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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혼돈을 흩뿌리는 자 - 37앱에서 작성

일본어잘하고싶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03 06:39:46
조회 461 추천 15 댓글 13
														


“-…!!”

“누, 누나? 무슨 일이야?”


아인즈의 명령에 따라 월드 아이템, 경성경국을 찾기 위해 결계 안을 휘젓고 다니기를 한참. 탐지 저해의 연기가 산재한 가운데에서 생명 반응을 찾느라 스킬의 감각에 집중하고 있던 아우라가 무언가를 감지한 듯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에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던 마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쫓고 있던 생명 반응이 갑자기 사라졌어.”

“ㅅ-설마 결계를 탈출한 걸까?”


깜짝 놀란 듯한 마레의 반응에, 고민하던 아우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자벨 님의 능력인데 인간들 따위가 그렇게 쉽게 파훼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ㄱ, 그건 그래.. 아인즈 님도 샤르티아 씨가 결계에서 탈출했다고 했을 때 놀라셨으니까.. 그럼, 탐지 저해같은 걸 사용한 걸까..?”

“-..알 수 없어. 일단 반응이 끊긴 지점으로 가보자.”


아우라는 함정일 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서번트들에게 주의할 것을 명령했다. 아우라와 마레가 아인즈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대한 혼돈수 하나가 끈질기게 그들을 쫓아 공격한 일이 있었다. 그 때 이미 피해를 본 데다가 시간을 끌 목적으로 서번트들의 일부를 보낸 탓에 처음보다 부대의 숫자가 꽤나 줄어 있었다.
아인즈는 서번트들에 신경쓰지 말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했지만, 아우라로서는 나자릭의 재산 중 일부인 서번트들이 심하게 소모되는 것에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서번트들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인즈의 엄명이었으므로 아우라와 마레는 몸을 사릴 수 밖에는 없었다.


“-..이건……”


기척이 탐지된 곳까지 부대를 이끌어 간 아우라와 마레는 곧 초원의 풀에 파묻힌 인간의 형상을 발견했다. 아우라가 손짓하자 가까이 있던 서번트 하나가 그것에 접근했다. 그러나 그것을 지켜 보는 아우라 역시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이미 그 인간에게 생명이란 건 없다는 것을.
확인 차 심장 부근에 손을 대어 본 서번트가 말했다.


“…이미 숨이 끊어져 온기조차 남은 바가 없습니다. 어찌 할까요, 아우라 님.”

“죽었으니 생명을 탐지하는 스킬에 감지될 리가 없지. …휴우.. 일단은 정보가 될 지 모르니 시체는 수거하도록 해.”

“-명령을 받듭니다.”


고개를 숙인 서번트가 풀 속에서 시체를 집어들자 죽어버린 그 인간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싸늘하게 식은 시체의 표정은 죽기 바로 직전까지도 큰 고통에 시달렸던 것이 분명하게도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질병, 피로, 통증, 탈진, 지속 HP 감소.. 그 밖에도 수많은 디버프들에 잠식되어 서서히 죽어갔으리라. 그 사실이 분노한 아우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주었다.
이후 죽은 인간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저급한 수준의 무장만 남아있을 뿐, 경성경국의 실마리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은 다시 원점. 초조함을 느낀 아우라가 다시 탐지 스킬을 전개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

“누, 누나? 이-이번에는 또 왜, 그래!”


일전보다 아우라가 격하게 반응하는 것에 마레가 놀라서 말을 더듬거렸다.


“다른 기척을 감지했어! 게다가 이번에 걸린 녀석은 빠르게 이동중이야! 아직은 멀지 않아..!”

“아, 자, 잠깐 누나-!!”


아우라가 명령을 내리는 것도 잊은 채로 서둘러 마수를 재촉해 질주하는 것에, 놀란 마레가 서번트들을 데리고 빠르게 그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이러는 시간에도 아인즈 님은 홀로 분투하고 계실 거야.. 이번에는 경성경국에 대한 실마리 정도는 찾아야 해..!’


나아간 곳은 결계의 벽이 존재하는 외곽 부분. 연기에 가려 희끄무레한 인간의 형상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결계의 외벽을 따라 달리며 벽을 강하게 두드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것은 결계의 흠을 찾아 탈출하기 위한 것이리라. 스킬로 탐지한 녀석의 레벨은 70레벨 초반으로, 아우라와 마레가 굳이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서번트 부대에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한조!”


