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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스틸러 컬트 단편 - 잉태

욕망의쑥국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2.15 14:56:07
조회 1086 추천 19 댓글 5



이것은 브-금


***


저 해괴한 돌덩이가 이 촌구석 마을 한복판에 낙하한 지는 채 몇시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이 문맹이거나 기본적인 소총류의 방아쇠를 당기고, 재장전을 할줄 아는 정도의 지능 수준과 반대되게 이들의 폐하와 제국에 대한 신앙심은 굉장히 투철하고 신실한 편이다. 오직 이 단순한 이유만이 제국 행정부에 있어 이 쓸모없는 행성을 존속시켜 둘 이유일 터이다.


내 이름과 직함은 기밀이므로 밝혀둘 수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 단지, 매년 정기적으로 있는 연간 세무징수와 각종 업무 차 들렀다고 말해두면 좋을 터이다.

티란 항성계 근방 외곽에 위치한 이 행성은 글론 VI라고 명명되었으나, 중앙 별자리를 기점으로 일직선상으로 이어지는 일대 행성들 사이에선 가장 척박하고 황폐한, 자원적 희소가치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곳이다. 주 원인으로는 몇백년 전 파악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한 외부와의 통신 단절과, 영적 능력자들의 집단 자살 등으로 인한 업무체계 마비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정체불명의 통신 두절 현상은 어느 정도는 자연적으로 회복되었지만, 행성 전체에 씻을 수 없을 정도로 깊게 패인 상처를 치유하진 못했다. 주민들의 지능과 생산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퇴화하었고, 심하게 말하면 원시적이라고도 폄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들의 주 먹거리는 수공업과 제철로, 그들 개인의 배를 불리고 행성과 마을을 재건하기보다는 석재와 철골을 구해 폐하의 조각상과 장신구를 만들어내기에 바쁘다. 하루에 세 끼를 챙겨먹기도 힘든 빈곤하고 곤궁한 생활을 언젠가 현세 강림하실 폐하의 단 한번의 구원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리라. 달리 말하면, 극도로 제한된 환경이 행성 재건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조차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이들의 행정체계는 제국 교리 표준령에 기인하지 않는다. 이들은 원시적인 지도체계의 정점인 장로라고 불리는 자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른다. 다만 이 자를 일절 우상화하거나 신격화, 숭배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특이한데, 관찰 결과 장로는 마을을 이끌어나갈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일 뿐, 이들의 신앙심은 오직 폐하를 위해서만 작동한다. 보통 낙후된 환경의 행성에서의 삭막한 민심과는 달리, 이들의 심성은 모두 유한 편으로 마을 내에서의 자체적인 식량 공유와 물자 운송 체계를 구축해놨다는 점은 놀랄 만하다.


   - 작성자 : 기밀 - 개인 기록에서 발췌(724.M41)

***


제국 간부인 아벨 듄스턴이 업무 차 행성의 수도에 들른 지 채 세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의 왕복선을 마치 추적이라도 해온 양 누가 쏘아보냈는지, 자연적으로 떨어진 것인지 도무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한아름 둘레의 운석이 마을 한복판에 낙하한 것이다. 더욱이 웃긴 것은, 그 돌덩이가 낙하하며 왕복선의 좌익을 중파시킨 탓에 수리엔 적어도 며칠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겉보기엔 그 재질이 일반 돌덩이와 하릴없는 이 운석은 단순한 우주재해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꺼림칙한 기운을 풍긴다. 제국 중앙회에서 파견하는 간부에게 진상되는 식사의 안전검사를 위한 각종 이상물질 스캐너에서도 아무런 이상 반응이 감지되지 않았다. 의문 투성이의 그 돌덩이를 아벨은 개인 비서인 질과 함께 밤이 늦도록 몇 시간이고 하릴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벨이 궐련에 불을 붙이며 물었다.

"저도 징발관님 따까리짓 한지 어언 30년이지만,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왕복선의 세시간 거리 뒤로 따라붙을 놈이 있었다면, 분명 출발 전에 상부에서 주의를 주거나 출발을 유예시켰을 텐데요."


폐에 담배연기가 한가득 들어옴을 느끼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단순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이딴 미개한 곳에 저 망할 게 떨어졌어."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요?"

