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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오프 옥경혜랑 드라마 후의 이야기_20_20.밤

정갤러(221.145) 2025.02.03 13:39:46
조회 679 추천 18 댓글 10


20. 밤


마침내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거의 육개월은 걸린 것 같다. 

내가 가진 비용 안에서,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또 방이 3개 이상인 집으로. 

그리고 국극단과 가까운 곳으로.

내가 생각한 조건들이 모두 만족되는 곳이라, 나는 구두로 계약을 마치고 

이 달 안으로 계약을 하기로 했다. 

일본인 부부가 살던 곳인데 본국으로 돌아간다며 내놓은 집이라고 했다. 

집은 좀 오래되긴 했지만 잘 지어진 단독주택이라, 안전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성탄 연휴를 일본에서 보내기 위해 떠난다고 하니 1월 전에는 집이 빌 것이었다.


일 없을 때 마다 필요한 곳을 조금 손 보고, 가구들을 들이면

이른 봄 쯤에는 혜랑에게 말해서 따뜻한 날 이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정원에도 새싹이 돋기 시작하고 나무들도 새 잎을 내기 시작할 것이다.

아름다울 것이다. 


오랫만에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 집에 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제 거의 겨울이라 좀 걸으면 손이 시릴 정도인데, 추운 것도 못느끼고 집으로 뛰어왔다. 

방에 들어오니 책상 위에 메모가 있다.

‘문옥경, 전화 요망’ 그리고 낯선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최근 집을 알아보느라 여기 저기서 전화가 좀 오는 통에 별 생각 없이 휴게실로 가 

전화를 했다. 


-조선호텔입니다.


조선호텔? 

조선호텔…아, 짚히는 것이 하나밖에 없었으므로 나는 얼른 말했다. 

-201호 부탁합니다.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문옥경입니다.


잠시 후, 

그 목소리. 우아하고, 부드럽던 목소리.

-문옥경씨?

-네. 잘 지내셨어요?

-기억하시는군요.

-네.

-저랑 다시 한번 더 보겠다고 약속하신 것도 기억하시는지요?


사실 기억하고 있진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억이 떠올랐다.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그럼 제가 지난 번 처럼 기사를 보내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걸어다닐 거리지만, 나는 그냥 그러라고 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런데…정말 죄송합니다.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기사편에 선물을 보내도 되겠습니까?

-선물이요?

-제가 어제 누군가의 선물을 사면서 생각이 문득 나서…허락도 없이 옷을 한 벌 맞추었습니다. 지난 번에 전통의상을 입고 오셨길래.


기생이니 당연히 공연을 전제로 하고, 일을 할 때는 당연히 한복을 입는다. 

문득 조선 호텔 내에서 나만 조선인인가, 라고 느꼈던 순간이 떠올라 

그의 정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약간 굴욕감을 느꼈다.


-혹시 제가 조선인인게 문제가 됩니까?

그러자 그녀는 무척 당황해하며 

-아…아니요, 그럴리가요. 죄송합니다. 결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기분이 상하셨다면 용서하세요.


잠시 전화 상으로 침묵이 흐른다.

그래, 어쩌면 이것은 나의 자격지심일지도 모르지.


-아닙니다.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니예요. 


약속된 시간이 되자 그때 봤던 차가 숙소 앞에 섰다.

차에서 기사가 내리더니, 뜻밖에도 뒷자리에서 그 여자가 내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숙이며

-아까는 결례를 범했습니다. 기사만 보내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러면서 그녀는 단정히 포장한 상자를 내민다.

- 잘 맞을지 모르겠네요. 


차에 타려다가 나는 문득 마음을 바꾸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얼마든지요.

아마 그녀는 내가 방에 잊은 물건이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양장 옷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입을 일이 없었고, 한 벌을 맞추는데 무척 비쌌기 때문에 내게는 낡은 양장 옷이 한두 벌 있을 뿐이었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서 그녀가 내게 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평균적인 조선여인보다 거의 한 뼘 이상이 큰 내게 옷이 잘 맞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놀랍게도 옷은 내가 직접 가서 맞춘 듯 딱 맞았다.

