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내용 전개, 따뜻한 마음이 담긴 대사들,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들.
무엇하나 가슴을 파고들지 않는 대사가 없었다.
얕은 판단력으로 항간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며 시조를 읊듯 잔잔한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였다.
이야기가 시작된 당대의 시대상을 존중하려 하였으며, 함부로 이것을 유치하거나 동시대의 기준에 비추어 어리석다고 여기는 이들 또한 가엾게 여겨 존중하였다.
빗나가거나 때를 놓쳐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하는 것은 시작과 끝을 같이 하는 인간적인 존중이 서사의 중심에 있음이었다.
혹자는 대중적인 시선에 입각한 연출에 대하여 식상하거나 특정 기호에 편중되어있다고 느낄 지 모르나, 이것은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와 작품이 쓰인 시대 간의 개체성과 독립성을 구분하지 못한 변증법적 사고의 오류라 하겠다.
작품의 정서를 드러내는데 적재적소적시에 사용된 시각적인 효과 또한 아름답고 효율적이었다. 어둡게 처리된 빈 공간에서 삶의 공허함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다 보고 난 뒤의 소감은 자유로움. 그렇다 할 지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 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 그게 삶의 맛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