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 펑크를 좋아한다. 그가 너무나 그리워서 마음이 아플 정도다. 그가 떠난 뒤로 레슬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지난 세대 최고였으며 업계의 상한선을 새롭게 개척했다. 그는 혁신가였으면 경기 내적 논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녔다. 그가 정당한 이유를 갖고 일어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인디 씬에서 막 시작한 레슬러들이 펑크가 탈단했다는 사실 때문에 분개해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그는 정당한 이유 때문에 일어서서 해야 할 말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난 그가 모든 레슬러들을 위해 총대를 멨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리스펙트하는 마음밖에 없다.
브렛 하트는 펑크가 walking off 한 것 때문에 인디에서 막 레슬링 시작한 젊은 선수들이 펑크에게 화가 났다고 얘기함. 근데 솔직히 WWE에서 때려친 것 때문에 아무 상관 없는 젊은 레슬러들이 펑크에게 화가 났을 거 같진 않고.. '레슬링 가짜' 발언 때문에 화난 게 아닌가 싶네.
브렛은 작년 가을에 인터뷰에서 '펑크가 맞는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매일 잔부상을 입은 채 스케쥴 소화하는 레슬러들 냅두고 레매에서 한 탕 뛰러 오는 선수들에게 메인 이벤트를 준다고? 브록과 바티스타를 리스펙트하지만 저런 부킹은 말도 안 되는 짓거리다.' 고 했지.
펑크를 원래 싫어했던 엠병장이 AOW 팟캐스트 들은 다음에 했던 소감이 존나 웃겼음. '말 존나 싸가지 없이 하는데 틀린 말은 없더라'. 엠병장이 펑크를 싫어하는 건 아마 레슬링 가짜 발언 때문이 아닌가 싶고.
이에 대해서 닉네임이 시사하듯이 펑크빠인 필 브룩스가 '난 오히려 저런 ego를 지닌 애가 저런 환경에서 억눌렸을 걸 생각하니까 더 이해가 가더라'
물론 펑크가 자기 ego를 존나 과시하는 건 사실임.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하지. 자기가 2011년에 재계약할 때 빈스 맥맨한테 '난 나한테 내가 말한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하겠다. 만약에 당신이 그런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내가 나 자신의 가치를 갖고 당신에게 사기쳤다고 생각한다면 그 즉시 나를 해고하라. 왜냐하면 난 그 이하의 존재가 되기 싫으니까.' 라고 했다고 해. 그리고 또 레슬매니아 29가 끝나고 얼마 뒤에 빈스 맥맨이 '필, 정말 좋은 경기였다. 네가 메인 이벤트였어야 했는데.' 라고 하니까 펑크는 '내가 메인 이벤트였다고 생각해요? 그럼 쓸데 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돈이나 제대로 주세요!' 하고 소리 지르면서 싸웠다는 얘기도 있고.
이게 프갤에서 '펑크가 메인 이벤트 수당을 못 받았다'는 식으로 퍼져나갔는데, 잘 못 알려진 거임.
정 반대의 일화가 제리코와 빈스 사이에 있었지. 레매 19가 끝나고 몇 달 뒤에 제리코가 빈스한테 '내 레슬매니아 경기 언제 볼 거냐. 당신만 그 경기 칭찬 안 해 준 거 아냐?' 라고 말했고, 빈스는 '미안. 꼭 볼게'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있음. 빈스는 레매 19에서 호건과 경기 준비하느라고 제리코 vs 숀을 못 본 거지. 그래서 난 빈스 맥맨이 펑크한테 '네 경기 존나 쩔었어. 메인 이벤트 격이었지'라고 한 게, 빈스가 아마 제리코와의 훈훈했던 대화를 생각하면서, 불만으로 가득 찬 펑크를 달래보려고 저런 말을 한 게 아녔나 싶어. 펑크나 제리코나 분명히 비슷한 타입이라는 느낌이 있으니까. 하지만 저때 불만으로 가득했던 펑크는 오히려 화를 냈던 거고.
