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고어 아이언하이드는 전투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는 도망치는 스케이븐을 무시했다. 대신, 한 스케이븐 워로드가 창병 부대를 규합하는 데 성공한 지점으로 뚫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난관을 해결해야 했다. 클랜랫과 스톰버민 무리가 탄약창의 벽 뒤에 삼면을 보호받는 채로 숨어 있었다. 수많은 오크와 스케이븐이 돌바닥 위에 죽어 널브러져 있었다. 놈들은 칼날이 아닌 래틀링 건으로 오크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림고어가 전진하자, 그는 벽에서 더러운 녹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또한 워프스톤 총알이 방패를 뚫고 그린스킨의 육신에 박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림고어는 도전의 포효를 지르며 앞으로 몸을 던졌다. 그의 무거운 발소리가 망자들 사이에서 울렸다. 한명 한명이 그림고어만큼이나 무시무시한 블랙 오크 임모툴즈가 와아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그를 따라갔다. 그림고어가 초연을 뚫고 돌진하자 총성이 울렸지만, 전쟁군주가 접근로를 잘 선택한 덕에 탄약창의 벽면이 흉악한 포화를 가려주었다. 그 와중에도 몇몇 총알이 그림고어의 행운의 갑옷에 맞고 튕겨나갔고, 한 발은 그의 흉터투성이 머리에 상처를 남겼다. 그의 뒤에서는 임모툴즈 한 명이 배에 일제사격을 맞고 죽었다. 그의 앞에서, 래틀링 건 중 하나가 갑자기 오작동하며 탄약창을 녹색 불로 밝혔다. 탄약창 안에서 에메랄드 빛 번개가 뿜어져 나왔고, 그림고어의 왼쪽을 그을리며 지나가 두 명의 임모툴즈를 죽였다. 하지만 전쟁군주는 벽에 거의 다 도착했고, 죽음을 제외하고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림고어는 마지막으로 크게 고함을 질렀고, 야생의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탄약창의 부서진 돌 벽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이미 불 때문에 약해진 벽은 먼지 구름을 남기며 무너졌다. 블랙 오크의 충돌로 인해 벽돌을 붙잡고 있던 두 거대한 석판이 쪼개져 열렸고, 곧 쓰러지며 벽 뒤에 숨어있던 스케이븐을 깔아뭉갰다. 그림고어는 절망적인 찍찍거림과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무시한 채, 자기 갑옷에 부딪히는 타일 조각과 먼지를 뚫고 돌진했다. 그는 쓰러진 석판을 넘어 달려갔고, 그의 믿음직한 도끼 깃스닉은 그가 가는 곳마다 핏빛 궤적을 남기며 휘둘러졌다. 거대한 칼날로 베고 찍을 때마다 스케이븐이 죽어나갔다. 그림고어는 셀 수도 없는 전장을 거치며 단련된 본능으로 스케이븐을 학살했다.
스케이븐의 안식처였던 곳은 빠르게 무덤으로 변하고 있었다. 엉성한 방패벽은 깃스닉의 야만적인 칼날 앞에서 분해됐고, 기수가 피흘리며 죽어가자 깃발이 쓰러졌다. 스케이븐 워로드가 계속해서 명령을 내리자, 좀 더 빽빽한 방패벽이 전진했다. 하지만 임모툴즈가 전쟁군주 옆에 도착했고, 이 벽도 블랙 오크들의 무거운 칼날 앞에서 분해됐다.
그림고어는 워로드를 향해 달려갔지만, 스케이븐은 마지막 한 수를 아껴두고 있었다. 깃스닉이 내리쳐질 때, 워보스의 오른쪽에서 갑자기 포효가 들려왔고, 랫 오거의 거대한 주먹이 그의 측두부를 당타했다. 그림고어는 비틀거렸고, 랫 오거는 다시 한 번 공격했다. 허점을 발견한 스케이븐 워로드도 자신의 톱날 검을 블랙 오크의 배에 내질렀다.
