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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드디어 제랄디나를 출산하는 젠틸돈나

순애대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5 01:38:56
조회 1863 추천 64 댓글 14
														


젠틸돈나의 트레이너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의 기로에 서 있다.

트레이너 자격 시험을 치룬 뒤 합격자 통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자신의 이름과 수험번호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치기 어린 신입이건 완숙한 베테랑이건 그 누구도 감히 계약을 넘보기 힘들던 '귀부인', 젠틸돈나에게 내심 긴장하면서도 겉으로는 당당하게 계약 제안을 건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최선을 다한 헌신 아래에서 성장한 그녀의 데뷔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트리플 티아라 첫 경기인 오카상을 지켜보는 것도, 티아라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경기라는 오크스를 지켜보는 것도, 트리플 티아라의 완성을 상징하는 슈카상을 지켜보는 것도 아니다.

그 '폭군'과의 대결이었던 재팬컵을 목도하고 있지도 않고, 첫 해외 경기였던, 그리고 첫 G1 패배였던 3년차의 두바이 시마 클래식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골드쉽에게 뼈아프게 패한 타카라즈카 기념을 보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의 가을 천황상을, 두 번째 재팬컵을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해외 승리였던 두 번째 두바이 시마 클래식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와 함께 트윙클 시리즈의 유종의 미를 장식한 아리마 기념을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모두 과거의 일이었으니까.

젠틸과 함께 이미 겪고, 젠틸과 함께 이미 부딪혔으며, 젠틸과 함께 이미 이겨낸 일이었으니까.

그 모든 일들을 겪고 난 뒤,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서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젠틸을 보았을 때, 우연찮게도 그녀 역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자신을 향한 시선에 담긴 감정은, 신뢰, 호의, 애정.

분명, 젠틸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에도, 그와 같은 감정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아니. 분명 그렇기에... 그녀의 자신에 대한 사랑을 매개로, 그녀와 결혼을 할 수 있었겠지.

그래. 그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쌍방향이었다.

그렇게 젠틸돈나와 결혼한 지금, 그는 젠틸의 남편으로서,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인 제랄디나의 아버지로서, 트레이너는 아내가 무사히 딸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기다리고, 또 견뎌내고 있다.

분명 처음에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아내는 '지상 최강의 우마무스메'에 도전하는 자인 동시에, 그 최강에 가까운 여자였으니까.

비단 레이스에서의 능력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녀의 피지컬, 그녀가 보여온 능력들, 그녀와 함께 겪은 일들... 그 모든 것을 종합해 보자면, 그녀는 정녕 '강함'이라는 단어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여자였다.

특히, 트윙클 시리즈 현역 시절이 아니라 임신한 뒤가 더욱 무시무시했다.

현역 시절 철구를 압축시키는 것 같은 모습에서 더 나아가, 근육을 활성화하여 25톤 덤프트럭을 멈춰 세우거나,

복부 근육을 압축시켜 임신 7~8개월에도 임신 1개월 때의 외양으로 돌아가거나,

자궁근을 이용해 자신의 뱃 속에 있는 제랄디나에게 훈련을 시키거나,

만삭의 몸으로 벤치 1톤 정도를 가뿐히 들어 올리거나.

물구나무를 선 채로 30분, 나아가 1시간을 버티며 딸과 자신의 육신과 정신력을 동시에 훈련시키거나. 물구나무에서 멈추지 않고 그 상태로 푸쉬업을 하면서 괴력을 과시하거나.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괴이쩍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식겁하기도 했으며, 한 편으로는 두통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그런 젠틸을 보면서, 결국 마지막에는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름답고, 그렇게 강인하고, 그렇게 튼튼하고, 그렇게 완고한 여자니까. 함께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이 곳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그리고 그런 여자이기에. 분명 제랄디나 역시 무사히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츨산 예정일이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어쩔 수 없이 걱정되고, 어쩔 수 없이 긴장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했다.