가을 겨울로 입기 좋은 도톰한 천으로 된 고급스러운 투피스 정장이었다.

눈썰미가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은 속을 알 수 없긴 하지만, 그녀의 태도가 그렇게 겉꾸밈 같지 않았다.

내가 좀 예민했던가. 첫날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은밀한 방식으로 나를 초대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한복을 입고 조선 호텔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받을 나를 위해 마음을 쓴 것일까 싶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차에 타지 않고 차 옆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이 선물한 옷을 입고 대문을 나서는 나를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러나 눈여겨 보며 그녀 또한 잘 맞는지를 살펴보는 눈치였다.

-딱 맞네요, 직접 맞춘 것처럼. 고맙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녀는 활짝 웃으며,  

-정말 잘 어울려요.

하고 말했다.


그녀는 조선호텔에 있는 식당으로 나를 데리고 갔는데, 

불란서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 했다. 


나는 서양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고,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며 

각종 도구부터 메뉴의 의미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이런 곳에서 한달을 지내며, 식사를 대접하고, 고급스러운 맞춤 양장을 선물할 정도의 재력가 치고

그녀의 태도는 정답고 소박해서,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일지 않았다. 


그녀는 식사를 할 때는 포도주 한 잔 정도 하는 것이 불란서의 문화라며 

내게 포도주를 권했고, 포도로 만들었다는 게 믿기 어려울만큼 술은 단맛이 전혀 없었지만, 향이 좋았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거의 포크 나이프와 메뉴에 대해서 한시간은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불란서말을 한국어와 일어로 음역해 놓은 메뉴 자체를 읽는 것 조차 어려워 그것을 읽다가 웃음이 터지는 것이다.

나는 조금 취해서, 아마 취해서 그렇게 많이 웃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어느새 내 손목을 잡아 끌며 방에 올라가서 차를 마시자고 권했다. 

승강기를 타고 201호로 올라가면서도 우린 여전히 불란서 이야기였다. 

그녀는 정말의 불란서는 프와 흐사이 그 어디에도 없는 소리로 시작 한다며 

일본사람과 조선사람은 결코 낼 수 없는 소리라며 그 특이한 발음을 계속하는 것이다. 

우리는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커피?

-네.

그녀는 룸 서비스로 커피를 두 잔 주문했고,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창밖을 보고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소파에 앉은 나를 돌아보며

-그 옷, 정말 잘 어울려서 기뻐요.

나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었다.


그녀가 담배를 태우는 동안 우리의 대화도 잠시 소강상태가 되어

자연스럽게 침묵이 이어졌다. 


-당신, 어디서 일본어를 배웠죠?

그녀가 물었다.

-오라버니가 두 분 계셨는데,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어서 제가 어릴 때부터 일본인 가정교사가 오곤 했어요. 오라버니들이 공부할 때 옆에서 어깨 너머로 처음 배웠어요.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그렇군요. 조선인들이야 거의 일어를 하기는 하지만…좀 특별하게 잘 한다 싶었죠.


나는 집을 떠난 후로 단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문득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녀는 내게 모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고, 또 앞으로 볼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좀 취해서 그런 것인지. 


-오늘 와 줘서 고마워요. 옷도.

그러는 사이 커피가 왔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나도 정신이 들어서 우리는 다시 말 수가 줄었다. 방 안에는 커피향만 퍼질 뿐이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저는 지금부터 아편을 한두 대 태우고, 술을 좀 마실거예요. 제가 잠이 들면, 잠든 걸 확인하시고, 집에 돌아가셔도 좋아요. 기사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오늘 비록 친구로 만났다 할지라도, 제가 당신을 먼저 초대했으니, 지난 번처럼 사례를 하고 싶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는 그녀의 말에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 

그녀는 아편에 불을 붙이고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성냥불이 일렁이며 그녀의 얼굴을 비출 때 마다 다른 얼굴처럼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나보다는 나이가 많을 것 같지만 삼십대 초반을 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가 더 취하기 전에 대답을 듣고 싶어서, 내가 물었다.