두 공격 모두 실패했다. 그림고어는 흉폭한 포효를 지르며 랫 오거에게 있는 힘껏 박치기를 먹였다. 짐승의 이빨이 부서졌고, 놈은 갑작스러운 고통에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블랙 오크의 장갑 낀 손이 워로드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그림고어는 놈을 들어올려 그의 앞에 있는 돌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워로드가 일어나기 전에, 무거운 군화가 놈의 해골을 짓밟았다. 부서지는 소리와 짧은 비명과 함께, 워로드는 침묵했다. 랫 오거는 포효하며 주인의 복수를 위해 몸을 던졌으나, 깃스닉이 놈을 가랑이에서부터 가슴까지 쪼개버렸다.
그림고어! 그림고어! 임모툴즈는 워보스의 승리를 봤고, 남아있는 스케이븐을 학살하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외침은 길드 전당 폐허에 울렸고, 곧 수백의 목소리가 그에 동참했다. 연호 소리가 점점 커지자, 오크들은 두 배의 힘으로 공격해나갔고, 남은 스케이븐의 저항도 짓밟아버렸다. 그들 대부분은 실망했다. 스케이븐은 너무 쉽게 죽었다. 그 때 선두에 있던 그린스킨들이 그림자의 군세를 발견했고, 송곳니를 보이며 기대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림고어! 그림고어! 말레키스는 연호 소리를 들었고, 그것이 문제의 조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영원 왕은 서쪽에서 출현한 새로운 위협을 쓸어버린 것을 자축하고 있었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스케이븐은 작은 위협에 불과했다. 지금 죽지 않은 것들도 곧 그렇게 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오크는 다른 문제였다. 영원 왕은 그린스킨이 왜 미덴하임에 왔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 이유는 중요치 않았다. 말레키스는 구르의 힘이 놈들 사이에서 흐르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는 그린스킨과 여러 번 싸우며 놈들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싸우기에는 너무 호전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놈들이 공통의 목적이 뭔지나 안다면 말이다.
손실 뿐인 전투가 임박했음을 직감한 말레키스는 엘크로이의 동쪽 병력에게 서쪽으로 선회하라고 명령했다. 영원 왕은 모든 병력을 동원해 그린스킨의 돌격을 받아낼 것이었다.
북쪽에서는, 불길한 형상의 다크'드웰이 스톰버민 전열을 점검하고 있었다. 버민로드는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아도 오크들이 엘프들과 싸울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자가 아니었다. 그의 지시와 함께 나이트 러너들이 동쪽 건물의 그림자로부터 미끄러져 나가고, 숨겨놓은 화기반이 불을 뿜었다.
처음에 스케이븐 포병대는 무계획적으로 사격했다. 각 포반이 각자 다른 시간에 사격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일부는 지시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저 옆 포반의 포성을 듣고 사격을 시작하기도 했다. 곧 포화가 더 격렬해졌고, 격렬한 워프 라이트닝 발사음이 스크라이어 박격포의 낮은 쿵 소리와 날카로운 제자일 소리에 합쳐졌다.
포화가 말레키스의 병력을 조준했다면, 그들은 엘프들을 찢어놓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다크'드웰의 지시는 명확했고, 이를 거스를 용기가 있는 포수는 없었다. 번갯불과 가스 포탄, 워프스톤 총알은 그림자의 군세를 넘어, 그림고어의 무질서한 전열에 떨어졌다.
지직거리는 에너지 화살이 그린스킨을 관통하며 그슬린 시신을 공중으로 날려보냈다. 깨진 구체에서 어두운 녹색의 연기가 터져나왔고, 오크들은 증기가 그들의 내부를 액화시키자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대구경 탄환이 갑옷과 살, 그리고 뼈를 뚫었다. 거의 동시에, 오크들은 어디에서 사격이 날아왔는지 쳐다봤다. 약간 먼 곳에서, 그들은 제자일과 워프 라이트닝 캐논의 포구 섬광,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엘프 전열을 볼 수 있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하나였다. 폐허를 뒤흔드는 외침과 함께, 그림고어의 무리 선두는 엘프들을 향해 쇄도했다.
와아아아아!
