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틸라 1212 모드에 있는 수단 팩션 마쿠리아 왕국.

 역사적으로는 나일강 인근 동골라를 수도로 이슬람의 발흥 이후에도 번성했던 동아프리카 기독교 국가였다. 수도 동골라가 642년, 652년 두 차례 이집트 이슬람 세력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공성전 끝에 모두 격퇴했을 정도.

 아프리카 정교회를 지키면서도 이슬람과 협정을 맺고 무역, 교류하면서 꾸준히 발전해 비잔틴 문화를 수용하기도 하고, 군사적으로는 파티마 왕조~셀주크 제국에 의한 이슬람 혼란기에 이집트 룩소르와 주요 향신료 무역항이었던 카스르 이브림까지 확장했다.

 그러나 살라흐 앗 딘의 아이유브 왕조, 이후 들어선 맘루크 왕조에게 연달아 공격을 받고 동골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영지를 상실한 뒤, 계속되는 아랍 베두인 세력의 약탈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바이바르스의 친정으로 결정타를 맞아 14세기 초반 맘루크 왕조에 의한 이슬람 괴뢰 정권이 들어서며 몰락한다.

 여담으로 1317년 동골라 내의 기독교도들이 이슬람 꼭두각시 왕에게 저항하는 반란을 일으켰을 때 제노바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현대 수단의 이슬람 인구는 90%, 기독교 인구는 5%인 걸 생각하면 결국 수단은 이슬람권과 가깝고 영향력을 주고받는 지역적 특성으로 에티오피아와는 대조되게 이슬람 국가화 되었다.

 여하튼 이런 마쿠리아 왕국의 로스터는 타 팩션에 비해 빈약하지만 그래도 중장충격기병, 투창기병까지 있어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다. 보병들의 갑옷이 빈약한게 단점이지만, 일단 25~30 정도는 되고 최종티어 기병들 갑옷이 45~55 가량인데 같은 아프리카 팩션이자 아랫동네 자그웨 왕국은 보병 5~15, 최종기병 25~35의 절망적인 갑옷을 입고있는만큼 상대적으론 할만한 수치고, 높은 돌격보너스와 투창을 적극 사용한다면 윗동네 맘루크 원쑤들과 싸울만 하긴 하다.

 참고로 1212 다른팩션 초반 중장기병 갑옷은 50이 국룰, 판금갑옷 뚫으면 80인걸 생각하면 좀 낮은 것 같으면서도

 환경을 생각하면 아니 그 더운 아프리카 사하라에서 저 정도 갑옷을? 라는 생각이 또 들 수도 있겠다. 극단적으로 몇 십년 전까지 아프리카 군대는 갑옷도 없이 빤쓰랑 방패, 창만 들고다닌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1212 모드의 이런 수단 팩션 갑옷 책정은 고증을 살펴보았을 때 나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은 이 마쿠리아 왕국의 역사적 갑옷을 살펴보고 1212 모드와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먼저 보병과 경기병들은 모델링상으로 유럽의 갬비슨과 비슷한 모양의 누빔갑옷을 입고있다. 보병은 이름부터가 누빔갑옷 창병대이다.

 이 천갑옷은 다른 지역의 누빔갑옷처럼 여러 직물을 조직해 만들었지만 수단의 누빔갑옷은 카폭(Kapok)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직물을 사이에 넣었다는 게 핵심적이다. 게임상으로는 25~35 정도로 갑옷수치가 책정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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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아프리카 카폭인데 덥고 습한 지역에서 갑옷으로 만들기에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물건이었다.

 1. 같은 부피의 솜보다 8분의 1이나 가벼울 정도로 밀도가 낮아 가볍고 통풍이 잘된다.

