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마크들과 아바돈이 만장일치로 작전을 수락하자, 선즈 오브 호루스의 파벌을 제외한 루나 울프의 후계 챕터들 또한 재결집하는 등 성전은 신속하게 추진되었다. 물론 군권이 자신들의 통제에 벗어난 것에 대부분의 하이 로드들은 반발했으나, 그들의 반발은 단결된 프라이마크들의 권위에 의해 완전히 찍어눌려질 뿐이었다.

로드 커맨더인 페투라보의 전두지휘 아래 로드 어드미럴 자크모스 듀런이 임페리얼 네이비의 지휘를 맞았고, 기계교의 함대는 화성의 아크마고스 도미누스 율리우스 카론이 담당하였다.
  
오크들의 압도적인 WAAAGH! 에너지에 의해 일부 라이브러리안들이 약간의 난동을 부리기는 했으나, 이들은 조속히 진압되었고, 이를 제외하면 성전군의 워프 향해는 의외로 순탄했다.

"울라노르 행성 인근에 진입 완료했습니다!"

네비게이터의 보고에 페투라보는 명령을 내렸다.

"함대의 경계를 극도로 강화하고, 아뎁투스 메카니쿠스와 라이브러리안들에게 행성 표면을 세밀 관측하게 하도록."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페투라보의 부관 포릭스와 아크마고스 도미누스 율리우스 카론은 각각 스페이스 마린들과 테크 프리스트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라이브러리안들의 사이킥 능력과 기계교의 기술로 행정 정찰을 마친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맙소사..."

울라노르 행성 표면의 전반은 마치 공업 행성처럼 도시들로 뒤덮여 있었다. 이는 하이브 월드처럼 겉보기엔 난잡해 보였지만 효율적인 구조로 조직된 각종 시설들로 가득차 있었고, 그 건축 양식은 페투라보가 보기에도 꽤나 아름다웠다. 빽빽하게 자리한 도시-군집 전체에는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 궤도 보호막과 미사일 포열 등의 요격 무기들이 가득했고, 이는 설상 궤도 폭격을 행한다 절대 돌파되지 않을 수준의 방비였다.

그만큼 오크는 발전해 있었고, 이는 성전군 장교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희소식이라면 이들의 궤도 방어 시설들은 규모에 비해서 적었다는 것과 고크그로드 중심에 위치한 대신전에 엄청난 양의 사이킥 에너지가 감지된다는 것이었다.

워로드가 고크그로드에 있을 거란 자신의 가설이 옳았다는 것에 페투라보는 내심 쾌거를 지르며 명령을 내렸다.

"신속히 궤도 진입을 시행하라."

아이언 워리어와 데스 가드의 함대를 필두로 성전군 함대는 별 문제없이 궤도 진입 성공했고, 메카니쿠스의 공습군이 먼저 행성 표면으로 진입을 시작했다.

-지이잉!

그러나, 순간 정체불명의 전자파동이 기계교 함대를 강타했다.

[+경고! 경고! 함선들의 엔진이 오크 측 EMP 병기로 인해 무력화되었습니다!+]

"가능한 모든 화력을 표면에 퍼부어라. 어떤 희생을 치르다러도 상륙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오크 제국의 전자기 요격으로 기계교 공습군은 상당수가 파괴되었으나, 기계교 함대는 랜스 포대와 플라즈마 마크로 포대, 랜스 포탑, 노바 캐논, 충각봉 등으로 가능한 모든 포격을 쏟아부어 겨우 상륙에 성공했고, 상륙군은 저항하는 인근의 오크 워밴드들을 처리하며 안전 지대를 확보하고, 임시로 사용할 전초 기지를 재빠르게 건설하였다.

의아하게도 상륙군을 상대로 벌이는 인근 오크들의 저항은 무질서에 가깝고 병력의 질 또한 미약했으나, 이는 페투라보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전군 전초 기지로 상륙한다!"
  

