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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영구네집 이야기 8

김유식 2005.01.04 00:00:00
조회 15258 추천 6 댓글 25


4월 19일. 5일째. 금요일 part 4

  젊은 녀석 둘이서 신문지를 꺼내더니 선반 위의 먹을 것을 죽 늘어놓는다. 먹을 것은 과연 신입방보다 훨씬 많이 쌓여 있었고 신입방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도 눈에 띈다. 대충 요구르트와 사과, 빵과 우유, 오징어, 고추장, 애플잼 쿠키를 꺼냈고 그 외에 사이다까지 있었다. 나보고도 와서 먹으라고 한다. 쩝~ 이렇게 매일 먹기만 하면 돼지같이 살만 찔 텐데.

  다가 앉았더니 한 아저씨가 빵을 하나 내민다. 뭐 하루 한 개씩 먹는 것이 원칙이라나? 이 방에는 신입방과는 다르게 하루에 네 번의 “먹자먹자”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 외에는 배식 반장의 허락 없이 함부로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었다. 신입방에서는 무언가 먹고 싶을 땐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다른 사람 먹고 있는 것을 보면 자기도 먹고 싶어지고 그러다 보면 먹는 양을 조절할 수 없어서 살이 찌므로 그렇게 정했다는 이야기였다.

  수긍이 갈 것도 같았지만 아닌 것도 같았다. 왜냐하면 이렇게 둘러앉아 먹게 되면 먹고 싶어서 한 개만 집어먹는 것보다는 한 번에 훨씬 많은 양을 먹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도 가 보시면 알겠지만 이곳 미결수방에 있을 때는 살이 많이 찐다. 먹는 것은 잘 먹고 운동은 못하니까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잘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다면 그것은 특이한 체질 덕택이겠고, 빵잽이들 이야길 들어보면 교도소에서 찌는 “빵살” 은 출소하면 모두 빠진다고 하면서 걱정 없이 먹으라고 하기도 하였다.

  모두 먹으니 아까의 젊은 녀석 둘이서 신문지를 말아서 쓰레기를 치운다. 치우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재빠른 솜씨다.

  ‘음~ 신입방하고는 뭔가 다르군.’

  다 먹고나자 다들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책을 읽는다. 배식 반장이 내게 오더니 새 수건 한 장을 꺼내 주면서 수건 거는 자리를 지정해 준다. 선반 아래쪽에는 책장처럼 쓸 수 있는 곳이 두 곳 있는데 한 쪽에는 책들이 쌓여 있고 다른 쪽에는 버터와 참기름, 간장, 고추장, 김 등의 먹을 것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을 수건으로 가리고 있었는데 각 수건은 봉사원부터 시작해서 들어온 순서대로 걸게 되어 있었다. 나는 맨 막내라서 이곳에 걸 자리는 없었고 선반 옆의 빨래 걸이 비슷한 곳에 걸었다. 또 내 고무신을 넣을 곳과 칫솔 넣을 곳을 정해 줬다.

  칫솔걸이가 공산품처럼 보여서 ‘본방에는 이런 것도 주는 구나’ 생각했더니 웬걸. 이것은 사발면 용기 두개를 붙여서 만든 것인데 아래쪽 용기에 네모난 구멍을 여러 개 뚫어서 칫솔을 넣을 수 있게 한 것이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맥가이버 뺨치는 솜씨였다. 그리고 배식 반장의 명을 받은(?) 나보다 어려보이는 녀석이 화장실 사용하는 법을 알려줬다.

  이 어린 녀석은 나보다 이곳에 먼저 왔다는 묘한 자부심(?)인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가면서 설명하는데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

  방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3상 7방” 이므로 이곳은 2층 방이다. 1층 방과 2층 방의 차이점을 무엇일까? 그 차이는 늦은 봄부터 여름을 지나 초가을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즉, 화장실 냄새의 차이이다. 1층의 사방의 경우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가 정말 참기 힘들다. 그나마 내가 신입방에 들어갔었을 때는 4월 중순에다가 비도 자주 오고, 출정을 다녀서 많이 느끼지 못했지만 한 여름에는 고생이 심하다고 한다. 2층의 화장실은 1층의 화장실 옆으로 배수구 통로가 있어서 냄새는 별로 나지 않으나 매캐한 유독 가스가 올라온다고 한다.

