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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쌓인 서류들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분주한 경찰서 내부의 분위기를 더욱 바빠 보이게 만들었다. 벨은 의자 등받이에 집 소파에 누울 때처럼 몸을 맡기고 뒤로 누워 넘어갈 듯 안 넘어갈 듯 위태롭게 앉아서 인근 지역 범죄자들의 프로파일을 읽었다.



파일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다시 첫 장으로 넘어온 것을 보자 벨은 다 읽은 파일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일어서서 엘사의 자리로 걸어갔다.



유리로 된 칸막이 하나를 건너온 벨은 의자에 똑바로 앉아서 뚥어져라 모니터만 보고 있던 엘사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평소였다면 벨의 장난을 웃으면서 하지 말라고 했을 엘사지만, 아침부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아 신경이 예민해진 엘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정색을 하며 벨을 노려보기만 했다.



예상치 못한 엘사의 반응에 당황한 벨은 어쩔줄 몰라하며 조용히 입 모양으로 미안이라 말했다. 사과했음에도 엘사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평소 장난도 잘 받아주고 남에게 피해 주는 걸 못하는 성격으로 살아온 엘사는 자신에게 장난치러 왔다가 시무룩하게 돌아간 벨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모니터를 봐도 벨의 그 표정이 떠올랐고, 잊어보려 세수를 해봐도 세면대 거울에 비치는 얼굴이 벨의 시무룩한 모습처럼 보였다. 엘사는 일이 끝나면 사과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Ring-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이 울렸다. 엘사는 전화가 온건지 문자가 온건지 아니면 페이스북 알림이 온건지 모르는 휴대폰을 꺼내 무엇인지 확인했다.



[한스 경위님]

부검실.



한 단어. 다정한 성격 덕분에 주위 사람들에게 늘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던 한스가 엘사에게 보낸건 단 한 단어였다. 문자를 보자마자 지하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관과 싸우러 갈듯 씩씩대며 부검실로 걸어갔다.




뛰는 듯 걷는듯한 걸음으로 어느새 부검실의 앞에 도착한 엘사는 머리와 옷의 매무새를 정리하곤 부검실의 문을 힘껏 밀었다.





*





어둠. 칠흑 같은 어둠. 창문 하나 없이 형광등 불빛이 유일한 빛이었던 부검실 안은 문이 열려 복도에서 들어오는 빛이 유일한 빛이 되어있었다. 엘사는 그 빛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내디뎠다.



또각-



엘사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나는 자신의 구두를 원망하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또각-



또각-



세 번째 발걸음을 내딛으니 열려있던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히고는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엘사는 돌아서서 문으로 달려가 밖에 아무도 없냐 소리치며 문을 다급히 두드렸다. 주먹이 문에 닿을 때마다 부검실과 복도를 울리는 묵직한 철제음이 들려왔다.



그 순간 후-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입김이 엘사의 귀를 파고들었다. 마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소스라치게 놀란 엘사의 비명과 함께 부검실의 모든 불이 켜지고, 쪽지가 적혀있는 작은 초코케이크와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엘사를 기다리고 있던 한스가 서 있었다.



한스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엘사에게 케이크를 건네자 엘사는 톡하고 건드리면 울음을 터트릴듯한 얼굴을 하며 케이크를 받았다. 한스는 케이크를 받아들고 울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엘사의 머리에 'Happy Birthday' 문구가 쓰여 있는 알록달록한 콘모자을 씌우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엘사."



생일 축하한다는 말에 울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엘사의 어깨가 들썩였다. 울컥한 엘사가 끅끅대며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리자 한스는 깜짝 생일파티를 계획했던 에리얼, 벨과 함께 준비해뒀던 선물을 꺼냈다.



아직 그치지 않은 눈물이 흐르지만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엘사가 고개를 들었다.



"다들 고마워요."



***



항-암


I.4TyorTw 의 뜻은 [I]ndelible[.] [4] [T]oda[y] [o][r] [T]omoro[w] 였음 각 단어의 첫자와 마지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