아우라는 조용하게 은신계 서번트를 보내 그를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한조의 공격이 그것에게 닿기 직전, 그는 무엇인가를 느낀 것처럼 반사적으로 뛰쳐올랐다. 한조의 공격은 무척 매서웠지만 인간은 매우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을 피해냈다.


‘겨우 70레벨 짜리가.. 한조의 공격을 회피했어? 무언가 아이템의 효과라던가 스킬을 보유한 건가? 어찌되었든 유일한 실마리야. 반드시 사로잡지 않으면..!’


“가자 마레- 모두, 저 인간을 반드시 사로잡도록 해!”

““예!””


아우라의 명령에 서번트들이 포진하자, 마침내 한조로부터 도주하기 위해 결계의 벽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 법국 최강부대 칠흑성전 대장, 제 1석차의 눈에도 이형의 무리가 포착되었다. 매우 놀랄만한 상황이었지만 여태까지의 무수한 전투 경험과, 그 어느 순간에도 평정을 유지하도록 훈련받은 정신은 적어도 그의 당황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상황이 너무 급작스럽게 이상해지고 있다. 이번 임무는 분명 예견된 파멸의 용왕 Chatastrophe Dragon Lord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을 터다. 그것을 위해 법국의 지보 중 하나인 ‘케이 세케 코크’와, 지보 사용자인 카이레를 호위하는 것이 그와 칠흑성전의 임무였다. 그러나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가 점짓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한 뱀파이어 하나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변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웬 가면을 쓴 괴한 하나가 난입해서는 뱀파이어는 물론이고 그들 전부를 공격하여 이 상황에 이르렀다.


“…….”


그는 심각한 상태의 몸을 추스르기 위해 잠시 심호흡했다. 지보의 사용자인 카이레는 잃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는 지보와 살아남은 대원들을 챙겨 도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도처에 잿빛의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1석차와 대원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그 안개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1석차를 제외한 대원들이 피로와 고통을 호소하더니 종국에는 발작하며 정신착란까지 일으켜 결국 도중에 탈락.. 사망하고 말았다.
1석차 역시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정신착란에 빠진 동료의 공격으로 얻은 상처는 얕았음에도 불구하고 지혈되지 않고 오히려 피가 줄줄 흘렀다. 팔다리는 무거워서 땅에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은 착각까지 들었으며, 가장 심각한 것은, 통각을 둔화시키는 무투기를 사용했음에도 완전히 떨쳐지지 않는 극심한 통증이었다. 하지만 그는 도망쳐야만 했다. 반드시 자신을 가둔 이 투명한 벽을 부수고 나가 본국에 모든 사실을 알려야만 했다. 그러나..


‘…이 곳이, 내 마지막인가..’


자신을 죽이기 위한 것이 분명하게도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는 이형들은 너무나도 강해보였다. 최소 자신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 특히나 호위되고 있는 가면을 쓴 어린아이들은 쳐다보는 것 만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본능이 전투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 느낌은 마치 어제 마주했던 뱀파이어와 괴한을 봤을 때와 비슷했다. 1석차는 줄곧 손아귀가 굳어버릴 듯 강하게 움켜쥐고 있던 법국의 위대한 지보를 바라보았다. ‘케이 세케 코크’. 자신은 반드시 이 물건을 호위해 본국까지 가지고 돌아갈 의무가 있었다.
한 편, 경계하는 모습으로 1석차에게 접근하고 있던 아우라와 마레의 눈에도 그가 움켜쥔 하얀 천뭉치가 포착되었다. 피에 젖어 잔뜩 구겨진 그것은, 빈말로도 귀중한 아이템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우라와 마레가 그것을 본 것은 단지 1석차가 그것을 너무 소중하게 움켜잡고 있었기에, 반사적으로 눈길이 끌린 우연에 불과했다. 그러나 두 다크엘프의 뛰어난 동체시력은 잔뜩 구겨지고 더럽혀져 빛을 잃은 천 뭉치에서도 용이 솟아오르는 듯한 금색 자수를 발견해버리고 만 것이다.


“…경성경국.”


이자벨 님을 구원해 낼, 유일한 아이템.


“공격해! 당장 저것을 확보해 와!!!”


상황을 판단하자마자 눈이 번쩍 뜨인 아우라가 소리치자, 서번트과 마수들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방어강화 防御強化>, <방어초강화 防御超強化>- …-!!”


이족 보행을 하는 곤충을 닮은 괴물의 공격에, 1석차는 무투기를 발동하며 방패를 세웠다. 그러나 곧 방패에 가해지는 엄청난 충격에 단숨에 날아갈 수 밖에는 없었다. 그는 신음소리조차 지르지 않고 몸을 바로세웠다.


