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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킹스턴은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 3

ㅇㅇ(39.7) 2021.11.10 16:41:27
조회 2051 추천 77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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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 나는 파산했고, 과체중에, 우울증에 시달리며, 빙고 홀에서 8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뛰고 있었다.

내가 자주 경기를 뛰던 곳이 생각난다. 팔로 알토, 펜실베니아.

나와 내 친구는 자동차를 몰고, 경기를 뛰고, 부디 이번에는 대진료를 받을 수 있길 바랬다.

물론 돈을 받더라도 기름값과 그날 식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은 한푼도 없었지만.



그날 백스테이지는 조용했다. 우리는 부츠를 동여메고, 커튼을 들추고 스테이지로 나가 관중석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관중이 8명 있었다.

링의 한쪽 편에 셋, 반대편에 넷. 혼자 앉아 있는 이상한 남자 하나.

그걸 보고 내가 처음 한 생각은, ‘오늘 대전료 받긴 글렀군. 경기라도 잘 뽑자.’였다.

핵심은, 빙고 홀에서 8명의 관중을 두고 하는 프로레슬링이라도 아픈 장면은 똑같이 아프다는 것이다.

챱은 똑같이 아프고, 다음날 몸이 아픈 것도 똑같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을 사랑하면 그런 건 중요치 않은 문제다. 

이건 이 업계에 대한 프라이드와 리스펙으로 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난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뤘다.



그리고 그날, -난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8명의 관객 중에는 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열광적으로 우리에게 야유를 보내고, 쌍욕을 퍼부었다.

나 또한 그녀의 반응에 고양되어, 관객석의 그녀를 바라보고 온갖 쌍욕을 퍼부었다.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날 ‘cancel’하지는 말아달라. 아마도 그때 난 그녀를 뚱뚱보 할망구 (Large marge)라고 불렀던 것 같다.

그녀는 내게 팝콘을 집어던졌다. 환상적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백스테이지로 돌아오자, 프로모터는 우리에게 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은 뭘 먹으러 갈지 이야기를 나눴지만, 돈이 없었던 난 배고프지 않으니 물이면 충분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당시 내 태그팀 파트너였던 친구는 정말 좋은 녀석이었고, 누구에게도 생색내지 않고 내 몫을 대신 지불했다.

우리는 집에 돌아가는 트럭에 올랐고, 난 굉장히 우울해져 있었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이봐요! 형씨들!”


바로 뚱뚱보 할망구였다.


그녀는 “당신네들 경기 쩔었어요! 진짜 재밌게 봤어요. 고마워요!” 라고 말했던 것 같다.

나는 거의 20년을 인디판에서 구르고도 성공하지 못했고, 점점 자기 파멸적인 길을 걷고 있었다.

부모님께 월세 낼 돈을 빌리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점점 성격이 나빠지고, 솔직히 말하자면 왜 계속 이 짓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하면, 그 이유는 아마 그 아주머니 때문인 것 같다.



세상일이라는 건 때때로,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just takes one person)

단 한 사람의 관객이라도 내 경기를 보며 멋진 경험을 했다면, 그건 내가 계속 이 일을 할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16년간 레슬링을 했다. 때로는 아이스링크장에서. 때로는 주차장에서.

당시 난 내 본직은 프로레슬링이고, 철공소 일은 취미로 하는 거라고 말하고는 했다.

철공소 노조 녀석들은 그런 내 말을 듣고 화를 냈지.

나이가 들고 몸 여기저기가 망가지며, 난 점점 더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었다. 술도 더 많이 마시게 되었고.

그리고 어느날, 너무나 우울하고 화가 났던 나는 진통제 약통을 걷어차고, 이렇게 생각했다. 

‘시발. 진통제가 이렇게 비싸면, 차라리 그 돈으로 술이나 더 마시련다!’


참 슬프지 않냐?


그래서 난 술을 마셨다. 정말 엄청나게 마셨다. 그저 술을 더 마시기 위해 술집에서 문지기로 일한 적도 있었다.

토요일에는 오후 1시부터 술을 마셨다. 7시까지 문지기 일을 한 뒤, 레슬링 경기를 뛰고, 다시 바로 돌아와 아침 7시까지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일요일에는 풋볼을 보며 대낮부터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셨고.

그건 병이었다. 나는 내 자신이 싫었다. 나는 집에서 홀로 술을 마시며, 한때 인디에서 함께 뛰던 선수들이 큰 단체에서 출세한 모습을 지켜봤다. TV로.

그러다가 성질이 뻗쳐 벽을 후려치고, 술병을 집어던지고는 했다.

나는 내 자신에게도, 내 주변인에게도 위험한 사람이 되고 있었다.



어느날 하루는 모두와 연락을 끊고 며칠 동안 잠적한 적도 있었다.

그날 난 경기가 잡혀 있었지만 무턱대고 쇼에 나타나지 않다. 휴대폰을 부수고, 모든 사람과 연락을 차단했다.

사람들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겁을 냈다.

정신이 들자 내 방은 부서진 맥주병 유리 조각으로 가득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정신을 차린 나는 먼저 우편함부터 확인했다. 어쩌면 행운의 수표라도 와 있지 않을까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편지가 한 장 와 있었다.

나는 중얼거렸다. “편지? 내가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아본 건 우리 할머니가 보낸 거였는데.”



그 편지는 내 친구 Larry Sweeney가 보낸 것이었다. (본명은 Alex Whybrow)

베테랑 인디 레슬러이자, 내 오랜 친구이고, 아주 멋진 사람이었다.

내가 잠적해 있는 동안, 그는 마지막 동아줄 삼아 내게 손편지를 보낸 것이었다.

그 편지에는 ‘모두가 널 걱정하고 있다. 이 편지를 읽는다면 제발 연락해라.’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엔... 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 베스트 프렌드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야. 제발 연락해.’

어떤 이유에서건, 그 한 문장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나는 알렉스에게 연락했고, 그 구덩이에서 기어 나왔다.



난 평생 누구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난 스스로를 실패작이라 여겼고, 패배자이자, 나쁜 친구라고 생각했다.

알렉스가 그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아마 난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술에 찌들어 죽었겠지. 그는 내 목숨을 구했다.

이 이야기의 가장 슬픈 점은 말이다. 아마 녀석이 내게 한 말은 그 친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새어 나온 목소리였을 거라는 점이다. 

왜냐면 그 친구는 몇 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든.

아마 그 친구도 내가 느꼈던 고통을 알았던 것 같다. 그 어두컴컴한 감정을.



그게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다. 아무런 가감 없이.

올드스쿨 레슬러들은 레슬러들이 이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안 된다고 여긴다.

터프가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존경을 담아 말하건데, 그 인간들은 엿이나 먹으라고 해라.

내가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았다면,

정신건강 문제로 타인의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면,

이런 문제를 털어놓길 겁냈다면,

난 아마 오래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거다.


자신의 감정을 술과 약에 묻어놓기엔, 난 이 업계에서 좋은 친구를 이미 너무 많이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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