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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갈매기..줄줄 써내려가는 후기(스압+스포)

eau(61.97) 2011.12.01 23:58:19
조회 277 추천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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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1. 됴화만발에서 너무너무 좋게 봤던 박해수배우, 역시나 너무 좋았던 레드(너무 좋았고 또 너무 내 전공이어서 후기 쓰는것조차 두려운)의 오경택 감독, 됴화만발의 충격적인 무대를 디자인한 무대디자이너 정승호까지...이건 꼭 봐야하는 연극이었다. 그런데 공연시간이 거의 세시간에 가깝게 늘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걱정스러웠다. 나는 러시아문학을 공부해본 적도 없고, 연극하는 사람도 연극을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어서 체홉의 갈매기가 연극사에 어느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급하게 원작을 읽었는데..사실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걍 그랬다. 뭐야 이 막장드라마는? 

 

1-1. 얼마 전 햄릿을 보고 와서도 그랬지만 사실 모든 고전명작은 통속적인 것 같다. 지금 막장드라마가 현대의 우리에게 먹히는 것 처럼 통속극은 이전에도 지금에도 먹힌다. 파멸! 치정! 다 죽는거야 다 죽어!

 

2. 서강대학교 메리홀은 처음 가 보는 곳이라 꼼꼼히 길을 찾아보고 갔다. 서강대 정문에서 왼쪽 언덕으로 쭉 올라오면 된다. 그런데 언덕이 꽤 길다.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도 힘들었지만 여기도 만만치는 않다. 다리 땡겨서 혼났어 여기 지각하면 큰일날듯

 

3. 관객 연령대가 꽤 높았다. 가족단위 관객도 많고..티켓팅을 하고 공연장에 들어왔는데, 무대가 엄청나게 크다. 1층 객석을 3줄만 남기고 모두 없앴다. 그래서 2층 1열(K열)이었던 나는 사실상 5열정도? 잘 보였다. 그리고 무대는 아무 장식도 없이 휑-하다. 됴화만발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구조였다. 저게 또 훌쩍 들려서 밑에 지옥이 있다던가..그럴것만 같았다. 구멍이 있는 것도 거의 흡사. 나는 자꾸 이 극을 보면서 됴화만발과 연관시키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런데 정말 비슷했다. 어쨌거나 열 세명이 다같이 왈츠를 춘다는데 이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겠구나 싶었다. 무대는 거실로, 식탁으로, 저택으로, 호숫가로..아무 장식이 없으니 모든 배경에 딱 맞게 활용된다. 난 앞으로 이 무대디자이너가 참여하는 공연은 꼭 보게 될 것 같다.

 

4. 이해하기 쉽도록 극단 맨씨어터 블로그(<U>http://blog.naver.com/mantheatre</U>)에서 만든 관계도. 블로그가 상당히 괜찮으니 관심있는 분은 한번 가보시도록. 이거봐요 이거 막장이예요 도른박사님이 계속 \'사랑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5. 공연시작하기 5분 전?부터 무대에는 배우들이 나와서 무대를 청소하고, 꾸미고, 짐도 나르고, 서로 이야기도 하고..인터미션때도 같은 식이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공연관람안내 방송도 나오고(다들 웃었음) 아무래도 첫 씬이 뜨레플레프(코스짜)의 연극을 준비하는 장면이어서 극 속의 극 형식으로 진행된 것 같다. 이거 정말 좋았다 참신하고..그리고 뜨레플레프가 나왔다. 박해수 배우는 됴화만발에서 참 좋게 봤는데 어째 더 마른 것 같았다. 저 순박한 25살짜리 청년이 무자비한 무사 케이였다니. 그래도 대사 톤이나 말투에서 언뜻언뜻 케이가 겹쳐져서 그건 좀 아쉬웠다. 박해수배우는 너무 좋은데 캐릭터가 좀, 별로였다. 예술하는 찌질이라니...뭔가 열등감에 사로잡혀있고 자기 글이 사람들에게 안 좋게 보이면 어떡하지? 왜 날 아무도 사랑하지 않지? 난 혼자야! 엄마 애인 짜증나! 엄마 애인인것도 짜증나는데 나보다 엄청엄청엄청 유명한 작가야! 짜증나 죽고싶어!!!!!! Aㅏ.....안타까웠다. 이게 뭐 햄릿형 인간하고 결부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건 뭔가 한차원 높은 찌질이의 전형이었다. 햄릿은 복수라도 했지 얘는.....

 

5-1 나는 혼자야. 나에겐 아무도 없어. 전작 됴화만발에서와 같이 박해수의 뜨레플레프는 또 고독하다. 아니 케이는 혼자임을 깨닫고 복숭아 밭의 복숭아 나무 그 자체, 고독과 외로움 그 자체가 되었지만 뜨레플레프는 그냥 니나가 날 좀 위로해주고 함께 있어줌 좋겠는데 망할 세상이 날 혼자두네 에잇 짜증나 나 죽어버릴거야 왜 날 몰라줘! 하는 응석받이?

