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테이오와 맥퀸의 결혼식장.

결혼식장에는 수많은 하객들이 보인다.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둘이 바쁠 때 자신이 돌봐주어도 좋겠냐는 슈퍼 크릭,

아이의 이름은 시라오키 님께 여쭤보아 정한 길한 이름으로 짓자는 마치카네 후쿠키타루,

이렇게 테이오를 보내줄 수는 없다며 울고 있는 심볼리 루돌프,

테이맥에게 덕담을 건내 주면서도 뷔페 음식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 스페셜 위크가 보인다.

그리고 상당히 특이한 점은, 신랑 테이오의 이름.

청첩장에도, 결혼식장 예약 명부에도, 웨딩 케이크에도,

“토카이 테이오” 라는 이름이 아니라 “메지로 테이오” 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 테이오는 메지로 가문의 데릴사위로 들어간 것이다.

맥퀸이 테이오를 속박하기 위해 수를 쓴 것일까? 글쎄, 테이오의 순수하게 기쁜 표정을 보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어째서 테이오는 메지로 테이오가 되었을까?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 심볼리 루돌프의 <테이오에게 학생회장 자리 물려주고 은퇴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하찌미로 테이오를 꼬셔 여러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추게 했고, 심볼리 가문의 힘으로 테이오의 눈물겨운 인간 찬가 드라마를 널리 퍼지게 하였으며, 틈틈이 테이오에게 학생회장으로서 익혀야 하는 학원의 규칙과 마음가짐에 대해서 교육도 시켰다.

“일사천리. 다들 루돌프가 떠난다면 그 자리는 테이오가 메울 것이다, 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 단 하나, 테이오에게 나의 자리를 물려줄 타이밍만 잡으면 된다.”

드디어 얻게 될 자유에 음험한 웃음을 짓는 루돌프.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테이오도 그녀의 속셈을 간파하고 있고, 학생회장을 하기는 루돌프보다 싫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발을 깊이 담궜어… 이제 와서 싫다고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렇다. 학원의 모두가 테이오를 루돌프의 후계자로 여기는 마당에 자신이 후계자의 자리를 내려놓으려고 한다면 “겸손의 표현”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무시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테이오가 학생회장을 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고, 학생회장을 너무나도 하고 싶은데 이런 이유 때문에 학생회장을 할 수 없네요”…라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리 한 번 더 부러지지 않고서야 그런 상황이 오겠냐고….”

아무리 그래도 자해는 하기 싫던 테이오. 테이오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학원의 두꺼운 규칙서를 뒤져본다.

“어라? 이거라면…”

규칙서를 샅샅이 뒤지던 테이오가 발견한 것은, 심볼리 루돌프가 학생회장이 되고 나서 개혁을 통해 추가한 규칙들 중 하나였다.

<학생회장은 철저하게 중립적이어야 하며, 어떠한 단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고하거나 행동해서는 안된다>

그 순간, 테이오의 머리 옆에 전구가 빛난다.

“테이오, 그래서 메지로 가문이 되시겠다고요…?”

“응. 우리 결혼 준비 하면서 메지로 저택에 여러 번 왕래했잖아. 그 과정에서 나는 메지로 가문의 우아한 매력에 푹 빠졌어. 나도 그 저택의 일원이 되고 싶어!”

그 날 저녁, 테이오는 바로 맥퀸에게 가서 자신의 성을 “메지로”로 바꾸어야겠다는 말을 꺼냈다.

“메지로 가문 내에서 테이오를 환영하지 않을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테이오의 부모님이 허락해 주실지.”

“걱정 마. 안 그래도 말씀을 드렸더니, ‘우리 집안도 전통과 역사가 없지는 않지만 메지로에 비하면 한 끗 쳐진다. 그래서 메지로 가문의 아가씨가 우리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는데 테이오 너가 데릴사위가 되겠다면 그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라며 허락해 주셨어.”

실제로 테이오도 부모님께서 데릴사위에 대해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조금 놀랐다.

“그런 것이라면… 곧 있을 결혼식 예정을 조금 변경해야겠네요.”

“좋았어! 그러면 된 거지? 사랑해, 맥퀸!”

“저도요, 테이오.”

“그러면 내가 메지로가 되었으니… 메지로 가문의 인구를 늘려 볼까?”

“어머, 테이오도 참…”

맥퀸을 침대로 밀어 넘어뜨리며, 테이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하여 테이오는 학생회장의 멍에에서 벗어나는 것에 성공했다.

“루돌프 카이쬬. 나는 이제 메지로 가문의 일원이 되었어. 하지만 내가 이대로 회장이 된다면, 아무리 좋은 행동을 해도 ‘메지로에 이득이 되는 행동만 하는 게 아니냐’며 중립성에 의문을 가지는 무리가 있을 거야. 그래서야 회장을 하기가 힘들겠지?”

테이오는 루돌프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고, 루돌프는 피를 토할 듯한 절망감을 억지로 참고 웃음을 유지하며 “그.래. 테이오. 정.말.어.쩔.수.없.구.나.” 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랑 테이오는 신부 메지로 맥퀸을 사랑합니까?”

“네!”

“신부 맥퀸은 신랑 메지로 테이오를 사랑합니까?”

“네!”

“그렇다면 둘은 맹세의 입맞춤을.”

이곳은 테이오와 맥퀸의 결혼식장.

결혼식장에는 수많은 하객들이 보인다.

부끄럽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손가락을 벌려 키스를 관람하는 마야노 탑건,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장난을 칠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골드 쉽,

어째 결혼식의 화려한 풍경보다도 웨딩 케이크에만 관심이 있어 보이는 오구리 캡,

그리고

이렇게 테이오를 보낼 수는 없다며 통곡하는 심볼리 루돌프가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