사실 펑크의 자의식 과잉적인 면모 때문에 사람들이 탈단을 펑크의 불평 불만(그게 정당하든 부당하든 간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 숀 마이클스와 짐 코넷 또한 펑크가 탈단한 직후에 인터뷰에서 '본인이 레슬링할 열정을 잃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닐까'고 추측을 했지. 믹 폴리도 '펑크가 자신의 신념 때문에 나간 거 같다'고 평했고. 반면에 펑크와 함께 활동했던 폴 헤이먼은 '펑크의 건강 상태는 절망 그 자체였고 13년도 초에 펑크는 거의 일상적으로 '도대체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었다. 난 그가 떠난 게 놀랍지 않다. 1년이나 버틴 게 놀랍지'라고 하면서 건강 문제를 언급했지.
그런 면에서 펑크의 건강 문제를 정리해보면....
12년도 NOC에서 펑크는 부상을 입음. 동시에 존 시나가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라이백이 대신 메인 이벤터로 승격되고 펑크와 대립을 시작함. 펑크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라이백과 대립하는 동안에 펑크의 수명이 20년치 날라갔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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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부상 때문에 2012 TLC에서 경기를 못 가짐. PPV 앞두고 수술을 받음. 수술 받고 마취 기운에 헤롱대면서 병원에서 나오는데 빈스가 전화를 함.
빈스 : 수술 잘 됐기를 바란다.
펑크 : 예. 일단 호텔에 간 다음에 오늘 밤부터 재활하려고요.
빈스 : 좋아. 방금 웹사이트에서 네가 2013년도 첫 번째 뤄에서 라이백과 TLC 경기를 치를 거라는 뉴스를 게시했어.
펑크 : ....대체 그건 뭔... 2~3주 후 아닌가요?
빈스 : 그래.
펑크 : 그러니까 제가 끔찍하게 위험한 상대랑 끔찍하게 위험한 방식의 경기를 하게 부킹했다는 거죠?
빈스 : 그때가 락이 돌아올 때야. 그러니 락과 본격적인 대립을 하기 전에 시간이 그때밖에 없어.
펑크 : 안 하겠어요.
빈스 : 해주면 너한테 빚진 걸로 할게.
펑크는 자기가 챔피언이니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함. 다음 날 펑크가 다시 전화를 검.
펑크 : WWE 타이틀을 내려놓은 다음에 휴식 시간을 주세요. 지금은 저 자신을 불태워서 3주 안에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겠어요. 하지만 타이틀을 내려놓은 다음엔 잠수 타겠어요.
빈스 : 안 돼. 재경기해야지.
하여튼 펑크는 하우스 쇼 풀 스케쥴에 복귀함. 그러면서 WWE가 파트 타이머 위주로 돌아가는 꼴에 괴리감을 느꼈다고 함.
빈스 : 펑크. 자네는 레슬매니아가 끝난 다음에 가장 핫한 악역이 될 거야!
펑크 : 언더테이커를 존경하지만, 1년에 한 번 레슬링하는 마흔 살 넘은 사내한테 패배하는 게 어떻게 저를 가장 핫한 힐로 만든다는 거죠? 설명해주세요.
그리고 레슬매니아 29를 앞두고 펑크가 탈단하려고 했었지만 결국 탈단하진 않은 적이 있다고 하는데 펑크 본인이 이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넘어감.
레슬매니아 당일 날에 펑크는 '죽음을 갈망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하러 나갔다고 함. '그래. 내가 자살해야겠네. 그럼 쉴 수 있겠지.'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채. 그런 마음을 품었기 때문에 몸을 바쳐서 명경기를 만들었고, 그 결과 내측 측부 인대, 후십자인대등이 찢어져 나갔다고 함(사실 이거 말고 펑크가 자기 다친 부위 한참 얘기해주는데 걍 받아 적어서 검색해보고 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략함).
그리고 두 달 휴식을 받음.
콜트 카바나 : 내가 기억나는 게 뭐냐면, 그 전까지는 네가 항상 휴식을 할 때마다 레슬링하러 돌아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단 말이야. 그런데 그때 넌 진짜 단 한 순간도 복귀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
펑크 : 그래. 그때 내가 레슬러의 삶을 살면서 누리지 못했던 자그마한 삶의 즐거움을 발견하기 시작했어. 그때 통장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지. '난 이제 WWE에서 일할 필요도 없는데.'
