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벌컥'
[야, 자냐!!]
"끄아! 예? 안 잡니다! 안 잡니다! 예!"
[어후... 어우 그랬구나, 안 자구나. 어어. 후...]
"....?"
[....?]
"무슨 일로...?"
[아아, 맞다. 어 그거 전달해주려고 왔어.]
"어떤...?"
[아, 우리 그거 고소처리 한 거. 기소처분 됐대.]
"오 그래요? 재판 날짜는 정해졌나요?"
[어. 듣고 오는 길이다. 12월 22일이래.]
"12월 22일... 얼마 안 남았네요?"
[그렇지... 마음 단단히 먹어.]
"후... 약을 먹을까요?"
[어...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혹시 모르니 챙겨가야겠네요."
[어어. 그리고 고소 준비하고 뭐 조사하고 해야되니까 빨리 나와라.]
"아, 네넵."
우리는 재판을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또 형량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여러 조사를 했다.
검사님께서는 나와 사장님에게 형량이 깎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건 어쩔 수 없었기에 착잡한 심정으로 알겠다고 했지만, 그 뒤로 나온 검사님의 말씀은 내 멘탈을 부숴버렸다.
{어... 가해자가, 정확히 하면 피고인이죠? 아무튼 이런 걸 제출을 했더라구요?}
"분노조절장애 진단서요? 그런 거라면..."
{아뇨, 다른 거요.}
"다른 거요...? 다른 게 또 있다구요?"
{네, 조현병... 진단서를 끊어왔더라구요?}
"조현병이라구요? 제가 아는 그거요?"
{네...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만, 음성증상이 있다고 나와있더라구요.}
"그럴...리가 없는데."
{아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아뇨, 그건 아니지만... 그럼 왜 처음부터 내지 않았던거죠?"
{저도 그 점이 의문입니다. 하지만... 의사의 진찰을 받고 끊어온 진단서다 보니 믿을 수 밖에 없죠.}
"그럼 형량이 더 감형된다는 말인가요?"
{형량이 더 감형된다기 보다는, 감형되는 걸 최대한 막아보려는 저희 쪽에 쐐기를 박은거죠.}
"내려갈 수 밖에 없게 한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이 진단서 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
가해자가 한 말이 내 머리를 맴돌았다.
'정의는 항상 패배할 뿐이지.'
'넌 결국 또 실패한거야.'
'대한민국을 믿지 말라고, 젊은 친구.'
난 고개를 휘저으며 애써 그 말들을 잊어버렸다.
계속 아닐거라고, 잘 될거라고 스스로 세뇌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감형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비참했다.
재판 날짜가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극대화되었다.
(12월 22일)
".... 후우..."
'벌컥'
[야, 자냐!!!]
"으아악!! 안 잡니다!!"
[어어, 다행이다. 어? 준비 다 했네?]
"하핫... 그럼요."
[이런 준비성 넘치는 자식. 빨리 가자.]
"아, 네네."
[야간 알바 기다리고 있다ㅡㅡ]
"아핫, 네넵."
[아, 맞다. 너 약 챙겼냐?]
"아, 맞다."
[아잇 정말... 이럴 줄 알고 일부러 일찍 가자 했다...]
[그, 야간 알바야. 유턴 할건데 양해 좀 해주라..?]
{네, 알겠어요.}
"ㅈ..죄송합니다... 하하..."
[됐어, 다시 병원으로 갈라니까 빨리 가져와라.]
"네..."
[병원 도착!! 2분 준다!! 뛰어!!!!]
"예 알겠습니다!!"
[120! 119! 118! 117! 116! 115...! ...14! ...3!]
난 사장님의 카운트를 뒤로 한 채 서둘러 내 병실로 갔다.
이렇게 뛴 적은 살면서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
난 재빨리 내 병실에서 약통을 챙긴 뒤 사장님의 차로 달려갔다.
'벌컥'
"제가 왔습니다!! 허억... 허억..."
[2... 1. 와 타이밍 잘 맞춘다 너?]
"제가 또호... 계단으로 올라 간... 허억... 거 아니겠습니까...? 허억..."