‘……방금, 분명 지보의 이름을 이야기했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묘하게 다른 발음이기는 했으나 소녀의 목소리로 토해진 지보의 이름을 1석차는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설마, 저 괴물들의 목적은 이것에 있었단 말인가. 1석차는 잠시 지보를 바라보았다. 그는 반드시 이것을 가지고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그의 목숨도, 지보도 지키지 못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보를 잃더라도 돌아가 저 강력한 괴물들의 존재를 본국에 알려야 했다.


”크헉-..!“


생각하느라 방심한 사이 들어온 창의 공격이 어깨를 관통하는 느낌이 선득했다. 그는 자신의 어깨를 관통한 창을 붙잡고 물리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몸짓으로 괴물의 옆구리로 추정되는 부분을 발로 차 떨쳐냈다. 그러나 한 마리를 떨쳐내기가 무섭게 등 뒤를 노리고 들어오는 다른 괴물들의 공격에 1석차는 이를 악물었다.


“<초회피 超回避>-!”


한 녀석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 다음 녀석의 공격은 넘겨냈다. 세번째는 피하지 못하고 복부에 긴 자상을 입었다. 네번째는 서로 유효타를 먹였다. 목구멍에서 피맛이 났지만 1석차는 마치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좀비처럼 끈질기게 공격을 피해냈다.
그러나 그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 괴물들의 목적이었던 것일까. 결정적인 순간에 다리를 옭아매 온 줄기들에, 그는 마음이 꺾여 버리려는 것을 간신히 이겨냈다.


“<마법최강화 Maximize magic : 얽혀드는 식물 Twine Plant>!”


다리는 물론이고 순식간에 팔까지 옭아맨 줄기들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억세고 단단했다. 빠져나가기 위해 저항하면 할 수록 더욱 강한 힘으로 조여와 압박감마저 들 정도였다. 속이 달구어 놓은 공기로 채운 듯이 숨을 쉴 때마다 폐부에 홧홧한 고통이 차올랐다. 아마도 내상을 입은 듯 했다. 1석차는 헐떡이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어린 아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수적 우위에 있는 아우라 부대였다. 아우라와 마레는 어떤 아이템과 기술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1석차를 무리하여 제압하기 보단 서번트들로 포위해 확실하고 안전하게 지치도록 만들었다. 이는 출전하기 전 아인즈가 거듭하여 두 수호자에게 강조한 것이기도 했다.


“..누나 말대로 ㅅ, 생포했어..”

“저 인간은 이제 아무래도 좋아. 경성경국만 가지고 돌아갈 수 있다면..”


아우라는 코퀴토스를 붙잡고 불안을 토해낸 다음부터 쭉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마레는 아우라의 눈치를 보다가 붙잡힌 인간이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고개를 돌렸다.


“이게.. 그렇게 가지고 싶나..?”

“……?”


분명 고통을 느끼는 것 같기는 한데.. 사로잡힌 인간의 표정은 가면을 쓴 것마냥 매우 무표정하여 그 속을 알 수가 없었다. 불안감을 느낀 아우라가 무어라고 명령하려고 했을 때였다.


“<방해저지 妨害沮止>!”


무투기라고 했던가. 생경한 종류의 기술을 발동한 인간은 자신을 옭아맨 줄기들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움직였다.


“가지고 싶으면, 어디 한 번 가져가 봐라!! <필중투창 必中投槍>!”


1석차는 경성경국을 공중으로 던지더니 그 지보를 향해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로 인해 생겨난 검정색으로 이루어진 창은 곧장 경성경국에게 박혀들더니 엄청난 속도로 저 먼 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필중투창 必中投槍>. 주변의 지형지물을 통과하고 목표를 향해 오롯이 날아가는 투척용 창을 소환하는 스킬이었으나 이상하게도 법국의 지보는 웬만한 효과는 모두 무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창은 그 하얀 천을 뒤집어 쓴 그대로 날아갔다.


“ㄱ, 경성경국이!!!”


역시나 목적은 그것이었던 것인가. 예상대로 괴물들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1석차는 경성경국에 정신이 팔려 해이해 진 포위망을 향해 몸을 날렸다.


“<능력향상 能力向上>, <능력초향상 能力超向上>, <가능성탐지 可能性探知>.”


