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 2화 ]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D6qBw



3



스르르-



칼에 찔려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었던 엘사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눈앞에 보이는건 평범한 천장이였다. 병실이나 관뚜껑이 아닌 평범한 집 천장. 허리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 거리니 방에 놓인 가구들이 그저 기분 나쁜 꿈이였단 걸 일깨워줬다.



매일 이렇게 악몽을 꿧다. 소름끼치도록 실감나는 악몽.



엘사는 등에 난 식은땀으로 온통 젖어버린 침대 시트를 새 걸로 갈아치웠다. 이렇게 생생한 악몽을 꾼 날은 늘 시트를 새 걸로 바꿔야했다. 경찰 일을 하고 나서 부턴 거의 매일이였지만. 아무런 꿈도 꾸지 않은 날이 악몽을 꾼 날보다 훨씬 적었다. 어떤 날은 차에서 쪽잠을 자는 순간에도 악몽을 꾸곤 했다.



매일을 이렇게 식은땀에 범벅이 된 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엘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향했다. 욕실의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욕실로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서서 현관문을 향해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무런 대답도 없자 엘사는 꿈속에서 있던 상황이 떠올랐다. 엘사의 심장이 요동쳤고, 토하고 싶었다. 엘사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후들거리는 다리로 현관으로 걸어갔다.



현관문 앞에 다다르자 다시 한번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엘사는 다시 한번 누군지 물으며 현관문의 문고리를 돌렸다.



"누구세요?.."



문이 열리고 문 앞에 서있던 건 다행스럽게도 꿈속에서 봤던 그 여인이 아닌 엘사의 상사, 한스 경위였다. 한스는 엘사가 문을 열고 나오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엘사는 한스의 이상한 행동이 의아했지만 고개를 돌린 한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자신의 옷차림을 보니 속이 다 비치는 흰 셔츠에 검은색 속옷만 입고 남자의 앞에 서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자 엘사는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문을 닫고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갔다.



-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커피잔을 만지작댈 때마다 달그락대는 유리잔 소리만 날뿐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아 서로의 눈치만 보는 그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한스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 손을 움직이자 엘사는 움찔거렸다.



서로에게 불편한 상황이 지속되자 한스가 먼저 분위기를 바꿔보려 지갑 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어 엘사의 탁자 앞으로 밀었다. 엘사는 명함을 받아들고 명함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했다.



안나라는 심리상담사의 명함이였다.



"안나?"



한스는 엘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입술에 갖다 댔던 커피잔을 내리고 안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엘사에게 설명했다.



"안나는 자네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무료로 도와주는 심리상담사야. 쉽게 말하자면 자선사업가지."



엘사는 한스가 건네준 명함을 살짝 읽어보고는 다시 한스에게 돌려줬다.



"한스, 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아니고 심리상담사도 필요하지 않아요. 그저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



명함을 돌려받은 한스는 다시 탁자 위에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명함을 톡톡 건들였다.



"필요할 거야. 예전에 에리얼도 한참 고생하고 있을 때, 그녀에게 치료를 받고 한결 나아졌어. 나 믿고 치료 한번 받아봐."



한스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현관으로 걸어갔다.



"전 이런거 필요 없어요."



한스가 다시 탁자 위에 올려놓은 명함을 탁자 옆에 놓여있던 쓰레기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



---


동시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