"분명 머지않아 돌덩이에 대한 우상화가 진행될 거야. 신줏단지 모시듯이 떠받들고 난리도 아니겠지. 세상엔 미친 놈년들이 많지만, 제일 무서운 건 내 경험상 그냥 미친 놈들이라고.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 이 판국에 주민들 대가리까지 돌아버리는 판국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내 말 이해가나?"

질의 불안감에 가득찬 흔들리는 눈동자가 대답을 대신했다.

"무조건 사전에 차단해야 돼. 애들한테 이르고 지령 내린 뒤에, 조금이라도 이상징후 보이면 바로바로 보고하라고 하고, 저 돌덩이에 손대는 놈은 가만 안 둔다고 알려"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모닥불 앞에서 생각에 잠겨있던 아벨의 뒤로, 백발의 노인이 오크나무 지팡이에 의지하며 천막에서 걸어나왔다. 장로였다.


"나으리.. 이제 곧 밤이 되면 추워집니다.. 그만 들어가시지요"

"장로..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이 늙은놈은 괜찮습니다.. 다만 높으신 분께서 잠도 못 청하시니 제가 마음이 무거워서 그럽디다.."

"어차피 신경쓰여서 못 자는건 피차일반일세. 저 놈을 보라고. 장정 열댓명이 들러붙어도 꿈쩍도 안하는 놈이야. 일반적인 운석이 아니란 말일세"

"예... 하필이면 저눔이 나으리 비행정을 부숴버리는 탓에.. 주민들에게는 잘 말해두었으니 분명 금방 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요.."


아벨은 그 후로도 연신 운석을 바라보다 새볔녘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


- 2일 차 -


"징발관님 - !! 징발관님 - !!!"


어느 새 잠들었는지도 기억 나지 않았지만, 소란스런 분위기에 그는 벌떡 일어났다. 이미 천막 밖에는 북적거리는 주민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가득하다.

"징발관님 !!! 얼른, 얼른 나와보십시오 !!"


제복도 갖춰입지 않은 간소한 차림으로 그는 쫓기듯 운석으로 달려갔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운석에 균열이 일은 것이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저렇지 않았어요 !! 그죠? 예?!"

"..열리는 거야"

"하이고 진짜..!! 이게 무슨 일입니까요! 깨지고 있는게 아니라 열리고 있는 거라굽쇼?!"

"검사는 마쳤나?"

"그..그게, 대충 예상 결과로는 약 닷새 정도면 완전히 깨지..아니 열린답니다 !"

"당장 무장인력 배치하고 운석 근처에 나 빼고 아무도 얼씬 못하게 해. 열리는 마지막 날까지 곁에서 지키다 뭐가 나오던 무력으로 진압한다"


죽인지 밥인지도 모를 누추한 저녁식사를 마친 뒤에, 아벨은 천막 바깥으로 나와 접이식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기었다. 제국에서 직접 파견한 귀빈에게 헌상되는 식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하고 초라했지만, 그는 빈곤한 식사에 역정을 낼 정도로 아량없는 사내는 아니었다. 장로 또한 따라나왔다.


"저.. 나으리"

"장로"

"준비한 다고 준비했는데..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네, 맛있게 잘 먹었네"


그는 장로에게 빙긋 웃어보이며 노인을 안심시켰다. 이윽고 바뀐 표정의 장로는 말을 이었다.


"며칠 전에 나으리께서 말씀하신 대로.. 정말로 ..그렇게 됬습니다요"

"그렇게 됬다니?"


장로는 숨이 쉬기 힘든 양 늙은 몸을 이끌고 큰 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침을 삼키고 말을 이어나갔다.


"마을 사람들이 벌써부터 저것을 폐하가 보내신 구원의 징조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게 워낙에 먹고살기 힘든 곳인지라 예전부터 그런 믿음도 있고 해서.."

"이해는 한다만"

"그래도 이 늙은이는 잘 알고 있습니다. 생전에 폐하의 천사들을 뵌 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분들이 강림하실 때 타고 오시던 것은.."

장로는 가로로 고개를 휘휘 저으며 탄식하듯 말했다.