콜트 : 맞아. 근데 네가 통장을 보면서 지금 직업을 얼마나 유지할 필요가 없는지를 생각을 한다면, 네 삶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거지.
펑크 : 그래. 근데 뿐만 아니라 난 이 업계에 대해서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단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세스 롤린스나 딘 앰브로스 같은 친구들은 나만큼 부킹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제기하진 않는 거 같아.
어째서 당신들은 매주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쉬지 않고 나와서 일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파트 타이머한테 지게 하냐는 거야? 당신들은 그 파트 타이머들이 진정한 스타라고 말해주는 셈이고, 사람들은 진짜 슈퍼 스타들이 출연하는 레슬매니아만 보게 될 테고, 그러면 평소에 당신들을 위해서 뼈빠지게 일하는 우리가 받을 봉급은 줄어드는 거지.
콜트 카바나 : 난 세스와 충분히 오랫 동안 알고 지냈고, 세스가 똑똑한 녀석이라는 걸 알아. 그래서 이건 부킹이 잘못된 것을 알아보는 사리분별력보다는 현실적으로 빈스 맥맨에게 항의할 수 있냐는 여건의 문제라고 생각해. 넌 그런 배짱을 지닌 예외적인 경우였고. 지금 WWE에서 빈스한테 가서 '이거 완전 쌩 지랄이군요. 그만둬야 합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펑크 : 일단 시나지. 나랑 시나는 항상 뭔가 문제 있어 보이면 항의를 했거든. 어쩌면 랜디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네. 잘 모르겠어.
이때 펑크는 FCW에 가서 레슬링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함. 자신의 무릎이 레슬링을 해도 괜찮은 상태인지 확인하려고. 이걸 조이 머큐리한테만 얘기했는데, 조이가 빈스에게 말했기 때문인지 빈스에게서 전화가 옴.
빈스 : 어떻게 지내나?
펑크 : 뭐 잘 지내죠. 무릎이 좀 약해진 거 같아요. 붕대를 감아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무릎의 힘을 다시 기르려고 그렇게는 안 하고 있어요.
빈스 : 좋군. 페이백에서 너를 복귀시킬 생각이야.
펑크 : 섬머 슬램까지 쉬게 해주세요.
빈스 : 안 돼. 페이백이 시카고에서 열리는데 아직 매진이 안 됐어.
펑크 : 섬머 슬램까지 쉬게 해주세요.
빈스 맥맨이 섬머 슬램까지 계획을 늘어놓음. 폴 헤이먼이 펑크를 배신하고 결국에 브록 레스너까지 엮이는.
빈스 : 섬머 슬램에서 브록 레스너랑 붙는 거야. 거대한 헤드 라인 매치가 되는 거지.
펑크 : 멋지네요. 누가 이기죠?
빈스 : 브록.
펑크 : 멋지네요. 다음 날 일하는 건 누구죠?
빈스 : (침묵했다가) 자네지.
펑크 : 왜죠. 다음 PPV에서 재경기라도 하는 건가요?
빈스 : 아니.
펑크 : 브록은 언제 돌아오는데요?
빈스 : 로얄 럼블 쯤에..
펑크 : (청취자들에게) 일단 한 가지 분명히 해보자. 프로레슬링은 가짜고 그 승패는 안 중요해. 하지만 그 승패는 대중적인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선수들의 이미지에 직결되고, 그 대중적인 시청자가 WWE가 목표로 하는 수요층이란 말이야. 그러니 난 단순히 위클리 쇼나 하우스 쇼에서 좋은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메인 이벤터만큼의 상승세를 낼 수가 없어. 물론 이제 WWE는 완전히 다른 구조로 운영되기 시작했다는 거고, 내가 구조에 대해서 불평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겠지.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내가 '집어 치워. 나도 파트 타임이나 뛸게'라고 하게 되잖아.
(아마도 빈스에게 비슷한 얘기를 한 듯)
빈스 : 지금 인재 풀이 너무나 얇기 때문에 자네가 필요하네.
펑크 : 브록 보고 염병할 놈의 하우스 쇼를 뛰라고 하세요.
