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침이 5센티미터나 허리를 파고들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해요."

김연아(17·군포 수리고)의 주치의인 신준식(55) 자생한방병원장은 혀를 내둘렀다. 지난 22일 밤 10시40분쯤 일본 됴쿄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 로비에 나타난 그는 한눈에 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연아 치료해 주느라고 늦었습니다."

피겨스케이팅에 문외한인 신 원장은 지난 20일 도쿄에서 개막한 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김연아의 열성 팬이다. 신 원장은 지난 2월3일부터 김연아를 치료하면서 그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연아의 성격에 반했죠. 얼마나 침착하고 참을성이 많은지 몰라요. 어리지만 배울 게 많아요. 간도 얼마나 크다고요. 허리에 대침(大鍼)이 쑥쑥 박히는데도 태연하게 잠을 자요. 그럴 때 보면 어린 학생이 아니라 할머니 같아요. 할머니들은 침을 놓으면 \'어∼ 시원하다\'며 잠을 자는데, 연아가 꼭 그렇다니까요."

김연아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신 원장은 자신있게 말한다. "피겨는 심리 게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많은 관중 앞에서 연기를 하면 얼마나 떨리겠어요. 그런데 연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습니다. 평정심이 정말 대단해요. 분명히 큰 스타가 될 겁니다. 두고 보세요."

신 원장은 지금까지 환자 한 명에게 이렇게 시간과 정성을 쏟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캐나다까지 건너가 김연아의 아픈 허리를 치료하고 지난 13일 입국한 신 원장은 일주일 만인 19일 부랴부랴 일본으로 건너왔다. "캐나다 전지훈련 때 연아가 꼬리뼈를 다쳐 기어서 링크에서 나왔거든요. 원래 20일 일본에 오기로 했는데 걱정이 돼서 하루도 더 한국에 눌러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치료를 받고 연아가 허리 통증이 없어졌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르겠어요."

신 원장은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가 야속하기만 하다. 김연아의 허리 통증이 누그러질 만하면 무리한 훈련 스케줄을 짜기 때문이다. 부족한 훈련량을 채우려면 하는 수 없지만 의사 입장으로선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신 원장은 이번 대회가 끝나면 김연아의 허리 부상을 집중 치료할 예정이다. 힘들지 않는냐는 질문에 신 원장은 "보람된 일이기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겠습니다. 연아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만 바랄 뿐입니다" 하고 대답하더니 껄껄 웃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도쿄=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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