 

6. 이 극의 결론은 이미 초반부터 내려졌다. \'예술하는 남자는 만나지 말자. 단 내가 이 남자보다 더 기가 센 예술하는 여자라면 괜찮음 ㅇㅇ\'....뜨레고린도 그렇고 뜨레플레프도 그렇고 이 새퀴들이 글 쓴다면서 아주 지멋대로 굴고 있네..기본적으로 니나도 성공이나 출세에 대해 욕심이 있는 아가씨였지만서도 뜨레고린을 만났기 때문에 허영심이 붐업! 했고 그래서 망한 건 아닐까..예술하는 남자는 위험해요

 

7. 박호산 뜨레고린은...와 이분 엄청 매력있다. 처음엔 되게 과묵하고 폼잡는(ㅋㅋㅋ)캐릭터여서 눈에 안 들어왔는데 엄청 매력있다. 뜨레플레프 박해수가 정말 햇병아리처럼 보일 정도로 매력있다. 그래서 모든 여자들이 숭배하고..(베스트셀러 작가, 게다가 젊고 잘생긴 작가는 전 시대를 통틀어 여자들이 목매는 존재 맞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크리스챤도 그랬고!) 도도한 여배우 아르까지나가 그렇게 매달리고 니나도 원하시면 언제든지 내 생명을 가져가시라고 하는거다. 이 사람이 엄청 무서운 게, 감정도 없고 말수도 적은 것 같은데 굉장히 존재감이 크다는 거다. 엄청 젠틀하고 신사다우면서도 사실 아르까지나-뜨레플레프-니나를 모두! 모두 파멸로! 2년 후에 니나 버리고 다시 천연덕스럽게 돌아온 걸 보고 충격. \'난 의지력이 약해\'. 거 봐, 이 잘난 예술가가 나약하기까지 해..어떤 여자가 안 빠지겠나!

 

8. 상대적으로 젊은 니나와 뜨레플레프보다는 나머지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가 무지 강했다. 항상 초상을 치르는 기분으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다니는 마샤는 어찌보면 굉장히 자유로우면서도(극중에서 가장 담배랑 술 많이 하는 캐릭터였음)뜨레플레프를 사랑해서 울고, 마지못해 다른 남자와 결혼해놓고도 뒤에서 항상 뜨레플레프를 생각하는 가련한 여자. 아, 이 극에서는 여자들이 무지하게 강하다! 도른에게 매달리는 뽈리나, 아르까지나는 말할것도 없고..(구두 의자 그릇 심지어 방울토마토까지 집어던지는데 이야 역시 여배우라면 이 정도 포스는 가져야 하는 것인가!) 니나가 너무 순진하고 멍청해서 좀 짜증났음. 2년 후에 돌아오지 않았으면 뜨레플레프는 살았을지도 모른다.

 

8-1. 그래도 단연 최고는 떠나는 아르까지나의 사과상자에 몰래 침뱉던 하녀 나타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언니 짱인듯

 

9. 뜨레플레프와 아르까지나의 관계를 보면서 자꾸 햄릿과 거트루드가 겹쳐보였다. 그런데 체홉도 이를 감안한건지 중간에 햄릿 대사를 둘이 주고받는데, 햄릿보다는 뜨레플레프가 훨씬 여리고 찌질했다. 하여튼 두 찌질한 아들내미들은 함께 연구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

 

10. 원작에 굉장히 충실했다. 삼류 연애극, 코미디 쪽으로 홍보를 하길래 뭐 많이 바뀌려나 싶었는데 대사가 그대로..원작 읽고 가길 잘했다. 확실히 인물들의 행동이 굉장히 크고 \'이건 연극이다\'라는 걸 계속 상기시켰다. 환상, 그러나 삶과 맞닿아있는 환상. 환상적? 인물들이 모두 나와서 왈츠(음악이 무지 좋았다. 따로 작곡을 한 건지?)를 추는 장면은 굉장히 비현실적이었다. 뜨레플레프가 죽음을 결심하고 또 죽어가는 가운데 이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떠들고, 마시고, 게임하고, 춤추고 논다. 군무는 어우러지는 듯 하면서도 모두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굳어 있어서 과연 이들은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하는건지, 아니면 다만 시골에서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건지..따로 또 같이. 다들 이 시간이 끝나면 또 무표정하게 어디론가 홀로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11. 갈매기? 니나도 뜨레플레프도 너무 어리고 순진했기 때문에 쉽게 파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적당히 삶에 때가 타게 되고 적당히 더러운 것에 눈감다보면 어찌되든 살아내지 않았을까.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십자가를 지고, 참아야 해요..<종로예술극장>에서 인용했던 대사를 여기서 듣게 되니 반가웠다. 너무나 깨지기 쉬웠던 영혼들..모두가 총 한방에 죽어버리는 갈매기지만 모두 무표정하게 차를 마시고 술과 담배로 그리고 무표정한 왈츠로 견뎌낸다. 그러니까 사는 거다. 나약하면 이 세상 어떻게 견뎌내나 이 가녀린 청춘들아.....

 

12. 극이 모두 끝나고 나오니 10시 53분. 엉덩이도 별로 안 아프고 지루하지 않았다. 폭우가 내리는 무대는 놀라웠고 옷을 갈아입는 방식도 마치 그것에 깊은 의미가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단지 원작 하나 딱 읽고 간 나는 조금 더 깊이 보고 싶었고...재관람 확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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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내가 혼자 줄줄 써본건데....갈매기 꼭 보세요 두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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