 대한 증오가 깊어 다른 생명에 대한 기척을 기가막히게 감지한다는 것이다.


“근방의 생명의 기척을 찾아라. 특히,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면 그 즉시 내게 알리도록. 전투 행위는 허락하지 않는다.”


이자벨이 뇌까리자, 녀석들은 포효하는 듯이 한 번 긴 울음소리를 내더니 곧장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렇게 몇 차례 더 스킬을 사용해 혼돈수들을 보내어 근방을 탐색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느껴진 사념으로, 샤르티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서둘러 그 현장으로 향한 이자벨이 확인한 샤르티아는, 한 무리와 대치 중인듯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한 남자였다. 그녀는 무리 가운데에서도, 오롯이 그 남자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중성적인 외모를 가진 녀석이었으나, 이자벨은 그것이 남성이라고 확신했다. 그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에 그녀는 스킬을 발동해 그것의 레벨을 확인했다.


‘…레벨은, 70 언저리인가. 이 세계에서 처음 보는.. 강자 축에 드는 존재로군.’


샤르티아의 임무 실패에 갑작스런 출처 불분명한 강자의 등장까지. 하나만 겪어도 당황할 법한 상황이 연속되는 것에 이자벨의 사고가 순식간에 차갑게 내리앉았다. 그것은 악마가 되어 버린 정신이 선사하는 날카로운 사고회로로, 그녀가 현장을 발견하고 여기까지 판단하는 데까지 겨우 수 초밖에 걸리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주었다. 이자벨은 우선 인벤토리를 뒤져 검정색의 반가면을 꺼내 착용했다. 좀 더 확실하게 얼굴이 가려지는 가면이면 좋았겠으나 우선 가진 것이 이것 뿐이었다.


‘-저 남자 말고는 달리 강한 존재는 없다. 70레벨 정도면 혼자서도 가능하겠지만 샤르티아와 함께라면 확실하게 말살할 수 있겠지. 우선 최선의 방안은 생포하는 것으로 할까. 다른 녀석들은… 어?’


다른 인간들의 레벨 수준을 살피려는 그 순간, 이자벨의 눈에 무엇인가 못 박힌 듯 포착되었다. 그것은 은백색의 옷으로, 발톱 다섯 개를 쳐든 용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이 황금실로 수 놓아진 차이나 드레스였다. 그 옷을 입은 여자는 어울리지 않게도 나이가 많은, 주름투성이의 노파였지만 이자벨에겐 그것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래, 그녀는 알고 있었다. 점짓 평범해 보이는 저 차이나 드레스의 정체를.


“..ㅅ, 세계급 아이템…!?”


언젠가, 위그드라실 위키에서 세계급 아이템의 존재와 소유 현황에 대해 한 유저가 정리해 놓은 것을 읽어본 적이 있다. 분명, 저 차이나 드레스도 그 항목에서 봤다. 문제는,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효과 역시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 위키를 읽었을 때는 이자벨이 아직 길드에 속하기 전이었고, 아직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도 낮아 세계급 아이템이라는 거창한 물건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당히 대충 읽었던 것이다.


‘젠장, 뭐였지..? 분명히 읽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 물건은 분명 ‘스물’은 아니었다. 스물이라면 이자벨이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
갑작스러운 상황들에 이은 갑작스러운 세계급 아이템의 등장에, 이자벨은 차가운 악마의 사고 회로조차도 감당하지 못하는 당황에 휩싸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이자벨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차가운 표정으로 샤르티아를 마주보던 남자가 입을 연 것이다.


“-사용해라.”


쿵. 그 한 마디에 이자벨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사용해? 뭘? 설마..? 그녀만 놀란 것은 아닌지 주변에 포진해있던 인간들이 술렁거리는 것에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저 인간들이 월드 아이템을 사용하려고 한다. ……샤르티아에게.
단지 그 상황을 상정하는 것만으로 이자벨은 이성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최악의 결과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저 월드 아이템의 효과가 무엇이었더라? 기억해, 기억해 내야 하는데. 만약… 샤르티아가 죽으면 어떡하지? 이 세계에서 NPC의 부활은 실험해 본 적이 없어. 만약에라도, 일이 잘못돼서 샤르티아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면..? 사랑스럽다고, 소중하다고 느끼게 된 아이를… 잃게 되면..?
이자벨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공포를 느끼며 입고 있던 로브의 가슴 부근을 움켜잡았다. 얼마 전, 자신이 죽일 뻔했던 화일의 겁에 질린 표정이 떠올랐다. 결국 자신이 입히고 만 데미우르고스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내음 또한 기억났다.