아무리 젠틸이 강하다고 한들, 트레이너는 그녀의 남편이었고, 제랄의 아빠였으니까.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의사로부터 두 사람 다 무척이나 건강하니 출산 역시 순조롭게 진행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아무리 젠틸로부터 괜한 걱정 말라고, 자신이 어떤 여자인지 잊은 거냐는 말을 들어도,

아무리 젠틸 뱃 속의 제랄디나로부터 모스 부호로 아버님께서는 걱정을 사서 하신다는 회답을 받아도,

장인어른과 장모님으로부터 우리가 딸아이와 손녀를 잘 챙길 터이니 트서방은 걱정 말고 본인 업무를 하다가 연락이 도착한 뒤에 산부인과로 와도 된다는 말을 들었어도.

남편된 몸으로서, 아버지가 된 몸으로서. 두 사람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출산을 걱정했고, 당연히 출산에 긴장했다.

그렇기에 출산 예정일 몇 주 전을 기하여, 그는 트레센에 휴가를 신청하고서는 젠틸의 곁에서 그녀를 돌보고, 그녀를 챙겼다.

평소 대로 식사 준비를 하는 것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청소와 빨래 같은 모든 집안일을 자신이 하며, 물 한 컵을 떠오는 것 조차 젠틸이 아닌 자신이 할 정도로.

"훈련도 당분간은 쉬도록 해. 출산 예정일이 코 앞인데 훈련을 하는 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어. 아무리 당신같은 사람이라 해도 말이야. 무거운 기구를 들고 있거나 할 때 갑자기 진통이 시작되거나 하면 정말 큰 일 날 수도 있다니까?"

그러면서 자신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미소 짓는 트레이너의 모습에, 젠틸은 출산 예정일까지 남은 시간을 잔잔한 미소와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젠틸은, 애시당초 다른 산모들과 달리 출산 자체를 걱정하거나 긴장하지 않긴 했다.

이미 제랄디나와의 대화를 통해, 출산을 상호간 스파링-이른 바 '모자대전'의 기회로 삼으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함께 출산을 위해 힘내기로 했으니까.

요컨대 젠틸도 제랄을 낳기 위해 힘내고, 제랄 역시 엄마의 뱃 속에서 나오기 위해 힘쓰기로 했으니까.

"서로가 함께 한 방향으로 힘을 낸다 하더라도, 훈련이 되긴 할 터이니까요."

그러면서 배를 쓰다듬는 젠틸은, 자신이 직접 훈련 시킨 제랄디나라면 분명히 무사히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출산 예정일까지 남은 시간을 언제나 밝고 화사하게 보낼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젠틸은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자신의 옆에서, 자신의 손을 잡고, 자신에게 웃음을 건네주는 자신의 남편 덕분에 말이다.

"정말... 나는 괜찮다니까아아앗?!!!"

...진통이 오기 전 까지.

자신에게 직접 끓인 전복죽을 손수 한 숟갈 떠서 먹여주던 트레이너를 향해 그렇게 진통에 따른 격한 외침을 내지른 젠틸.

갑작스러운 사자후에 그녀 바로 옆에 있던 트레이너의 귀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 나오지만, 그는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아내를 우선해서 걱정한다.

"왜, 왜그래. 젠틸?! 진통이 시작된 거야?!"

과연, 아무리 젠틸이라고 할 지라도 출산 진통에 대해서는 날카롭고 강하게 반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뱃속에 있는 제랄디나가 지금까지의 어마어마한 훈련 과정으로 인하여 건강 우량아 중에 건강 우량아가 되었으니만큼, 오히려 젠틸이 겪을 진통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아이가 크고, 억세고, 강하다- 그것은 곧 뱃속에서의 아이의 요동이 강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했으니까. 아무리 제랄디나가 출산을 매개로 어머니와 스파링을 겨룰 의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트레이너의 선택이 옳은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막상 아내의 진통을 목도하니, 그 젠틸이 인정한 유능하고 뛰어난 트레이너인 그조차도 순간적으로 식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 순간만을 위해 젠틸의 옆에 붙어있었던 만큼, 재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두 사람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로 하여금 행동을 재촉케 했다.

