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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Gathering_Storm : Fall_of_Cadia
'두배로 뛰어라! 젠장, 더 빨리!' 크리드는 전장의 혼돈 속에서 목청 높혀 명령을 하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리해왔듯,
8th의 베테랑 병사들은 보조를 맞추며 지휘부 기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크리드는 스스로에게 아직 시간은 있다고, 그렇게 주문을 걸고 있었으니
모든 수고와 희생이 다 헛되어버리기 전에 그 악마 괴물놈을 잡아 족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크리드의 지휘 소대 장병들이 눈 앞에 호스피탈러들이 토막나 널부러진 것을 발견하자,
그들의 얼굴은 긴장 속에 굳었다.
'우리들의 순교한 성녀' 오더의 전투 자매들은 심지어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일개 챕터까지도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치열하게 전장에 임하였으나,
죽음과 부상자들로 그 대가를 무자비하게 치루었다.
허나 최소한 111th 화이트쉴드 신병들보다는 나은 상태였으니,
최소한 이 요새 어딘가에는 오더 소속 자매들이 남아있을 것이고,
그 외에도 다른 은하계 각지에서 아직은 숨쉬며 전투를 치루는 오더 소속 자매들이 있을 터였으나,
화이트쉴드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카스르 크라프가 함락된다면, 그들의 희생을 기억해줄 이 누구 하나라도 있을까?
선두 가드맨 분대들이 이그레시움 성문의 이제는 다 무너진 잔해 부분에 도착했다.
무기는 준비되었기에, 병사들은 안으로 진입했다.
'이걸 이 지경으로 만든 놈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코마켄 중위가 중얼거렸다.
크리드는 몸을 돌렸다. 부관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두 눈은 내부에 가득한 학살의 현장에 겁에 질려 있었다.
베테랑 한 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십의 전장들을 거쳐야 한다.
어쩌면 더 많이.
코마켄 중위는 얼마나 많은 전장을 거쳤을까?
저들 중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전장을 보아왔을까?
뭐 어느 쪽이든, 카디아의 시간은 이제 끝자락에 놓여 있었다.
무엇이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켈이 상아 달린 덩치의 시체에 발차기를 가했다.
'만약 놈이 피흘린다면, 그건 뒤질 수 있다는 거겠지.'
이어서 그는 부셔진 캐노네스의 시신을 가리켰는데,
모두가 그녀의 갑주 사방에 튄 악마의 피를 볼 수 있도록 주목시켰다.
'그녀들은 놈을 피흘리게 했어. 그렇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때 대지가 진동했다.
고통받은 대기의 파동이 이그레시움 성문 안쪽에서부터 진동하고 있었다.
켈이 그를 밀치기 직전까지도,
크리드는 이 소리의 이유를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켈이 그를 밀쳐서, 크리드가 사망한 캐노너스 옆에 널부러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불길과 함께 폭발한 문에 휩싸였을 터였다.
켈도 그와 함께 엎드리고 있었고, 약간 그슬리긴 했지만
아직 정정한 상태였다.
다만 코마켄은 운이 좋지 못했다.
화염이 그를 덮치기 전 그는 간신히 비명이나 지를 수 있었다.
공기 중으로 불타는 살의 고약한 냄새와 메케한 악취가 가득했다.
다른 이들도 무사했지만, 제복은 화염에 의해 그슬려 있었다.
켈은 곧바로 일어나며 크리드에게 손을 건넸다.
'장군님, 운빨 좋으십니다.'
켈의 손을 맞잡으며, 크리드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자네가 내 운이네. 하사'
크리드는 검게 타버린 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휘부 기지 외벽면으로 거대한 균열이 생겨 있었으니,
그 폭발력의 강도가 대충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만 하였다.
이제 전장의 소음은 작게 들리고 있었으니,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지휘부 벙커 기지에 3개 분대가 선두로 들어갔었다.
그들은 아마 분명히 죽었겠지.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소한 방금 전의 폭발이, 그가 염려하던 그 비극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곧장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차피 보지 못할, 증오어린 외눈을 찾기 위해.
블랙 포트리스에게 어떤 사전 경고라도 있을까?
방어막 생성기가 놈에 의해 파괴되었다면, 이제 지금 이 싸움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거칠게 생각을 떨쳐내었다.
언제나 의미는 있다.
바로 그게 카디안의 의무이자, 그의 목적이다.
불가피한 죽음 앞에서조차, 당당한 결의로 맞서는 것.
그의 속이 끓어오르는 분노로 올라오고 있었다.
어쩌면 카디안 게이트의 방어에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싸움을 멈추지는 않으리라. 절대로.
'명령을 내리지, 하사. 우리는 다시 집합지로 복귀한다.
거기서 8th는 끝까지 버틸 것이다. 카디아는 버텨내리라.'
수 분전까지는 살아있었던 코마켄만큼이나 창백한 표정의, 한 장교가 무언가를 입술에 대고 중얼거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부적 같은 것이였다.
어쩌면 누군가에게서 물려받은 것일지도.
다른 장교들 또한 그러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황제께서 보호하시리라.'
분노를 더이상 억누르지 못한 크리드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장교의 손에서 그 종이 쪼가리를 잡아채어 버리고는,
뜯어내듯 장교의 권총을 권총집에서 빼내어 쥐었다.
'황제?' 크리드가 꾸짖었다.
'그는 수 광년 밖에나 존재한다!'
그리고는, 장교가 밀릴 정도로 강하게 권총을 장교의 가슴에 쥐어주며 이어서 말했다.
'구원을 원하나 자네? 그러면 이 권총으로 직접 만들어!
그딴 허접한 기도 대신에. 그딴 종이쪼가리 대신에. 너 스스로.
군인은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거다.
군인은 결코 기적 따윈 바라지 않는다!'
그때 장교가 경악 속에 입을 떡 벌렸으니,
그건 크리드 때문이 아니였다.
다만 하늘 위로 떠오른 무엇인가 때문이였으니,
지휘부 기지 위로 떠오른 무엇인가 때문이였다.
켈 또한 그것을 발견하였으니, 그의 얼굴로 기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먹을 꽉 쥐며,
크리드는 몸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았으니
처음에는 곧바로 발견하지 못하였으나,
그의 두 눈이 마침내 가라앉으며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게 되자,
크리드가 처음으로 한 생각은 어째서 이때까지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는가였다.
'뭐, 이제 난 확실히 지옥에 떨어지겠구먼,' 크리드가 말했다.
그리고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미소가 올라왔다.
ps. 이거 끝나려면 멀었지만...
일단 번역 계획은, 2부는 생략하고
3부 얼마 안가 나온다니까 그거 해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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