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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토호가 너무 까이길래 써보는 변(辨) 토호론

ㅇㅇ(218.238) 2022.08.22 11:11:55
조회 657 추천 20 댓글 6
														

토호, 혹은 호족이라 부르는 애들은 일반적으로 지방의 토착세력을 가리키는 말임


보통 국가 vs 호족 도식이 쓰이고 나도 빈번하게 쓰긴 하는데 정확하게는 중앙 vs 호족 도식이 더 사실에 부합하는 말임


비단 여기뿐만 아니라 역사 커뮤니티들, 대체역사 소설 보면 호족을 짓밟아야 될 적폐 비슷하게 여기는 풍조가 있는듯한데


지나친 호족 비판에 대해서 몇가지 변명을 하고자 함



1. 과대평가된 호족의 폐해


1) 호족은 중앙에 반기를 드는 존재다 : ?


호족이 중앙의 지나친 간섭을 싫어하는 것은 맞고 중앙정부에 대해 반기들고 일어난 일도 아주 많음.


하지만 호족의 반란 사례는 역사적으로 볼 때 왕조 하나당 적으면 수십건 많으면 수백건 정도가 전부임. 99%의 호족은 질서에 순응하며 그냥저냥 산다는 것임


왜냐? 반란 자체가 누대 이어온 권력을 통채로 날려버리는 risky한 짓이라서, 그리고 중앙이랑 대놓고 거스르는것보단 유착하는게 훨씬 이득이라서임


호족 입장에서 '중앙'은 자신의 영지에 시시때때로 간섭을 하는 존재지만, 동시에 막대한 재보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보물단지이기도 함


지방 촌로로 남아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각종 학문과 문화와 패션, 서화와 기계의 집산지이며 출세의 사다리임


따라서 호족들은 중앙의 간섭을 꺼리면서도 중앙과 교류하고 중앙관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일견 모순적이고 애증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임



2) 호족은 백성을 수탈하는 존재다 : X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음. 백성 입장에선 호족에게 지배받는게 중앙에게 지배받는 것보다 훨씬 나음


호족에게 백성은 자신의 '재산'임. 따라서 무분별하게 마구잡이로 수탈하지 않음. 다이묘들이 자기 부락민을 함부로 처죽이지 않았던 것과 같음


근데 중앙에서 부임한 현령 지방관은 어떠냐? 걔네한테 부임지는 그냥 짧게 거쳐가는 자리임. 다시 올 일도 없으니 뒤탈없이 수탈하고 본다고


중국사 레전드급 학민/수탈 사례 보면 다 중앙이 한거임. 매관매직한거 누구? 대운하 판거 누구임? 화석강 운반한 건 누구고 당백전 발행한 거 누구임? 엄숭과 채경이 호족임?


근본적으로 전근대 민은 수탈당하는게 전재고 호족은 지들끼리 긁어가기도 하지만 보통 중앙의 수탈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음


칠공삼민에 대항해서 죽창들고 잇키 일으킨 주도자들이 다 호족임. 다이묘들이랑 쇼부봐서 조세 협상하는 애들도 호족이고.



2. 호족이 없을 시의 문제점


1) 중앙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


보통 중앙 vs 호족에서 중앙 편을 드는 사람들 기저에 깔려있는 인식이 '국력을 진흥시키는데 쓰여야 할 자산이 호족한테 분할된다' 이건거 같은데


이건 '중앙이 돈을 가지면 국력을 진흥시키는데 쓸 것이다' 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것임


근데 역사보면 그런가? 아님. 위에 말했듯이 화석강 기암괴석 운반하는데 쓰고 궁궐 짓는데 쓰고 잔치하는데 쓰고 황제 개인 내탕금에 처넣고 그런다고.


그리고 중앙 관료라고 뭐 횡령 안하는것도 아니잖음. 여기 애들이라면 유명한 탐관이나 간신 한둘쯤은 바로 댈 수 있을거 같으니 설명은 필요 없을거같은데.


서양도 다르지 않음. 프랑스 혁명이 왜 났음. 지방세력 다 줘팬다음 권력 독점한 중앙세력들이 폭주한거 아님? 빚 지고 세리들한테 각지의 수조권 팔아넘긴게 바로 왕실 ㅇㅇ



2) 국가 행정망이 작동하지 않는다


중앙은 어디까지나 두뇌고 그 명령을 사지육신으로 뻗어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은 호족이 없으면 안되는 거임


기본적으로 이 시대 국가는 토착세력 도움 없으면 지방행정이 안되는 애들임. 결국 지방관은 임기에 따라 순환하는 애들이고, 그 짧은 기간동안 자기 임지를 파악하는 것조차 무리인 애들임


저 시대는 제대로 된 지도조차 없던 시대임. 지방관은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자력으로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오가지도 못할껄


중앙관료로 지방행정을 해보고 싶다? 수를 늘리거나 임기를 늘려야 하는데, 전자는 전근대 국가의 재정수준으로는 달성할 수 없고 후자는 지방관 본인이 새로운 호족이 될뿐임




따지고 보면 호족은 전근대에는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많음


호족이 커지면 반기를 든다.... 이건 역사적 사례를 보면 중앙이 약해지거나 빌미를 주면서 호족한테 '각'을 보인게 대부분임


멀쩡히 돌아가는 나라에서는 호족의 존재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봄


그리고 중앙이 호족을 억누르려 하는게 딱히 국가를 위한 공익적 의도라고 볼 수도 없음


동아시아사에서 중앙이 수탈하던거 보면 중앙집권이 좋은가? 하는 생각밖에 안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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