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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3)

ㅇㅇ(59.20) 2017.09.10 14:25:13
조회 746 추천 22 댓글 1
														

영근은 눈을 가늘게 떴다. 유리벽 건너편에 앉아있는 사람이 낯설었다. 검은 비닐 점퍼 차림에 삐쩍 골은 게 검은 봉다리에 쌓인 사람 시체 같았다. 이윽고 그 사람이 고개를 들었을 때 영근은 우뚝 서버렸다. 현수였다. 퀭하게 파인 현수의 두 눈에 익숙한 눈빛이 고여 있었다. 교도관이 어깨를 치며 앉으라고 해서야 영근은 현수의 맞은편에 주저앉았다.

영근과 현수는 한참을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먼저 입을 뗀 사람은 영근이었다.

니 얼굴은 또 왜 그런데.

현수는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으로 볼을 쓱쓱 문질렀다.

요새 다 그 말만 하네.

내 얼굴도 많이 상했다고 하던데 니한테는 짭이 안 되네.

그래요?

말간이 길었다. 현수는 하얗게 말라붙은 입을 달싹거리기만 할 뿐 말을 꺼내지 못했다. 영근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벅벅 비비더니 조금 붉어진 얼굴로 현수를 쳐다봤다. 이번에도 영근이 말꼬리를 틀었다.

형님 장례, 니가 치렀다매? 막 입학한 아한테 들었다.

올 사람도 없고 해서 빈소도 없이 한 거라……. 장례가 아니라 그냥 유품 정리죠. 화장하고, 유품 정리하고, 그냥 그런 거죠. 어쨌든 할 사람은 있어야 하니까.

매장이가?

화장이요.

유골은?

현수의 입술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오늘 그거 물어보려고 온 거예요. 납골당 같은 데에다가 둬야 할지, 어디에 뿌려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가지고 있었는데…….

못 견디겠네요. 현수가 고개를 숙였다. 영근은 현수가 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윽고 고개를 든 얼굴이 건조하기만 했다. 두 눈이 버석했다. 그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영근은 화를 낼 기력도 나지 않았다. 마주 앉아 있는 사람이 외려 무기력해지는 공허였다. 영근이 조용히 말했다.

가둬 두는데 진저리 낼 양반이니까 납골당에 넣지 말고 어디다가 뿌려라.

어디다가요?

저번에 우리, , 우리가 아이라, 그 바다에다가 뿌려도 되고.

영근은 슬쩍 교도관 쪽을 보았다. 교도관은 녹음기를 앞에 두고 천장만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영근을 보며 현수가 중얼거렸다. 참 지겹다. 영근은 현수에게로 눈을 돌렸다. 현수는 입술을 비스듬히 올리며 말했다.

지겹잖아요.

니 죽고 싶은 거가?

위협이 아니었다. 현수는 고개를 기울이며 힘없는 웃음만 뱉어냈다. 영근이 말했다.

나는 니랑 형님이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니가 짭새인줄도 이제 알았다. 그래서 나는 니가 형님 옆에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형님이 니를 보면서 무슨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형님이 니가 짭샌지 알았는지, 아마 알았을 수도 있겠다만, 확실하게는 모르겠고. 근데 알았든 몰랐든 그 양반 성격상 니한테 뭔 짓을 했겠지. 했겠지, 뭔 짓을. 내가 하루 이틀 모셨던 것도 아니니까. 근데, 그래도, 형님은 내가 모셨던 사람이고, 형님이 니 만나러 갔다 돌아가신 거니까 니는 배신자고, 그니까, 나는,

영근은 침을 삼키고 나머지 말을 이었다.

니가 괴로웠으면 좋겠다. 니한테 죄의식이라는 게 있으면 간단하게 해결하려 하지마라.

건너편이 조용했다. 영근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 씨발새끼야…….

대답하라고 재촉하기도 전에 영근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는 게 먼저였다. 영근은 연신 콧물을 들이마셨다. 현수의 눈 또한 붉었으나 그저 핏발이 선 것처럼 보였다.

, 아마 이번에 마약 밀매에다 이것저것 더하면 빵에 꽤 오래 있을 거예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영근은 현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현수가 말을 이으려고 할 때 교도관이 영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면회시간 끝났습니다.

잠깐만. 잠깐만 있어보십쇼. 그래서, ? 니는 뭔 말을 하려는 건데?

현수는 손으로 자기 목을 주무르기만 하더니 대답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근이 유리벽을 손으로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이 씹새끼야, 뭔 말이냐고! 현수는 영근을 돌아보며 의미 모를 말을 했다.

난 그 동안 실수 안 할 테니까. 그 때 알아서 해요. 형도 그럴 권리 있잖아.

문이 열리고 그대로 닫혔다. 면회실의 공기는 현수가 있었을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새삼 현수의 가벼운 존재감에 영근은 손끝이 차가워졌다. 교도관이 옷자락을 잡아끌며 재촉하는 와중에 영근은 넋이 나간 얼굴로 한참동안 현수가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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