펑크 : (다시 청취자에게) 나는 여전히 레슬매니아 메인 이벤트에 대한 미련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목표로 잡기로 했어. 복귀해서 제리코랑 경기해서 그날 경기장을 뒤집어놓고, 브록 레스너랑 경기해서도 경기장을 뒤집어놓겠다고. 그러면 내가 느끼기에 벌써 3년 째 그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친 건데, 이번엔 레슬매니아 메인 이벤트를 안 주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
(섬머 슬램 이후에)
WWE는 다시 펑크에게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함. 라이백과 대립을 제안해 봄. 펑크는 거부.
빈스 : 이번에 라이백과 대립해주면 네게 빚진 걸로 하지.
펑크 : 2012년도에 악역 전환, 그해에 TLC 경기, 이번까지 치면 벌써 세 번째로 빚을 지셨네요. 제가 라이백과 경기하다가 다친 거 아시잖아요.
빈스 : 이번엔 달라질 거야. 라이백이 턴 힐한 김에 폴 헤이먼 가이가 될 거야.
펑크 : 브록에서 라이백으로 넘어가는 거의 문제가 안 보이나요?
어쨌든 대립을 하기로 합의를 봄.
펑크 : (라이백에게 다가가서) 좋아. 완전 끝내주는 대립을 해보자고.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거야. 이 미드 카드 대진을 메인 이벤트로 만들어 보자고.
라이백 : 좋아. 잘 해보자.
그리고 대립이 시작한 첫 날 나온 명장면. 라이백이 펑크를 테이블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 떨구면서 골반으로 떨어져서 4주 동안 후유증을 앓음.
이때 펑크는 여전히 무릎 양쪽이 다 다친 상태였다고 함. 6개월 전에 수술을 한 쪽과 수술하는 대신에 재활을 선택한 쪽 모두 다. 안 그래도 몸이 안 좋은 상황인데 골반을 다치니까 빡쳐서 라이백한테 가서 따져댐. 이 부분은 너무 유명한 얘기니까 생략.
얼마 뒤에 대니얼 브라이언 & CM 펑크 vs 라이백슬 경기가 열림. 이때 라이백이 (펑크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대한 세게' 갈비뼈를 걷어찼다'고 함. 이때 갈비뼈가 골절됐음. 이후에 로만 레인즈에게 스피어를 맞는 연출이 있어서 갈비 뼈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함.
갈비 뼈를 다쳐서 숨 쉴 때마다 아프고, 잠도 잘 못 자고, 운동도 하기 힘든 상태. 펑크는 이때부터 자기 삶에서 최악의 몸 상태가 시작됐다고 함.
그리고 루크 하퍼와 경기하다가 뭔가를 맞고 뇌진탕이 옴. 그런데 다음 날에 유러피언 투어 일정이 시작됨. 이때 의료진이 '뇌진탕 왔다고...? 그런데 내일부터 유럽 투어인데 갈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애매한 질문을 했다고 함. 그래서 펑크는 '알았어. 갈 게. 간다고.' 이렇게 답하고 유럽 투어를 떠남. 펑크 본인이 '저건 내 책임이었다'고 말함.
하여튼 갈비뼈 부상 + 뇌진탕 상태로 유럽 투어를 뜀.
대니얼 브라이언과 함께 와이엇 패밀리와 경기하는 건 즐거웠지만, 경기가 끝날 때마다 돌아와서 구토를 해대거나 아니면 빈속을 게워냈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몽롱한 상태로 버스 -> 호텔 -> 경기장을 오갔다고 함. 이때 의료진에게서 Z 팩(항생제)을 한 가득 처방 받음. 그러다가 스맥다운에서 똥을 지림. 그날 트위터에서 '오늘 스맥다운 꼭 보세요. 나 똥 지림(shit my pants)'이라고 쓰니까 오피스에서 'shit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 지워라'고 지시가 내려옴. 펑크는 이것 때문에 또 빡침.
이때 펑크의 몸에 뭔가 문제 있다는 게 확실했기 때문에 MRI, CT를 존나 찍어댔음.
콜트 : 난 네 친구이기 때문에 널 더 개인적으로 더 알고, 그 무렵 네가 2011년에 파이프 밤을 터뜨렸을 때보다 더 불만이 쌓이고 몸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널 단지 TV에 나오는 사람으로 아는 외부자적인 입장이 아닌 사적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말이야.