그리곤 이윽고 소극적이었던 전투 태도를 바꿔 아껴 두었던 무투기와 스킬들을 발동하며 포위를 뚫었다. 방심한 괴물 하나를 제친 그는 몸에 가해지는 데미지는 무시한 채 온갖 속도에 관련한 기술들을 발동하여 도주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찰나에 이루어졌다. 1석차를 쫓으려던 서번트들은 탐지 저해의 연기로 인해 얼마 못 가서 본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되자 추격을 망설였다.
사라진 경성경국과, 그 반대 방향으로 도망친 인간. 서번트들은 동요하며 아우라와 마레를 돌아보았다.


“아우라 님! 명령을!!”

“송구합니다, 당장 저 무례한 인간을 잡아 바치겠습니다!”

“-하지만 경성경국이!!”

“누나, 내-내가 가서 잡아올게!”


“-모두 조용히 해!!!”


아우라는 경성경국이 날아가버리고 난 직후부터 계속 멀어지고 있는 그것을 추적하는 중이었다. 결계 내에 중첩된 탐지저해의 안개들은 너무나도 짙어져 레인저인 아우라도 머리를 싸매게 했다. 생명이 있는 대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저 창에 얹어진 아이템 하나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리가 벌어지면 연결이 끊기게 되는 혼돈한 미궁의 특성상 이 이상 부대를 쪼개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결국 대상을 놓친 아우라가 이를 악물었다. 조금 더 용의주도했다면. 샤르티아의 사건을 듣고 자신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녀였다. 그러나 너무나 멍청하게 일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안전을 생각하라는 아인즈의 명령이 있었다고는 해도 차라리 피해를 감수한 채 대범하게 나섰다면.. 하지만 아직은 임무를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을 다잡은 아우라는 동요하고 있는 부대를 향해 소리쳤다.


“-인간은 중요하지 않아! 투창은 혼자서 방향을 바꾸는 일이 불가능하니까 일직선으로 쫓아갈 거야!”

““예!!””



***



치열한 공방이 이루어지던 두 이형 사이에 정적이 자리했다.


“하! 설마설마 했지만.. 정말로 시간을 멈출 줄이야… 길드장, 이 몸이 진짜로 감동했다.”


이자벨이 빙글거리며 땅에 착지하자, 아인즈가 시간 정지의 마법을 곧장 해제했다. 그로서도 이 마법은 MP의 부담이 컸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미궁 안으로 침입했는지 모르겠군. 이 몸을 죽일 각오조차 다지지 못했으면서.”

“……소중한 동료를 죽일 수야 없지.”


아인즈의 대답에 이자벨이 시원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정말, 정말로 감동이야, 길드장. 그래, 길드장은 원래 주변을 생각하느라 자기주장 하나 제대로 못하는 멍청이였지.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이 몸을 생각해주다니. 진심으로 길드장의 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


정말로 기쁜 듯이 웃는 이자벨의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정신지배가 풀린 것이 아닐까 아인즈가 희망을 가질 정도로 그녀는 이 상황을 기꺼워하는 듯 했다.


“그러니 제안하는 것이다만. 역시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은 어떤가? 지금 당장 이 미궁에서 나간다면 보내줄 생각이 있다.”

“..아우라와 마레는?”

“-걔네는 안되지. 이 몸의 미궁 안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 줄 알고.”


이자벨의 말에 아인즈가 침묵했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도주할 수 있다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대로 아우라와 마레를 챙겨 이 상황을 모면한다고 해도 나아질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실패한다고 해도 이자벨을 구할 방법은 아직 하나가 남아있었지만, 그는 증명해내야만 했다. 그가 이 낯선 세계에서 나자릭을 이끌고, 동료를 지킬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보여주어야만 했다. 애초에 그녀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들키게 되는 것 역시, 아인즈의 예상 안에 있던 문제였다.
다시 한 번 마음을 굳힌 아인즈가 대답했다.


“-거절한다.”


아인즈의 차가운 목소리에, 웃고있던 이자벨의 표정 역시 굳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군. 그렇게 죽고싶다고 한다면 말리지 않아. 오히려-”


후웅- 이자벨이 검을 휘두르자 얇은 레이피어가 휘둘러졌다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살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즐겁게 사냥해주지.”


‘이제부턴 페이즈 2인가…’


이자벨이 격돌해 오는 것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아인즈가 곧바로 거리를 벌리기 위한 마법들을 발동시켰다. 그러나 그가 예상한대로, 이자벨은 공격을 피하기는 커녕 최단 거리로 달려오며 되려 공격들을 향해 몸을 내밀었다. 그렇기에 아인즈는 제대로 된 공격 마법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꾸준히 MP와 HP를 소모할 수 밖에는 없었다. 조금씩 줄어드는 HP에, 그 역시 초조함을 느꼈다. 역시나 이자벨은 일부러 시간을 들이고 있었다. 시간을 끄는 것은 아인즈로서는 좋은 일이었지만, 이자벨의 말마따나 사냥과 같은 형식의 PVP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크헉..-!”