트레이너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통증을 호소하며 젠틸을 부축하여 차에 태우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간다. 고통 때문에 자신의 팔을 으스러질 정도로 꽉 쥔 젠틸 덕에 한 쪽 팔이 완전히 부숴질 뻔 했지만, 어쨌든 결국 그는 임무를 완수했고 덕분에 젠틸은 무사히 출산 준비에 임할 수 있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도움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트레이너는 아직도 젠틸이 쥔 자국이 남아 있는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보며 이렇게 읊조렸다.

'...장모님이 도와주시겠다고 한 이유가 있었어...'

젠틸이 조금만 더 강하게 힘을 주었어도 자신의 팔은 박살이 나버렸을 것이다.

그나마 젠틸이 악착같이 이성을 유지하려 애쓰고, 거기에 더하여 어찌저찌 그녀 뱃속의 제랄디나가 이대로 가다간 아버지가 '쥐라기 시대의 원시인'이라는 모순의 극치에 다달은 존재에게 팔이 날아간 '중화 4천년 역사를 응집한 권웅' 꼴이 날 거라 생각하여 어떻게든 진통을 억제한 덕분에 직전에 멈춰질 수 있었지만, 트레이너는 자칫 젠틸에게 큰 죄책감을 줄 뻔 했다며 안도한다.

"내가 당신을 병원으로 바래다 줘서 다행이야."

그리 말하는 트레이너에게, 젠틸이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래도 직장에서 일하다가 아내의 진통 소식을 듣고 달려오는 남편이란 것도 제법 클리셰인데, 그걸 부숴버리는 군요. 당신은."

"너와 함께 하다 보니 부수는 것에 익숙해 졌어."

"...칭찬인가요?"

"칭찬이야. 철구에서부터, 운동기구, 나아가 너를 가로막는 수 많은 라이벌들과 경기들, 너의 한계마저도 부숴버린 너에 대한 경의기도 하고."

젠틸은 그런 트레이너를 살짝 내리깔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미안함 실린 목소리로 대답한다.

"...내가 당신 팔을 부숴버릴 뻔한 걸로 그런 말을 한 건줄 알았는데... 당신은 그걸 신경 쓰지도 않는군요."

트레이너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런 걸 굳이 마음에 담아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당신이 겪은 진통을 생각하면, 그런 것쯤은 잊어야지. 뭣보다 진짜로 부숴지진 않았잖아? 당신이랑 우리 딸 덕분에. 그거면 됐어."

그러면서 웃어보이기까지 하는 트레이너에게, 젠틸 역시 다시금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래요. 우리 딸 덕분에."

그로부터 얼마 뒤, 두 사람은 뒤늦게 달려온 장인어른, 장모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몇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어쩔 수 없는 진통이 몇 번이고 몇 십번이고 반복되었지만, 젠틸은 이후의 진통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자신의 기합만으로 억제하고 이겨내며 버텨냈다.

그런 기합 아래에서, 젠틸은 이런 말을 읊조렸다.

"역발산혜기개세...!(力拔山兮氣蓋世,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느나니.)"

과거 중국의 전설적인 우마무스메, 오추가 자신의 주인 항우와 함께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며 읊조렸던 말을 마찬가지로 되뇌이며 곧이어 벌어질 싸움을 준비하는 젠틸의 모습은 가히 전장으로 진군하는 대장부의 모습과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기합으로 고통을 참고 또 참다보니, 어느새 젠틸의 출산이 진짜로 임박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시작된 분만 2기에 이르러, 트레이너는 장모님, 장인어른과 달리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 남아서 출산을 입회하는 것을 선택했다.

초보 아빠들이 출산의 장면을 목격하면서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그 장면은, 자신의 아이의 탄생의 장면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질적이고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그런 충격 때문에 자칫 아내와, 가족과 서먹해 질 수도 있다고.

하지만 트레이너는 감내하기로 한다.

기이한 것은 이미 지금까지 충분히 겪어왔으니까.

무엇보다도,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럴 때에는 옆에 가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정말 괜찮겠나요?"

"...괜찮아. 나는 당신 옆에 있을 거야."

젠틸의 손을 잡아주면서,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젠틸은 여전히 걱정어린 눈길로 트레이너를 바라본다.

