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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필력을 좋지 않은데 사용한 사람

РКК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19 09:52:14
조회 1554 추천 26 댓글 17
														

폴 카렐(Paul Carell)이란 작가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1960년대부터 독일군을 다룬 저작들을 미국 시장에 출판하며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그의 저작인 Hitler Moves to East, Scorched Earth, Foxes of the Desert 등은 미국 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최근까지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PC통신 시절의 분들이 카렐의 책을 접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한 블로그에서 카렐의 책 일부를 번역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http://mungia.blog.me/80048951395 


카렐의 책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은 블로그 링크에서 볼 수 있듯이 그 필력이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카렐은 독일 장군들의 사령부부터 일반 병사들의 중대까지 흡사 필자 자신이 현장에서 전달해 주는 것처럼 자세하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뛰어난 르포타주 작품을 연상시키며, 흡사 잘 쓴 전쟁소설을 읽는 기분까지 듭니다. 이러한 서술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책의 주체로 나오는 독일군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카렐의 이러한 서술이 영미권 시장에서 책이 잘 나가게 되는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폴 카렐은 이러한 서술 뒤에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의 정체는 바로 나치 독일의 외무부 언론과장이자 일반친위대 상급돌격대지도자였던 파울 카를 슈미트(Paul Karl Schmidt)였습니다.



파울 카를 슈미트는 킬 대학의 대학생이었던 시절인 1931년에 나치당에 가입한 사람이었습니다. 슈미트는 킬 대학에서 나치 학생조직을 이끌었고, 1937년에 친위대원이 된 이후 주로 출판과 언론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다가 리벤트로프에게 발탁되어 외무부 언론과장이 되었습니다. 슈미트의 업무는 외신에 나치 독일의 정책을 선전하고 반유대주의를 해외로 전파하는 일이었습니다. 슈미트는 1943년에 7월에“유대인은 어디서 나타나건 전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유대인은 정치적 병균이고, 어떠한 국가조직도 부패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효소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반유대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1944년 5월에 나치의 "최종해결"에 의하여 헝가리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로 강제이송시키려는 계획이 추진되자, 슈미트는 이 상황이 외신에 보도될 시 유럽 국가들의 공론을 계산하여 1944년 5월 27일에 상부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헝가리의 유대인에 대한 행동이 진행 중이며, 6월에 부다페스트 유대인에 대한 주요 행동이 계획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그 규모가 커서 관심을 끌 것이고 강력한 반발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적들은 경악할 것이고 인간성 등이 무너졌다고 비난할 것이며 중립국들을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행동의 이유를 만들어내고 설명해주어야 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자면 유대인 모임과 예배당에 숨겨진 폭발물 수색, 조직적인 태업행위 계획이나 쿠데타, 경찰에 대한 공격, 헝가리 경제를 좀먹는 암거래를 방지하기위한 행동 등의 명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의 핵심은 대규모 일제검거를 정당화시켜줄 만큼의 특별히 극악한 사건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볼 때 슈미트는 한 마디로 프로 주작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상부에 얼마나 수용되었는지, 그리고 슈미트가 맡은 역할이 헝가리 유대인의 절멸에 대한 실질적 책임소재가 있었는지 불분명했던 관계로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형벌을 피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파울 카를 슈미트는 정체를 숨기고 파울 카렐(Paul Karell)이나 P. S. 홀름(Holm)이란 가명을 쓰며 슈피겔과 빌트를 비롯해서 언론을 가리지 않고 여러 곳에서 연재물을 기고했습니다. 그리고 슈미트는 저작을 영어 출간을 검토하기 시작하며 폴 카렐로 필명을 변경했습니다. 딱 봐도 독일인처럼 보이는 이름을 영미권 이름, 또는 무국적스러운 이름인 폴 카렐로 바꾸면서 영미 시장에서 그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려는 속셈으로 추정됩니다. 


카렐의 책이 생생한 것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카렐은 외무부 언론과장을 지내며 자신이 속한 친위대는 물론이고 국방군 인사들과 자주 교류했고 국방군의 선전들도 해외에 보도하는 역할도 맡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카렐은 군에 대해 들은게 많았고 거기서 들은 이야기들을 책에 풀어넣을 수 있었던 겁니다. 또한 오랫동안 선전선동에서 승승장구했던 경력도 책을 재미있게, 그리고 실감나게 쓰는데 큰 도움을 주었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카렐의 책들은 아주 오랫동안 인기를 끌며 독자들을 독일군에 감정이입 시키며 국방군 군인들을 전쟁범죄와 무관하고 러시아 민간인들을 도와주며 뛰어나게 싸우는 멋진 군인으로, 무장친위대도 나치와 거리가 먼 엘리트 군인이자 다른 군인과 다르지 않은 군인으로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절멸계획이나 아인자츠그루펜은 그냥 언급 자체가 안되고, 나치 부역자들을 자유의 투사로 둔갑시킨 것도 덤이고요. 이리하여 카렐은 깨끗한 독일국방군 신화를 영미권에 퍼트리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폴 카렐의 책에 심각한 문제, 특히 나치 프로가파간다의 서술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연구들은 최근에서야 등장했습니다. 그 시간적 간극 동안 폴 카렐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폴 카렐이 본질적으로 나치의 선전관료이자 프로 주작러임을 보았을 때, 그의 책들이 가진 위험성을 경계해야 하며 또한 결국 쉽고 재미있는 책들이 가진 위험성을 경계해야 함을 명심하게끔 합니다.


출처


Ronald Smelser, “The Holocaust in Popular Culture: Master-Narrative and CounterNarrative in the Gray Zone”, in Jonathan Petropoulos and Kohn Roth (eds.) Gray Zones.Ambiguity and Compromise in the Holocaust and Its Aftermath (New York: 2005)


Ronald Smelser and Edward Davis, The Myth of The Eastern Front:The Nazi-Soviet War in American Popular Culture. (CambridgeUniversity Press, 2007.)


Danies Uzel, The Propaganda Warriors: The Wehrmacht and the Consolidation of the German Home Front (Peter Lang,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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