펑크 : 뿐만 아니라 회장이라는 사람은 계속 내게 '너한테 빚졌어'라고 말하는데 내 봉급은 줄어들고 있는 게 보이지. 난 몸이 아프고, 당신은 그걸 알면서도 스케쥴을 다 뛰게 하면서도 내게 'take it easy'하라고 말하지. 그러는 동시에 당신은 내 봉급을 깎고 있고. 이건 대체 웬 지랄인 거야? 내게 빚을 졌다면서. 내 몸을 고치고 돈이나 제대로 주라고. (중략) 언제부터인가 내 등에 혹이 나 있는 거야. 의료진한테 가서 물어보니까 지방 종이래. 난 이걸 잘라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의료진은 거절했지. 난 그들의 의견을 수긍했지만 몇 개월 지나 보니까 혹이 커져 있는 거야. 그때 다시 잘라달란 요구를 했지만 또 다시 거절하더라고. 이때 난 갈비뼈 골절, 뇌진탕을 앓고 있었고 WWE는 항생제만 계속 처방해주고 있었지.
하여튼 로얄 럼블 시즌이 왔고 난 여전히 동기 부여가 돼 있었지. 물론 레매 메인 이벤트는 바티스타 vs 랜디 오튼이 될 거라는 걸 알았지만, 난 여전히 너(콜트 카바나)와 함께 차를 타고 피츠버그, 필라델피아를 돌아다니면서 IWA에서 레슬링을 하던 그 꼬마 녀석이었단 말이야. 난 '그들의 생각을 바꿔보자'는 생각이었지. 로얄 럼블에서 끝내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면 그들도 생각을 바꿀 거라고. 믹 폴리의 DVD를 보는데 빈스 맥맨이 '폴리가 레슬매니아 모멘트 없이 은퇴하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를 복귀시켰다'고 하더라고. 젠장, 난 여전히 여기 있단 말이야? 난 은퇴 안 했는데? 내가 노력을 하면 결실이 맺히겠지. WWE도 레슬매니아 30이 랜디 vs 바티스타로 열리는 게 좆병맛이라는 사실을 깨달겠지.
로얄 럼블에 출전하기 전에 의료진에게 혹을 보여줌. 이젠 보라색에 야구공 크기로 커짐.
의료진 : 아프나요?
펑크 : 그래요. 아파요. 개좆 같이 아파요.
의료진 : 글쎄, 잘라내고 싶지만 좀 이따가 레슬링을 해야 하니까 힘들겠죠? 항생제를 줄게요.
펑크 : 아니 잠깐 지금 시발 몇 달 째 항생제를 쳐먹이고 있어? 지금 뭐하는 거야? 잘라내라고!
의료진은 거절함.
로얄 럼블 나간 다음에 코피 킹스턴이 점핑 클로스 라인을 먹여서 펑크는 뇌진탕이 옴. 코너 쪽으로 굴러간 다음에 손짓으로 의료진을 불러들임.
펑크 : 뇌진탕이 온 거 같아요...
의료진 :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펑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당신은 진짜 내가 살면서 본 가장 쓰잘데기 없는 쓰레기군.
의료진 : 뇌진탕 왔다고 주변에 알릴까요?
펑크 : 됐어요. 걍 쉬다가 레슬링 알아서 할게요.
탈락하고 백스테이지로 돌아온 다음에 의료진과 다시 대화를 나눔.
의료진 : 괜찮아요?
펑크 : 이걸 잘라내요. 이게 뭐든 간에요. 지난 주 내내 몸에서 열이 났고 TV에 나온 모습을 보면 창백해 보이더라고요.
의료진 : 이건 뇌진탕 때문 어쩌구 저쩌구...
결국에 별 진전 없는 대화 끝에 펑크는 돌아감.