  우리방의 변기에는 물이 들어 있는 풍선으로 배수구를 막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그것을 "대포알" 이라고 불렀다. 풍선이라면 쉽게 터질 터였지만 자세히 보니 고무장갑이었다. 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교도소 내에서는 소변을 볼 때도 여자처럼(?) 앉아서 봐야 한다. 성동구치소의 교특방(교통사고 관련방)은 수세식으로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교도소 화장실은 푸세식(?) 으로 되어 있고 서서 소변을 보다 보면 청소하기가 어려워지는데다가 바지 아래를 적실 수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앉아서 보도록 했다고 한다. 또 화장실 내에는 물통과 바가지가 있어서 용변을 보고난 후 에는 물을 내리도록 되어 있었다.

또 우스운 일이지만 네 귀퉁이에는 냄새를 줄이기 위한 방법인지 청소할 때마다 치약을 뿌려 놓았다. 화장실, 즉 뼁끼통 청소는 어느 곳이나 다음번 신입이 들어올 때까지 현재의 신입이 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나도 내일부터는 아침마다 화장실 청소를 해야 되는데 봉사원이 묻는다.

  “어이 컴퓨터 범죄! 기소는 붙었어?”

  컴퓨터를 범죄에 이용했다고 나보고 컴퓨터라고 불렀다. 나는 잘 몰라서 모른다고 했더니 이것저것 물어 본다. 변호사 접견은 했는지, 집에선 뭐라고 하는지 등등. 그래서 내가 화요일 하루만 빼고 모두 출정을 갔었던 데다가 아직 조사가 안 끝났다니까 월요일에도 또 가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검사가 말한 대로 몇  일 더 가야 된다고 하니까 잔일도 안하면서 고참 되겠다며 혀를 찬다.

  기소가 붙었냐는 말뜻은, 모든 재소자는 검사가 구속영장을 신청해서 판사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구속되는데 구속된 후 10일 동안 조사를 해서 법원에 기소를 해야 된다.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충분치 못해서 기소를 하지 못하게 되면 연장 신청을 해서 최고 20일까지 붙들어 둘 수 있다. 이 구속 수사 기간 중에 돈 많고, 힘 좋고, 백 있는 사람들은 이러 저리 연락해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한다. 기소란 말 뜻 그대로 “소를 제기하는 일” 로서 검사가 재판을 청구하는 것이라 하겠다.

  나는 검찰로부터 직접 잡혀 와서 경찰서의 일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한다. 경찰서로 잡혀가게 되면 유치장에 갇히게 되는데 이곳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유치장의 시설이나 대우는 교도소에 비하면 정말로 형편 없다고 한다. 특히 새벽녘에는 술 취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나 싸움을 하고 들어와서 피를 뚝뚝 흘리는 사람들, 교통사고를 내고 들어오는 사람 등등 별별 사람들이 많아서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낮에도 눈 앞으로 경찰들이 왔다 갔다 하므로 누워 있기도 힘들다고 했다.

  특히 식사는 악평이 자자하다. 차가운 꽁보리밥에다가 반찬이라고는 단무지 3개밖에 주지 않아서 사식이 들어오기 전까지 굶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사식은 설렁탕이 일반적인 듯한데 가격은 4,000원 수준이고 외부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넣어 주면 된다. 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졌다가 들어온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이곳 생활이 유치장보다 훨씬 편하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책을 좀 읽고 있으려니 방 사람들이 슬슬 일어나서 운동을 하기 시작한다. 특히 철문 옆 배식 반장 옆자리에는 몸무게가 100kg 는 되어 보일 듯한 30대의 젊은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온통 방안을 휘젓고 다니면서 쿵쿵거리며 운동을 할 때는 바닥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이 사람도 배식 반장과 마찬가지로 사제 죄수복을 입고 있어서 한눈에 폭력배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 우리방은 폭력방은 아니었지만 배식 반장과 이 사람은 폭력배 티가 났다. 하지만 진짜 폭력 조직 두목급은 따로 있었으니! 이것은 나중에 설명하겠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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