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무것도 안한 올해가 지났다. 

1학년때는 민짜가 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열심히 놀지도. 공부하지도 않았다.

열심히 놀기에는 민짜가 풀리지 않았다는 자체 제약을 걸었고 (의미는 없었지만) 열심히 공부하기에는 1학년이 너무 아까웠다. 

2학년때는 열심히 하려고 했다. 

열심히 술도 먹고 열심히 놀기도 하고 열심히 동아리 일도 하고 열심히 학점도 챙기려고 했다.

근데 하나도 안되더라. 

밖은 나가지도 못하고 동아리 일은 재밌는 일탈에서 스트레스로 바뀌고 사이버강의로 전부 쳐바뀐 수업은 그냥 틀어놓고 게임하는 배경음악이었다. 

아무것도 안 한 상태로 친 작년보다도 준비못한 ICPC는 예상외의 좋은 성적이 나왔다. 같은 팀의 영향이 많이 크기도 했다. 

ICPC 리저널을 치고 나니까 뭔가 아쉽더라. 우리 팀만 푼 문제. FFT라는 트리비얼 알고리즘을 알기만 했어도 풀 수 있었던 H. 형이 말했던대로 단순 구현문제였던 A. 

이것들 다 우리가 풀었으면 월파 나가는거 아니었나? 월파 못 나갔어도 입상은 한거 아니었나? 입상은 쳐못했어도 SCPC 본선은 나간거 아니었나? 

계속 자괴감만 쳐들더라. 결국 아무 의미도 없는 게임 쳐하느라 챙기지도 못한 학점과 PS 였음. 

사실 이제 생각해보면 학점을 챙기기 싫었던 나한테 좋은 도피처가 생긴 거였던거 같음

ICPC 끝나고 개졸렸는데 어거지로 뒤풀이랍시고 쳐나간 PS모임에서는 진짜 많은 것을 배웠다. 

뭐 오랜만에 진탕 인싸마냥 술쳐먹고 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거기엔 진짜 일류.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일류들밖에 없더라. 

거기에 내가 껴서 술자리 분위기 띄우고 장난도 치고 하는거보고 내년엔 내가 진짜 실력자로써 저기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결국에 내 역할은 내가 느끼기엔 쩌리였다. 그냥 이름은 아는데 좆도 못하면서 꼽사리낀 유쾌한 찐따 쩌리

그 후로 PS를 열심히 하기로 했는데 시험기간이랍시고 피하고, 시험 끝났답시고 피하고 하면서 PS를 다시 잡기 힘들더라. 

다음학기엔 휴학을 할거다 대면이 아닌 이상..

대면이면 그래도 20살에 못 누렸던것을 조금 누리면서 정수론, 이산수학 같은 PS에 도움되는 분야들을 배우면서 어떻게든 PS 현목이라도 비벼볼란다. 

99% 확률로 비대면일거고 휴학하고 PS만 해서 내 한계를 걍 보고싶다. 

이 안에 레드 찍으면 그냥 ICPC 팀 당당히 구할거임. 위에 말했던 그 술자리 사람들한테 당당하게 팀 껴달라고 말할거다 진짜로. 나정도의 열정을 가진 사람 or 그만큼 친한 사람 3명이 항상 고팠었다. 레드를 찍으면 걔네 사이에 당당하게 낄 수 있을 듯

레드 못 찍으면 그냥 PS 접어야겠다. 분명히 재능이 필요한 영역이고 나한테 그 재능이 존나 있다고 생각했지만 레드 못 달면 그냥 재능이 없었던거임

솔직히 자신은 있었다. 엄마한테 말할때까지만 해도 난 내가 진짜 잘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근데 이제는 없다. 코포라는게 결국엔 실력이 좋아도 대회간격이나 운에 따라 달라지더라. 6개월동안 실력은 되는데 그 운이 따라주지 않는 다면 그냥 실력부족인거다. 미련없이 버려야지

ㄱㅁ이형이랑 ㅈㅇ이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졸업할때까지만해도 둘 다 나랑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했음. 실제로도 그랬던거 같고

근데 내가 땅바닥에다가 시간을 태우는 동안 ㄱㅁ이형은 존나 멋있는 월클이 되어있었고 ㅈㅇ이형은 꾸준히 열심히 해서 자체 레드에 여러 대회 출제를 맡고 있더라. 

내가 조기졸업이라고 자만하면서 2년을 땅바닥에 태우는 동안 둘은 피깎는 노력하면서 PS 및 여러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있더라. 

아직 안 늦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눈 한번만 딱 감고 달려볼 생각임. 

계절학교때 들었던 내용중에 아직까지 기억나는게 ㅈㅎㅈ 조교님에 대한 이야기임

고등학교때까지는 별 볼일 없다가 대학교 들어와서 이악물고 해서 실력 올렸다고 하더라. 

솔직히 맞는말인지는 모르겠음 ㅋㅋ 맨날 계절학교때 ㅁㅇ 조교님이랑 뭐 라떼는 ~~ 이랬던것도 생각나ㅏ는데 계절학교는 고등학생이잖아 씨발

그래도 1년만에 3000문제 풀고 월클된 ㄱㅁ이형이나 ㅈㅎㅈ조교 썰 합치면 이 악물고 하면 1년안에 안될것도 없는 거 같음

베이스는 있으니까.. 진짜 마지막으로 시간 한 번만 날려보려고 함

다 쓰고 나니까 존나 오글거리노 ㅋㅋ 새벽 술 감성 미쳤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