[어, 사실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었어. 시간 많이 남았거든 ^^]
".....아."
[ㅋㅋㅋㅋ 귀여운 자식, 빨리 타라.]
"네..."
(법원)
"와... 긴장되는데요."
[법원에 와서 긴장 안 하는 놈이 어딨겠냐... 나도 긴장 된다...]
{....}
"법원 와 보셨습니까?"
[법원? 와 보긴 했지~]
"무슨 일로...?"
[나중에 말 해 줄게 임마 ㅋㅋㅋ]
"앗... 넵..."
[저기 정수기 있네. 약부터 먹어라 일단.]
"엇, 네넵."
[난 여기 앉아있을란다...]
난 약 3알을 꺼내 입에 집어넣었다.
지방 법원이긴 하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장님이 내게 장난 쳐 주신 것도 내 긴장감을 풀어주려 하신 것 같아 괜히 위로가 되었다.
난 사장님 옆에 앉아 여러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야간 알바는 우리와 조금 떨어져 앉았다.
그리고 재판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재판 장소로 들어 가 진행을 기다렸다.
재판이 시작하기 전에는 침묵과 고요 속에 긴장감만이 맴돌았다.
그리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판사님은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을 시작한다고 하시며 진행을 하셨다.
그러자 원고측, 우리 쪽에서 먼저 형량을 요구했다.
또, CCTV 자료와 녹취 기록, 내가 다친 정도가 나타나있는 진단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그 때, 가해자의 표정에는 약간의 분노와 가소로움이 맴돌았다.
난 직감했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그 뒤, 변호사는 피고 측이 사건 당시 취해있었던 점,
분노조절장애로 인해 올바른 사고 판단을 할 수 없었던 점,
조현병으로 인해 망상과 환각 등에 빠져 사고처리 등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점 등등을 얘기하며 감형을 요구했다.
검사와 변호사와의 치열한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반론하고, 이의제기하고, 많은 걸 하다보니 어느새 난 정신이 나가려고 했다.
재판이 점점 막바지에 다다른 듯 했다.
그리고 판사가 내린 형량은, 내 정신이 바짝 들게 했다.
{피고인은 명백한 폭행 의도를 가지고 무기를 이용해 원고 측의 머리를 가격하여 쓰러지게 했고, 특정한 사람에게 모욕적일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피고인에게 폭행과 기타 전과들이 남아있어 형량이 가중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음주 후 취한 상태였던 점, 분노조절에 힘든 상황이었던 점, 조현병으로 제대로 된 의사판단을 하기 어려웠던 점을 인정한다.}
{또, 피고인이 했던 발언은 그 비유의 명확한 뜻이 나타나있지 않았고, 기준이 모호했던 점을 인정하여, 특수폭행죄만을 적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한다.}
'땅! 땅! 땅!'
1년 8개월? 1년 8개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말도 안 되는 형량이었다.
5년 이하의 징역이 적용될 수 있는 특수폭행죄에, 전과기록 까지 남아있는 피고였다.
취한 상태였고 정신적인 문제가 조금 있다고 한들 2년 8개월은 너무한 거 아닌가?
내게 욕할 때 까지만 해도 뇌는 잘 돌아가던 놈이었다.
물론 그런 심한 말이 정상적인 사람의 뇌에서 나오진 않겠지만, 의사전달과 판단은 잘 하는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나는 피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웃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 때, 나와 피고가 눈이 마주쳤다.
피고는 내게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움직였다.
'넌 졌어, 이번에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 입 모양을 또박또박하게 지었다.
분명히 내게 졌다고 했다.
난 분노가 치솟았다.
이 결과를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이상으로, 이 재판을 마치는 바이다.}
(법원 밖)
"....."
[......]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
[...그게 무슨... 소리야?]
{....성희롱이 인정되지 않을 것도, 형량이 터무니 없이 나올 것도 예상했다구요.}
"......."
[....미안하다.]
{사장님이 왜 미안해요, 누구보다 힘 써주셨는데.}
[....]
{...모르셨나보네요, 그 사람.}
"....?"
