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I 보고서 : 전쟁 2년차 러시아군의 전술(1)로부터 계속
이번 글에서는 주로 러시아군의 공병과 포병에 대해서 다룹니다.
공 병
전면 침공 이래 러시아군 내에서 가장 적게 거론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공병이었을 것이다. 러시아군 대부분과 달리, 공병들은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앞서 언급했듯 러시아군 보병이 참호 파는 속도라던가 전투진지를 개선하는 규모는 눈에 띄고, 전투공병이 이를 보완한다.
각 여단에는 2개의 공병중대가 배정돼 있는데, 하나는 지뢰에 중점을 두고, 다른 하나는 부대방호(force protection) 기술에 중점을 둔다. 러시아군의 부대방호 공병은 냉전 이후 방법론적 변화가 거의 없이 대체로 교리를 따랐다. 러시아군의 방어진지는 일반적으로 상황에 따라 2-3개 라인으로 구성된다.
접촉선을 따라 제1선은 보병이 만든 전투진지로 구성된다. 제2선은 제1선의 개인호와 비교하면 적절하게 만들어진 참호, 가능한 경우 콘크리트로 보강된 사격지점까지 마련한다. 이러한 진지는 앞에는 장애물이 여러 겹의 띠를 이뤄 설치돼 있으며, 일반적으로 깊이 4m, 너비 6m 가량의 대전차 도랑(ditch : 지원장비 없으면 전차가 빠져버림), 용치(dragons’ teeth) 및 가시철조망 등으로 형성된다.
참호진지는 일반적으로 나무판자로 능선을 따라 중대 규모의 전투진지로 구성되며, 연속적으로 쭉 이어진 전선이 아닌, 개활지를 화력으로 엄호하도록 배치된다. 해당 방어선(제2선)의 깊이는 일반적으론 제1선으로부터 5km에 달하며, 각각의 물리적 방어선은 보통 700m에서 1km 사이마다 걸쳐있고, 장애물들은 화력엄호를 받는다.
제3선은 일반적으로 후퇴전투용(fall-back fighting) 진지 및 예비대용 은폐구역으로 구성되며, 차량용 진지도 구축한다. 한편, 지휘소(CP)는 지하에 있고, 콘크리트로 요새화되는 경향이 있다. 요새화된 구역의 전체 깊이는 일부 축선에서 30km를 초과한다.
지뢰밭도 러시아군의 방어 요소다. 딱히 식별가능한 패턴은 거의 없으며, 표시도 거의 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군이 밝히길, 러시아군은 지뢰가 부족하지 않아 대전차(AT) 지뢰와 대인지(AP) 지뢰가 모두 혼합된 지뢰밭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는 1997년 체결된 오타와 조약(Ottawa Treaty : 대인지뢰금지협약, 미·중·러, 한국은 서명하지 않음. 우크라이나는 비준함) 서명국이 아니며, 이는 러시아군이 대인접촉지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군은 최전방, 제1, 제2 방어선 사이에서 후방 이동을 위해 일부 경로를 비워두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연적 요충지로 통하는 접근로에 설치하기를 매우 선호한다. 대인지뢰가 대전차지뢰 바로 위에 설치되는 경우도 있다. 격발 메커니즘도 종종 뒤섞여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대인지뢰는 지진센서(seismic sensor)를 통해 격발되고, 바로 인접한 지뢰는 장치에서 십자형으로 배치된 전선을 따라 격발된다. 다연장로켓을 통해 투발되는 자기활성(magnetically activated) 대전차지뢰도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본인들이 설치한 지뢰지대 및 경로 추적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설치한 지뢰지대 돌파에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군 공병대는 또다른 분야에서 역량을 입증했는데, 바로 교량 부설이다. 이들은 주로 제병협동군 수준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지원작전에 투입된다. 러시아군 공병부대는 일반적으로 교량을 신속하게 부설하며, 도강작전은 전반적으론 심각한 결함을 드러냈지만 러시아 지상군에 폰툰(pontoon : 부교)이 부족하다는 증거는 없다.
러시아군은 교량의 신속한 부설에 있어 자신감이 충분하며, 때로는 다시 활용해야 할 경로에서도 교량을 파괴한다. 우크라이나군을 방해하는 효과가 강을 가로질러 폰툰을 다시 놓아야 하는 부담보다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포 병
포병은 여전히 러시아군의 핵심이다. 침공 초기엔 각 BTG당 다연장로켓 1개 포대와 1-2 개의 곡사포 대가 할당되었다. 러시아군은 2022년 여름까지 포병을 포병전술그룹으로 통합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포병여단을 활용하고 있고, 축선을 지원하기 위해 포대를 할당하며, 대포병(counterbattery) 사격과 구역별 주요 임무 지원용으로 상당한 규모의 직할대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화력은 여전히 교전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다. 2023년 1분기, 러시아군 포병의 발사속도는 하루 약 12,000발에서 38,000발 사이를 오갔다. 러시아군의 포탄사격이 24,000발을 초과하는 일수는 훨씬 더 드물어졌고, 화력 할당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러시아군이 포탄 및 포문(barrel)을 더 적은 숫자의 축선에 우선 할당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152mm 포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120mm 박격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구경 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따라서 2022년 총 포탄 소모량은 약 1,200만 발로 하루 약 20,000발에서 60,000발 사이를 오가는 반면, 2023년 러시아군의 화력은 현 수준의 발사속도가 올해 내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700만 발에 가까운 추세다.