그 다음 날 뤄 촬영장으로 옴. 의료진은 펑크에게 뇌진탕 테스트를 하려고 하고 펑크는 계속 말싸움을 함. 이때 마침 WWE에서 웰니스 테스트하는 날이라서 소변 테스트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옴. 펑크는 내가 스트레잇 에지라서 약 안 빠는 거 알면서도 지금 나한테 이 짓거리를 시키냐고 빡침(WWE 소변 테스트는 올림픽 도핑 테스트처럼 제 3자가 보는 앞에서 성기를 노출한 채 소변을 채취하는 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바티스타를 비롯한 많은 레슬러들이 수치심이 든다고 항의했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와서 '지금 이 해외 투어에 참여할 계획이니까 싸인해라'하는 식으로 말함.
펑크 : 지금 당장 이곳 클리브랜드에서 내 건강이나 고쳐줘! 내가 다음 날 어디로 갈지를 말하지 말고! 내 갈비뼈는 부러졌고 무릎은 찢어졌지. 난 지금 좆나 아프다고! 내 몸이나 살려줘!
이후에 다른 이들과 소모적인 논쟁(이 계약서를 싸인하니 마니하는)을 하다가 빈스 사무실 쳐들어가서 말싸움 대판하고 떠남.
일주일 뒤에 빈스 맥맨이 문자를 보냄. '몸은 어때? 돌아올 기분이 나?' 저 시점에 펑크는 여전히 잠도 못 잘 만큼 아팠기 때문에 '아니오'라고 답장을 보냄.
그러다가 AJ 리가 추천해준 의사를 찾아가서 검진을 받음.
의사 : 뭐가 문제여서 왔습니까?
펑크 : )허리에 난 혹을 보여줌)
의사 : 포도상구균 감염이군요. MRSA(항생제 내성) 같은데요?
펑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겠죠. 예. 왜 아니겠어요?
(제거 수술 받음)
의사가 삼 개월치 항생제를 처방해줌.
펑크 : 지난 몇 달 동안 항생제 처방을 받았어요. 왜 이들이 이걸 제거하지 않은 건가요?
의사 : 이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항생제 내성 병균을 죽이는 특정한 항생제가 필요해요. Z 팩은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얼마나 오랫 동안 이 상태였는데요?
펑크 : 적어도 삼 개월이요.
의사 : You should be dead.
그러니까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엠병장은 '펑크 새끼 말은 진짜 싸가지 없이 하더라'고 했고 필 브룩스는 '난 이렇게 ego를 가진 놈이 억눌렸으니 더 갑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펑크 본인이 마치 자신이 WWE 때려치려면 진작에 WWE 때려칠 만큼 성깔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 건 사실임.
근데 난 이게 진짜 웃기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펑크 얘기하는 거 보면 13년도 초에서 14년도 초 사이에 언제든지 때려칠 거 같은데 정작 그 탈단은 몸 상태가 가장 위중해진 마지막 시기까지 연기됐다는 거지.
그러니까 간단히 정리하면
라이백과 대립하다가 무릎 부상을 입음. 수술을 마치고 3주 뒤에 TLC 경기를 뜀 -> 다친 몸을 이끌고 계속 하우스 쇼를 뜀. 이때 한 번 때려치려고 했었음. -> 자살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레슬매니아에 나가서 빡세게 경기 뛰고 다른 쪽 무릎까지 다친 다음에 두 달 휴식 받음 -> 본인은 복귀를 거부했지만 빈스 맥맨이 PPV 안 팔린다면서 복귀 시킴. 그리고 브록 레스너에게 패배함 -> 기껏 복귀시켜놓고는 브록 레스너랑 대립 끝난 다음에 '음? 네 다음 대립이 뭐냐고? 생각해둔 거 딱히 없는데..' 태도로 돌아옴. 그래서 나온 게 라이백 대립. -> 라이백은 고릴라 프레스로 펑크를 콘크리트 바닥에 떨굼. 차라리 등으로 떨어졌으면 모르겠는데 골반으로 떨어지면서 더 심하게 다침. -> 얼마 뒤에 펑크의 갈비뼈를 존나 세게 걷어차서 부러뜨림. -> 펑크가 라이백이랑 대립할 때 등쪽에 혹이 난 게 사진으로 찍혀서 돌아다녔음. 아마 이 시기에 혹이 난 걸로 추정 -> 로만 레인즈한테 스피어 맞고 나서 더 다침. -> 루크 하퍼한테 뭐 잘못 맞고 뇌진탕 걸림 -> 그 상태로 유러피언 투어 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경기 끝날 때마다 헛구역질함. 투어 내내. -> 이 무렵에 펑크 몸에 문제가 있는 걸 알고 MRI나 CT를 존나 찍어댔지만 이상한 부분을 발견 못 함. 펑크는 혹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치료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끝까지 거절 당함. -> 로얄 럼블에서 뇌진탕까지 앓음. -> 알고 보니 그 혹은 포도상구균 감염.
