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재능있는 작가들이 있기는 함

문장 몇 개로 분위기를 휘어잡고, 연출 몇 개로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고, 독자들이 다음화를 두근거리며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작가들.

그런 재능이 있으면 어떤 뻘글을 쓰든, 어떤 힙스터한 소재를 쓰든 이야기에 '플롯'이 깃드는데...(내가 플롯주의자라, 대충 상업성이 깃든다, 정도로 이해해주삼...)

사실, 그런 재능을 가진 작가는 극소수잖아. 어차피 못 따라하는 거 그냥 "와!" 한번 외치고 창문이나 열고 환기하는 게 유익하다고 생각함. 뱁새가 황새 따라하려고 하면 가랑이 찢어지지...

어차피 웹소설에서는 그런 완급 조절을 통한 기대감보다는... '장르적인' 기대감이 더 주효하다고 봄.

'익숙한 맛', '클리셰', '파쿠리'… 대충 그런 식으로 부르는 장르적 동일성.

클리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다음화를 결제할 최소한의 '기대감'은 충족시킬 수 있음. 이때의 기대감은 호기심이나 무지에서 오는 기대감이 아니라, '아는 맛'에서 오는 기대감임.

'클리셰는 검증된 플롯이다' 이런 얘기가 아니라, 오히려 클리셰를 독자들이 '알고있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기대감.

예를 들어 '헌터물'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이 먼치킨적인 능력을 얻고,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성장하고, 겸사겸사 세계도 구하잖아?

헌터물 읽는 사람이라면 이걸 다 알지. 1화만 읽어도 앞으로 대충 어떻게 흘러갈지 A부터 J까지 정도는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 있을걸? 제목이랑 소개글 보고 클릭한 사람이면 이게 뻔한 소설이라는 다 알고 눌렀겠지.(눈 감고 클릭했으면 어쩔 수 없고...)

이 '안다'라는 게 중요함.

'예측'이라는 건 결국 결과를 확인하려 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의 일종이거든.

흔히 프롤로그에서 최대한 알기 쉽게, 친절하게, '이건 이런 이야기입니다'하고 알려주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임.(물론 분위기로 휘어잡을 수 있는 재능이나 감각이 있으면 그렇게 해도 됨...)

이렇게 독자들이 다 알만한 맛으로 전개하게되면,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이거 딱봐도 다음 전개에서 이렇게 되겠네." -> "역시 내가 예상한 그대로 흘러갔네." : 지적 쾌감, 만족감(도파민)

"피곤해 죽겠는데 걍 익숙한 소설이나 봐야지...." -> "이거 술술 읽히고 좋네." : 편안함

이런 식으로 읽기 편하고, 하루치 만족감도 채워줄 수 있는 소설이 됨

(진짜 그 장르 싹싹 긁어먹는 고인물이면 어차피 사소한 디테일의 차이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테고, 그 장르를 별로 접한 적 없는 라이트 독자라면 그때는 '클리셰는 검증된 플롯'이니 그대로 적용하면 됨)

이건 더 작은 단위, 장면이나 사건 단위로도 적용할 수 있음.

[여친이랑 차이고 각성함] ->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여친 후회하게 만듬]

[양아치가 시비 검] -> [양아치를 참교육함]

[갑작스럽게 변화한 던전에 고립됨] -> [그걸 계기로 뭔가 대단한 걸 얻어서 파워업함]

[나보다 강한 적을 마주함] -> [하지만 해볼만했다]

이거 화살표 앞부분만 읽어도 그 뒤에 화살표 뒷부분이 이어질 거라는 걸 누구나 앎. 모르면 웹소설 안 읽은 거지...

그런데 그 '안다'는 사실 자체가 기대감으로 작용함.

다시 말하지만, 예측, 예상은 결국 결과를 확인하려한다는 점에서 '호기심'의 일종이니까. 그러니까 완급 조절하는 재능이나 감각 없다고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함. 쓰는 입장에서는 재미없어도 보는 입장에서는 그것대로 재미있으니까.

(사실, 오히려 신경을 아예 안 쓰는 게 좋음... 작가 입장에서는 '예측'이 곧 '집필'이라 이게 기대감으로 작용 안 하거든. 오히려 일거리나 쌓인 업무라는 감각으로 작용해서 더 노잼으로 느껴짐...)

웹연갤 글 보다가 [팔리는 작가들은 기대감, 목표, 이런 거 다 감각적으로 쓰는 걸까]이런 글 있길래 한번 써봄....

(물론 이렇게 쓰면 댓글 불타는 건 각오해야함. "요즘 작가들은 ■■ 없으면 글을 못 씀?" "아 이것도 ■■ 나오네. 하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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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니까 항상 웹연갤에서 보는 거랑 똑같은 내용의, [아무튼 클리셰써라]라는 내용이라 너무 심심한 것 같아서 추가로 씀.

1. 주인공 혼자 놓지 마라.

웬만하면 옆에서 추임새 넣어주는 전형적인 인물 하나 넣어주는 게 쓰기 편함... 주인공 혼자서 혼잣말하는 거 노잼이고...

세계관 설명도 하고, 사건 설명도 하고, 긴장감도 넣어주고, 놀라면서 주인공 어깨에 뽕도 넣어주고, 호들갑 떨면서 착각도 해주고, 아무튼 지문으로 넣을 거 대사로 대신하면 쓰기도 편하고 글자 수 늘리기도 좋음...

(웬만하면 버디물처럼 쓰삼, 처음 생각한 줄거리랑 안 맞으면 줄거리 뜯어고쳐서라도 버디 하나 만들어주는 게 쓰기 굉장히 편함, 나중에 글 쓰기 진짜 싫을 때에도, 주인공 모놀로그로 한 화 채우면 노잼인데 버디랑 만담하는 걸로 채우면 은근 괜찮음.)

(그리고 트리트먼트 짜기 귀찮을 때 일단 장면 떠올리면서 대화 먼저 쓰고 지문 나중에 쓰면 되게 편함, 대사 자체가 트리트먼트 역할을 해서)

2. 굳이 절단마공하지 마삼.

이게 연독 유지에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다음화에서 무조건 다 회수해야하니 쓰기 진짜 귀찮음.... 제대로 회수 못하면 분위기 팍 식고...

편하게 쓰려면 그냥 절단마공 안 하고, 적당히 가볍게 쓰는 게 가장 나음... 어차피 위에 쓴 것처럼 클리셰 가져다가 쓰는 시점에서, 뭐 대단한 반전이나 뽕맛 기대하고 글 읽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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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는 귀찮지만 월천은 하고싶은 우리, 모두 편하게 글 쓰는 꼼수 열심히 활용해서 팔리는 글을 쓰자!

목표는 하루 두 시간 노동으로 월천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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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글 쓰는 게 정말 좋고, 나는 내 글에 애정이 가득하고, 내 글은 대사만 읽어도 너무 재미있다 하는 지망생이 있다면, 위에 내용들 전부 무시해도 됨. 너는 열심히 쓰다보면 결국 월억킥할 거임.