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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스카치 위스키와 통입 도수 #2 - 숙성에 끼치는 영향

마커스(116.120) 2021.07.14 22:33:53
조회 1222 추천 16 댓글 37
														

#0 - 최근 들어 자주 보이는 60도 이상 고도수 스카치 위스키에 대한 생각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hiskey&no=11446)

#1 - 역사와 배경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hiskey&no=23246)


이번에는 좀 더 근본없고 뇌피셜적이고 비현실적인 생각... 을 쓰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져서 다음 글로 넘겨요. 대신에 과학적 논리에 대한 비전공자의 이해도 낮은 생각.


0에서도 다룬 바가 있지만, 스카치 위스키의 통입 도수는 맛에 영향을 끼치죠. 기본적으로 위스키의 숙성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하는데, 주로 위스키의 증발로 인해 이루어지는 감산적(substractive) 숙성, 위스키를 담고 있는 오크통에서 맛을 추출해내는 가산적(additive) 숙성, 그리고 위스키의 성분이 주변 환경 (주로 오크통과 대기) 과 반응을 일으켜서 일으키는 상호적(interative) 숙성으로 나눌 수 있어요. 통입 도수, 즉 에탄올의 농도는 이 셋 모두에 영향을 끼쳐요.


감산적 숙성의 경우에는 비교적 상수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카치 위스키의 경우 숙성을 거치면서 증발을 거치게 되고, 이때 물보다 에탄올이 더 많이 증발되면서 도수가 낮아지게 되죠. 이때 날아가게 되는 것 중에는 에탄올뿐만이 아니라 발효 및 양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도 있어요. 주로 숙성 년수가 극단적으로 짧은 위스키에서 나타나는 날 알코올의 맛, 금속적인 맛, 아린 맛 등이 이렇게 숙성을 거치면서 사라지게 되지요. 통입 도수가 높다면, 즉 통입 전에 희석을 거치지 않는다면 에탄올의 농도뿐만 아니라 이런 성분들의 농도도 더 높을 수 있겠지만, 농도가 높은 만큼 더 많이 증발될 것이고요. 그렇다면 감산적 숙성에 있어서 통입 도수의 변화는 단순히 시작점이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가령 63.5%에서 통입한 몰트가 어린 맛을 벗는 데에 5년이 걸린다면 68.5%에서 통입한 몰트는 7년이 걸린다던가 하는 식. (숫자는 근거 없이 대강 예시로 든 숫자)


가산적 숙성의 경우에도 비슷할 수 있겠죠. 오크통에서 추출되는 다양한 성분들은 각 성분에 따라 에탄올과 물에 녹는 정도가 다를 것이고, 사실상 그 오크통 안에 담기는 위스키는 에탄올 용액인 용매로써 이런 성분들을 녹여 추출해내죠. 이 용액의 농도에 따라 각 성분들의 용해도가 달라지게 되고, 어떤 성분은 낮은 농도(즉 낮은 도수)에서 더 잘 녹는 반면에 어떤 성분은 반대인 것. 이런 차이 역시 마찬가지로 증발을 거치며 농도가 낮아지게 되는 만큼 수십년의 숙성 이후에는 차이가 적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같은 도수에서 숙성을 마친다면 낮은 통입 도수에서 시작한 몰트보다 높은 통입 도수에서 숙성을 시작한 몰트가 더 많은 향미 성분을 담고 있을 수 있죠. 물론 이것이 직접적인 품질을 나타내는 척도는 아니지만, 80년대 위스키 로흐 시절 높은 도수에서 통입된 브로라나 포트 엘런의 경우 수십년이 지난 후 오히려 균형감이 더 좋고 풍미가 훌륭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지요.


상호적 숙성의 경우 좀 더 생각해볼 거리가 많아요. 오크통을 구성하는 성분 중 약 22-25%를 차지하는 리그닌은 분해를 통해 위스키를 구성하는 다양한 향미성분들을 만들어내게 되죠. 이 중 일부는 오크통의 제작 과정에서 나무를 굽는 것에 의해, 즉 열분해를 거쳐 발생하게 되고, 일부는 에탄올과 물 - 즉 위스키 - 와의 반응에 따라 가수분해를 거쳐 발생하게 돼요. 뿐만 아니라 알코올에 의한 유기산의 에스테르화 반응이나 그 역의 가수분해, 헤미셀룰로스의 가수분해에 따른 당화 등을 비롯해 제 비전공자 머리로는 솔직히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


어렴풋이 생각을 해 봤을 때 이러한 반응은 위의 가산적 및 감산적 숙성과는 다르게 단순히 출발점의 차이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반응 중 일부는 더 높은 농도의 에탄올 용액에서만 일어나지 않을까 싶기 때문. 뿐만 아니라 숙성 전체에 있어 이러한 상호적 숙성이 작은 부분만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맛과 향으로 느껴지는 영향은 작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향미 성분들은 수 ppm에서 수십 ppm만으로도 변화를 줄 수 있고, 단순히 최소 자극의 역치뿐만 아니라 약간의 농도차만으로도 실제 관능평가적으로 느껴지는 누앙스가 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


물론 실제로 이런 차이가 어떻게 와 닿을 수 있는지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려워요. 같은 창고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숙성 환경뿐만 아니라 어쨌거나 생물을 원재료로 해서 만드는 만큼 같은 공정을 통해도 편차가 클 수밖에 없는 오크통 등. 여기에 스카치 위스키 숙성에 사용하는 오크통은 주로 이전에 다른 무언가를 담았던 적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통입 도수라는 변수 하나만을 독립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가장 크게 일반화를 하자면 가산적 숙성에 있어서는 큰 방향이 달라지게 되고, 상호적 숙성에 대해서는 작은 누앙스의 차이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전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짧은 숙성기간을 전제로 하였을 때 낮은 통입 도수에서 수용성이 더 좋은 수용성 탄닌과 당류 등이 더 잘 추출되고, 높은 통입 도수에서는 거꾸로 바닐린, 쿠마린, 테르피네올 등이 더 잘 추출된다는 것. 결과적으로 통입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을수록 더 부드럽고 달달한 결과물이 나오고, 높을수록 우디하고 스파이시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는 것이죠. 제가 통입 도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통입 도수가 높은 위스키에서 공통적으로 특유의 맵싸한 맛을 느꼈기 때문.


참고 1: <Whisky Science: Alcohol strength>, Teemu Strengell, whiskyscience.blogspot.com, 2013

참고 2: <Whisky Science: Oaky flavours>, Teemu Strengell, whiskyscience.blogspot.com, 2011

참고 3: <The effect of entry proof on whisky maturation>, Dr. Patrick Brossard, whisky-news.com,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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