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은 실험극장에서 올린 '아일랜드'로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혜성처럼 등장했고 후에도 실비명이나 세일즈맨의 죽음 신의 아그네스 등 묵직한 작품들을 연출하기도 했고 90년대 부터는 뮤지컬 연출로도 성공했어.
텍스트에 대한 치밀한 해석보다는 주제를 선명하게 주조하고 시각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그림 연출이나 몹씬 연출이 국내 최고라고 할만하고 리듬과 템포 끌고가는 감각도 좋은 편이지.

이사람의 비교적 근작이라 할만한 연극이 매커시즘을 다룬 시련이나 유태인과 흑인의 우정을 다룬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고전 풍자 희극 새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희곡들이고 그렇게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아니지.
근데 영웅 하나로 이 사람은 뉴라이트에 가까운 취급을 받고 있어, 이토의 영웅화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만한 인터뷰 내용이 있었고 비난도 충분히 이해가 가.
근데 갤의 비난과는 약간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데
나는 이 사람이 이토를 또 하나의 영웅처럼 묘사한 건 드라마를 고조시키기 위해 절대악이 아닌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건 뉴라이트적인 역사 의식이 문제가 아니라그냥 역사 의식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봐.

보통 기획을 하면 1.이 시대에 어떤 작품을 올려야할까를 생각하고 2.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할까로 방향이 정해지는데
윤호진은 1.죽이는 작품 올려야지. 2.어떤 소재가 좋을까? 그래 소재자체로 드라마틱한 명성황후 어떨까?
이런 방향으로 기획이 진행되는 느낌이야.
그렇게 죽이는 작품에 너무 쉽게 뼈아픈 역사를 소재로 끌어다 쓰고 작품의 재미를 위해 윤색을 하고.
본인의 죽이는 작품을 위해 역사를 너무 쉽게 이용한다는 느낌.

그가 연출했던 시련이나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도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았었는데 드라마에 집중하고 차곡차곡 잘 쌓아가지만 작품의 예리한 시선은 온데 간데 없는...

오히려 뉴라이트는 나랑 다르고 비뚫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치열한 그들 나름대로의 역사의식이 있지 윤호진은 역사의식 자체가 없어. 그냥 도구일 뿐이지.
그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