레이피어가 아인즈의 몸에 닿으며 또다시 붉은 에너지를 흡수해냈다. 이자벨의 레이피어는 직접 접촉으로 상대의 HP를 깎았을 시, 그 데미지를 축적하여 소유자의 HP를 회복하거나, 더 강한 데미지를 가할 수 있는 신기급의 무기였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데미지를 모으지 않으면 발동할 수 없는 효과이기는 했지만, 지금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자벨은 아인즈를 가격할 때마다 레이피어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에너지에 짜릿한 고양감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분명,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데에 취미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세계에 온 후로 줄곧 그것에 목매게 되어버린 것이다.


‘바보같은 모몬가 씨, 불쌍하기도 하지. ……하지만 역시 모몬가 씨도 이대로 당하고 있어주지만은 않을거야.’


상황은 더없이 그녀에게 유리했다. 아인즈의 MP는 거의 바닥을 드러냈고, HP 역시 저조한 상황이리라. 반면 이자벨은 여직 소생의 아이템도 남아있었을 뿐더러 일부러 몇 번의 공격을 맞아줬음에도 불구하고 온 몸에 둘러진 버프 효과로 인해 상태가 아주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플레이어, 모몬가는 본래 피지컬보단 극한의 효율과 전략을 바탕으로 승부하는 플레이어였다. 자신을 죽일 것도 아니면서 굳이 싸움을 하고 있는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을 보면 아우라와 마레가 분명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이겠지.


“-슬슬 끝을 내어야 겠어.. <혼돈의 광분 Chaos’s Frenzy>.”


그렇다면 더 이상 시간을 내어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시시하게 전투를 끝내는 것은 아쉬울 테지. 미소지은 이자벨이 스킬을 발동하자 전신에서 짙은 잿빛의 연기가 뿜어져나오며 그녀의 형체가 흐려졌다. 단숨에 상승하는 물리공격력과 민첩성을 느낌과 동시에, 검고 질척한 욕구가 머릿속을 잠식해갔다. 엔도르핀이 솟구쳤다.
죽이고 싶다, 파괴하고 싶다. 혼돈에 속하지 않은 존재 모두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기뻐 웃음이 끊이질 않을 텐데. 물론, 이 세계 전체는 무리겠지만, 적어도 눈 앞의 이 언데드는 당연히 그렇게 될 테지. 그 생각을 하자 카타르시스가 치솟은 이자벨이 폭소를 터트리며 몸을 날렸다.


“<마법최강화 Maximize Magic : 해골벽 Wall of Skeleton>!!!”

“-감히 이딴 것으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핫-!”


콰득. 뼈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에 날카로운 레이피어가 사정없이 박혀들었다. 이자벨은 곧장 힘을 주어 그것을 횡으로 갈라냈다. 벽은 칼날에 부서지고 잘려 살점처럼 인골을 후두둑 떨어트렸다.


“당연히, 그것은 아니다!”


이자벨은 해골벽을 그대로 뚫고 나와 아인즈에게 다시금 레이피어를 뻗었다. 당연히 근거리 전투에 약한 그에게 닿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레이피어는 금속음을 내며 튕겨져 나왔다.


‘..방패…?’


새하얀 은빛의 방패가 단단하게 레이피어의 공격을 차단해냈다. 놀란 이자벨이 서둘러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 것은- 푸른 사파이어가 박힌, 눈부시게 빛나는 순백의 갑옷이었다. 컴플라이어스 위드 로우. 길드, 아인즈 울 고운의 최강의 성기사가 소유했던, 월드 챔피언만이 장비 가능한 특전 장비.
매직 캐스터인 그가 저 갑옷을 장비하다니. <완벽한 전사 Perfect Warrior>를 사용한 건가? 어떻게 갑자기 장비를 바꾼 거지? 캐시 아이템? 이자벨의 뇌리에 순식간에 수많은 사고가 스쳐지나갔다. 평소 같았다면 상황도 유리하겠다, 거리를 벌려 경계를 했을 그녀였지만 이미 광분 상태인 그녀에게 그 정도의 이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성가시다!!”


