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첫한지는 며칠 됐는데 자첫후 며칠간 여운에 제법 시달렸어
가만있는데 갑자기 '그게 그거였나?'하면서 머리 스쳐가는데 또 보고싶으면서도 다시 볼 엄두는 안나고.. 그런 상태였어

오열했다는 후기와 다르게 나는 울진 않았어
대신 마음 어딘가가 꽉 막혀서 옴싹달싹도 못하겠더라
차라리 울어버리면 나을텐데 눈물은 안나고 마음은 아프고..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나는 현생에서 레온의 입장이라 그랬나봐

로빈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가슴에 구멍을 가진 셋이 모여서 서로 가슴에 구멍을 내않기 위해 자기 가슴에 더 큰 구멍을 내는 이야기.. 라고 할거야
로빈, 루나, 레온은 주어진 상황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하는데 그 선택이 자기 가슴에 지독한 상처를 내
그게 너무 안타깝고 비극적인데 제일 슬픈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야..

내가 공연을 봤을뿐인데 며칠간 여운에 시달렸던건
난 늘 내가 레온이라 손해보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곱씹어보니 꼭 내가 레온만은 아니었던거야
나는 로빈이기도 했고 루나이기도 했어
보호받는 대상이기도 했고 거짓말을 해야한적도 있고 상처주고 받았던 적도 있고..

자첫에 안운건 울지 않은게 아니라 못운거였단 생각도 들어
공간은 우주인데 이들이 하는 말은 현실기반이라 자꾸 내 모습이 겹쳐졌어
부녀갈등과 죽음에 대한 이야긴줄 알았는데 극 깊은 곳엔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더라
커다란 설정안에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치고 들어오는데
로빈, 루나, 레온, 그리고 내 모습까지 네 장면이 한번에 치고 들어오니 이길 재간이 없더라


나처럼 현생이 너무 버겁고 관계속에서 상처받아온 사람이면.. 나는 로빈을 보며 내 감정의 밑바닥까지 찍었는데 그 반동으로 되려 나란 존재를 생각해보게 되더라 긍정적으로
출연배우가 공연전부터 스토리자랑을 했다던데 그 배우도 어쩜 나처럼 바닥을 찍고 일어설 힘을 얻었을까 싶기도 하고

로빈을 보며 내가 헤집은 상처속에 위로를 받은것처럼..
나같은 사람이 로빈을 보면 좋겠다는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길어진 후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