우크라이나의 추정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의 포탄 생산량은 연 250만 발이다. 폭발성 물질(energetics) 확보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이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모량과 생산량 간의 간극 때문에, 국제 시장에서 추가적으로 포탄을 구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한 해 약 700만 발의 소모량이 예상되는 이상, 러시아군은 포탄사격의 우선순위를 좀더 신중히 식별해야 한다.
가용 탄약량은 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2년 여름까지만 해도,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에서 화포 주변에 포탄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HIMARS 공격으로 이러한 보급 관행이 중단되고, 우크라이나군이 정밀한 장거리 서방제 곡사포를 운용하게 되면서 비축이 어려워지자, 러시아군의 기존 사격 통제방식은 중단되었다. 그 뒤 실험과 개선의 과정이 이어지고, 새로운 전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화력 용어(lexicon : 용어사전)에 '즉각대응값(immediate value)'와 ‘일제사격 강도(weight of salvo)’라는 두 가지 용어를 도입했다. 첫 번째 용어인 ‘즉각대응값’은 전술적 맥락에서 화력의 효과가 고르지 않음을 고려하고, 부대의 광범위한 활동에 있어 정확한 화력전달 타이밍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따라서 화력계획은 이제 일련의 결심지점(decision points : 지휘관/참모가 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결정해야 할 시·공간상의 지점)으로 구성된다.
두 번째 용어인 ‘일제사격 가중치’ 또한 일정 시간 내 최대 화력을 투사, 화력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타이밍을 중시하도록 변화가 있었음을 나타낸다. 화력 패턴은 '유목민 대포(Nomadic Cannon)', '불타는 회전목마(Fiery Carousel)', '떠돌이 소대(Roaming Platoon)' 및 '우산 덮개(Umbrella Cover)' 같은 용어로 설명된다.
‘유목민 대포’는 대포병 사격을 유도하거나, 기습 포격을 위해 이동식 사격지점에서 투사하는 간헐적 포격을 가리킨다.
‘불타는 회전목마’는 일제사격(barrage)를 유지하면서도 생존 가능성을 유지하는 수단을 가리키며, ‘떠돌이 소대’라는 개념은 목표에 대한 일제사격 강도를 극대화하는 이동식 화포를 가리킨다. ‘우산 덮개’는 제압사격(suppression) 수단을 가리킨다.
더 이상 화포용 진지는 구축하지 않는다. 대신, 포대는 숲지대(wood blocks)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정해진 일제사격을 위해 포탄이 배치될 사격지점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다시 다음 지점으로 이동한다. 대포병 사격으로 인해 이동이 어려울 경우, 운용병들은 포를 두고 엄폐물을 찾는 경향이 있으며, 안전할 때만 다시 돌아온다.
화력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진지를 공격하는 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공격을 무디게 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우크라이나군의)공격이 준비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러시아군은 종종 공세 실행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을 화력으로 가득 메운다(saturated). 또다른 전술은 보통 (우크라이나군의)공격을 받고 있는 위치에서 철수한 다음, 우크라이나군이 점령을 시도할 때 화력을 퍼붓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포격 강도가 여전히 높긴 하지만, 다연장로켓 발사량이 이전 달보다 훨씬 적어 포탄이 부족한 것으로 본다. 오를란-30(레이저 유도무기용 드론)의 비행횟수가 증가하고, 보다 정확한 우크라이나군 방어진지 타격을 위해 특수 보병의 지시기(designator) 사용이 늘어난 게 포착된 만큼, 러시아군은 152mm 크라스노폴(Krasnopol) 레이저 유도탄을 꾸준히 보급받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의 대포병 사격 또한 단순히 탐지된 우크라이나 사격위치에 포탄을 퍼붓는 방식에서, 란쳇(Lancet) 배회 탄약으로 전환했다. 성공률은 제한되지만, 란쳇의 속도 및 정확도 때문에 우크라이나군 포병은 부대기동 지원에 필요한 화력지원을 지속하기 어렵다. 란쳇은 우크라이나군 포병을 적극적으로 사냥하기 위한 정찰에도 사용된다.