꽝!!! 휘둘러진 레이피어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마치 몽둥이처럼 수차례 아인즈의 방패에 내리꽂혔다. 하지만 길드 아이템에 필적한다는 망할 월드챔피언의 무기는 그녀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시간만을 소모한다고 생각한 이자벨이 거리를 벌렸을 때였다.


“무슨 일인가, 이자벨!! 오만의 악마가 겨우 아이템 따위에 물러난다는 것은 굉장히 참담하지 않나!?”


조롱하듯 소리치는 아인즈의 행동에, 이자벨이 이를 악물었다.
아인즈의 행태는 이상했다. 전투 초장부터 때에 맞지 않는 롤플레이도 그렇고, 그녀를 조롱하는 행위 또한 그의 성격과는 괴리되어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광분 효과로 인해 잔뜩 흥분한 이자벨의 사고는 현실이 되어버린 성격 설정들과, 인간이었던 그녀가 원래 가지고 있던 성격의 경계를 마구 허물어 버렸다. 롤플레이와 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된 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진 조롱에 격분했다.


“아니면 아까처럼 찔끔찔끔 HP를 깎아보는 것은 어떤가! 시간만 들인다면, 이 나는 확실하게 죽지 않겠나! 우리 길드의 자랑이었던 딜러가 그런 추태라니-! 너라는 악마도 정말 다 되었군, 하하하!!”

“-죽여버리겠다. 감히, 이 몸의 영역에 멋대로 침입한 주제에, 매직, 캐스터가아- 갑옷 따위 장비하고 설치는, 주제에!!!!!!”


이자벨 역시 흥분한 사고 너머로 어렴풋이 저것이 도발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광분 효과는 이자벨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여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악마의 본능이란 것은 그렇게 이성이 날아가버린 상태에서도 착실하게 눈 앞의 상대를 확실히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저 갑옷은 일반 공격.. 소위 ‘평타’라고 불리는 공격들은 전부 차단해 버릴테다. 게다가 웬만한 스킬로도 단번에 죽일 수 없는 강력한 방어력 역시 보유하고 있으리라. 그것은 몇 번이고 터치 미와의 PVP에서 패배한 이자벨 역시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저 장비를 착용한 자는 터치 미가 아니었다. 본인도 아닌 존재에게, 이 강력한 미궁 안에서 패배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아인즈를 죽일 수 있는 방법.

이자벨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피어났다. 안 그래도 이 스킬은 이자벨이 아주 좋아하는 스킬 중 하나였다. 실패율은 높지만, 성공한다면 엄청난 짜릿함과 승리감을 선사하는 스킬.


“<혼돈강림 Chaos Advent> - 물리공격.”


아인즈에게 밀착한 상태로 상냥하고 부드럽게 명령어를 내뱉자, 흐릿하던 그녀의 형체가 더욱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잿빛의 연기가 뿜어지는 것과 비례해 그녀의 형체 역시 빠르게 그 아름다운 외형을 잃어갔다. 마침내 그녀의 변화가 멈춘 것은, 그녀의 모습이 회색 크레파스로 악마의 형상을 죄다 칠해버린 듯한- 완전히 혼돈의 연기로 이루어진 악마가 되었을 때였다. 변화한 이자벨의 모습은 이렇다 할 분명한 이목구비도 없이, 오로지 잿빛만 가득한 가운데 번뜩이는 붉은 안광만이 존재했으며, 그녀의 표면에서 꿈틀거리는 연기의 형태는 실로 기이하여 보고 있자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인즈는 놀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이 이자벨의 종족, ‘혼돈 악마 Chaos Devil’의 진정한 모습이었으며, 그녀의 물리 공격력이 일정 수치 이상을 초과하면 드러나는 본모습이었다. 그 말은 즉슨, 드디어 아인즈가 기다리던 순간.. 전투가 제 3 페이즈에 들어섰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쾅!! 이자벨이 막 변화를 마치자마자 아인즈는 곧장 방패를 휘둘러 그녀를 떨쳐냈다. 방패 너머로 뻗어진 레이피어가 아슬하게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간발의 차로 죽을 뻔했다는 것에 놀라기도 잠시, 그는 곧장 ‘완벽한 전사 Perfect Worrior’를 해제하고 캐시 아이템을 사용하여 무장을 다시 로브 차림으로 되돌렸다. 그리곤 마법을 발동해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혼돈강림 Choas Advent’. 하루 한 번, 아이템이나 스킬의 효과로 증가한 능력치와 기본 능력치를 제외한 모든 능력치 스텟을 한 능력으로 편중시킨다. 일반 플레이어들에게는 꺼려지는 스킬이지만, 스릴 넘치는 전투를 즐기던 이자벨에게는 애용하는 스킬 중 하나였다. 아인즈는 일부러 이자벨의 오만한 성격 설정을 자극하여 이 스킬을 사용하기를 유도했다. 모든 것은, 그녀의 높은 민첩성을 다른 능력으로 편중시키기 위해. 오로지 한 아이템을, 온전히 발동시키기 위해.