소중한 것을 잃는다. 또다시. 저, 리얼에서처럼.. 소중한 것을 잃은 자는, 패배자다. 다시 패배자의 삶을 살 수는 없다. 패배자가 되는 순간, 세상은 지옥이 된다. 이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것만큼은 막아야 해.
그 사실을 떠올린 순간, 이자벨은 어느새 그 현장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이성은 위험하니 돌아가 후일을 기약하라고 말하지만, 그렇게는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본능같은 것이었다.


“-이 버러지 같은 인간들!!! 다 죽여 버리겠다! 한 놈도 빠짐없이 갈기갈기 찢어 주마!!!!”


순식간에 날아든 이자벨은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길길히 날뛰며 인간들의 전열을 휘저었다. 저 월드 아이템을 착용한 노파가 자신을 샤르티아보다 더 위협적으로 느껴주길 간절히 바라며. 샤르티아가 놀라서 자신을 뭐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이자벨은 오히려 자신에게 접근하는 그녀를 온 힘을 다해 발로 차 저 멀리로 내팽겨쳤다.


“죽어라!!”


이자벨은 노파를 향해 달려들면서 자신의 비기를 발동시켰다.


“<혼돈강림 Chaos Advent> - 민첩성”


스킬이 발동됨과 동시에 아이템이나 스킬로 인해 강화된 수치와 기본 능력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능력치가 민첩성으로 편중된다. 지속 시간은 단 5분 뿐이고 HP는 물론이고 다른 능력치들이 바닥을 기게 된다는 문제가 있지만 어찌 되든 좋았다. 저 노파를 죽일 수만 있다면. 제국에 있다 온 탓에 평소에 입고 다니던 신기급의 정장 세트도 착용하지 못했다. 극도로 낮아진 HP 탓에 몸은 종이인형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인지 이자벨의 감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졌다.
스킬 사용 전부터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70레벨 대의 남자가 먼저 날아들었다. 그러나 이자벨은 굳이 그 남자의 공격을 받아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엄청나게 상승한 민첩성을 발판삼아 공격을 회피해냈다.


“<혼돈의 광분 Chaos’s Frenzy>.”


이어서 다시금 스킬을 발동한다. 이 스킬이 발동중인 상태의 이자벨은, 마치 혼돈수와 같이 혼돈종이 아닌 모든 대상에 대한 격노에 잠긴다. 이 상태에서는 피아식별이 안되기에 본래라면 아무나 공격해야 정상이겠으나 이자벨은 줄곧 ‘노파를 죽인다’라는 강렬한 의지가 있었기에, 그녀의 공격은 그것을 향해 착실히 나아갔다.
물론 이성을 내주는 대신, 받는 것 역시 있다. 이자벨은 이성을 대가로 받아낸 상승한 물리 공격력과 민첩성으로 노파를 둘러싸 보호하고 있던 인간들을 도륙냈다. 사방에 피가 튀고 레이피어가 그 피를 꿀떡꿀떡 받아 넘겼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자벨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 밖에 없었다. 노파를 죽인다. 그녀의 세상을 더럽힐 수 있는 증오스런 위험물을 제거한다.

닿아라. 닿기만 한다면 죽일 수 있다. 화가 난다, 화가 나. 내 세상을 침범하는 너희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


“으아아아아!!!!”


솟구치는 격노에, 이자벨은 고함을 지르며 스킬을 발동했다. 일도양단의 힘을 품은 섬전이 빛과 같은 속도로 일어나 노파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 공격이 노파에게 닿기 직전, 이자벨이 낸 섬전따위 비교조차 되지 않는, 눈이 멀 것만 같은 빛이 그녀에게로 쇄도했다. 극도로 상승한 민첩성으로조차 결코 피할 수 없는 전능한 힘에, 이자벨은 탄식을 토해냈다.