"...당신이 볼 광경도 걱정이지만, 내가 고통의 와중에 당신의 몸 어디 한 곳을 부러 뜨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말에 트레이너의 등골이 일순간 서늘해 졌으나, 트레이너는 그것을 참아낸다.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되면 당신 손에 안 잡히도록 할게. 대신에 옆에서 응원하고, 당신을 격려할 테니까. 우리 제랄도, 자기가 태어날 때에 아빠가 옆에 있는 걸 좋아할 거야."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더 이상 말리지 않을게요. 대신... 조심해요. 내 손에 잡히지 않게."

"...알겠어."

그리고...

젠틸이 본격적으로 분만에 들어간 뒤서부터, 트레이너는 젠틸의 옆에서 이를 꽉 깨문 채, 땀을 비오듯이 떨어트리며, 그녀의 분만을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 주었다.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주었고, 그녀의 옆에서 그녀가 자신을 향해 시선을 보내면 그 때마다 애써 웃음을 지은 채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버텨...!"

그렇게 남편이 옆에 있어주는 것이, 남편이 이를 악물고서 어떻게든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과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혼란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것이, 자신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젠틸로 하여금 악착같이 고통을 참고서 제랄을 출산하게끔 했다.

다만 그저 묵묵히 고통을 이겨내며 출산을 향해 전진할 뿐이다. 마치 화타에게 독화살에 맞은 팔을 수술받는 관운장과 같은 기세로, 그녀는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도, 비명 한 마디는 커녕 신음조차 흘리지 않는다. 그 어마어마한 정신력에 출산을 돕는 의사와 간호사들 조차 탄성과 경이를 느낄 정도다.

"이것이... 지상 최강...!"

의사 중 한 명은 그렇게 읊조릴 정도다.

그런 젠틸의 모습에, 트레이너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만다. 분명 젠틸이 고통에 겨워 자신도 모르게 당신의 손을 부러뜨릴 수 있다며, 자신의 손을 잡아주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애쓰고 또 애쓰는 젠틸의 손을, 저도 모르게 잡아 버린다.

그렇게 힘을 내는 자신의 아내에게, 그렇게 용을 쓰는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무의식적으로.

하지만 트레이너의 손은 젠틸의 손아귀에 꺾이거나 으스러지지 않는다.

젠틸은, 그저 트레이너를 땀이 흥건한 얼굴로 바라보면서, 그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쥘 뿐.

말은 오가지 않았지만, 트레이너는 자신을 향하는 젠틸의 눈동자를 통해 그녀가 자신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말을 알 수 있었다.

'내 옆에서 지켜줘서 고마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마음에, 트레이너는 자신의 남은 한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싸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 두 사람 다."

그런 트레이너의 복돋움과, 젠틸의 선천적인 강인함, 그리고 제랄의 '태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겹쳐, 젠틸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제랄디나를 출산한다.

...소요된 시간은 고작 해야 20분.

제랄이 5.7kg의 어마어마한 우량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산모들에 비해 훨씬 빠른... 아니, 그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수준의 출산 속도.

그렇게 태어난 제랄이 의사에 의해 들려져 두 사람에게 보여진다.

"건강한 공주님이네요. 두 분, 축하드립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젠틸이 제랄을 안고, 트레이너가 그녀 옆에서 제랄을 바라본다.

언젠가 오르페브르와 비르시나, 비블로스, 골드쉽, 슈발 그랑, 원 바리사리옹 같은 이들과 그녀들의 트레이너가 집들이를 했을 때, 그들은 젠틸과 그 트레이너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너희 부부가 제랄을 임신 중에 겪는 일들을 들어 보건대 출산 후에도 뭔가 엄청난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막 혼자 탯줄을 끊고 스스로 일어서는 거 아냐?"

"후후... 사방으로 몇 걸음을 내딛으며 여의 트레이드 마크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칠지도 모르겠군."

"텔레파시로 날 쓰다듬으라고 명령할 지도 몰라."

"우마무스메의 꼬리가 아니라 원숭이 꼬리가 달려 있으면 어떻게 함까? 나중에 노란 머리를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에네르기파를 쏠지도 모름다."

하지만 그들과 그녀들의 말은 모두 틀렸다.

