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기달리기가 고파서 자급자족으로 쓰는 글.
진짜 2월 18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지ㅜㅜ
-콘트라스트(대조 대비 대립)-
'트레이서' 1부가 황동주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면,
2부에는 인태준 이야기가 좀더 부각될것 같아.
황동주가 인태준을 치기 위해선 그의 약점이 드러나야 하는데,
"상대가 변한 계기를 찾아라. 그러면 게임에서 네가 이길 수도 있다"
아이러닉하게도 이 말을 태준에게 그대로 써먹으려면
그의 과거를 파헤칠 수밖에 없어서.
드라마가 참 좋은게 허투루 던진 얘기들이 없다는 건데,
명주전자 건 못지않게 눈길을 끈게
짤막하게 다뤘으나 깊숙하게 찌른 인도훈네 외가와 인청장 관계.
제삿날 인도훈 외할아버지와 인청장의 애완견과 주인 운운보다도,
걔네 외삼촌이 도훈이를 빌미로 인청장 협박하는게 진심 충격이었어.
솔직히 도훈이가 재송건설의 소소한 비리로 지네 외가를 건드린건,
어른들 입장에선 아이의 애교지. 진심 덮어버리고자 한다면,
그 정도 되는 집안에서 그것 하나 못 막을 리도 없고.
엄마 기일도 함께 기리지 못하는 아빠가 안쓰러워
애가 출장 빌미로 자기 자리에 아빠를 밀어넣으며 명분을 건 거잖아.
그런데 애 앞에선 "니네 아빠한테 넌 전리품일 뿐이야"
후려친 양반이 실상은 조카 말의 녹음본을 들고 애비를 협박하네?
아들 교육 잘 시키지 그랬냐, 아들 비위가 아빠 앞을 어떻게 막을까,
'퇴임!' '그것 좋다 퇴임!' ...이렇게 짓이기며.
이 대목에선 재송건설이 인청장을 얼마나 업신여기는지가 곳곳에서
은은히 잘 드러나던데, 인청장이 세무조사를 경고하니까
"그런 건 세무사 회계사가 할 일이다. 그러라고 돈 주는 건데" 하며
인청장이 몸 담고 있는 업계를 하대하는 투로 말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인청장이 권력을 잡는 건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도 보이고.
대체 인태준이 재송건설 사위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생전에 도훈이 엄마가 그 사이서 맘 고생 많았겠다 싶었고..
나는 인태준과 황동주가 같은 과가 아닐까 생각해.
둘다 웬만한 사람들 머리 꼭대기에 앉을 만큼 두뇌 풀가동력에.
인청장이 오영과 한팀이었을 때 후일담 보면,
인청장만의 드림팀을 결성할만큼 리더로 주변을 끌어당기는 매력도
아랫사람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하는 능력도 컸고.
기수 상관없이 오영을 끌어줄 파격인사를 감행할 만큼 강단도 있었고
그러나 경우에 따라 필요악엔 필요악으로 대응하는,
지금의 황팀장 못지않은 '능력 출중한 도른자'.
그러니까 황철민씨도 친구 먹었겠지.
어쩌면 그 비망록을 차마 간직만 했던 이유도, 혹시.
하지만 비슷하나 결국 달라, 두 사람은.
사적 감정이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을지라도
내 가족의 피눈물을 되돌려줄 왕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사람과
내 아버지의 눈물이 헛되이 흩어지지 않을 세계를 구축하고자 한 이.
그 대비와 대립일 테니까.
그래서 인청장은, 나름 제대로, 잘 무너줘졌음 하는 바람이..ㅜㅜ
이와 별개로 PQ 따위야, 여지없이 박살나줬음 하는 바람이지만.
얘네가 "황동주 그 한 명만 확실하게 치우면 다 해결될" 할 때마다
무서운 게, 우리 공무원 아재들은 그래도 거기까진 못하거든.
뒷감당이 안될 것 같아서든 새가슴이어서든 먼지보다 작은 양심이든
상상은 해도 실행은 못해. 그런데 PQ 류씨 일가는 어떨까.
'트레이서'란 회색의 세계관에서 굳이 순수악을 꼽자면 이쪽이겠지.
그리고 이들을 필패시킬 진영은 정당성과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래서 동주가 민소정 카드를 버렸을지 몰라.
민차장은 정말 좋은 사람일 거야. 인도훈만큼 참된 공직자지.
하지만 자신을 길러준 배경이 자신들의 기반이,
누군가의 절망이 쌓이고 쌓인 끝에 이뤄진 제단인걸 알고는 어떨까.
인도훈을 보면 걔네 외가도 아빠도 애는 곱게 길렀더라.
굶주림을 모르네 맨날 지네, 가스라이팅을 해도
자기들 맨얼굴이나 치부까지 알려주진 않지. 가족이니까.
도훈이 외삼촌이랑 인차장도 애 뒤편에서
서로 죽일놈 살릴놈 싸우는 거지 애한텐 쉬쉬하잖아.
민차장도 어째 그렇게 자랐을 것 같던데ㅋ
그렇기에, 가족이라서, 또 함께 책임을 지겠지.
다행히도 혹은 불행히도 그 가책을 저버리진 못할 만큼 정의롭게,
그러나 그 끈을 놓아버릴 만큼 모질진 못하게들 그 자리까지 왔으니.
그래서 안 될 거야.
사이코력 충만한 류씨 일가가 1부 짬짬이 비춰져 왔는데,
그 깊고 찐득한 진창을 메꿔 다시 비집지 못하게 하려면,
쉬이 훼손되지 않을 정당성을 넘어 바닥을 치고도 버텨온
의지가 필요하니까. PQ와 대비를 이룰 카드로 오영 및 5과를 꼽은
황동주 선택의 이유라면 이거겠지.
다만 훼손되지 않을 정당성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그 과정도 심판의 대상이 되는 지라.
결말이 좀 무섭긴 하다(..똥주 버리지 마요 작감님 ;ㅁ;)
아무래도 자기를 갈아넣어 판을 벌리고,
그 판 위에 자기 또한 단죄로 이끄는 게 황팀장 최종 그림 같은데.
누군가는 변화의 과정에서 생긴 혼란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렇다고 동주 성격에
그 대가를 다시 태어나는 국세청에 물리려고는 않을 테니까.
황팀장이 부친에 대해 품고 있는 회한이 크기도 하고.
(...그렇다고 똥주 포기하면 안 돼요 작감님 ;;ㅁ;;)
그 답이 속죄와 구원이 뫼비우스 띠처럼 맞물린
오영과 혜영의 관계에, 그 관계가 풀리는 방향에,
동주의 방향도 엿볼 수 있지 않을까도 싶고..
(..작진님들하 설정 천재님들bb 그니까 우리 똥주 끝까지 지켜줘요ㅜ)
무튼, 그래서 18일만 고사지내며 기다리고 있을 뿐임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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