“거기 가만히 있어! 이 몸이 바로 죽여줄 테니까!!”


비행 마법을 사용해서 도주하는 도중에도 마구잡이로 가해지는 공격조차 너무나도 강력했다. 혼돈강림으로 데미지를 극대화시킨 상태의 이자벨의 물리공격력은 일반적인 물리 딜러의 평균치를 아득히 상회한다.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데다 이미 HP를 많이 소모한 아인즈로서는 한 대만 맞아도 절명하게 되리라. 다만 다행인 것은 이자벨의 민첩성이 많이 떨어져 비행 마법을 통해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침내 목숨이 오가는 상황을 넘고 넘어 이자벨의 모습이 연기로 인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거리를 벌렸을 때였다. 아인즈는 긴장의 한숨을 내뱉고 하나의 아이템을 발동했다.


“초위마법 - <별에 소원을 Wish upon a star>!!”

“—…!!!!”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아본 이자벨은 경악했다.

유성의 반지 Shooting Star. 초위마법, ‘별에 소원을’을 시간과 경험치 소비 없이 세 번까지 사용하게 해 주는 레어 캐시 아이템. 아인즈에 손가락에 끼워져 빛을 발하는 그것에 새겨진 세 개의 유성 중 하나는 이미 빛을 잃은 상태였다. 곧 두 번째 유성 역시 빛을 잃겠지. 한 번은 이 곳에 오기 전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소모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강력해진 초위마법의 효과와 능력을 알게 되었으니 아깝지 않았다.
<별에 소원을 Wish upon a star>은 본래 경험치를 소비하여 랜덤한 200여개의 선택지 가운데 몇 개를 제공하여 그 중에 하나를 택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초위마법이었다. 초위마법인 만큼 시간도 오래걸렸으며, 경험치 소비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몇 번의 캐시 가챠를 통해 얻어낸 이 유성의 반지를 사용한다면, 발동 시간도, 경험치도 없애고 오로지 효과만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한 번의 실험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별에 소원을’은 위그드라실 때보다 더욱 강력해져 그 이름과 걸맞게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으로 변한 것이다.
시전 시간도, 경험치도 들지 않고, 소원까지 들어주니.. 이자벨을 마주치자마자 이 아이템을 사용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자벨에게도 자신을 향한 초위마법의 시전시간을 늘리는 캐시 아이템이 존재했다. 그러니 아인즈는 이 불리하고도 외로운 싸움에 참여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 마법은 곧바로 발동하지 않았다.


“나는 소원한다! 앞으로 24시간 동안, 플레이어 네임- ‘이자벨 헬라 바하무트’의 물리 공격력을 0으로 만들어 다오!!”

“-이런 미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위그드라실의 효과만을 알고 있던 이자벨은 말도 안되는 아인즈의 소원에 가능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거짓이라고 생각하기엔 이상할 정도의 위기감이 그녀의 전신을 관통했다. 어찌나 놀랐는지 이성이 돌아와 ‘혼돈의 광분’ 스킬이 해제될 정도였다.
이자벨은 아인즈의 마법 발동을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러나 너무 느리다. 민첩성 능력치가 전부 물리공격력으로 치중되어 있었기에 이대로라면 마법이 발동되기 전에 그에게 닿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스킬을 해제할 수도 없다. ‘혼돈 강림’을 해제하는 데는 10초의 시간이 걸리는 제한이 있었기에. 이쪽도 저쪽도 마법 시전 전까지 닿을 수 없다. 결국 많은 플레이어들이 거리끼는 스킬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자벨은 그나마 남은 민첩성을 상승시키는 스킬들을 죄다 발동하며 돌진했다.


‘젠장, 그나마 있는 원거리 스킬은 전부 써버렸어..! 설마, 근접 전투를 그토록 피한 이유가 단순히 약해서 그런게 아니라 원거리 스킬을 소모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나?’


“<목표추적 Target Chase : 처형실행 Excute Excution>!!”


제발, 닿아라- 한 대만, 딱 한 대만 적중한다면… 죽일 수 있다!!