제랄은 그저, 다른 여느 신생아들처럼, 우렁차게 울 뿐이다.

아주 크고, 힘차게.

마치 그녀를 잉태한 뒤부터 그녀와 함께 겪어왔던 일들이 모두 환상이라도 된 듯, 정말로 평범하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주 평범한 것은 아니었다.

그 울음소리는, 평범한 신생아들을 월등히 상회할 정도의 울음소리였으니까.

어마어마한 건강 우량아다 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뿐이다.

그녀는 스스로 탯줄을 끊지도 않았고, 스스로 일어서지도 않았다. 사방을 걸어다니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 선언치도 않았다. 꼬리도 정상적인 우마무스메의 꼬리였고, 귀도 정상적인 우마미미였다.

특출나지 않은 탄생. 평범하기 그지 없는 탄생. 그저 다른 신생아들보다 크고, 다른 신생아들보다 튼튼하고, 다른 신생아들보다 건강하고, 다른 신생아들보다 크게 울 뿐인, 평범한 탄생.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너와 젠틸돈나는, 그런 제랄디나를 함께 품에 안으며, 그녀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향해 부모다운 웃음을 보내며, 그 아이를 향해 부성애와 모성애를 함께 보냈다.

"무사히 태어나 줘서 고마워. 우리 아가."

"무사히 태어나 줘서 고마워요. 우리 아가."

그런 두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제랄디나는 우렁차게 울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틸돈나와 트레이너는, 그 아이를 쓰다듬으며, 서로에게 이렇게 맹세한다.

이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바치자고.


그렇게, 그들은 마침내 세 가족이 되었다.


---

그 이후의 일은 어떨까.

과연 '지상 최강의 우마무스메'에 도전하는 여자 답달까. 젠틸은 어마어마한 회복력으로, 산후 어떤 병치레도 없이 금새 말끔히 기운을 회복해 버린다.

산후조리원이니 처가댁에 가서 요양을 할 필요도 없이, 바로 가정으로 복귀해도 무방할 정도로.

오히려 하루 10근 고기와 1말 쌀을 먹으면서, 제랄디나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동시에 자신의 발로 호두를 까 부수며 그것으로 훈련을 대신할 정도인지라, 병원의 모두가 보기에 그녀는 두렵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몸을 회복한 그녀는 자신의 품에 제랄디나를 안고, 일부러 가련한 척 트레이너에게 부축을 받으며 처가에서 하루를 묵은 뒤, 자신과 트레이너의 러브 하우스로 돌아왔다.

"참. 나 출산휴가 신청했어."

제랄에게 모유를 배불리 먹인 뒤 잠든 아이를 쓰다듬고 있던 젠틸에게, 트레이너가 그렇게 말했다.

"기간은 어느정도래요?"

"일단 1달 정도 잡아준대. 역시 트레센의 트레이너 복지는 최고라니까."

"평시에 블랙기업 수준의 혹사 때문에 말이 많은데 이런 거라도 잘 챙겨줘야죠."

"하하... 뭐, 그 뒤에는 육아휴직도 고려해 보려고. 우리 제랄을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

"...전 괜찮으니까 계속 일해도 무방한데... 사실 지금도 거진 다 회복 된 거나 마찬가지고요. 제랄을 육아하는 건 나 혼자서도..."

그리 말하는 젠틸의 손을 잡으며, 트레이너가 대답한다.

"당신이 더 빨리 드림 트로피 리그에 복귀할 수 있도록 당신 옆에서 당신을 케어해 주려는 거야. 그리고 우리 제랄 옆에 엄마 뿐만 아니라 아빠도 같이 있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자신의 옆에 있고 싶어하고, 또 제랄의 곁에서 그녀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트레이너를 바라보며, 젠틸은 결국 그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만다.

그래. 다른 모두를 이긴다 하더라도, 이 남자에게는 질 수 밖에 없어. 아니. 지고 싶어- 그것이 젠틸의 생각이었다.

"...후후. 당신이 그렇게도 저와 제랄 옆에 있는 걸 원한다면야. 함께 제랄을 보살피도록 해요. 나의 아이이자, 당신의 아이니까."