그러니까 이게 웃긴 부분인데, 건강 문제 때문에 탈단을 한다면 14년도 9~11월 쯤에 탈단을 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그 아픈 몸으로 스케쥴 다 뛴 다음에 탈단을 했다는 거지. 이미 그해 초에 탈단하기 직전까지 갔었음에도.
펑크가 과시하는 ego를 보면 진작에 독단적으로 때려쳤을 법도 한데 진짜 한도까지 버티다가 탈단한 경우인 거지.
'WWE가 파트 타이머 위주로 부킹하는 정책 자체는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 탈단을 해야 하는가? 파트 타이머 문제와 별개로 탈단은 잘못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많이 봤어.
이를 반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펑크의 탈단은 근본적으로 건강 문제였다.'라고 하는 거지. 실제로 펑크가 '내가 탈단한 주된 이유는 건강 문제였다'라고 했으니.
근데 현실적으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모든 사건을 분리해서 바라보지 않지. 펑크의 탈단도 복합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펑크의 머릿속에서 부상 문제와 파트 타이머 문제는 항상 얽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펑크가 팟캐스트 첫 부분에서 '난 챔피언이기 때문에 할리 레이스 같은 위대한 선배들의 전통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어. 아파도 붕대를 감은 채 모든 쇼를 뛰면서 최고의 경기를 해야 한다고' 라고 말해. 본인은 저런 식으로 '아파도 상관 없어. 난 챔피언이니까 ㅎㅎ' 라는 식으로 합리화를 하려고 했는데 정작 레메 시즌엔 파트 타이머에게 챔피언을 빼앗겨 버리는 걸 보면서 본인이 괴리감을 느꼈겠지. 자기는 'ㅎㅎ 난 챔피언이야! 챔피언은 아파도 경기를 다 뛰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케쥴을 다 소화하고 나면 일 년에 열 번이나 나올까 말까한 파트 타이머한테 챔피언을 빼앗기고, 한 해 가장 큰 무대의 메인 이벤트 역시 빼앗긴다면 괴리감을 느끼겠지.
펑크가 자신이 노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을 못 받았다고 했지만, 레슬링 업계에서 항상 노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 적은 없어. 펑크 정도면 괜찮은 대우였다는 관점도 성립하지.
펑크가 충분히 푸쉬를 받았다는 것도 맞아. 13년도에 위클리 쇼에서 랜디 오튼을 깨끗이 잡은 적도 있지. 냉정히 생각하면 위클리 쇼에서 펑크한테 졌지만 결국 그해 말에 통합 챔피언이 되고 레슬매니아 메인 이벤트로 나아간 랜디가 더 푸쉬를 받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펑크가 강한 푸쉬를 받은 선수 중에 하나인 건 맞아.
누군가 그리 말하더라고.
'세자로처럼 푸쉬 못 받은 것도 아니고 충분히 푸쉬 받은 펑크가 가짜 레슬링한 건 용납할 수 없다'
무슨 말인지 이해해. 펑크가 푸쉬를 많이 받은 레슬러인 것도 맞지. 태즈도 펑크가 파이프 밤을 터뜨렸을 때 '펑크 좋아하는 입장이긴 한데, 사실 저런 세그먼트를 할 기회 자체가 일반적인 레슬러들은 받을 수 없는 특혜인 거다'라고 말했다고 하지.
그런데 다른 예를 들어볼게. 커트 앵글은 2004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레슬링이 fake라는 말을 들으면 개인적인 모욕감을 느낀다. 처음 레슬링을 시작했을 때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무시했다. 진지하게 상대할 가치도 못 느꼈다. 하지만 목이 몇 번이나 부러져 본 지금엔 다르다. 내가 20년 동안 아마추어 레슬링을 한 것보다 지난 4년 동안 더 많은 부상을 입었는데 내 앞에서 프로레슬링을 fake라고 한다고? 그건 나에 대한 모욕이다.'
