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모든 것의 종말.'
부드러운 잔상을 남기며 입체영상이 사라졌다. 크로울은 눈을 강하게 감빡였다. 현실이 재구성되기라도 한듯 자신 주변의 세계에 재적응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감각에 따르면 조금 전까지 크고 복잡한 거실이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가 방금 목격한 것에 비하면 이제 그것은 거지의 깡통만도 못해보였다. 난쟁이는 계속 말했는데 그의 음성은 이성과 합리성의 귀감처럼 느껴졌다.
'알아둬라. 만약 어떤 해법이라도 존재했다면, 그것을 수리할 무슨 수단이라도 우리에게 허용됐다면 우리는 그것을 택했을 것이다. 내 더 거대한 부분은 이 단 하나의 과제에 아낀 자원도 시간도 노력도 없이 필멸자가 가진 수세대의 인생을 점유당했다. 그리고 결국 깨닫고 진실을 마주봐야 했지. 우리로는 안된다. 우리로선 못한다. 그것의 원리를 우리는 해석할 수 없었다. 우리의 의향관 전적으로 대항되는 현실은 더 전문적인 부류들 수배하지 않으면 안되게 강요하였다.'
보건대 아마 일행 전원 가운데 가장 고된 시간을 견디고 있는건 자이제스였다. 실상 그는 스피노자가 자신에게 진술했던 내용을 한번도 귀담아 신뢰한적 없는 듯 했다. 그것은 아르크스의 구속영장으로부터 도주하기 위한 핑계로 들렸지만 그라나 이제 사실로 밝혀졌고, 현실이었고, 그리고 이런 모든것들은 일시에 그를 덮쳐온 것이다. 무슨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지 결국 그도 깨달았다.
'그놈들에게 뭘 내주셨습니까, 무슨 짓을 저지르신 겁니까.'
그렇게 추궁하는 그는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 마치 그대로 몸을 날려 난쟁이의 피스톤같이 두꺼운 목을 조르만 싶은 욕구를 참기위해 말이다.
'없다. 우리가 여기 머무른진 수주째.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협상은 광범위했다'
'그래도 테이블에 올린게 있을거 아니야, 댁이 제시한 대가가 없단 말이오.'
크로울이 말했고 난쟁이는 은으로 된 손을 움찔였다. 그러자 어떤 항성계가 회전하는 입체 영상이 영사됐다. 각기 빛나는 글자로 정보가 명기된 그것은 한개의 항성 주위를 도는 아홉개의 행성이었다.
'키릴9 성계다. 1개 주요 포지월드. 190억 인구. 8등급 십일조 징수처.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 레드 탈론 챕터 방위하. 현재까지 진척된 협의 기준으론 해당 방위군은 철수할 것이요 항성계의 방어는 해제될 것이다.'
격분에 차서 스피노자는 고재를 저었고 자이제스도 별 다르지 않았다. 나브라다란은 반응이 없었고 반면 크로울만 건조한 코웃음으로 경멸을 표시할 뿐이었다. 혀를 내두르며선 크로울이 말했고 난쟁이가 답했다.
'인구 백구십억? 아무렴 그랬겠지.'
'원래 요구에서 많이 깎은 것이다. 그것들은 상당히 비쌌거든.'
'대단하시구만. 이렇게 고귀하시고 이렇게 과감하신 분이 어쩌면 그렇게 멍청하신지.
치미는 구역질로 역류한 위산에 크로울은 목이 메는 느낌이었다. 그는 나브라다란을 흘겨봤다. 자신의 감상에 커스토디안이 동조해주길 바랐다.
'이 외계종들의 추잡한 약탈에 노출된 세계가 매년 얼마나 되는데 놈들이 지금 개평 한숟갈 더 얻으려고 인간들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개입했다, 지금 이걸 믿으란 소린가?'
'적에게 황제의 영토를 한치라도 양보한다는 죄악. 그건 율법에 어긋나는 겁니다.'
나브라다란이 라스키안에게 말했다, 그리고 난쟁이가 대답했다.
'앞서 내가 지적한 요점을 자네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는가. 욱좌가 정지하면 우리가 잃을건 항성계 하나가 아니요, 온 세상이며 모든 것임을.'
나브라다란은 추궁했다.
'그래서 제공할 증거가 있는지? 그저 그림들이 아니라 기술적 자료가?'
'있지. 우리가 가진건 이 자리에서 전부 자네한테 내줄수 있다.'
난쟁이의 전선들 중 일부가 꿈틀거렸다, 흡사 그것이 연속적인 데이터 신호를 하달한 것 처럼 말이다.