"그래. 우리의 딸이니까."

트레이너가 산뜻한 미소와 함께 젠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그에 뒤이어, 자신의 부모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지는 꿈에도 모른 채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제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그런 트레이너와 마찬가지로, 젠틸 역시 손을 뻗어, 자신의 딸의 머리를 다시금 쓰다듬는다.

함께 제랄을 바라보며, 함께 제랄의 머리를 쓰다듬는 두 부부. 그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행복에 겨운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그러다 이윽고, 젠틸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런 말을 옲조리면서.

"음... 잠깐 먹을 것 좀..."

"부축해 줄까?"

자신이 자리에서 일어나마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난 트레이너에게, 젠틸은 일순간 괜찮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살짝 코웃음 소리를 내더니, 그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에스코트는 언제 받아도 기분 좋으니까. 오늘도 부탁하죠."

"걱정 붙들어 매시죠. 저의 아가씨."

"우후후... ...이제, 아가씨보다도... 부인이라고 불러줘요. 나의 남편."

그리 부탁하는 젠틸에게, 트레이너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나의 부인."

그 목소리에서는, 틀림없는 즐거움의 감정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제랄이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그러면서도 정겹게 부엌으로 향하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금슬이 좋은 잉꼬부부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


...


그런 그들을, 어느새 슬며시 눈을 뜬, 생후 보름 째의 제랄이 숨을 죽인 채 바라보고 있었으니.

그녀는 그런 자신의 부모를 바라보며, 흡족히 웃음을 짓는다.

저렇게 훌륭한 분들이 나의 부모라고.

저렇게 아름답고 멋진 분들이 나의 부모라고.

저렇게 상냥한 분들이 나의 부모라고.

저렇게 서로를 사랑하는 분들이, 나를 사랑해 주는 분들이 나의 부모라고.

자랑스럽게도 웃는다.

그러면서-이렇게 생각한다.

'...아기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옹알이를 하더라? 헤헤... 조금 이르게 시작해서 두 분을 놀래켜 드려야지.'

그런 제랄의 생각을, 두 사람은 꿈에도 알 수 없었다.


이것은, 평범하면서도 평범치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의 시작도, 끝도 아니었다.

그저 중간의 이야기 일 뿐.

이 가족은, 앞으로도 언제까지고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행복도 겪고, 슬픔도 겪고, 아픔도 겪고, 즐거움도 겪을 테지.

단언컨대 그들은 그 모든 일을 겪으면서도, 절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함께 앞을 향해 걸어 나갈 것이다. 빛나고,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


어린이날이라서 어린이 낳는 괴문서.

이것으로 '지상 최강의 암컷 젠틸돈나&제랄디나' 시리즈는 완결입니다. 봐줘서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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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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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5246 공지 🃏우마무스메 3주년 리세계 가이드 [44] 보르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04 12407 27
1210246 공지 📀 우마무스메 통합 가이드북 [2]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97305 24
2253330 공지 🎽 3주년 각종 정보 모음 [6]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08 5246 6
1275804 공지 (24.03.31) 뉴비용 가이드 [18]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9.17 65505 38
1210280 공지 📜 우마무스메 고증과 경마 이야기 [4]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3481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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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183 공지 🔦 우마무스메 갤러리 이용안내 및 신문고 [21]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80943 31
2391239 🏇경마 야스다 기념 본명은 세리포스 백색나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4 9 0
2391238 🏇경마 솔직히 부랄 무게만큼 부중 더 줘야하는거 아니냐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3 23 0
2391237 일반 야스다 드가자~ 후레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3 9 0
2391236 핫산 [きいだま]라이온한 빅짱 M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3 20 0
2391235 🏇경마 야스다 1번인기 로마용사네? 말딸갤용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2 17 0
2391234 일반 개꼴림 [2] 니가니가☆흑마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9 4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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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1232 🏇경마 이번에 진짜 본명 각이 안나온다 야스다 [2] 유리우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7 3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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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1230 🏇경마 야스다 기념 본명은 스텔라 벨로체 [3] 태양초보추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4 63 0
2391229 일반 마꾸인은 빨래판이라 좋은거야 아쟈-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4 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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