얼마 안가 모든 임페리얼 아미와 이단심문관들, 그리고 프라이마크들을 포함한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는 별 피해 없이 울라노르 상륙에 성공했다. 상륙하자마자 성전군의 전열을 가다듬고 알파 리전과 나이트 로드를 침투를 위해 고크그로드의 후방으로 파견한 페투라보는 형벌 부대를 최전선으로 앞세운 채 고코그로드의 최외곽 방어선을 향한 진격을 명령했다.

"전방 부대는 진격하라!"

-황제 페하를 위해!


-강철 같은 의지와, 강철 같은 행동으로!


-테라와 모타리온을 위하여!


-연민 없이! 후회 없이! 두려움 없이!

엄청난 수의 임페리얼 아미와 함께 재결집한 아이언 워리어 군단과 데스 가드 군단, 절반쯤 재건된 루나 울프 군단이 진군했다. 이들은 페투라보의 전술에서 시간 끌기의 역할을 할 터였다.

   두두두두-!

-쾅! 쾅! 쾅! 쾅!


"제노들을 죽여라!"

데스 가드 특유의 끈덕진 보병전술과 아이언 워리어 특유의 화끈한 기갑전술은 도시 최외곽 오크 병력을 유린했고, 루나 울프 군단은 아군의 후방과 전방 모두를 든든히 받쳐주었다.

그러나 이들의 기세도 잠시, 오크 제국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되었다.

-그그그그그그!

고크그로드가 위치한 땅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어났다. 이 지진은 자연현상 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이는 오크 제국이 달들을 개조해 만든 위성 병기 '어택 문'에 탑재된, 지형을 조작하는 플래닛 크랙이었다.

페투라보는 자신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이를 그 누구보다 먼저 눈치챌 수 있었다.

"땅이..?"

"기동 장치들을 타고 피해라!!!"

대지가 아군을 뒤덮어버리기 위해 마치 파도와도 같이 몰려왔다. 성전군은 페투라보가 이 사태를 예상하고 사전에 마련해둔 기동-기계들에 부랴부랴 탑승한 채 오크 제국의 지형 조작을 피해 쉴새없이 돌아다녔고, 정신없이 움직인 끝에 성전군은 어느새 고크그로드 도심에 진입해 있었다.

그러나 기동-기계들의 수는 제한적이었고, 안그래도 기동력이 약한 임페리얼 가드는 상당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생각보다 피해가 크다...!'

페투라보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성전군 장교들을 닥달했다.

"전열을 서둘러 재정비하라! 언제 적들이 올지 몰-"


-WAAAAAAAAAAAAAAAAAGH!!!!!


페투라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전군을 향해 오크 군단이 쏟아져나왔다. 엄청난 사이킥 에너지에 라이브러리안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전투를 이어갔고, 제대로 통제되지 못하는 이들의 사이킥 능력으로 인해 전장은 더욱 난전으로 변모해갔다.

도심의 오크 군세는 전초 기지를 확보할 때 상대한 무질서하고 미약한 오크 워밴드들과 달리, 스페이스 마린만큼이나 규율 잡히고 각종 사이킥 및 중력 병기들로 무장한 정예 군단이었다. 오크 가간트와 온갖 중장갑 병기들의 수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오크 보이들의 머릿수만해도 어림잡아 최소 100만은 넘어보였다.

타이탄들과 임페리얼 나이츠, 배틀 오토마타는 오크 가간트들과 충돌하여 도시의 사방을 불지옥으로 만들었고, 전장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기 시작했다.

여명의 반신 모타리온은 아너 가드, 전원이 맨 리퍼로 무장한 데스슈라우드와 함께 제일 선두에 선 채로 맨 리퍼 사일런스를 휘둘러 무수히 많은 오크들의 목을 취하고, 에너지 피스톨 랜턴을 쏘아 수없이 많은 그린스킨들의 몸을 터트렸다.
  