'다만 이 점을 인식하길 바란다. 문제의 외계종들, 악독하고 졸렬하나 미련한 것들이 아니다. 비현실의 파도에 대항한 오직 단 하나의 방파제가 인류제국이란 세력임을 놈들은 모르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제공할 협력에 고비용을 요구할 것이나 우리의 근절은 놈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난쟁이는 망설였는데 그 모습이 꼭 생각을 표현할 묘사를 찾는것 같았다.
'놈들은 기생충. 놈들의 의식은 살아있는 숙주에 대한 갈망에 몰두해있지.'
'딱히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크로울이 추임새를 넣었다.
라스키안의 벽으로 된 신체 속 깊숙한 곳에서 밸브들이 딸깍였다. 꼭 그가 짜증을 내는 것 같았다.
'우리가 수행중인 작업은 대체될 시스템의 적절한 작동을 장담할 수 있도록 외계종 기술자들로 하여금 옥좌의 기계-유기 인터페이스 요소에 대한 접근권한을 내준다는데 관한 것이다. 우리가 한 전부는 부품이 유발할 거부반응 대비하여 해당영역 주변부에 대한 제한적인 청사진을 제공한데 지나지 않는다. 우리로서도 그들로서도 보장된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최초한도가 그것이었다. 이 모든 사항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겠다. 이는 숨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스피노자가 반론했다.
'하지만 실제로 감추셨잖아요. 기만책과 무력으로 계략 전체를 은폐하려 귀하는 시도했습니다. 만일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면 왜 의회에 상정하지 않으셨죠? 어째서 이 고비에 의원 전체를 끌어들여 책임을 분산하려고 들지 않으셨냔 말입니다.'
'당연히 한번도 합의된 적이 없었으니까.' 딱잘라 말하는 난쟁이는 단호했다.
'현 의회 구성원 및 각부 장관들이 겨냥된 집적 정신-정치적 분석에 따를것 같으면 이러한 유형의 결단을 지지할 하이로드는 둘밖에 없었다. 나머지 인원은 문제의 실체를 믿길 거부한채 외면하거나 해결책을 지지할 수 없어 즉시 계획을 중단시켰겠지. 제국이 현재 직면한 실체적 위협 앞에서 무방비하게 마비된 정치와 지리멸렬한 정쟁이 후속되었을 것이다. 수십년이 낭비될 것이다. 붕괴가 임박했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감수할 수 없는 위험이었다. 나. 항만조합 대변인. 그리고 아스트로노미칸 관장. 본 3인 위원은 오랜 협상 끝에 비밀리에 구제책을 강구하기로 찬성하고 결심하였다.'
여기서 서 있으면 있을 수록 수명을 잃는 듯 했다. 비록 그의 목이 심하게 마르고 과장없는 휴식이 필요했지만 크로울은 또 웃고 말았다. 쉰소리로 그는 말했다.
'설득력 있군. 하지만 다른 설명도 해볼까. 옥좌는 당신 소관이었지. 네 전문 영역이라고. 그런데도 네가 그걸 고치는데 실패했다는게 이걸 다 묻어버리려 했던 더 합당한 이유 아닌가. 네 무능력이 천하에 드러날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야.'
난쟁이는 당황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원한다면 네 추측을 즐겨도 좋지만 진실은 다르다. 우리는 기계의 지속적인 작동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행동했다. 비록 너는 이 모험이 실패하기만 바라는 것 같지만, 협상 전 과정은 우리가 예측한 대로 전개되었다. 체결은 목전이고 상대는 협력할 것이며 해당 부품은 수리될 것인 동시에 외계종에게 주어질 대가는 체면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제국은 장구하리라. 성스러운 작업을 계속하실 옴니시아(황제)는 영원토록 보존되실 것이다.'
그것은 분명 그의 상상에 불과했겠지만, 찰나의 순간 크로울은 자신을 향해 미소짓는 청동가면을 목격했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내가 개괄한 바와 같이 모든 보충 증거에 대한 접근이 자네들에겐 허용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호의의 발로이지 필수적인 것이 아님을 알아두도록. 작업은 이미 수행됐고 결정은 이미 내려졌으며 그것은 이제 중지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심문관 자네는 여기 도착했지만 관계자가 아니라 공증인으로 용납된 것이다.'
라스키안이 말했다.
q : 대가가 얼마냐
a : 생각보다 작다
q : 대가가 안 많은데 쟤들이 왜 우리를 돕냐
a : 공통의 이익이 되니까 아다리가 맞아서 하는 협조고 대가는 형식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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