말레키스가 엘크로이의 서쪽 병력으로 동측을 보강하지 않았다면, 엘프들은 그린스킨의 사나움에 쓸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전열은 겨우 버텨내고 있었다. 쵸파가 내리쳐지며 할버드를 밀쳐내고 방패를 박살냈다. 강력한 일격에 투구가 쪼개졌고, 잘린 팔다리가 땅에 떨어졌지만, 그림자의 군세는 버텨냈다. 창이 두꺼운 가죽이나 강철 갑옷의 약점 부위를 뚫었다. 숲의 글레이브가 쵸파와 부딪혀 튕겨냈다. 말레키스의 히드라 두 마리가 참전하며, 검붉은 화염이 공기를 그을렸다. 비늘 달린 짐승들은 주인의 채찍에 내몰려 오크 보이즈에게 달려들었다. 볏 달린 머리가 튀어나가며 물어뜯었고, 그린스킨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가끔 머리끼리 서로 전리품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가 야만인을 갈갈이 찢어버리기도 했다.
보병전에서 밀리고 있음을 알아챈 말레키스는 기병을 투입시켰다. 영원 왕은 해그 그리프나 칼레도르의 기사들을 기대했지만, 테클리스의 마법으로 인해 그들은 따로 떨어진 상태였다. 그에게는 경기병밖에 남지 않았다. 나가로스 북부의 검은 망토를 두른 약탈자들과 아텔 로렌의 냉혹한 여사냥꾼들 뿐이었다. 이들은 충격 병력이 아니었고 그린스킨 무리를 돌파할 수 없었지만, 자신들의 역할을 잘 해냈다. 날카로운 눈과 확고한 손으로 쏘아낸 마법 걸린 투창과 쇠뇌 화살이 오크의 남쪽 측면에 쏟아졌다. 많은 그린스킨들이 단말마를 지르며 쓰러져 죽었다. 사격을 할때마다, 엘프들은 높은 소리로 오크들을 나약한 겁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린스킨들은 자신들이 받은 모욕을 본능적으로 알아챘고, 그것은 투창과 쇠뇌 사격보다 더욱 큰 효과를 발휘했다. 곧 몇몇 워밴드가 엘프의 주 전열에 대한 공격에서 이탈하여 조롱하는 기병 무리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빈트의 복잡한 골목길에서도 오크는 엘프 군마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린스킨은 공격자에게 따돌려졌다. 계속해서 엘프들은 도망갔고, 오직 가시돋힌 말과 투창으로 오크들을 도발할 때만 멈춰섰다.
엘프와 오크가 완전히 맞붙은 그 때, 은폐한 화기반이 사격을 전환해 근접전 중인 적에게 무차별적으로 포화를 퍼부었다. 엘프들에게 있어, 이 갑작스러운 사격은 거의 재앙에 가까웠다. 제자일 탄환이 전열에 박혀, 병력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곳에 사상자를 만들어냈다. 피닉스 가드가 총알을 맞고 쓰러졌고, 번갯불이 단단히 밀집한 다크샤드와 해적 전열을 그을려 불타버린 시신을 남겼다.
두 발의 독바람 박격포탄이 크라켄사이드의 파멸을 가져왔다. 포효하는 블랙 오크와 교전 중이었던 그들은 대열 중앙에 포탄이 터지자 붕괴했다. 해룡의 비늘은 그 흉악한 무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적 여러 명이 곧바로 쓰러졌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빠르게 압도당해 찢겨졌다. 케인의 망자들이 독가스를 무릅쓰고 전진해 돌파구를 틀어막아 블랙 오크의 공격을 막아내지 않았다면, 말레키스의 군세는 파멸했을 것이다.
전열이 그린그킨에게 심하게 공격받고 있었기 때문에, 말레키스에게는 동쪽 건물에 숨은 화기반을 처리할 병력이 거의 없었다. 그는 세라폰을 재촉해 하늘로 날아올라 가장 가까운 폐허로 다가갔다.
무너진 아치 길에서 번개가 뿜어져 나오더니 용의 강력한 가슴팍을 지졌다. 세라폰은 고통으로 울부짖었지만, 그것은 스케이븐 포수들이 노린 엘프나 그린스킨보다 쓰러트리기 힘든 적이었다. 세라폰은 급강하하며 폐허를 강타해 온 거리에 파편을 튀게 했다. 세라폰의 머리는 뱀처럼 빠르게 아치 길응 향해 튀어나가 검은 연기를 토해냈다. 독성 증기를 들이마신 스케이븐들이 쓰러지며 마법 무기를 놓쳤다. 살아남은 놈들은 도망치려 했지만, 놈들은 거리 너머로 도망치기 전에 세라폰의 입에 잡혔다.