“아……”


뒷목을 타고 오르는 오싹함에 몸을 떨었다. 뇌질을 혀로 훑어내리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이었다. 머릿속의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 이자벨은 마침내 그 월드 아이템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경성..경국…”


분명 형체가 없는 것이어야 할 마음이란 것이, 분명하게 하얗게 물들어간다. 이자벨은 멍하니 노파 쪽을 바라보았다. 그토록 죽이고 싶던 노파는 이미 이자벨이 날린 공격으로 두 동강이 난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도, 경성경국- 그 피에 젖은 차이나 드레스는 멀쩡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을 낚아챈 집단의 리더가 부하들을 내버리고 도주하는 모습을 이자벨은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는 없었다.
당장 저것을 회수해, 라던가- 저건 월드아이템이야! 라고 샤르티아에게 외칠 여유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짓에 정신을 돌렸다간 하고자 하는 말조차 끝맺지 못하고 단숨에 정신을 지배당하고 말리라. 그녀는 다만 온 힘을 다해서 저항하며 정신력을 쥐어짜내 자신을 위한 마지막 보루를 남겨놓았다.


<혼돈한 미궁 Chaos Labyrinth>, <혼돈강화 Chaos Reinforce>.


두 가지의 스킬을 펼쳐내고 나자, 이자벨은 더 이상 자신을 지배하려는 힘과 싸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필사적인 저항에도, 그녀의 정신은 계속해서 잡아먹히고 있었다.


“-이, 이자벨 님!!!”


이자벨로 인해 내팽겨쳐졌던 샤르티아가 그제서야 그녀에게로 달려왔다. 급격하게 멍해지는 가면 너머의 눈동자가 그런 그녀를 간신히 응시했다.


“…세계급, 아이템…… 도망쳐라, 샤르..티아… 이 일을.. 모몬가, 씨에게…”


그것이, 이자벨이 제정신으로 내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이자벨이 그 말만을 남기고 전원이 나간 것처럼 고개를 푹 떨구자, 샤르티아가 놀라서 그녀의 몸을 잡고 흔들었다.


“이, 이자벨 님..? 그게 어인 말씀이옵니까? ㅅ, 세계급 아이템이라니… 아아-”


샤르티아의 입에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지고의 존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자신이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에 극도의 공포감과 좌절감을 느꼈다. 만약 샤르티아에게 조금이라도 상황을 판단할 겨를이 남아있었다면, 도주하는 인간들을 붙잡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이미 패닉한 상태였다.


“흐윽, 이자벨 님, 이자벨 님- 제발 정신을 좀 차려 보시옵소서. 흑, 제발-.. 요, 용서를 빌겠사옵니다, 일을 전부 망쳐버린 벌, 전부 달게 받을 것이니 제발..!”


그렇게 애원하고, 빌고, 울고.. 내심 업신여기고 있던 그녀의 숭배신- 신조 카인아벨에게 기도까지 할 정도로 샤르티아는 진심이었으나, 이자벨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숨도 제대로 쉬고 있고, 체온도 느껴지는데 마치 영혼만이 빠져나간 것처럼 반응이 없다. 그것이 샤르티아를 미치게 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여태껏 미동도 없던 이자벨이 갑자기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에 반색한 샤르티아가 서둘러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이자벨 님, 괜찮으신 것이ㅇ-…!!!”


막 이자벨과 눈을 맞추려는 순간, 뭔가 오싹한 느낌이 뒷골을 타고 올라왔다. 샤르티아가 반사적으로 몸을 튕기기가 무섭게, 명치 부근에서 격통이 일었다. 푹, 하는 싱거운 소리를 내며 그녀의 신체가 관통당했다.
뒤늦게 고통 어린 신음을 토해낸 샤르티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자신의 복부를 꿰뚫은 검을 내려다보았다. 길고 긴 레이피어 한 자루가 사정없이 그녀의 명치에 틀어박혀 있었다. 떨리는 눈동자가 자신의 복부에서부터 올라와 제 앞의 주군을 바라보았다.


“-이야, 대단하군. 수호자 최강께서는 역시 달라도 달라. 심장을 노렸는데, 감으로 피한거라면 엄청난데?”

“ㅇ, 어째서…”


잔인하게도, 마주한 주군의 얼굴에는 빙글거리는 잔악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울컥 피를 토해내는 샤르티아의 뺨을 이자벨은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반가면 너머의 눈이 아름답게 휘어졌다.


“…감히, 종복 주제에 이 몸의 영역을 침범하고도 살아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



님들 저는 오버마스를 해 본적이 업서요 오버마스에 혼돈수가 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앗서
이 팬픽에 나오는 모든 혼돈, 혼돈수, 혼돈종과 그에 관련한 클래스에 대한 것은 오리지널 설정이니 참고 바랍니다

팬픽 쓰다가 집에 공포공 출몰해서 기분이 별로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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