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모토 로쿠 제독의 바로 옆에서, 전함 \'오가쿠\'가 격하게 떨렸다. 오가쿠의 함수에서 커다란 물기둥이 일었다.

"무, 무슨 일이야?!"

비단 오가쿠만이 아니었다. 용둥지함 \'비에트\'와 \'카세라\'에게서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발생했다.
수중의 기뢰라도 밟은 것 같았다. 세 함선은 속도가 격하게 감소하며 대열의 뒤로 떠내려갔다.

"전 함대는 속도를 오가쿠에 맞춘다! 근처에는 기뢰가 걸치되어 있으니 주의하라!"

과연.
배곯이를 하더라도 기뢰는 제몫을 할 수 있다. 저들의 영리함을 로쿠 제독은 온몸으로 느끼는 것 같았다.
참모장은 안절부절 못하고 비에트를 쳐다보았다. 구식 함선이지만 수십년간 무다니스탄의 수훈함이던 비에트가 전투 개시도 전에 격침된다면 사기저하가 우려될 일이다.

"성급해하지 마라. 아직 적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
..
..
...
"이건... 장난합네까?"

최룡해는 새로이 올라오는 보고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아마 그나마 통신장비가 멀쩡하고, 고문관이 앉은 잠수정이 상황보고를 올린 모양이었다.
남조선도 미제도 없는 세계라면 어쩌면 지상락원을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외국 배에게 뜬금없이 어뢰발사관을 열다니! 그것도 대형함이 몇척이나 있는 대함대에게!

"내래 언제 시찰 나가면 간나새끼들 전부 아오지로 보낼거라우."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황병서 역시 당황스럽긴 매한가지였다.
새로 생긴 북쪽 바다에서 유전이 있을 것 같은 곳을 발견했단 소리에 우리도 살았구나 생각한 게 겨우 어젯밤인데 이렇게 나라가 망할 위기가 코앞이라니!

"동무. 차라리 우리 인민군 최고사령관님을..."

"일단은... 해볼만큼 해봅세다. 어차피 이래된거 이래죽고 저래죽는다면 싸워는 봐야하는 것 아닙네까? 혹시 모르는 것 아니우? 우리 인민의 자랑스런 아들들이 제국주의 간나들을 쓸어버릴지!"

황병서는 최룡해의 말에 한숨을 푹 쉬면서도 고갤 끄덕였다. 이왕 이리된 거 돼지 귀네 들어가기 전에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이제 동해 서해가 이어진 것 아닙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