하나의 폐허에서 화기반을 청소했지만, 사격을 계속하는 곳이 적어도 열둘은 되는 것 같았다. 그 때, 갑자기 가장 남쪽의 폐허가 조용해졌다. 말레키스는 어둠 속에서 금색 살육의 가면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고, 갑자기 오크의 포효도 묻어버릴 정도로 열정적인 비명이 터져나왔다. 영원 왕은 투구 안에서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사슬춤꾼들이 사냥을 즐기기를 바랬다. 학살의 자매단이 스케이븐 화기반을 상대로 기술을 연습하는 동안, 말레키스는 다른 곳에서 할 일이 많았다.
세라폰의 방향을 다시 돌린 영원 왕은 전투 중인 군세에 뛰어들었다. 용의 발톱이 블랙 오크 무리를 할퀴었다. 말레키스의 검은 화염 구조물이 바로 뒤를 따랐고, 거대한 그림자 진자 칼날이 피하지 못한 그린스킨을 휩쓸었다.
그 아래에서, 그림고어는 먹잇감을 찾아 내려온 영원 왕을 봤고, 그가 쓰러트려야 하는 적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워보스는 엘프들이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가 아는 것은 지금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싸움이 있는 곳에서는 그림고어가 최고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워보스는 하늘을 향해 모욕적인 고함을 지르며 엘프가 자신을 대면하도록 도발했지만, 날개 달린 그림자는 계속 떠다니며 그를 대면하기를 거부(혹은 회피)했다. 그림고어는 엘프가 무시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 관심을 끌기로 했다.
그림고어는 임모툴즈 수행원들을 데리고 전장을 가로질렀다. 말레키스가 도전을 거부한 것은 워보스의 기분을 망쳤고, 이는 그의 길을 막는 모든 이 -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비통한 소식이었다. 그가 길을 막는 자기 부하 몇 명을 베어버린 후, 그림고어가 분노했다는 소리가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린스킨 전열이 갈라지며 워보스를 전투의 중심부로 인도했다.
그림고어의 등장은 아주 극적이었다. 그린스킨의 피로 물든 거대한 히드라가 큰 소리를 내며 그림고어를 향해 튀어나왔다. 깃스닉이 번쩍였고, 짐승의 머리 중 둘이 잘려 땅에 떨어졌다. 남은 머리는 일제히 분노와 고통으로 포효하며 블랙 오크에게 치고 들어갔지만, 너무 느렸다. 깃스닉이 내리쳐지며 괴수의 갈비뼈를 부수고 심장을 반으로 쪼갰다. 남은 머리는 잠깐 경련하더니 쓰러졌고, 그림고어의 오른쪽에 있던 임모툴즈 하나를 깔아뭉갰다. 히드라의 시체에 침을 뱉은 워보스는 자기 애완동물이 그렇게 빨리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비스트마스터 두 명을 지나, 앞에 있는 피닉스 가드 전열에 정면으로 돌진했다.
깃스닉의 첫 일격이 세 명의 피닉스 가드를 죽였다. 무거운 도끼날이 공기를 가르며 세 명의 목과 공격을 막으려던 할버드를 베어냈다. 그림고어의 다음 공격은 한 엘프의 팔을 베었고, 그는 철로 뒤덮힌 군화로 그 운나쁜 놈을 걷어차 동료들의 전열로 되돌려보냈다. 임모툴즈가 워보스를 뒤따라 충돌했고, 그들의 무거운 쵸파가 엘프의 판금 갑옷을 갈랐다. 피닉스 가드는 여전히 확고한 용기와 힘을 가지고 버텼지만, 승산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대 발굴지의 가장자리에서, 다크'드웰은 두 침공자가 서로를 학살하는 것을 보며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화기반이 쏴대는 포화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동쪽 폐허의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다는 증표였지만, 한 명의 엘프도 스톰버민 대열에 도달하지 못한 이상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매 순간마다 버민로드는 자신의 병력을 싸움터에 돌입시키고, 지하 제국의 전사들을 이끌어 엘프와 오크들을 상대로 승리를 얻어내고 싶은 유혹을 참아내야 했다. 그것이 바로 뿔난 쥐가 원하는 바였고 다크'드웰의 꿈이었지만, 그는 아직 현실 감각을 잊지 않았다. 그의 수백 스톰버민은 두 적을 모두 압도할 수 없었다. 그가 영광스러운 승리를 쟁취하기 전에, 적들이 서로를 물어뜯게 두는 것이 더 나았다.
