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와 전통에 미친 나라, 기사도 나라, 내로남불 아나리에타의 빵댕이와 가터벨트가 지배하는 나라 투생

아래에 왜가리에 대한 맹세 (Vows on the Heron) 관련 질문이 있길래 정보글 써봄.

포도주가 투생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건 안나 헨리에타부터 길바닥 평민들까지 외쳐대니 플레이어한테 정보 입력이 되는 반면,

'왜가리에 대한 맹세'는 투생 기사들이 주구장창 질러대는데 게임에서 '왜가리가 뭔데 맹세를 함?'에 대한 정보는 일절 얻지 못함.

이 내용은 실제 중세 역사인 백년 전쟁 (Hundred Years War)에 그 기원이 있는 내용임.

여러 중세물에 다양하게 차용되어 녹아있는 만큼 재미있는 역사라고 생각함.

각잡고 자세한 역사까지 쓰면 정보전달만 늘어지니, 이야기에 흥미가 있으면 책을 읽거나 꺼무위키 백년전쟁 항목 읽어보길 추천.

1)

백년전쟁이 잉글랜드-프랑스 간의 왕위계승권 문제 주원인으로 하고 있는데, 프랑스 군주였던 샤를 4세가 직계 자손 없이 죽으면서 왕위 계승권 문제 발발.

잉글랜드 왕으로 있던 에드워드 3세는 샤를 4세 여동생의 아들(외조카)이었기 때문에 상속 순위가 매우 높았음.

하지만 당시 프랑스에는 여성 상속권을 부정하는 법이 있었고, 이게 좀 복잡한 과정과 갈등을 거쳐 상속 순위 낮던 필리프 6세가 프랑스 왕을 차지함.

2)

노르망디 공작이 잉글랜드를 점령한 이후 잉글랜드 왕은 왕이면서 또 프랑스 신하인 애매한 포지셔닝이 된 전통과,

경제 문화 정치 군대 등 모든 부분에서 앞서던 프랑스한테 계속 열등감이 쌓이는 와중에 상속권까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뺏기니

잉글랜드 코쟁이들 사이에서 "시발 그냥 맞짱 한판 붙어버릴까?"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이상할게 없었을거임.

3)

감정이 터질대로 터졌지만 어쨋든 대국인 프랑스를 상대로 소국인 잉글랜드가 개전을 하기엔 겁이 나는 것도 사실

이 때, 프랑스에서 망명 온 아르투아의 로버트 백작 (Robert of Artois)이 에드워드 3세에게 왜가리 쇼잉을 함.

로버트는 필리프6세 상속에 반발했다가 잉글랜드로 망명왔고, 전쟁에서 이기면 고향 프랑스로 돌아갈 수 있으니 얘는 전쟁하는게 좋았을거임

4)

로버트 백작이 사냥에서 왜가리를 잡아다가 연회 중이던 에드워드 3세 앞에 가져가서 말함

"전하랑 귀족 나부랭이 분들은 이 비겁하고 겁쟁이인 왜가리한테 충성 맹세 하십쇼.

프랑스 왕자리 상속권 뺏겼는데, 쫄아서 아무 말도 못하고 연회나 하는 사람들보단 이 왜가리가 용맹하지 않겠음?"

이 왜가리 쇼잉을 보고 빡친 에드워드 3세가 왜가리를 붙잡고 "왜가리에 대고 맹세한다. 프랑스 조진다." 라고 말함.

그리고 귀족, 관료들에게도 "니들도 쫄보 아니면 왜가리한테 맹세해"라고 하게 되니, 왜가리에 대한 맹세는 용기와 비겁하지 않음에 대한 상징을 가지게 됨.

[세줄 요약]

1. 왜가리에 대한 맹세는 백년전쟁에서 기원을 두고 있다.

2. 쫄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한 쇼잉 이었다.

3. 투생 기사들이 왜가리 왜가리 외치는건 자기가 제대로 된 기사라고 어필하는 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