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이런 제목을 성토하는 번역글
원문(포린폴리시, 영어)
우크라이나 여성의 외모는 여러분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페티쉬화된 우크라이나 여성성은 소련 해체 이후의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과거에 뿌리를 둔다.
by 올렉산드라 포보로즈니크, 2023년 2월 12일 오전 6시
한 여성이 2022년 8월 22일 독립기념식에 키이우에 전시된 파괴된 러시아 자주포에 중지를 치켜들고 있다.
사진 : OLEKSII SAMSONOV/GLOBAL IMAGES UKRAINE VIA GETTY IMAGES
포린폴리시 기고.
3줄요약
1) 니네가 보는 우크라 미녀, 그거 사실 타고난 거 아니고 졸라 꾸민거임. 전통적인 미인상은 좀 다르다.
2) 우크라 여자들이 이쁜건 소련 해체 이후 1990년대 생존전략의 일환임. 실제로 남자 꼬셔서 골드디깅 하려고.
3) 러시아에서는 그런 편견 심지어 더 심하다. 다른거 칭찬할거 더 많으니 자제해달라.
(이하 본문)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도시를 강타하고 군인들이 참호를 지키는 한편, 온라인에서도 전세계의 우크라이나 지지자들이 러시아 트롤 및 파시스트 유저들과 충돌해 전선이 형성됐다.
필자는 공습 경보가 울리고, 자폭 드론 공습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키이우를 떠나기를 거부하고, 온라인에 계속 접속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필자는 SNS 시대에 머무는 한 명의 우크라이나인으로서 분노하고 격앙되며, 감정적으로 지쳐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우크라이나 여성의 외모에 집착하는 행태였다.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외모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우크라이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여성이 섹시하고 요리를 잘한다"같은 주장이 포함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러한 발언 자체가 크게 불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장 닥친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여성(뿐만아니라 동유럽 여성 전체)에 대한 고정관념은 골칫거리고,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 이는 전후 국가가 고려해야 할 성별 및 국가적 정체성의 문제다.
풀뿌리 운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지지자들의 비공식 커뮤니티는 의견 충돌과 내부 토론 때문에 취약하다. 우크라이나군이 굳이 바그너 그룹 용병을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교환해야 했는가? 등, 매우 복잡한 주제로 토론하는 경우에도 보통은 예의바르게 진행된다.
토론의 대부분은 순 이론에 불과하다. 윤리적 문제로 토론이 오가기도 하고, 군사전략을 상세하게 분석한다거나, 카메라에 푸틴이 잡힌 클립이 나오면 푸틴의 건강이 악화된 게 아닌지 단서를 찾으려고 논쟁이 오간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여성의 인상에 대한 논쟁은 좀 더 개인적인 문제다.
온라인상에서 오가는 얘기를 살펴보면 의도는 좋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일반화부터 시작해 "타고난 매력(naturally attractive)"이라거나 "단정한(well-groomed)" 우크라이나 여성을 "서방 여성"과 비교하는 노골적인 객관화(보통 서방 여자들이 페-미 때문에 망가졌다느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필자가 겪은 것 중에 가장 황당한 경우는, 한 외국인이 필자가 맥도날드가 우크라이나에 복귀했다며 자축하자 화를 냈던 일이었다. 그 남자는 우크라이나 여자가 예쁜 이유가 신선한 농산물로 집에서 만든 간소하고 건강한 음식을 꾸준히 먹었기 때문이라며 우겼다. 급기야 필자가 몇 달 동안 꿈꿔왔던 치즈버거(필자에겐 정상적인 삶에 대한 환상이기도 했던)를 먹는다고 나무라기도 했다.
2006년 3월 17일 키이우, 우크라이나 패션위크 동안 Andre Tun의 기성복 컬렉션 의상을 입은 우크라이나 모델들.
사진 : SERGEI SUPINSKY/AFP VIA GETTY IMAGES
이런 글을 올리는 유저들은 우크라이나 여자들의 외모에 선입견이 들어간 이미지를 공유하고, 리포스팅한다. 정작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 여자들에게 있어 전통적인 미적 기준은 짙은 갈색 눈, 짙은 눈썹, 황갈색 피부였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이미지는 화장이 짙고, 풍만한 몸매에 금발벽안 소녀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이런 글을 올리는 남자들은 우크라이나의 투쟁을 지지하고, 단순히 우크라이나 여성을 좋아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우크라이나 여자들 본인임)은 소름끼치고 페티쉬라고 비난한다. 참 복잡한 점은, 온라인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며 큰 목소리를 내는 외국인 지지자들이 대부분 남자라는 점이다.
물론 다른 나라의 여성을 페티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이면에는 우크라이나 여성에 대한 외모지상주의라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이 존재한다. 바로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에 자리잡은 현실 말이다.
우크라이나 여성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여자들의 미모가 타고났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좋아한다는 그 모습은 사실 (타고남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여자들이 외모에 쏟는 노력의 양이다.