[...아는 거 있어?]
{...돈 많대요. 감옥에서 나오고 로또 당첨돼서 그 돈으로 사업하고 성공했대요.}
"...역시 그럼..."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 뭔가 있어요.}
[....다 알고 있었던거야?]
{....네, 어느 정도는요.}
"....."
[......]
야간 알바 분은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만이 흘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야간 알바 분이 다시 입을 떼었다.
{...뭐해요?}
[엉?]
"ㄴ..네?"
{담배연기 계속 마실거에요? 거의 다 피워가는데.}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원래 이런 거니까.}
"....?"
{그래서 전 안 믿어요. 이 나라.}
{기껏 재판 열어 봤자죠.}
{...먼저 들어가볼게요. 수고하세요, 두 분.}
[어? 어어, 조심히 들어가.]
"안녕히 가십쇼..."
"...."
[.....]
"...항소, 할까요."
[돈이 어딨겠냐... 그냥 이러고 마는거지...]
"...."
[너무 안타까운데, 이게 현실인 걸 어떡하겠냐.]
"...정말, 안 되는 걸까요."
[....돈 아껴라... 화나긴 한데, 더 형량 늘어날 것 같지도 않고.]
"....이대로 놔두는 게 옳은 선택일까요?"
[옳은 선택이라... 그건 니가 결정하는거지.]
"....네?"
[...나도 꿈이 있었다.]
"어떤...?"
[검사. 난 검사가 꿈이었어.]
"검사요?"
[어. 의외지? 난... 그냥 저런 애들 인생 다 조져놓고 싶은 그거 딱 하나만 바라보고 검사의 꿈을 가졌지.]
"...."
[근데, 쉬운 게 아니더라. 난 끈기가 없거든.]
"하지만... 사장님은 편의점 사장 일만 몇 년째 하시잖아요?"
[...난 너무 늦었어.]
"...."
[무언갈 새로 시작하려면, 적절한 시기가 있는거야.]
[난 그 시기를 놓쳐버린거고.]
"......"
[너가 만약에 확실한 동기를 가지고 삘 꽂히는 게 있으면, 그거 그대로 밀고 나가라.]
"네?"
[끈기 없어서 도중에 포기한 이 인생 선배 루저 사장님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 주는 조언이다 임마...]
"....."
[그 마음 속의 들끓는 거. 그거 하나면 된다.]
[그거 하나 믿고 쭉 달려. 너라면 할 수 있을거니까.]
"...그걸 어떻게 믿나요."
[어떻게 믿냐고? .... 딱 보면 안다, 임마.]
".....감사합니다."
[뭘 또 감사해... 일로 와라, 가자.]
"...넵."
"....."
[...너무 상심하지 마. 돈 많은 놈 상대로 감옥 보낸 것도 대단한거다.]
"하지만... 너무 적은 형량인걸요."
[그 돈 많은 놈이 어떤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냉정하게 받아들이긴 해야하지 않겠냐.]
"....."
[도착이다, 조심히 내려.]
"...넵, 항상 감사합니다."
[하... 감사할 게 뭐가 있겠냐... 내가 이 정도 밖에 못 해줘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힘 내고.]
"넵."
[ㅎㅎ... 들어가라~ 너무 우울해 하지 말고!]
"...넵."
[...간다~]
"...들어가십쇼! ....."
(병원)
"하...."
아쉬웠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형량이 그렇게 나올까.
난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리고 멍을 때리는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사장님이었다.
'[너무 풀 죽어있지 말고 임마! 어깨 펴고!]'
'[너 좋아하는... 그 영화 뭐냐? 그거 보면서 힐링 좀 하고 해~]'
"...."
'감사합니다.'
'[그래~ 힘 내라...!]'
'넵.'
난 오랜만에 겨울왕국 소식을 보러 프갤에 들어갔다.
여전히 겨울왕국 얘기로 북적였다.
참 대단하기도 하지.
난 저번에 봤던 싱어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9화는 여기까지...!
좀 길었던 것 같네...
읽어줘서 고마워~
개추랑 댓글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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