정신적인 고통이 아무리 심해봤자 육체적인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이 있지. 레슬링을 가짜라고 부르는 사람을 만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정도는 걍 무시해볼 만한 수준이지만 육체적인 고통을 겪은 다음엔 그런 자잘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쉽게 견뎌내기 힘들어졌다고 커트 앵글은 얘기하고 있어.
태즈도 마찬가지임. 태즈는 데이나 화이트는 '프로레슬러로 사는 육체적인 고통을 모르는 주제에 레슬링을 fake shit이라고 불렀다'고 화냈지만 펑크에 대해선 '펑크? 펑크는 레슬링을 fake라고 해도 돼! 그럴 자격 얻었어! 레슬러로 굴러 봤으니까, 그런 말을 할 자격을 얻은 거야. 피값을 지불했으니까!' 라고 했지.
펑크가 팟캐스트에서 '이건 WWE나 레슬링 업계 자체를 까려는 게 아냐. 지금도 거기엔 내 친구들이 있다고. 난 'Fuck WWE'를 외치는 미친 늙은이가 될까봐 너무 두려워. 이건 그냥 내 이야기를 하려는 거고 그 이야기엔 불평 많고 까칠한 부분이 있겠지만, 그것도 삶의 일부야.' 라고 하지.
본인이 저기에선 레슬링 업계 자체를 폄훼하고 싶지 않고, 레슬링 업계 자체를 까는 미친 늙은이가 되기 싫다고 했는데 결국에 '레슬링 짜고 치는 거, 뭔 의미가 있겠어?' 같은 발언을 한 걸 보면 내상이 깊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 내상은 부상을 입은 채 스케쥴을 뛰어야 했던 그 절망에 사로잡힌 기간에서 비롯한 거고.
'난 챔피언이야. 그러니까 아픈 몸으로도 모든 스케쥴을 뛰어야 한다고! ㅎㅎ' -> '내가 자살해야겠다. 그럼 쉴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이 바뀐 사람한테 '야 너 복귀해서 브록 레스너한테 잡 좀 해줘라'라고 하면 당연히 괴리감이 들지 않았을까?
이와 별개로 콜트 카바나가 "너 처음에 2013년도에 복귀했을 때는 나한테 '이제 유러피언 투어 같은 거 안 뛰기로 WWE랑 쇼부 봤다'면서 좋아하지 않았냐?" 고 하니까 펑크가 "맞아. 근데 걍 뛰기로 했어" 라고 한 거 보면 펑크가 동료들과 함께 풀 스케쥴을 뛰어야 하는 게 옳은 일이라는 신념을 가졌던 거 같음.
처음 팟캐스트 터졌을 때 레닷에서 '펑크 저 새끼 아부리만 존나 털다가 WWE 돌아와서 알바 짓이나 할 거다' 라고 미래 예지를 하던 괴상한 정신 세계를 지닌 인간이 하나 있었는데, 저렇게 풀 타임 뛰던 시절에도 뺄 수 있는 스케쥴 안 빼기로 한 거 보면 저 예지는 그닥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함.
이와 별개로 펑크가 레슬링 씬에 복귀할 일이 있을까? 사모아 죠는 로스 리포트(짐 로스 팟캐)에 나와서 '펑크는 아직 자신의 프로레슬링 커리어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지. 펑크는 시카고에서 열린 팬들과의 Q&A에서 '레슬매니아 메인 이벤트에서 은퇴전을 치를 기회가 주어진다면 응하겠나?'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긴장되고 심란해진다.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것처럼'이라고 답했다고 하고.
믹 폴리는 펑크에 대해서 '레슬링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펑크만큼 뛰어나기란 힘들다. 그러니 펑크가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무대가 반드시 WWE일 필요는 없다'고 했지. 저 발언을 했을 때는 아직 팟캐스트가 터지기 전이라서 펑크와 WWE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기 전이었고.
현실적으로 펑크가 프로레슬링에 그리움을 느낀다면 아마 인디나 신 일본 이런 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함. 그러면 나 같은 WWE 펑크빠들은 그걸 보게 될까? 그건 가봐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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