"그분들이 타고 오시던 것은 전혀 저런 모양새가 아니었습니다. 천벌을 내리는 신성한 기계들이 내뿜는 우아한 황홀경은 자연스레 무릎이 꿇릴 정도였습니다. 저런 스산하고 꺼림칙한 돌덩이가 아니었어요. 지금까지 제 말이라면 전적으로 따라주던 마을 주민들도 조금씩 제 말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전무후무한 일이에요.."

"의문이라니?"

"주민들에게 저 혐오스런 돌덩이가 폐하의 것이 아니라 아무리 알려도 들어주지를 않습니다. 제가 잘못 알았다나 뭐라나. 대부분 사람들은 밖으로 나간 적도 없고 글도 읽을 줄 모르는 탓에 도통 제 말을 믿지를 않아서..이게 다 제가 못난 탓입니다만.. 왠지 머지않아 무언가 일이 터져도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요.."


- 3일 차 -


"...가관이군"


보고서 읽기를 끝마친 아벨의 눈은 모멸감과 분노로 붉게 충혈되었다. 운석에 대한 일체의 접근을 금지하자, 주민들이 운석이 있는 방향으로 음식을 헌상하고 절하는 행위 등을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운석을 지키는 부하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누군가가 운석을 치장하는 행위까지 벌어졌다.


"당장 자기들 배 채울 밥도 없는 판에 저딴 돌덩이한테 음식을 바치는 꼴이라니..완전히 미쳐 돌아가는군"

"징발관님.. 어째야 합니까요?"

"다섯 명도 안되는 우리 인력으로는 지금 이 사단을 막아내기가 불가능해. 최대한 빨리 이 미친 마을에서 탈출한 뒤에 상부에 도움요청을 보내는 수 밖에 없어."

"히익...!"

"애들한테 전부 정신 바짝 차리라고 일러.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 4일 차 -


반쯤 열린 운석 안에서 무언가 꿈틀대고 있었다. 주민들의 뒤틀린 신앙심은 이윽고 집단 광기에까지 이르렀다. 예전부터 계속되던 행성 특유의 통신 두절 현상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민들은 자신들의 운석 숭배 행위를 금지하면 왕복선을 수리해주지 않겠다는 얼토당토않는 요구를 제시해왔다. 당연히 총살감이었음에도, 정말로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벨은 그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운석에 대한 각종 금지행위가 실효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운석에 각종 장신구를 치장함은 물론, 음식들을 헌상하고 그 앞에서 이마가 깨져 자갈의 색이 선홍색으로 물들 때까지 머리를 쳐박으며 절하는 자가 부지기수였다. 어미와 아비라는 자들은 배고픔에 울부짖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운석을 어루만지거나 경외시했다. 노인들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매, 쪼그라든 입으로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연신 중얼거리며 찾아오지 않을 구원을 좇는 데에 바빴다. 이는 절대 폐하께서 원하셨던 모습이 아니셨으리라. 도저히 겉잡을 수 없는 광란의 도가니에서 아벨은 전략을 선회했다. 만에 하나 주민들의 자신의 함선에 허튼 짓을 하는 걸 방지코자 최대한 우호적으로 그들의 요구를 수용해주는 것이었다. 이 행성에서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이후엔 상부의 도움으로 손쉽게 행성을 제압 할 수 있으리라.


-5일 차 -


어느새인가 질은 물론, 자신의 부하들 모두 아벨을 찾아오지 않았다. 항간에서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다 마을 주민들에게 적발되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갔다는 소문이 일었지만, 진위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직 심증 뿐이다. 30년을 함께한 비서가 사라졌지만, 지금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일단, 이곳만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나면 그를 다시 찾아볼 수 있으리라.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점심 시간이었음에도 그에게 식사를 대접하려는 자는 없었다. 이제 그는 주민들의 안중 밖이었다. 오히려, 자정이 가까워지는 새에 운석 앞에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로 모인 군중들이 아벨의 이목을 끌었다. 흑갈색의 긴 머리를 가진 한 젊은 부인이 담요에 쌓인 자신의 아이를 데려 나와 군중들의 환호 속에서 운석 앞 제단으로 향했다. 아벨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알지 못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채 두 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아이는 처음 보는 많은 인파에 놀래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인은 그런 울음소리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윽고 예복을 입은 한 사내에게 절을 꾸벅 하더니, 뒤로 물러나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절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아벨은 질색한 표정으로 군중들 사이를 가로질러 달려나갔다.