강철의 반신 페투라보와 잿빛 기사단장 아바돈 또한 그 대단한 무용에 못지 않았다.

페투라보는 컨커러 모델의 배틀-오토마타 아너 가드, 아이언 서클들을 전위로 내세우고 드레드노트의 각종 화기들을 수없이 발포하며 아군에 접근하는 오크 군세를 학살했고, 아바돈도 임시 편성된 아너 가드, 제 1중대 모발디의 최정예 부대 유스타이린과 함께 정화된 츠바이헨더 드라크니옌과 라이트닝 클로 호루스의 발톱을 쥐고선 자신의 검술과 완력을 힘껏 발휘했다.

이 영웅들의 공격 하나하나에 수십의 그린스킨들이 목숨을 잃고 땅으로 쓰러졌으나, 그 빈자리는 금세 초록색으로 채워졌다. 인류의 천년에 가까운 방관 속에서 번성한 오크들의 군세는 마치 무한과도 같았고, 반면 이 난전에서 임페리얼 가드의 수는 절반이나 넘게 줄어들고 있었다.  

"젠장, 페투라보! 당장 후퇴하거나 알파 리전과 나이트 로드를 호출해라. 수적으로 우리가 너무 불리하다!"

"아직이야. 더 시간을 끌어야 해!"

"그럼 폭격이라도 날려라! 어서!"

모타리온의 재촉에 페투라보는 제국 항공대와 연결된 통신 채널을 작동시켰다.

"성전군 항공대는 들어라! 고크그로드에 공습을 게시해라!"

[그러면 아군 측에도 피해가-]

"그냥 쏴라!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콰광! 콰과광!

잠시 뒤 도시의 하늘에서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을 나타나 공습을 가했으나 이 회심의 공격은 고크그로드의 사이킥 방어막에 의해 철저히 무력화되었고, 제국 항공대는 갑작스랍게 출몰한 오크 공군과 교전을 이어갔다.

[폭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적측 공군도 몰려옵니다!]

"이런 썩을!"

페투라보는 대안으로 통신 채널을 궤도에서 대기하던 임페리얼 네이비 측으로 전환했다.

-치지직.

"임페리얼 네이비는 들어라! 즉시 고크그로드에 궤도 폭격을..!"


[습격입니다! 측면에 오크 함대가 나타났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제국 함대가 오크 함대의 기습을 당했고, 궤도 폭격과 추가 지원 병력까지 봉쇄된 것이었다.

동시에 페투라보의 사고는 순간 얼어붙었다.

오크 제국의 군세는 페투라보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교활하면서도 강력했고, 이들 위에 군림하는 오크 워로드의 간악함과 치밀함은 마치 콘라드 커즈와 버금가는 것만 같았다. 저 흉폭한 그린스킨들의 압도적인 물량과 전략에 일시적이지만 프라이마크인 그 자신이 패닉에 빠질 정도였다.

"망할..! 해군과 항공대 모두 봉쇄되었다, 모타리온!"

"어서 두 군단을 호출해라! 이대로 가다간 임페리얼 가드가 전멸한다! 그럼 그 다음은 우리야!"

"......"

로드 커맨더 페투라보는 갈등했다. 뚝심있게 작전을 계속 추진할지, 아니면 남은 군단을 불러 전면전을 시작할건지...

그의 무한한 지성은 찰나의 고심 끝에 절충안을 떠올렸다. 그의 자존심과 실리, 모두 챙길 수 있는 타협안을.
  
바로 지금 당장 성전군을 이끌고 오크 워로드가 위치한 대신전까지 진격하여 워로드와 전면전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어차피 나이트 로드 군단과 알파 리전의 잠입 목적지도 그 대신전이었으니, 본 작전에도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나이트 로드와 알파 리전은 들어라! 지금 당장 무리해서라도 작전을 속행해라! 우리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니 신전으로 진격하겠다!"

페투리보는 정신을 가다듬고 서둘러 제 3의 길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