 2. 물을 흡수하지 않는 성질을 지녀 습한 지역에서 입고 다니기 유리하다. (오늘날 소말리아에서 구명조끼 대용으로 카폭섬유가 사용된다)

 3. 매우 우수한 단열재, 즉 열을 차단하는 성질을 지녀 입고 있는 사람을 열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산업용 단열재로 카폭섬유가 사용된다)

 즉 가볍고 통풍 잘되고 습기를 흡수하지 않으면서도 단열재로서의 성능은 최상이라 이걸 다른 직물과 섞어 강도만 좀 보강해주면 덥고 습한 지역 입장에선 최적의 갑옷을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카폭을 이용한 누빔갑옷이 '너무 유명'하다는 것인데, 근대 영국 프랑스등 열강들이 아프리카를 침략할 때 수단 지역에서 마주친 일부 전사들이 근대까지 카폭을 이용한 누빔갑옷을 갑옷/방탄복으로 사용했었고,

 다른 누빔갑옷에 비해 통풍이 잘 되는 특성을 지닌 카폭갑옷이 '무더운 아프리카에서 철 갑옷 대신 사용된 수단의 전통갑옷'으로 널리 소개되며 마치 근세~근대 이전 중세까지도 수단 전사들이 카폭갑옷만 입고 다른 지역처럼 금속 소재의 갑옷은 입지 못했다는 편견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단 전통 무구들에 대한 사료와 유물들을 살펴보면 실제 중세시대까지 수단에선 카폭 외에 사슬갑옷, 철 투구등 철갑옷 역시 적극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근대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수단 전사들을 마주쳤을 때는 이미 이집트와 수단 등지에서도 머스킷등 총기의 사용이 일반적이 된 시대였고, 무거우면서 방탄효과가 떨어지는 사슬갑옷이 도태되고 카폭 누빔갑옷만 남아 누빔갑옷을 입은 전사들하고만 싸운 탓에 이런 오해가 퍼졌다.

 당장 우리만 봐도 조선 후기되면 쇄자갑, 경번갑, 어린갑 다 도태되고 두정갑이 보편화 되었잖아? 비슷한 원리다.

 여하튼 이런 누빔갑옷, 카폭갑옷은 무더운 수단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된 갑옷이었고 돈 없는 보병이나 경기병은 카폭갑옷을 입고 싸웠으리라 추측하고 모더진이 보병 갑옷을 누빔갑옷으로 통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단의 중기병인 수단 중무장 기병대로, 모델링상으론 사슬갑옷/철 투구등 철 무구와 카폭이 섞인 방어구를 입은 채 말에는 카폭 마갑을 입혔다.

스텟으로는 군제개혁에 따라 45~55의 갑옷을 가지고 있다. 사슬갑옷 껴입은 초기 유럽 기사들 갑옷이 딱 50에서 노는데 수단 중무장 기병대도 사슬갑옷과 누빔마갑을 사용했다는 것에서 이런 갑옷량을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언급했듯 카폭갑옷은 통풍성과 괜찮은 방호력으로 무더운 지방에서 최적의 효율을 보여주었지만 귀족 기사들은 사슬갑옷 혹은 사슬갑옷과 카폭갑옷을 합친 독특한 고유의 갑옷 양식을 보여주었다.

 앞서 간단히 말했지만 마쿠리아 왕국이 쇠락한 주요 이유중 하나가 아이유브 왕조와 맘루크 왕조 이후 베두인 유목민들이 만만하면서 이교도인 마쿠리아 땅을 신나게 약탈하고 다니며 경제적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인데, 이런 베두인 기병들이나 맘루크의 중기병들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수단 기사들은 중무장을 해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오늘은 구석탱이라는 맵 배치와 패널티로 시벌 주류종교 영향력 -2를 준다는 점 때문에 많은 1212 유저들의 외면을 받는 (맨 정신으로 플레이하려면 8282 모드나 1212용 지역전통 없애는 모드가 필수적이다) 수단 팩션, 마쿠리아 왕국의 게임속 갑옷과 역사적 비교를 해보았다.

 유럽 십자군이 중동에 진출할 때 돕는 프레스터 존은 되지도 못하고 아이유브에게 맨날 쳐맞다가 이슬람 괴뢰정권 들어서며 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동방의 아프리카 기독교 수호자 컨셉 마쿠리아 왕국 하실?

 밑의 에티오피아 자그웨 왕국은 최종기병 돌보 90, 갑옷 35에 보병은 다 헐벗어서 중세뽕 로스터를 중시하는 난 맨 정신으로 플레이하기 어렵더라. 옛날 투창최고 시절에는 졸라 쌨다는데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