소련 해체는 우크라이나 사회와 이데올로기 모두에 격렬한 변화를 가져왔다. 성별에 대한 표현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련은 여자들에게 흠없고, 강인하고, (어떤 면에서)사회주의 유토피아를 완성하는 중성적이면서도 무성적인 건설자(=이데올로기적)임과 동시에 내조하는 아내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어머니(=전통적)의 역할을 요구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는 두 가지 새로운 여성상이 등장했다. 저명한 우크라이나 인류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역사가 옥사나 키스(Oksana Kis)는 이 양극의 정체성을 베레히니아(Berehynia : 난로의 여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민족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사이비 여성상)와 바비 인형(Barbie)으로 분류했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의 젊은 여자들은 바비 인형이라는 정체성을 채택했고, 서구 미디어와 소비지상주의(consumersim)가 갑작스럽게 유입되면서 더욱 커졌다. 급변하는 사회상과 불확실한 미래가 낳은 정체성이기도 했다. 소련 시절만 해도 노동력에서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고, 국가가 제공하는 육아 및 사회적 지원에 의존해왔던 수백만 여성들은 갑작스레 무자비한 남성들이 주도하는 무법천지의 사회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소비에트 이데올로기는 여성에게 동지이자 어머니라는 이중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입시켰지만, 1990년대는 꿈꾸던 삶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갑자기 쏟아져들어온 서구 TV 및 잡지의 영향을 많이 받음)이 부자가 된 강인하고, 공격적인 남성을 유혹하는 길임을 가르쳤다.
외모는 널리 쓰이는 사회적 통화(currency)가 돼 버렸고, 한때 야망 가득하고 젊은 우크라이나 여자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영향력이자 권력이었다. 2000년대 초반, 우크라이나 시장에 진출한 엘레(Elle) 및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우크라이나 버전 등의 잡지들은 우크라이나 여자들에게 최신 트렌드, 몸매, 젊음을 유지하는 법, 남편을 만족시키고 라이벌을 쫓아내는 법 등을 공격적으로 설파했다.
러시아의 전 식민지(및 러시아 본토) 출신 여성들이 해외여행을 더 자주 다니고, 서방 관광객들이 새로이 유입됨에 따라 슬라브인 여자들은 매춘에 뛰어들었고, 너무 많은 질문을 주고받지 않고 부유한 외국인들과 결혼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2005년 4월 19일 키이우의 신문 가판대에 여성 잡지가 진열되어 있다.
SERGEI SUPINSKY/AFP VIA GETTY IMAGES
다행스럽게도 최근 페-미니즘(안정, 민주주의,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움직임 등과 함께)이 부상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여성들에게 전통적인 주부나 골드 디거(gold digger : 꽃뱀)에 머무른다거나, 남편의 비위를 맞추어 가면서 자기 자신을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을 주었다.
우크라이나 잡지는 독자들에게 남자를 유혹하려면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대신, 정치, 가정 폭력, 성적 정체성, 자산관리, 건강 같은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아니면 전쟁 중 정전에 대처하는 법이라던가. 여성들은 끊임없이 화를 내는 상사에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도 인상적인 경력을 쌓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의 약 15%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크라이나 의회의 20% 이상이 여성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우크라이나 여성의 페티쉬화를 막지는 못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우크라이나군 사진에 달린 댓글을 한번 보라. 상대적으로 무해한 서방측 지지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보든, 러시아측에서 나오는 훨씬 더 충격적인 단어든 고정관념은 끈질기게 지속된다. SNS에 올라온 Z-러시아인들의 댓글은 우크라이나 여성과 소녀를 겨냥한 페티쉬즘적 사디즘(ex. 강.간, 강제이주된 우크라이나 아내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같은 질문, 그냥 비웃는 댓글 등)으로 가득 차 있다.
2022년 12월 14일 정전된 키이우의 한 네일 살롱.
SERGEI SUPINSKY/AFP VIA GETTY IMAGES
우크라이나 여자들에게 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다른 식민제국과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여성을 매력적이면서도,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무례하고 순진한 지방민으로 취급하거나, 최악 경우 조롱해야 할 이국적 대상으로 취급해왔다. 19세기와 20세기 러시아 시인들은 우크라이나(당시에는 "소러시아"라고 부름)를 미신에 빠지기 쉽고, 원시적이지만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이국적인 장소로 취급했고, 소련 해체 이후에도 이런 인식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2000년대 초 러시아에서 리메이크된 “내니(The Nanny, 1993-1999년까지 방영된 CBS 시트콤)”는 방영되자마자 엄청난 히트를 쳤다. 미국판 원본과 러시아판 리메이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리메이크 버전에서 프란(Fran, 전형적인 미국계 유대인, 원작에서는 거리에 똑똑한 사람)은 세련된 모스크바 가족과 함께 일자리를 찾은 마리우폴 태생의 우크라이나 이주노동자 빅카(Vicka)가 되었다.
7시즌간 방영된 “내니”에서 빅카는 (우크라이나)억양이 심하고 교육이 부족하며, 골드 디거, 저속한 행동 때문에 조롱의 대상이 됐다(작은 물건을 훔치는 것이 그 예다. 시리즈 등장인물 한 명은 공개적으로 "러시아 가스를 훔치는 우크라이나인"과 비교되곤 했다.) 그러나 빅카는 결국 부유하고 지적인 남자 주인공과 결혼할 만큼 예쁘다고 설정됐다. 2022년에도 이런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친우크라이나적인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여성의 외모를 찬양하는 것에도 잠재적인 대가가 따른다. 우크라이나인들을 “완벽한 희생자(perfect victims)”로만 보고 순전히 예쁘고, 주로 백인이며, 특정 유형의 여성성만을 보고 동정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우크라이나 여자가 생각보다 예쁘지 않거나, 온순하지 않으면? 그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안 될 이유가 될까? 침략자가 잔인한 성폭력을 휘두르는 전쟁을 두고 여성을 물신화하는 것은 특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물론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여성을 예쁘다고 해서는 안 된다거나, 우크라이나 여자가 예쁘다 했다고 갑자기 여러분이 괴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모가 생존 전략이기도 했던 우크라이나인들에겐 다른 칭찬거리를 찾는 게 낫다.
끝.
읽어줘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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