말레키스는 전투가 그림자의 군세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린스킨은 너무나 많았고, 엘프는 너무 적었다. 게다가, 오크들이 구르의 힘과 융합됐다는 것은 명백했고, 그로 인해 안그래도 사납고 튼튼한 종자들이 더욱 무시무시해졌다. 영원 왕은 북쪽에 숨어있는 스케이븐을 봤지만, 놈들에게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아직은. 먼저, 그는 오크 전쟁군주에게 본보기를 보이려 했다. 말레키스는 그린스킨과 여러 번 싸워봤고, 그가 워보스를 패배시키면 와아아아아!가 와해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목적에는 딱 맞는 일이었다.
원초적 본능에 의해, 그림고어는 머리 위를 스쳐지나가는 세라폰을 옆으로 피해냈다. 그는 거의 늦을 뻔했다. 용의 발톱이 그의 갑옷에 깊은 흠집을 만들어냈다. 임모툴즈는 그만큼 운이 좋거나 빠르지 못했다. 거의 십 수명이 드래곤의 발톱 공격에 피투성이로 찢겼고, 그만큼 많은 인원이 또 드래곤의 송곳니와 그 기수의 차가운 칼날에 죽어나갔다.
단번에, 그림고어는 살아남은 피닉스 가드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그는 마침내 엘프의 전쟁군주를 싸움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세라폰이 그를 돌아봤고, 그림고어는 곧장 달려갔다. 용의 아가리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그림고어 주변에 있던 블랙 오크는 질식해 죽었으나, 워보스는 계속 돌진했다. 그는 남은 한 눈을 감았고, 폐는 연기가 그를 감싸자 지끈거렸다. 마지막 순간, 용이 코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 그 순간에 그는 눈을 뜨며 높이 뛰어올랐다. 잠시 후, 블랙 오크의 장갑 군화가 세라폰의 뿔 달린 머리와 충돌했다. 그림고어는 미끄러졌지만, 도약의 기세로 인해 그는 용의 목뼈 부분을 넘어 적과 일대일로 대면할 수 있었다.
적의 과감한 돌진에 놀란 말레키스는 깃스닉의 흉악한 일격을 칼로 겨우 받아냈다. 두 칼날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고, 그 힘에 영원 왕은 안장에서 거의 떨어질 뻔했다. 하지만 말레키스는 공격했고, 그의 손톱 달린 장갑이 그림고어의 두꺼운 팔 근육에 깊히 박혔다. 블랙 오크는 고통으로 포효하며, 그 두꺼운 이마로 영원 왕의 얼굴을 들이받았다.
그 일격에 자정의 갑옷의 면갑이 찌그러졌다. 말레키스는 어질어질해진 채 뒤로 물러났고, 그림고어의 팔을 붙잡은 손을 놓쳤다. 블랙 오크는 승리의 함성을 외치며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도끼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에 대응하듯 세라폰이 크게 날뛰었다. 말레키스는 회복했고 재빨리 안장 손잡이를 붙잡았다. 양손으로 깃스닉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그림고어는 붙잡을 곳이 없었다. 그는 실망감에 찬 외침과 함께 용의 등에서 튕겨져나갔고, 피닉스 가드의 할버드 사이로 떨어졌다.