"안 돼 - !! 뭐 하는 짓이야! 이 미친 놈들! 그만둬!!"


손쓸 틈도 없이 은백색의 빛나는 세례용 칼날이 아이의 울음소리를 멎게 만들었다. 아이의 핏자국에 흰색 예복이 붉게 번진 사내가 물끄러미 아벨을 올려다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의식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나으리라고 해도 두 번의 기회는 없습니다."


그러자 주민들 모두가 고개를 돌려 그를 질타하듯 응시했다.아벨에게서는 더이상 제국 간부로서의 위세와 고귀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단지, 미쳐버린 군중들 사이의 무력한 외부인일 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말붙일 곳이 없었다. 장로 또한 자신을 만나기를 거부했다. 어느새 잠 조차 천막 안에서 청할 수 없어 밖으로 내쫓아진 그는, 침낭에 들어가 모닥불로 추위를 달래며 중대한 결심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었다.


- 마지막 날 -


이제 마을의 외지인이라고는 아벨 혼자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사라졌다. 어디로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 아니, 이제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그는 직감했다. 겉잡을 수 없는 이 광기를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머지않아 저 운석이 열리고 그 안에서 튀어나올 그 무언가를 제거하는 것 뿐이라고.


식은 땀이 이마에서부터 비오듯 흘렀다. 왜 '그분'께 방문하냐고 묻는 주민들의 눈초리에는 의심이 가득하다. 누가 봐도 얼른 떠나라는 눈치를 지울 수 없는 경멸의 눈빛이다. 아벨은, 자신도 이제서야 마음을 고쳐먹고 그분께 참회하고자 와 봤다며 미쳐버린 주민들을 달랜다. 길게 늘어진 제복의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 호신용 라스피스톨집이 있음을 아는 자는 아벨 자신을 제외하면 이제는 아무도 없다. 그는 다짐했다. 이 광기를 내가 종식시키리라... 내가 끝낼수 있다고...


이윽고 붉은 사제복과 네팔달린 외계인의 조각상을 얹은 지팡이를 짚은 한 노인이 제단에 올랐다. 아벨은 눈을 의심했다. 희게 샌 수염과 머리칼을 모두 깎아낸 민둥머리의 남성은 다름아닌 장로였다. 의아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음에도, 가장 먼저 장로가 지팡이 없이 올곧게 걷는다는 사실이 그를 경악케 만들었다. 벌어지려는 입을 굳게 틀어막은 채, 그는 다시는 없을 단 한번의 기회를 위해 때를 기다렸다.


장로는 제단 위에 올라서서 해괴한 형상의 철제 지팡이를 두세번 내리 쳐 군중들을 정숙시킨 뒤, 입을 열었다.


"신실한 자들이여! 기다림이 길었다 !

마침내 핍박받고 고통받던 우리들의 비루한 삶에 한줄기 광명이 찾아왔나니! 그분은 생명의 요람이자 어머니의 자궁을 닮은 담요 안에서 우리를 맞을 준비를 마치셨다 !!!"


기다렸다는 듯 군중들 사이에서 터질듯한 환호성과 눈물이 터져나왔다. 장로는 다시금 지팡이를 두세번 내려친 뒤 말을 이었다.


"내 바뀐 모습에 놀란 자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 가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머리와 수염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오직 처음 잉태되었을 적의 신성한 육체로 오롯이 다시금 태어나야, 진짜 구원의 길을 열수 있는 것이다 !


..조금 있으면, 가장 존귀하시고 자애로운 분께서 순결하기 그지없는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나실 것이다!! 우린 오직 이분을 떠받들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려온 것이다 !!

절하라!!! 회개하라 !!!"