이자벨은 필사적으로 팔을 내뻗었고, 동시에 마법은 완성되었다.



콱.

레이피어는 아인즈의 늑골에 가 닿았고, 맹렬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신기급 무기의 기본 데미지만을 남겼다. 그마저도 아인즈의 찌르기 내성에 막혀버렸으니- 과연 허무할 정도의 결과였다. 아인즈는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곤 가만히 자신의 몸에 닿은 레이피어를 손으로 잡아내렸다.


“……이자벨 씨, 전투는 끝났습니다. ..이걸로, 다 된 거에요.”


자신의 공격이 이토록 허무하게 막혔다는 것에 경악한 이자벨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그리곤 곧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처음부터, 일부러 그랬죠? 그 시덥잖은 롤플레이도, 도발도-… 모두 제가 ‘혼돈강림 Chaos Advent’를 발동하게 하기 위한 블러프였던 거에요. 그 스킬만 발동되면 곧장 초위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하하, 망할 광분을 발동하면 안되는 거였는데. 혼돈강림보다도 그 스킬이 제 패착이네요.”

“속였던 것, 전부 미안합니다. 아우라와 마레가 오고 나면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이자벨 씨는 좋은 동료이니까.. 분명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

“-..반드시 구해내겠습니다, 이자벨 씨. 죄송하지만 조금만 참아 주세요. <마법최강화 Maximize magic : 늑골의 속박 Hold of Ribs>.”


곧 거대한 늑골이 바닥으로부터 솟아나 이자벨을 강하게 속박했다.

날아가버린 경성경국을 찾아낸 아우라와 마레가 도착할 때까지, 이자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인즈 역시 소모된 HP와 MP를 회복시키며 침묵을 지켰다. 마침내 흰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아우라가 나타나 이자벨의 정신지배를 해제했을 때는 아인즈와 아우라 일행이 미궁에 입장한 지 꼬박 3시간이 지난 후였다.



***



알베도는 간절한 눈으로 줄곧 눈 앞의 거대한 결계로부터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알베도의 그런 걱정스러운 행태에도, 그녀의 뒤에 도열한 나자릭의 군대는 침묵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1시간, 2시간을 넘어 알베도의 불안이 더욱 심해질 때였다.


“…!!! 결계가!!!!”


영원할 줄만 알았던 결계의 투명한 외벽이 희게 빛나더니, 별안간 사라지며 내부의 연기가 빠르게 흩어졌다. 그 곳은 초원이었으므로 알베도와 군대는 빠르게 아인즈와 아우라 일행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인즈 님!!!!”


알베도는 무사한 아인즈의 뒷모습을 발견하곤 반색하여 달려갔다. 그러나 그녀가 그 곳에서 마주한 것은.. 아인즈의 품에 안겨 축 늘어진 이자벨의 모습이었다.


“아, 알베도.. 이자벨 님.. 흑, 이자벨 님이이…”

“으, 으아앙…!!”


훌쩍거리는 아우라의 모습에 뒤이어 마레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 아인즈 님.. 어찌 된 것이옵니까? 어째서 이자벨 님께서..”


이자벨이 월드아이템에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울지 않았던 알베도였다. 그러나 역시 소식을 듣는 것과 눈 앞에 의식을 잃은 이자벨이 있는 것은 느낌이 매우 달랐다. 그녀는 찢어질 것만 같은 가슴에 입을 틀어막았다.


“…정신 지배가 풀렸으니까, 단순히.. 단순히 잠시 정신을 잃은 것 뿐이다.. 그래, 그런 거야..”


평소 같았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믿음을 주던 아인즈의 말이었으나, 어쩐지 불안에 젖어 떨리고 있는 그의 목소리는 알베도로 하여금 오히려 더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아인즈 님, 여기서 이러실 것이 아니옵니다. 서둘러 나자릭으로 돌아가 페스토냐에게 이자벨 님을 치료하게 하심이 옳나이다.”


아인즈는 조심스럽게 이자벨을 끌어안았다. 제대로 숨을 쉬고 있다. 인간보다 조금 뜨거운 듯한 체온도 그대로다. 단지, 단지 조금 충격을 받았을 뿐이야. 아인즈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를 안아들었다.


“…그래, 돌아가자.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


아악 나 너무 글 못 써!!!!! 아아아아악!!!!!!!!!

팬픽!!!!! 독자!!!!! 다들 미안해!!!!!!!!


새해 복 많이 받고!!!!!



http://s.joara.com/4OU8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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