북쪽에서, 다크'드웰은 워보스와 왕이 충돌했다가 피투성이가 된 채 물러난 것을 보았다. 엘프와 오크의 전투는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고, 이제 버민로드가 영광을 쟁취할 시간이었다. 찍찍대는 외침과 함께, 다크'드웰은 그의 스톰버민을 길드 전당 폐허를 넘어 엘프의 북쪽 측면으로 진격시켰다. 처음으오 진격한 이들은 순식간에 죽었다. 그들은 말레키스의 블랙 가드와 맞부딪혔다. 블랙 가드만큼 흉악하게 효과적인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흉악함마저도 순수한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었고, 다크'드웰의 스톰버민은 엘프 적보다 훨씬 많았다. 서쪽의 오크와 북쪽의 스케이븐 사이에 갇힌 블랙 가드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서, 말레키스는 스케이븐의 괴성과 분노로 인해 완전히 회복했다. 그린스킨 야만인이 갑옷을 휘게 만들다니! 영원 왕은 북쪽 측면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의 관심은 블랙 오크 화신에게 향하고 있었다. 말레키스는 세라폰에게 명령을 내려 그림고어에게 돌진했다. 블랙 오크도 자신과 말레키스 사이를 가로막는 엘프를 모두 찍어대며 열성적으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세라폰은 앞으로 튀어나가 그림고어를 물어뜯으려 했지만, 깃스닉의 야성적인 칼날이 세라폰의 목 부분 비늘을 뚫어내며 그것을 물러서게 했다. 자신의 승리를 예감한 블랙 오크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사방에 울리는 포효를 질렀다. 와아아아아!
근처의 그린스킨도 함께 외쳤고, 공기가 희미한 호박색으로 빛났다. 이에 답하여 서쪽에서 두 번째 와아아아아! 함성이 들려왔다.
수백은 더 되는 오크가 쵸파를 흔들며 탄약창의 폐허에서 쏟아져나왔다. 그들의 뒤에는 시끄러운 거인이 쿵쿵거리며 따라왔고, 그들의 거대한 목소리와 발걸음이 석벽을 폐허로 만들었다. 멧돼지 기수들이 남서쪽에서 접근했고, 미친 멧돼지들의 꿀꿀거리는 소리가 불협화음에 더해졌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의 뒤에서 근육 덩어리 오거들이 오고 있었다. 그들은 와아아아아! 외침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그들만의 거친 식사 노래를 불렀다.
심장이 내려앉은 말레키스는 서쪽을 바라봤고, 자기 군세의 파멸을 목도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장군이었지만, 오크와 오거, 스케이븐을 동시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림자의 권능을 이용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외눈의 워보스는 의식적으로 구르의 힘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야수의 바람은 오크 화신을 영원 왕보다 물리적으로 더 강하게 만들었다.
나가로스의 마술사 왕이었던 예전의 말레키스였다면, 다른 이들의 희생을 신경쓰지 않고 전장에서 도망쳐 후일을 도모했을 것이다. 그것이 자존심 상 용납할 수 있는 유일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최근에 그랬던 것과 같은 이기적인 생물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런 본성은 이전보다 더 깊이 숨어있었다.) 그림고어가 다시 돌격해올 때, 영원 왕에게 순간적으로 영감이 스쳐 지나갔다. 자존심만 희생하면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말레키스는 세라폰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워보스는 열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의 도끼는 마지막 피닉스 가드를 베고 있었다. 영원 왕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칼을 든 채 적을 향해 걸어나갔다.
오크 하나가 말레키스의 좌측에서 튀어나왔다. 놈은 지성 없는 도전의 외침을 지르고 있었고, 놈의 침이 영원 왕의 갑옷에 튀었다. 그리고 놈은 워보스의 주먹에 얻어맞고 기절한 채 쓰러졌다. 분명 블랙 오크는 그의 승리를 방해하려는 놈들을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 말레키스에게는 남은 선택지가 없었고, 워보스를 향한 발걸음을 빨리 했다. 그가 상대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알게 될 시간이었다. 만약 그가 실패했다면, 죽을 것이다.
오크는 말레키스가 다가오자 다시 포효했지만, 영원 왕은 그 야만적인 광경을 무시했다. 영원 왕은 빠르고 우아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오크에게 칼을 손잡이부터 내밀었다.
'항복하겠다.' 그가 선언했다. 꼭 필요한 말이었지만, 그의 씁쓸함을 줄여주지는 못했다.