-왜, 이렇게 하는 건가요.

물론, 내 질문이 막연한 것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다 궁금했던 것일 수도 있고,

혹은 그녀가 원하는 대답만 해도 좋다고 생각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편을 하는 것도, 이렇게 나같은 사람을 불러 자신이 잠들 때까지 지키게 하는 것도, 비싼 옷을 사주고,

이런 값비싼 곳에서 식사를 함께 하고, 게다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그 모든 것에 대해서.

혹은 그녀는 어디에 살고 있기에 한 달을 이 지나치게 비싼 호텔에서 지내며, 그리고 왜 그녀는 어머니의 기일에 경성을 찾는지.


그녀는 내 질문에 창 밖을 보며 잠시 말이 없었다.


-외로워서요.


참 이상하지. 

그 한마디가 내 마음에 일어나는 모든 질문에 답이 되어 

더 이상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말이 마치 내가 한 말처럼,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나도 외로웠던 것일까.


그녀는 취해갈수록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사라진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본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그녀가 눈을 감은 채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말한다. 

마치 내가 자신을 보는 것을 안다는 듯이.

-뭘 그렇게 봐요.


혜랑.

모르겠다. 그 순간에 왜 혜랑이가 생각났는지는.

눈을 감고 있어도 나는 혜랑이 내 얼굴을 쳐다보는지 그렇지 않은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뭘 그렇게 봐, 하면 혜랑은 말했다.

-너무 좋아서.

지나치게 솔직한 그 대답에 웃음이 터지려는 걸 꾹 참으면서, 

일부러 그렇게 한참 동안 나는 말 없이 눈을 감고 있었지.

지금 문득, 너무 좋아했던 것은 혜랑이가 아닌 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지금 이 순간에 그걸 깨닫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별 대답이 없자, 그녀가 말했다.

-또…친구가 필요하니까요. 아까…당신의 질문 말예요.


-하지만 친구는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내 말에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고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다음 번에는 당신이 나를 만나러 오면 되겠네요. 내가 부르지 않아도, 당신 스스로.


그리고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고, 말이 없었다. 


글쎄, 그럴 일이 있을까.

그녀나, 나나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한 달 정도 이곳에 머문다고 했으니 벌써 한 주가 지나갔고,

그녀가 조선 호텔 201호에 머무는 시간은 3주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소파에 앉아 있다가 

침실로 가 침대 위에 있던 이불을 가지고와서 덮어주었다.

밖이 쌀쌀한지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호텔 안은 따뜻했지만

그녀가 소파 위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당신 이름도 모르네…

삶에서 오래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얼굴이다. 잠든 그녀가 어차피 듣지 못하겠지만 

나는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잘 가요. 친구.


밖으로 나오니 역시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기사가 복도에 둔 의자에서 졸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며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하였다.


그는 나를 숙소 앞에 내려주며 내게 봉투를 내밀었고 나는 그것을 받아 그대로 

고대일에게 주었다.

-이거면 충분하죠? 당분간 혜랑이 일 줄여주는 거.


-이게 뭔데.

고대일을 봉투를 들여다보더니, 입이 귀에 걸린다.


-저번에 일하러 갔다가 만난 사람이 줬어요. 그때 봉투를 따로 줬는데, 제가 깜빡 했네요.

나는 일부러 그녀를 한 번 더 만났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그녀’인 것도.

-어휴…야, 충분하다 마다. 야, 옥경아…너도 그냥 낼 하루 쉬자. 그래 낼 쉬어, 쉬어. 응. 그냥 너 어디…그래, 창경원이라도 다녀와라, 응? 

하면서 고대일이 봉투에서 얼마간의 돈을 꺼내는 것을 나는 받지 않았다.


창경원이라…

그럼 혜랑이랑 창경원 갔다가 우동이나 먹을까…좋은 생각인데?


-나 요즘 고대일 말 왜 이렇게 잘 들어..씻고 혜랑이한테 가서 이야기 해야겠다…

하고 중얼거리며 기분 좋게 집에 들어서는데, 마침 방을 같이 쓰는 언니가 나를 반긴다.