장로의 격앙된 연설은 이제 고성이라기보다는 괴음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마침내 찾아온 구세주 앞에서 모두가 엎드려 두손으로 빌며 구원을 찾았다. 아벨은 절하듯 몸을 숙여 때를 기다렸다. 가죽으로 코팅된 라스피스톨집은 손에서 흘러내리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둔탁한 파음과 함께 운석이 마침내 열어젖혀졌고, 아벨은 경악했다. 운석 안에서 깨어난 그것은,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 차라리 감히 폐하를 적대하는 카오스 이단의 형상이었다면 조금이나마 안심했을지도 모르리라. 네 팔을 달고, 조그마한 아가리에서 오래된 고목나무가 갈라지는 듯 한 괴음을 내지르는 유아 형태의 그것은 틀림없이.. 아니, 지금은 그런 자질구레한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상황이 급박했다. 기회는 한번이니, 흐느끼고 감탄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아벨은 조심스레 권총집을 풀어헤쳤다. 손에서 땀이 비오듯 흘렀다. 장로는 운석에서 나온 괴생명체를 가장 깨끗한 비단 담요로 감싸 흡사 사랑스런 자식을 쳐다보는 양 부둥켜안았다. 아벨은 조준을 끝냈다. 


---- 한 차례 총성이 일었다.


라스피스톨은 정확히 목표를 꿰뚫었다. 살갗을 관통하는 고출력 광선의 표독스런 파열음이 미쳐버린 군중들의 광기에 한순간의 정적을 가져왔다.

그러나, 쓰러진 것은 괴물이 아니었다. 장로였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장로는 모두에게 '그것'을 보여주고자 두 손을 높이 치켜든 것이다. 라스피스톨은 장로의 복부를 관통했다.


노인이 맥없이 쓰러지고 고꾸라지는 찰나 근처에 있던 한 주민이 떨어지는 담요와 괴물체를 가까스레 받아내었다.


한순간에 장로는 순교자가 되었다.


그리고, 아벨은 순교자와 성인을 헤치려는 이단으로 낙인찍혔다.


"..이단이다!"

"이단이야! 살인자다!"

"놈을 붙잡아! 찢어 죽여라 !"


두 번째 조준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뒤에서의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벨은 고꾸라졌다. 성난 군중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한 그는 두 건장한 체구의 사내에 의해 마을 주민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단으로 옮겨졌다.


어느새 그 괴물은 예전엔 본 적 없는 새로운 남성에게 안겨져 있었다. 군중 사이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새로운 대주교에게 안긴 것이다. 도저히 인간이 것이 아닌, 세로로 갈라진 괴물의 끔찍한 노란색 눈동자는 어느새 아벨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죽이려 했던 시도가 가소롭다는 양.. 손발이 묵인 아벨 또한 괴물을 똑바로 응시하며 모멸감에 이를 갈았다.


"제발!! 제발 지금이라도 전부 다 정신차려 - !! 어딜 봐서 저게 인간이란 거야? 이 미친 새끼들 !!! 다 대가리가 어떻게 된거 아냐? 팔을 네개나 달고 태어나는 아이는 없어! 저건 인간이 아니야!!! 괴물이라고 !!! 내 말 들려?! 그딴 눈으로 날 쳐다보지 마!"


당연하게도 그의 마지막 저항에 호응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일대가 침묵했고, 새로이 태어난 '교단'의 대주교가 입을 열었다.


"신자들이어, 이단이다. 이단은 어떻게 벌해야 하는가?"

일대의 군중이 모두 하나로 소리높여 말했다.

"사형!"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사형 - !!!"

"형을 집행하라 !"


우레같은 박수갈채와 함성과 함께 군중들이 나서고 손발에 묶인 포박줄을 네 방향으로 갈라서서 당기기 시작했다. 각종 야유, 욕지거리와 함께 아벨의 몸과 머리에는 돌덩이가 날라왔다. 포승줄이 모두 당겨지고, 손발이 찢어지는 고통에도 아벨은 마지막 비명 대신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 새끼들 !!! 폐하께서 네놈들을 벌할 거다! 폐ㅎ.."


붉은빛 선혈에 이은 단말마와 함께 그의 목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


3년 후, 행성에는 그들이 바라던 구원이 찾아왔다.



-----


사실 사람들이 미쳐가는 과정이랑 세부묘사 등을 더 자세히 쓰고 싶엇는데 이따 빨리 던파 레이드가야되서 진행 위주로 대충 씀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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