거대한 오크는 공격을 하려다 멈췄다. 말레키스는 야만인의 빈약한 정신 속에서 어떤 생각이 흐르고 있는지 궁금했다.
'항복하겠다.' 그가 반복했다. '나와 모든 엘프 종족의 이름으로.'
처음에 블랙 오크는 답하지 않았다. 곧 그의 입술이 말려올라가며 으르렁거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도끼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림고어가 최고돠!' 놈은 말레키스에게서 등을 돌리고 그 장갑 낀 손으로 흉갑을 두드리며 외쳤다. 그 외침은 길드 전당의 폐허 전체에 울려퍼졌고, 수천의 오크가 그 말을 따라 외쳤다.
'아니.' 말레키스의 딱딱하고 침착한 목소리가 소음을 끊었다.
그림고어가 멈췄다. 그는 도끼를 낮추고는 뒤로 돌아, 천천히, 위협적으로, 무릎 꿇은 말레키스를 마주했다.
말레키스는 외눈의 워보스를 마주봤다. '난 어둠의 신의 하수인을 물리치기 위해 이 도시에 왔다. 쥐 인간과 북부인들은 모두 이 에버초즌이라는 놈을 섬기지. 놈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
그림고어는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렸지만, 그의 도끼는 가만히 있었다.
'세계가 다른 놈의 손에 파괴된다면, 그림고어가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겠나?' 말레키스가 야비하게 물었다.
그림고어는 말레키스의 말에 대해 익숙치 않은 생각을 펼치느라 더욱 더 찡그렸다. '그 놈은 어딨냐?' 오크가 으르렁거렸다.
말레키스는 얇은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켰다. '저 구덩이 바닥에 있다.' 그는 계속했다. '우리가 네 편에서 싸우게 해준다면, 내가 데려다주지.'
'뾰족귀 놈들은 약하다.' 그림고어가 으르렁거렸다.
'그렇다면 네 영광을 빼앗을 기회도 없겠군.' 말레키스가 지적했다. '오직 네 휘하에서 가치를 증명할 기회만 있겠지.'
오랫동안 멈춰 있던 블랙 오크의 흉터투성이 얼굴에 야만적인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림고어는 말레키스를 발치에 불렀다. '와라.'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말레키스의 입술은 미소로 비틀려 있었다. 그는 자존심을 희생했지만, 승리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었다. 언제나, 하등한 생물과의 약속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만약 앞으로의 일에서 오크가 살아남는다면, 둘 사이에 결착을 지을 수 있을 것이었다.
북쪽에서, 다크'드웰은 자신이 오크 무리의 힘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의 병력은 전투 한가운데에 묶여 다시 빼낼 수 없었다. 그의 스톰버민들은 이미 블랙 가드를 밀어냈지만, 그 때문에 그의 서쪽 측면은 고함치는 오크들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는 말레키스와 그림고어를 잠깐씩 볼 수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 때문에 그들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찍찍거리는 외침과 함께, 버민로드는 미덴하임 하수구의 쥐 떼를 소환했다. 그것들은 길드 전당 폐허의 배수구와 외부 배관에서 몰려나왔다. 찍찍대는 물결이 스톰버민의 아래를 지나가 오크와 엘프를 휩쓸었다. 면도날같은 이빨이 창백한 엘프 피부와 두꺼운 오크 가죽을 찢었다. 끌 같은 이빨이 목과 그 안에서 맥동하는 동맥에 파고들었다. 다크'드웰은 그림자 구름을 몰고 남쪽으로 밀고 내려갔다. 스톰버민은 버민로드의 마법에 의해 광란 상태에 빠져 주인을 뒤따라갔다.
자기 계획에 대한 확신이 적었다면, 다크'드웰은 사망자 중 엘프가 점점 줄어들고, 나가로스와 울쑤안의 깃발이 훨씬 더 남쪽으로 물러났다는 것을 깨달았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남쪽에서 들려오던 전투의 소음이 이전처럼 격렬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을수도 있다. 하지만 버민로드는 그림고어를 마지막으로 봤던 지점으로 밀고 나갔고, 그의 발치에서 그린스킨이 쓰러질 때마다 그의 자신감은 늘어만 갔다.