-어, 왔어? 요즘 문옥경 얼굴보기 힘드네. 

-헤…좀 그랬죠? 


언니는 나가려는 참인데도, 중요한 이야기인듯,

-참, 옥경아, 넌 알고 있었지?

-응? 뭘요?

-야아…혜랑이 그 기집애, 너한테도 말 안 했니? 하긴…요즘 네가 뭐 집에 붙어 있었어야지…아…그 때문인가? 혜랑이 요즘 요 며칠 계속 너 찾아서 오긴 했는데.


그랬나. 혜랑이가 날 찾아왔었나.


-너도 걔 알지? 기방서부터 혜랑이랑 오누이처럼 지내던 남자애 있잖아. 왜, 사업부에 착하게 생긴 막내. 알지 너도?


-예...

물론 나도 그를 잘 알고 있다.

혜랑이 어릴 때 부터 기방에서 거의 같이 크다시피 하여 오누이 같은 사이라고 몇 번 말한 적은 있다.

은근 혜랑이를 좋아하는 눈치이긴 했지만 혜랑이 매란으로 오고 나서는 별로 보지 못했다. 


-둘이 결혼한단다.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혜랑이가 매란 와가지고 얼굴을 못 보니까, 그녀석, 몸이 좀 달았던 모양이더라. 너 몇 달 좀 바빴지? 그 동안 혜랑이는 일이 좀 줄어 가지고, 그 남자 여기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혜랑이 꼬신 모양이여.


나는 여전히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 둘이 잘 됐지 뭐. 애들도 착하고, 처지도 비슷하고. 안 그래도 얘, 혜랑이 한참 동안 일 나갈 때 마다 사건 많아서 되게 힘들어 했잖아. 그 때 너 왜, 경찰도 그렇고…그래서 그 영향도 좀 있는 거 같아. 사실 뭐…좋아하기보단 일 그만두고 싶어서 혼인 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


혼인. 이제서야 나는 그 단어가…  


-혜랑이 재주가 아깝긴 한데, 그지? 어휴 이놈의 국극단 언제 첫 공연 올릴지 알게 뭐냐. 나도 어떨 땐 확 때려 치고 싶은데…


혜랑이가 혼인을 한다.


-그래서, 지금 저쪽 기방하고 이쪽 매란하고 난리 났다. 우리 왜, 사이 안 좋았잖아. 이 기회에 그냥 화해 분위기야. 단장님도 혜랑이 특별 휴가를 한 달이나 줬다. 그래서 그날 잔치 크게 할거래. 지금 애들 잔치 준비한다고 벌써 난리다. 너도…


-언제…언제 해요? 혼인.

-응? 한 달도 안 남았댔어. 혜랑이가 해 넘기고 싶지 않아 해서 서두르는 거래. 하긴 뭐…둘 다 부모도 없잖니. 안됐어…잘 살면 좋겠다. 둘이. 


혜랑이가 혼인을 한다.

한 달 뒤에.

봄이 오기 전에.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 아이와 함께 지낼 집을 마련하러 돌아다녔다니.

쓴웃음이 났다.

아니, 그래도 집은…혜랑이 내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기에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혜랑이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국극단을 그만두고 이곳을 떠난다는 말과 같다.

일은커녕, 국극 연습 때도, 식사 때도 앞으로 혜랑이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먼 발치서도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내가 찾아 갈 수 없는 곳으로.

혹은 찾아가서는 안되는 곳으로.

혜랑이가 떠난다는 뜻이다.

혜랑이가 내 삶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갑자기 인생이 멈춰버린 것 같아서…


나는 밤새도록 불 꺼진 방에 우두커니 앉아

잠도 오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눈물도 나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혜랑아,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밤처럼,

눈 앞이 캄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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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146.70)

    아 밍밍 에너지 꾸릉내가 너무 불쾌하단말이아

    2024.03.21 19:21:55
  • Glow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마즈이

    2024.03.21 19: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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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즈이마즈이

      2024.03.21 19: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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