발사 절차에서는 단순 적응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었는데, 정찰화력순환체계(RFC, Reconnaissance Fires Circuit : 킬체인의 러시아식 용어)를 개선, 기동부대를 지원할 화력전달에 있어 즉각적이고 유연해진 것이다. 축선을 담당하는 각 지휘관은 일반적으로 교전지역 위에서 오를란-10를 띄운 채 CP에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축선에)할당된 포대에 즉각적이면서도 정확한 사격을 위한 표적정보를 전달한다.
포병여단의 지휘관은 관심지역 상공을 감시하는 복합체계와 연계된 오를란-10을 여러 기 보유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군은 종종 두 개의 서로 다른 오를란-10 복합체계로부터 감시당하고 있음을 알아채기도 하며, 이는 여러 군데에서 포격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당 시스템에서 포병이 교전에 돌입하는 시간은 약 3-5분으로 빠르다. 전자전 탐지의 교전은 좀더 길어서 약 20-30분 정도다.
분쟁 초기, 러시아군의 화력정찰에서 과소평가된 요소 중 하나는 스트렐레츠(Strelets : Стрелец) 시스템이었다. 이를 통해 지상기반 센서의 여러 피드 또는 정찰부대의 탐지를 프로그래밍하고, 무기명을 통해 광범위하게 전송할 수 있으며, 이를 러시아군의 디지털 사격통제에 통합할 수 있다.
그러나 침공 초기 스트렐레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군 부대는 거의 없었고, 보유한 부대도 제대로 설치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수하물(baggage)로 버려진 경우도 있었다. 러시아군의 훈련 수준이 낮다는 것은 이러한 시스템이 아직 널리 퍼져있지 않음을 뜻하지만, VDV 및 바그너 그룹에 배정된 특수 보병들 사이에선 널리 쓰인다. 해당 인원은 스트렐레츠를 사용, 우크라이나군 진지 가까이에 센서를 배치하거나, 정밀한 교전을 위해 러시아군 포병대에 사격을 보고 및 수정한다.
스트렐레츠를 통해 유기적 ISR를 활용, RFC와 연계된 상급제대 화력을 호출하는 과정은 그림 1에 요약돼 있다. 그림1을 통해 킬체인, 또는 '정찰화력순환체계(Reconnaissance Fires Circuit)'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1) 정찰 및 화력자산간 직접 연결되는 경우, 2) 정찰자산에서 사격통제를 거쳐 포대로연결되는 경우, 3) 탐지된 목표물을 상대로 ‘대체 타격수단(means of destruction)'을 할당가능한 상위 본부의 능력에 이르기까지 3개의 RFC가 맞물린다.
그림 1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이는 RFC(또는 키릴 문자로 POK) 모델.
출처 : 2023년 5월 우크라이나군 참모부가 공유한 러시아 포병교리의 발전 개요.
POK : 에르오카. Разведивательно-Огновой Комплех, 정찰화력순환체계, RFC.
Cредство разведки : 정찰자산.
Орлан управления : 오를란 운용병.
Cредство поражения : 타격자산.
2022년 12월 아르테미프스케(Artemivske)의 한 마을에서 보인 러시아군 돌격팀의 행보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전한 RFC 적용을 설명하기에 좋은 사례다. 몇 대의 UAV가 도시 내 돌격팀 위로 비행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포병의 위치를 식별하기 위해 도시 밖에서 정찰을 수행했다. 또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군)예비대가 기동가능한 경로를 계속 감시했다.
세 번째 UAV는 우크라이나군의 매복 및 사격위치를 식별하기 위해 돌격팀에 앞서 비행했다. 그리고 네 번째는 돌격팀 바로 위로 날아가 돌격팀 지휘관에게 전술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UAV 중 하나라도 목표물을 식별하면, UAV 운용병은 좌표를 돌격팀 지휘관에게 전달한다.
목표물에 포병을 투사해야 하는 경우, 돌격팀 지휘관이 이를 명령하고 돌격팀에 할당된 포병이 이를 수행하거나, 요청이 상급사령부로 이전돼 해당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UAV 자산을 활용, 화력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전투는 스트렐레츠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중앙집중식 사격통제를 우회하고, 계층화된 RFC를 통해 화력을 전달하는 구조는 그림 2에 요약돼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정보는 UAV에서 지휘소로 전달될뿐만 아니라, 검은색 선으로 표시된 스트렐레츠 시스템을 통해 화력 관찰자에게 직접 포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휘관은 시스템을 켜고 있더라도, 교전 과정에 반드시 간섭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림 2 : 러시아군 박격포 소대의 지휘부 및 관측소 부재시 관리의 대략적인 계획.
출처 : 2023년 5월 우크라이나군 참모부가 공유한 러시아 포병교리의 발전 개요.
역자는 포병 출신이지만 영문 및 키릴 문자로 된 군사용어가 생소한 경우가 많아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러시아군의 기갑, 전자전, 방공, 공군에 대해서 다룹니다.
RUSI 보고서 : 전쟁 2년차 러시아군의 전술(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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