마침내, 고함치는 오크 무리가 갈라지고, 그림고어가 버민로드의 그림자를 향해 돌격해왔다. 다크'드웰은 승리를 예상하고 찍찍거렸고, 다가오는 워보스에게 둠스타를 던졌다.
그것이 밤의 공기를 가르며 칼날에서 독을 흩뿌렸다. 그것은 미덴하임 점령 때 소위 지그마의 전령을 쓰러트린 무기였고, 이번에는 오크 전쟁군주의 머리를 취하러 곧바로 날아가고 있었다.
잠시 후,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둔하게 들려오더니, 거대한 표창이 그림고어의 도끼에 두쪽이 나 죽은 자들의 갑옷에 부딪혔다. 워보스는 속도를 늦추지도 않고 시체를 넘어 돌진했다. 스톰버민이 광기로 눈을 빛내며 전진했다. 깃스닉이 다시 휘둘러졌고, 그들의 생명을 잃은 몸뚱어리가 피를 흩뿌리며 뒤로 날아갔다. 다른 스톰버민들이 괴성을 지르며 뒤따랐지만, 임모툴즈가 워보스를 따라 돌격해 충돌했고, 두 손으로 쵸파를 휘두르며 적을 강타했다.
달갑지 않은 불확실함이 다크'드웰의 안에서 피어올랐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그는 뿔난 쥐의 전령이자, 두려운 마법의 대가가 아니던가? 버민로드의 발톱에서 워프 라이트닝이 뻗어나가 블랙 오크를 갑옷째로 구워버리려 했다. 하지만 번개가 다크'드웰의 손가락을 떠나자마자, 그것은 다른 주술사의 의지에 의해 무로 사라졌다. 버민로드가 세라폰의 느릿한 날개 소리를 듣고, 마법의 바람에 실린 말레키스의 복수에 찬 존재감을 느꼈을 때는 너무 늦었다.
마침내 위험을 알아챈 다크'드웰은 몸을 감추기 위해 울구의 바람을 불렀다. 다시 한 번, 그의 마법은 하늘에 떠 있는 그림자의 화신에 의해 실패했다. 버민로드는 스톰버민 무리 속으로 더 깊이 도망쳤고, 그의 정신은 안전한 곳으로 스키터립하기 위해 절박하게 힘을 끌어모았다.
세 발짝 뒤에, 그림고어가 버민로드를 따라잡았다. 깃스닉이 내리쳐져 다크'드웰의 왼쪽 발목을 잘라냈다. 쓰러진 버민로드는 마구 할퀴며 블랙 오크의 얼굴에 핏빛 상처를 만들어냈다. 그림고어는 그저 씩 웃고는 깃스닉을 버민로드의 목에 내리쳤다. 세 번 만에 그의 발악이 멈췄고, 그의 목을 따는 데는 총 여덟 번의 공격이 필요했다. 일곱 번째 공격 때, 스톰버민을 채우던 마법적 광기가 갑자기 사라졌고, 스케이븐들은 비명을 지르며 밤의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멀리 간 놈은 거의 없었다. 보어 보이즈들은 전투에 늦게 도착했고, 그들의 창을 피로 적시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말레키스와 몇몇 살아남은 엘프들은 그림고어의 명에 의해 학살의 대상에서 빠졌다. 워보스는 이제 오래된 종족을 자신의 와아아아아!에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림고어 휘하의 보스들이 모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림고어가 가장 유혈낭자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여러 번 피력하자, 반발은 곧 사그라들었다.
말레키스에게는 오직 씁쓸한 패배의 짐만이 느껴졌다. 그의 군세는 거의 파괴됐고, 그의 재빠른 판단이 완전한 패배를 막아냈다는 사실만이 작은 위안이 될 뿐이었다. 살아남은 전사들이 보내는 비난의 눈초리를 무시하며, 영원 왕은 아카온이 이 날의 굴욕에 대한 대가를 치르리라고 다시 맹세했고, 그림고어의 군세를 따라 대 발굴지의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그는 다른 화신들이 자기보다는 잘 해냈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음 전투는 전망대에서의 죽음
(죽음의 군세 vs 지그발트, 트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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